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찾아 돌아오다 中

홍학2012.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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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욤뮈소 짱

 

2001년 9월 10일 월요일

아침 7시

파리 샤를드골 공항 출국장

보잘것 없는 옷차림과 지나치게 긴 머리카락, 사흘동안 면도하지 않은 턱수염.

"숙명적인 사랑을 믿으세요?"

에단이 그녀의 탁자에 앉으며 묻는다.

셀린은 낯선 남자를 호기심과 경계심이 뒤섞인 눈길로 바라본다. 그녀는 '스튜어디스에 대한 환상' 을 갖고 접근하는 플레이보이들을 매몰차게 뿌리치곤 하는데, 이 남자에게서는 흔치않은 심각성이풍긴다.

"아뇨."

셀린은 일단 그렇게 대답하는 것으로 그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임을 밝힌다.

"불과 삼분 전까지만 해도 저는 숙명적인 사랑이 존재한다는 걸 믿지 않았어요. 영혼의 누이니 잃어버린 반쪽이라느니 하는 말들을......."

"미국인이세요?"

"아뇨, 뉴요커랍니다."

셀린이 그의 농담에 살짝 미소 짓는다.

"전 스튜어디스고 8시 30분발 뉴욕행 비행기를 타야 한답니다. 전 이제 가봐야 해요."

"뉴욕에 가면 함께 식사라도 했으면 합니다."

에단이 카페 밖으로 급히 따라 나오며 말한다.

"꿈 깨세요. 우린 서로 알지도 못하는 사이잖아요."

"서로를 알 수 있는 좋은 기회가될 수도 있죠."

에단은 포기하지 않는다.

"식사 한 번 한다고 큰일 날 건 없잔아요."

셀린은 그 말을 못 들은 체한다.

"만약 내가 당신 인생의 남자라면요?"

"기회를 줘요. 한 번만 만나달란 말이에요."

에단이 간청하듯 말한다.

"만약 내 인생의 남자라면 그런 식으로 행동하지는 않겠죠."

"그럼 어떤 식으로 행동할까요?"

"내 인생의 남자라면 나를 놀라게 하고 감동시킬 수 있어야 해요. 그런데 당신은 날 웃음 짓게 하는군요."

"시작으로는 웃음 짓게 하는 것도 좋지 않나요?"

"맞아요. 셀린, 이 분께 기회를 줘 봐!"

셀린의 동료가 말한다. 하지만 셀린은 에단을 뒤에 남겨두고 승무원 외 출입금지 구역으로 접어든다.

"안녕!"

내 인생의 남자라면, 나를 놀라게 하고 감동시킬 수 있어야 해요.

에단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할 수 있는 방법을 다 동원했지만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그녀에게 이름이나 직업을 알려주지도 못했고,만나고 싶어하는 마음을 불러일으키지도 못했다. 그저 어릿광대나 익살꾼으로 간주되었을 뿐이다. 사실 그게 그의 본모습인지도 몰랐다. 큰물에서 놀고 싶지만 역량을 갖추지 못한 초라한 사내.

에단은 자리에 쓰러지듯 주저앉아 두 눈을 감고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는다. 이윽고 다시 정신을 차린다. 시계는 8시 30분을 가리키고 있다. 활주로에서는 에어 프랑스 비행기가 제시간에 이륙한다. 그가 갑자기 사랑하게 된 여자를 맨해튼으로 데려가는 비행기이다.

'그럼 이제 난 뭘 하지?'

에단은 그녀가 탄 비행기가 뉴욕에 도착할 시간을 계산해 본다.

아침 10시 40분경이다.

에단은 아직 두 시간이나 더 출발을 기다려야 하고, 게다가 그가 타는 비행기는 직항노선도 아니다.

모두 잊어버려. 영웅 흉내를 내려 애쓸 것 없어. 그래, 다시 뉴저지의 여자들이나 쫓아다니는 거야. 그녀들이 쿤데라를 읽는 프랑스 미인들보다 못할 게 뭐 있어.

먹이를 염탐하는 동물처럼 그의 두 눈이 어떤 신호, 어떤 아이디어를 찾아 공항 여기저기를 둘러본다. 이윽고 그의 눈길이 오래된 포스터 위에 머문다.

콩코드 : 마하 2의 세계

파리 - 뉴욕을 빛보다 빠른 속도로!

내 인생의 남자라면, 나를 놀라게 하고 감동시킬 수 있어야 해요.

에단은 급히 사정을 설명하고 출국장을 나가 에어 프랑스 카운터로 달려간다. 뉴욕 JFK 공항에 아침 8시 25분에 도착하는 10시 30분발 콩코드가 있다. 다시금 그의 마음을 밝혀준 한 줄기 빛, '유레카'를 외칠 뻔했던 그는 엄청난 티켓 가격 때문에 이내 기가 질린다.

