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얼마 전에 파혼을 했습니다. 양쪽 집안 인사 다 드리고 상견례 직전에 시댁문제 때문에 결국은 제가 결혼을 깬 거지요.
일단 저희 집은 아버지가 돌아가셨지만 다행히 경제적으로는 크게 어려움이 없고요, 언니랑 오빠, 저 모두 명문대 나왔습니다. 언니와 형부는 언론계에서 일하고 오빠는 대기업에 다니고 새언니는 공무원이고요. 저는 디자이너이고 34살이며 제 명의 집도 있고 작은 차도 있습니다. 월급은 세금 다 떼고 정확히 358만원에 가끔 디자인 아르바이트도 해서 부수입도 꽤 됩니다.
니 자랑 같아서 재수없다 하실지도 모르지만 남부끄럽지 않게 정말 치열하게 열심히 살아서 제가 이룩한 것들이라 자부심도 큽니다. 워낙 엄마가 엄격하셔서 그 흔한 반항 한 번 못해봤고 아비 없는 자식이란 소리 들을까봐 전전긍긍하신 엄마 맘을 알아서 삼남매가 죽어라 공부했습니다. 어찌되었든 겉보기로는 성공한 자식농사인 셈이지요. 다들 남들 부러워하는 대학 나와서 좋은 직장 다니면서 번듯하게 살고 있으니까요.
근데 이렇다 보니 오히려 제 입장에선 결혼하기가 힘들더군요. 선도 많이 봤지만 우리나라같이 여자가 무조건 약자가 되는 결혼시장에서 제가 저런 조건으로 꿀릴 게 뭐가 있겠습니까. 심지어 외모도 정말 멀쩡합니다. 웬만한 남자는 눈에 안 차고, 조금 잘난 사람은 잘난 척하는 게 거슬리고 머 그런 거지요.
그러다가 일 때문에 만난 클라이언트사의 동갑내기 남자 과장과 친해지게 되었습니다. 어릴 때 부모님이 돌아가셔서 할머니 손에서 컸는데 할머니도 얼마 전에 돌아가셔서 지금은 혼자 살고 있다고요. 유일한 가족은 형네 식구들뿐이랍니다. 근데 워낙 사이가 드문드문한가 보더라구요. 두 부부가 같이 횟집을 하는데 새벽에나 끝나니 아예 사이클이 안 맞아서 볼 시간이 잘 없대요. 어릴 때부터 외롭게 자라서 빨리 결혼도 하고 싶어하고 또 성실하게 사고 안 치고 직장생활만 하던 사람이라서 믿음이 갔습니다.
저희 집은 엄마 생각하는 맘이 셋 다 워낙 끔찍한 데다 형제들이 다들 형편도 괜찮고 우애도 좋아서, 시간 되면 같이 여행 다니고 주말이면 모여서 맛있는 거 먹으러 가고 명절에는 아침에 차례만 모시고 그냥 해외여행 갑니다. 형부랑 새언니도 다행히 너무 좋은 분들이라 우리 식구들이랑 잘 맞고요. 제 욕심이겠지만 그래서 저는 진짜 신랑감 조건으로 다른 것보다 이런 우리 집 분위기랑 잘 어울리는 사람이면 좋겠다 생각했습니다. ㅠㅠ
아주아주 속물적인 기준으로 보자면 그 사람은 학벌도 저보다 낮고 모아놓은 돈도 저보다 적고(4000 정도?) 외모도 누가 봐도 호감 가는 스타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제가 못된 건지 시부모님이 안 계시단 게 너무 큰 장점으로 보이더군요. 저희 언니도 남부럽지 않게 시집 잘 갔지만 그렇게 사는 만큼 또 시댁에 엄청 신경 씁니다. 이게 옆에서 보니까, 저는 친언니 입장도 보고 새언니 입장도 보게 되는데 시집이라는 게 정말 서로 잘해야 하는 거더라구요. 서로 배려하고 서로 신경쓰고 서로 비위도 잘 맞춰야 그나마 무난하게 사는 거더라구요.
여튼 여차저차 결혼 얘기까지 나오게 되었고 얻는 게 있으면 포기하는 것도 있어야겠죠? 나이가 몇인데 양손에 쥔 떡이겠습니까. 주변 친구들도 다들 의아스러워 할 정도였지만(심지어 사고쳐서 그런 거면 애 지우고 정신차리란 소리까지 들었습니다) 저는 그 사람의 착한 심성과 성실함과 시댁보다는 우리집에 더 가깝게 지낼 수 있을 거란 걸 믿고 전격 결혼을 추진했습니다. 우리집에선 당연히 탐탁치 않았겠지만 너무 감사하게도 엄마, 오빠, 언니 누구 하나 저한테도 그 사람한테도 한 번도 싫은 내색 하지 않으셨습니다. 엄마가 젤 이뻐라 했던 막내딸이라 실망이 크셨을 텐데도 행복하라고 덕담해주시고 축하해주셨습니다.
