이별을 실감하며

yp2012.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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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진 다음날이 아니라 헤어진 날이네

오빠가 만약 이 글을 보게 된다면 내가 무척 우스워지겠지?

근데 이렇게라도 안하면 나

밤새도록 전화기 붙잡고 오빠 연락오기만을 기다릴 것 같아서

아니 그 전에 내가 먼저 오빠한테 연락할 것만 같아서..

 

2년 조금 안되는 시간동안 우리

중국에서 유학생활도 같이하고 한국에 돌아와 늘 수업도 같이 듣고

걔다가 휴학도 함께했네

난 솔직히 우리가 영원할 줄만 알았거든

내가 뭘하든 오빠가 뭘하든 항상 함께하는게 당연하다고만 생각했는데

막상 우리가 갈라서기로 결정하고 나서 생각해보니

다시 복학하면 얼굴은 어떻게 보지

지나가다 오빠친구라도 보게 되면 난 어떻게 해야할까

벌써부터 걱정이 되

솔직히 제일 마음에 걸리는건 어머님 아버님께 너무 죄송스러운거야

친딸처럼 아껴주시고 예뻐해 주셨는데...

혹시라도 여쭤보시면 우리 서로의 미래를 위해서 헤어진거라 말씀드려 줄래?

감히 내가 이렇게 부탁할게

 

중국에서 유학할 때 내가 오빠한테 못되게 군거 미안해

그때는 나도 미쳤었나봐 많이 힘들었지?

우리 사귈때에도 오빤 그때일로 나 원망한 적 한번도 없는 것 같다

한번도 잊은 적 없어 오빠가 나땜에 얼마나 속상해 했고 힘들어 했는지

지금 생각해 보니까 나 제대로 오빠한테 사과한적이 없네.. 미안해

오빠는 우리가 사귈 때 부터 줄곧 누구보다 나를 아껴주고 사랑했던 것 같아

서로 연애방식이나 애정표현방식이 달라서 나중엔 싸우기도 많이하고

헤어질뻔한 적도 많았지만

다 사랑이 깊어지는 과정이였던 것 같아

오늘 오빠가 그렇게 화내면서 뒤돌아 계속 걸어갔을 때

내가 오빠 그냥 보내버리면 후회할 것 같아서 두번 세번 불렀잖아

오빠 혼자 그렇게 내버려 둔게 너무 미안해서 그랬어라고 말하고 싶었는데

소리만 지르고 내 얘기는 들으려고 조차 하지 않았던 오빠 태도에 너무 화가났어

오늘 우리가 싸운건 너무 사소한 일인데

이런일로 헤어졌다 그러면 주위에서 듣고 웃을만한 일이잖아 그치

근데 이미 우린 너무 많이 지쳐있었나보다 서로에게

 

한시간 동안 집까지 걸어오면서 주머니에 있는 14000원을 계속 만지작 만지작 거렸어

혹시라도 집앞에 오빠가 와있으면 택시비 없을까봐

근데 집앞엔 아무도 없더라

내가 먼저 서로 몰랐던 2년 전 서로를 몰랐을 때로 돌아가자 해놓고 내심 기대하고 있었나봐

매번 오빠가 싸울때마다 우리집 입구에 앉었잖아

화해하고 나면 "오빠 여기 계단에 앉아있는거 잘어울리지?" 했었는데

이번엔 우리 진짜 헤어졌나보다

사실 내가 홧김에 헤어지자하고 나서 우리 연락안하고 있으면

오빠가 언제쯤 먼저 전화하겠네, 내일이면 집에 찾아오겠지

하는 느낌이 있었는데 오늘은 이게 마지막이네 라는 생각이 문득 들더라

 

내 옆에 오빠가 없다는게 벌써부터 실감이나

나 잘지낼 수 있겠지?

오빠도 그렇겠지?

마음정리하려고 쓴 글이 어쩌다가 이렇게 됐지..

우리가 다시 시작하기엔 너무 늦어버린거 잘 알고 있는데

믿기 싫다 어디서 부터 잘못된 걸까......

 

혹시 이 글을 읽게 되더라도 그냥 모른척 넘어가 줘 오빠

나 더이상 매정하게 뿌리칠 자신이 없다

사랑했다 아니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