"오천 오백 오십 달러입니다."

에단은 직원에게 다시 한 번 말해달라며 편도 티켓임을 분명히 하지만 금액은 달라지지 않는다.

에단은 잠시 생각에 잠긴다. 지금 그가 가진 저축액수를 다해 봐야 6,300달러다. 그걸 모으는 데도 여러 달이 걸렸다. 신문에 진료실의 간지 광고를 할 자금이다.

즉흥적인 열정 때문에 은행 잔고를 바닥내는 일은 없으리라!

내 인생의 남자라면, 나를 놀라게 하고 감동시킬 수 있어야 해요.

아침 9시 30분, 에단은 스튜어디스의 안내를 받아 콩코드 이륙장에 있는 출입제한 휴게실로 들어선다.

모든 이들이 그에게 공손하다. 5,550달러는 그런 대우가 포함된 가격인 것이다.

에단은 푹신한 좌석에 파묻힌 채 자신이 어떻게 이러 일을 저지를 수 있었는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그는 열정이 이성을 제압하는 광기의 순간에 표를 구입했지만, 정말이지 터무니없는 행동이 아닌가.

20년산 위스키와 보르도

1993년산 동 페리뇽

브르타뉴 가재 메다이용(둥글고 얇게 잘라낸 것)

토마토와 버섯 퐁뒤

그리스산 송로 버섯즙

아 라 플란차(석쇠에 구운) 농어 필레

파 밑동과 셀러리 퐁당

미국식 조개 소스

신선한 박하와 레몬향을 곁들인

열대고일가 파이애플 아스픽(고기 젤리)

모카맛 초코커피 크루스티앙(바삭바삭한 과자)

에단은 자기 자신에게 그런 사치를 허용하기로 하고, 이 세련된 식사를 위해 특별히 선별된 명망 있는 포도원의 일급 포도주를 맛본다.

벌써 뉴욕 상공에서의 감속이 시작되고, 3시간 35분간의 비행을 마친 초음속기는 활주로에 사뿐히 내려앉는다.

에단은 파리에서 아침 10시 30분에 출발했다.

뉴욕에 내리니 아침 8시 25분이다.

시간을 거슬러온 것이다.

한 여자를 감동시키기 위해.

셀린이 탄 비행기는 앞으로 두 시간 후에나 도착하리라.

그의 계산이 정확하다면, 이제 남은 돈은 750달러뿐이다. 하지만 자동지급기로 인출할 수 있는 돈은 600달러가 한계다.

에단은 국제선 출바 구역의 미용센터에서 영업중인 미용실을 찾아낸다. 하지만 불행히도 여성 전용이다. 그는 제니라는 이름의 뉴저지 시사이드 하이츠 출신의 미용사를 설득해 머리손질을 맡긴다. 두 개의 가위와 바리캉을 든 그 미용사는 그의 머리를 <ER>에 나오는 더글러스 로스처럼 커트해놓고 턱수염까지 밀어준다.

아침 9시 45분

에단은 엠포리오 아르마니 상점으로 들어가 흰 셔츠와 진회색 양복, 검은 구두 한 켤레를 사서 옷을 바꿔 입고 구두를 갈아 신는다.

아침 10시 10분

에단의 주머니에 남은 돈은 이제 40달러. 그는 과자점 진열장에서 멋진 작품을 발견한다. 초콜릿과 아몬드 페이스트로 만든 한 다발의 장미꽃다발.

60달러.

에단은 주머니를 뒤집어본다. 시간이 없어 환전하지 못한 43프랑이 나온다. 환전소에서는 그에게 6달러를 내어준다. 46달러를 손에 쥔 그는 과자점으로 들어가 이탈리아인 주인과 흥정한다. 주인은 그의 사정 같은 것에는 관심이 없다.

명함을 주고 몇 차례 무료 진료를 해주겠다.

현금 자동지급기가 신용카드를 삼켜버려서 내일 아침에 틀림없이 돈을 가져 오겠다고 말하지만 여전히 통하지 않는다.

에단은 마침내 그에게 자초지종을 털어놓는다. 어떤 여자에게 첫눈에 반했고, 그 여자보다 먼저 맨해튼에 도착하기 위해 콩코드를 탔으며, 그 여자에게 주기 위해 그 꽃다발을 꼭 사고 싶다고. 드디어 기적이 일어난다. 과자점 주인은 마침내 그에게 자신의 작품을 내어준다.