문제는 생각지도 않게 형네 집으로 인사 간 날 터졌네요. 어이없게 형수와 형이란 사람이 시부모 노릇을 자처하고 나선 겁니다. 것도 못되먹은 시부모 노릇을요.
당연히 하나밖에 없는 동생이고 그 집에서도 부모 도움도 없이 혼자 벌어서 장가 가는데 얼마나 애틋하겠습니까. 그럼 그냥 우리집처럼 늦게 만나 결혼하는데 둘이만 잘 살아주렴, 하면 그만일 거 같았습니다. 정말 땡전 한푼도 못 보탤 형편이거든요 그 형네 집이.
근데 첫 만남에서 혼수며 예단 운운하고..... 심지어 형수란 사람은 시집와서 제사 지낼 때 뭘 해와야 할지까지 얘기하더군요. 참고로 형이랑 형수는 둘 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그냥 오다가다 만나서 같이 살고 있는데 결혼식도 안 올렸대요. 당연히 그분은 빈몸으로 시집온 거죠. 그러면서 형이란 분은 자기 동생이 학교 때 공부도 잘하고 얼마나 좋은 회사 다니는지 아냐고 하는데...... 제가 훨씬 좋은 학교 나왔고 그 사람보다 연봉도 더 높은데 와..... 시월드란 곳이 원래 그런 건지 그 자리에서 바로 싸가지 없게 반박을 못하겠더라구요. 그냥 네, 네 했습니다 병신같이. 진짜 저 새 옷 사서 완전 차려입고 미장원에서 머리까지 하고 갔는데, 자기들은 장사하다 새벽에 들어와서 그렇다면서 추리닝 꼴로 맞더라구요. 그러면서 저보고 나이가 동갑이라 자기 도련님이 손해라는 둥 외모 가지고도 뭐라 합디다. 키가 크다고.............. 헐............
제가 168에 55 사이즈라 좀 마른 감은 있는데요, 미술 전공하고 꾸미는 거 좋아해서 어디 가서 이쁘단 소리 듣고 살았음 살았지 욕 먹고 살 정도 외모 아닙니다. 형수란 사람은 불과 저랑 두 살 차이인데 그냥 봐서는 한 10년은 차이가 나 보였어요. 인신비하하려는 건 아니지만 그냥 식당 아줌마? ㅠㅠ
여튼 저는 대놓고 이런 얘기하는 예의를 가진 사람들을 듣도보도 못하고 살았습니다. 정말 드라마에나 나오는 줄 알았죠. 제가 시부모님 안 계시다고 좋다 그랬던 게 너무 못된 생각이라서 벌 받나?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또 교묘하게 남친이 없을 때만 저딴 소리를 해서 뭔가 도움을 요청할 수도 없었습니다.
약간 머리가 멍했는데 그래도 결혼이 뭔지 잘 보여야게단 생각에 그 자리에선 별 반발도 못하고 나왔습니다. 나오고 나니 정신이 들면서 너무 억울해지더군요. 우리집은 혹시라도 그 사람 상처받을까봐 아무도 조건 가지고 뭐라 하거나 자존심 다치게 하는 얘기 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한식구가 되어서 너무 기쁘다, 둘이 이쁘게 잘 살아라 다 이런 얘기뿐이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닌 것 같아서 남친한테 그날 제가 들은 얘기들을 조목조목 얘기하였습니다. 남친이 정말 그랬나며 놀라더라고요. 그러면서...... 형네 편을 드는 겁니다. 장사만 해서 세상물정 잘 몰라서 그런다, 그냥 듣고 흘러넘겨라, 니가 이해해라....... 저는진짜 생각할수록 분이 안 풀릴 지경인데 대수롭지 않게 저딴 소리나 하고 있으니 열이 확 받아서 결혼 다시 생각해보자고 했습니다. 다른 것보다 상견례 때 저런 사람들과 우리 가족이 만나는 게 너무너무 죄스럽고 끔찍하더라구요. 저희 엄마가 저런 소릴 듣는다고 생각하면 진짜 상상도 하기 싫습니다.
이 문제 때문에 다투다 결국 헤어지자고 했는데....... 저희 집에선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둘이 싸워서그런 줄 알고 자꾸 절 설득하려고 합니다. 제가 진짜 집안 좋고 조건 좋은 남자도 다 무시하다 제 입으로 결혼하겠다고 데려온 남자라서인지 저희집에서도 잘되었음 했었던 거죠. 그래서 제가 다 얘기해버렸습니다. 내가 그집 가서 이런 소릴 듣고 왔는데 결혼할 수 있겠냐고요.