11시가 되자 004편의 승무원들이 공항으로 들어온다. 면도를 하고 이발을 말끔히 하고 새 옷을 차려입은 에단은 장미 초콜릿을 들고 셀린을 향해 다가간다. 이 순간 그에게서는 그 어떤 계산이나 고민의 흔적을 찾아 볼 수가 없다. 방어 본능과 두려움도 사라지고 없다. 그의 동작은 순수하고 무구한 어린아이를 연상시킨다.

"당신을 감동시키기 전에 먼저 놀라게 해드리죠."

에단은 그렇게 말하며 그녀에게 과자 꽃다발을 내민다.

셀린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놀란 탓인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는다. 사실은 그를 알아보지 못한 탓이다. 이 남자가 어떻게 오늘 아침 파리에서 만났던 그 남자와 같은 사람이란 말인가?

이윽고 셀린은 그가 무슨 일을 했는지 깨닫고 두려움에 휩싸인다.

그녀느 그의 행동이 '지나치다'고 여긴다. 지나치게 대담하고 멋지고 비용이 많이 든 행동이라 여긴다. 과도하고 비이성적이고 병적인 행동이라 생각한다.

"당신, 미쳤군요!"

셀린은 그렇게 말하며 차가운 눈길로 그를 쏘아본다. 그녀는 그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걸음을 빨리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고 뒤따라간다.

"당신을 놀라게 할 누군가를 찾고 있는 줄 알았는데요?"

"당신은 미쳤어요!"

"자, 받아요. 당신에게 주는 꽃다발이에요."

에단은 다시 그녀에게 꽃다발을 내민다.

그녀는 엉겁결에 받아들지만 이내 그의 얼굴을 향해 다시 던져버린다.

"날 귀찮게 하지 말아요!"

셀린이 출구 쪽으로 서둘러 걸음을 옮기며 쏘아붙인다.

"난 당신을 두렵게 하려던 게 아니었어요."

에단이 조심스러운 어조로 말한다.

"그렇다면 헛짚었군요."

"내 이름은......."

"제발 당신 이름 같은 건 말하지 마세요. 난 당신에 대해 아무것도 알고 싶지 않아요."

셀린이 사정조로 외친다.

"난 그저 당신을 기쁘게 해주고 싶었을 뿐이에요."

에단이 간곡히 설명하지만 그녀는 고개를 돌리고 동료의 뒤를 따라 택시 안으로 모습을 감춘다.

택시가 공항을 떠나려는 순간, 에단은 그녀의 입모양을 보고 마지막 말을 알아듣는다.

"정. 신. 차. 리. 세. 요."

자동차가 출발한다. 에단은 집으로 돌아가 차비도 없이 인도에 혼자 남겨진다.

"기쁘게 해주고 싶었을 뿐인데."

에단은 혼잣말처럼 중얼거린다.

셀린

이튿날

2001년 9월 11일 화요일

아침 8시 35분

맨해튼 세계무역센터 광장

5분전

셀린은 전날 공항에서 만났던 그 이름 모를 남자를 떠올린다. 단순히 그녀를 놀라게 하려고 콩코드를 타다니! 그런 행동은 여간한 배짱이 아니면 할 수 없으리라. 근사하고 기사도적인 행동이 분명하다. 몇분 동안 그 남자는 그녀를 영화나 소설 속의 주인공으로 만들어 주었다.

4분전

당시 셀린은 남자의 집요함에 와라 겁이 나 매몰차게 뿌리쳤다. 지금은 왜 그리 격하게 반응했는지 알 수 없다. 이제까지 그녀 주변에 그런 용기를 가진 사람이 있었던가? 어쨌든 지금까지 사귄 사람들 중에서는 아무도 없다.

3분전

만약 내가 당신 인생의 남자라면요?

그 정도 용기를 낼 수 있는 사람이라면 분명 남다른 신념과 힘을 가지고 있으리라. 하지만 모든 걸 망쳐버리고 말았다. 그녀는 그의 이름조차도 몰랐고, 그를 다시 만날 수 있는 그 어떤 단서도 갖고 있지 못했다. 그렇게 멍청한 짓을 저지르다니!

2분전

셀린은 어퍼베이를 따라 뻗어 있는 광장을 따라 다시 허드슨 강둑위를 달리기 시작한다. 9월의 아침이 너무나 아름다워 슬퍼할 수가 없다. 후회스러운 행동이었지만 그를 다시 만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낸다면 충분히 복구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른 도시에서라면 영원히 그를 만날 수 없을 테지만 뉴욕은 다르다. 여긴 뉴욕이고, 뉴욕에서는 불가능이란 없으니까.

그렇다. 여기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란 없다!

1분전

셀린은 두 팔을 벌리고 흥분에 체 작은 고함을 내지른다. 그녀는 스스로 자유롭다고, 아름답다고 느낀다. 이 도시 어딘가에서 한 남자가 그녀를 생각하고 원하고 있으리라. 그녀를 만나기 위해 시간을 거슬러 온 남자가!

0분

그날 아침 죽음의 그림자는 날개라도 단 듯 순식간에 그곳을 덮친다.

셀린

나중에 '그 일이 일어난 바로 그 시각' 뭘 하고 있었는지 질문을 받는다면, 나는 롤러스케이트, 베터리파크, 조에, 그리고 그때 듣고 있던 노래에 대해 말하리라.

하지만 사실을 말하자면 그 날 그 일이 일어난 시각에 나는 당신을 생각하고 있었다.

3일 후

2001년 9월 14일 금요일

저녁 7시 50분

맨해튼

에단은 치즈케이크 한쪽과 다즐링 한 잔을 주문한 다음 커피숍 구석자리의 대리석 탁자에 가서 앉는다.

에단은 차를 잔에 따라 조금씩 마시면서 창밖을 바라본다. 충격적인 테러사건이 일어난 지 사흘째, 삶이 서서히 다시 숨을 쉬기 시작한다. 거리 곳곳에 화요일 아침 이후 생사를 알 수 없는 이들을 찾기 위해 가족들이 붙여놓은 수많은 벽보와 사진이 여기저기 붙어 있다. 아직도 불씨가 꺼지지 않은 남쪽에서는 역한 냄새를 풍기는 연긱 피어오른다. 소방대원들이 쉴 틈 없이 폐허 속을 뒤지고 있지만 수요일 이후 더 이상의 생존자는 찾지 못하고 있다.

에단은 안주머니에서 만년필을 꺼내 조금 전 횡단보도 근처 기둥에서 본 예이츠의 시구를 적는다.

[나는 가난하다, 내게 남아 있는 것이라고는 나의 꿈뿐. 나는 그것을 그대 발밑에 펼치리니. 그대, 부드럽게 밟고 가소서, 내 꿈 위를.]

도처에서 새로운 관행이 생겨난다. 사람들은 시를 베껴 유리창에, 가로등에, 버스 정류장에 붙여놓는 것이다. 모든 것이 정신적 외상을 어루만지고 애도를 표하는데 도움이 된다.

에단은 배낭에서 책을 한 권 꺼낸다. 정오 점심시간에 산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다. 예의 스튜어디스가 읽던 책이다. 그 여자 때문에 그는 가진 돈을 모두 탕진했지만 그녀는 그를 거부했다. 그때는 모욕감을 느꼈지만 그녀에 대한 생각이 좀처럼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지난 사흘간의 혼란 속에서 줄곧 떠오르는건 바로 그 여자의 얼굴이다.

여행에서 돌아온 직후 그의 진료실은 대만원이다. 두 빌딩의 붕괴와 직간접으로 연결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주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으므로 많은 이들이 심리적인 지지를 필요로 한다. 모두들 다시 사는 법을 배우려 애쓰며 이웃의 비극을 걱정한다. 스스로에 대해 다시 생각하고, 삶을 돌아보며 달라지 눈으로 세상을 본다. 어떤 이들은 이 도시를 떠나고, 또 어떤 이들은삶에 대해 강렬한 욕망을 느낀다. 사람들은 이전보다 훨씬 많이 '사랑한다'는 말을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는?

뉴욕으로 돌아온 후 에단은 고독에 짓눌려 있다.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그는 애정 결핍을 느끼다. 현실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그는 소설책에 몰두한다. 그의 눈길이 어떤 구절에서 멎는다.

여러 여자들을 쫓아다니는 남자들은 편의상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우선 모든 여자들에게서 여자에 대한 자신의 주관적인 생각, 자신의 꿈을 추구하는 형이다. 또 한 부류는 객관적인 여성의 세계를 끝없이 다양하게 정복하려는 욕망으로 무장한 이들이다.

"이 자리 비었나요?"

어떤 여자가 묻는다.

에단은 누군가 자기 앞에 있는 의자를 가져가려는 모양이라고 생각하며 고개만 까딱했을 뿐 시선을 들지 않는다. 다음 순간 그는 깜짝 놀란다. 그의 앞에 무엇인가 내밀어졌기 때문이다. 초콜릿과 아몬드 페이스트로 만든 커다란 장미 꽃다발, 그리고 거기에 곁들여진 명함은 바로 그의 것이다. 그가 공항의 과자점 주인에게 주었던 명함이다.

이윽고 에단은 고개를 든다.

"당신은 숙명적인 사랑을 믿으시나요?"

셀린이 그렇게 물으며 그의 앞에 앉는다. 에단은 미간에 주름을 잡으며 강한 눈길로 그녀를 주시한다.

그녀가 말을 잇는다.

"나 역시 믿지 않았죠. 사흘 전까지만 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