우리 형부, 오빠 다 난리 났습니다. 엄마는 쓰러지시고요............ 결국 인제 진짜 다 끝난 거죠. 저희 집에선 처녀로 늙어 죽어도 그런 집엔 절대 안 보낸다 모드가 되어서........ 알고 보니 우리집에선 아무도 그 사람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던 거죠. 하나부터 열까지........ 엄마랑 언니는 저 몰래 붙잡고 울기까지 했다는데 제가 좋다는 사람이니까 믿어주자 했었대요.
그러고 났더니 그 사람이 하루가 멀다 하고 찾아와 무릎을 꿇고 빕니다. 자기가 다 버리겠다고, 자기도 형네 안 보고 살아도 그만이라는데.......... 이 사람 하나만 보면 불쌍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고................. 매일 와서 이렇게 비니 점점 더 맘이 약해지네요.
진짜 형네만 안 보고 산다면 저는 결혼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사람이 하두 정에도 약하고 가족의 정 이런 거에도 굶주려 있어서 하나밖에 없는 혈육을 진짜 버릴 수 있나? 싶기도 하고요................................. 형네는 그 가게도 다 빚으로 하는 거라는데 장사 잘 안 되어서 길에 나앉기라도 하면 그거 그냥 두고 볼 수 있을까? 싶기도 하고.................
진짜 시댁 연 끊고 사는 게 가능한가요? 결혼 전에 이런 거 약속받고 하신 분 지금은 어떠신지 들려주실 분 없으신가요? 정말 현실적으로 가능만 하다면 저희끼리 오손도손 살고 저희집 식구들이랑 어울리고 때마다 여행도 가고 둘이 크게 경제적 걱정도 없이 살 수 있을 거 같은데......... 정말 모르겠네요.
시댁 문제 때문에 파혼한 남친, 연 끊는다는데 다시 만나도 될까요?
몇 번을 망설이다 조금이라도 결혼선배분들의 의견을 듣고 싶어서 글 올립니다.
저는 얼마 전에 파혼을 했습니다. 양쪽 집안 인사 다 드리고 상견례 직전에 시댁문제 때문에 결국은 제가 결혼을 깬 거지요.
일단 저희 집은 아버지가 돌아가셨지만 다행히 경제적으로는 크게 어려움이 없고요, 언니랑 오빠, 저 모두 명문대 나왔습니다. 언니와 형부는 언론계에서 일하고 오빠는 대기업에 다니고 새언니는 공무원이고요. 저는 디자이너이고 34살이며 제 명의 집도 있고 작은 차도 있습니다. 월급은 세금 다 떼고 정확히 358만원에 가끔 디자인 아르바이트도 해서 부수입도 꽤 됩니다.
니 자랑 같아서 재수없다 하실지도 모르지만 남부끄럽지 않게 정말 치열하게 열심히 살아서 제가 이룩한 것들이라 자부심도 큽니다. 워낙 엄마가 엄격하셔서 그 흔한 반항 한 번 못해봤고 아비 없는 자식이란 소리 들을까봐 전전긍긍하신 엄마 맘을 알아서 삼남매가 죽어라 공부했습니다. 어찌되었든 겉보기로는 성공한 자식농사인 셈이지요. 다들 남들 부러워하는 대학 나와서 좋은 직장 다니면서 번듯하게 살고 있으니까요.
근데 이렇다 보니 오히려 제 입장에선 결혼하기가 힘들더군요. 선도 많이 봤지만 우리나라같이 여자가 무조건 약자가 되는 결혼시장에서 제가 저런 조건으로 꿀릴 게 뭐가 있겠습니까. 심지어 외모도 정말 멀쩡합니다. 웬만한 남자는 눈에 안 차고, 조금 잘난 사람은 잘난 척하는 게 거슬리고 머 그런 거지요.
그러다가 일 때문에 만난 클라이언트사의 동갑내기 남자 과장과 친해지게 되었습니다. 어릴 때 부모님이 돌아가셔서 할머니 손에서 컸는데 할머니도 얼마 전에 돌아가셔서 지금은 혼자 살고 있다고요. 유일한 가족은 형네 식구들뿐이랍니다. 근데 워낙 사이가 드문드문한가 보더라구요. 두 부부가 같이 횟집을 하는데 새벽에나 끝나니 아예 사이클이 안 맞아서 볼 시간이 잘 없대요. 어릴 때부터 외롭게 자라서 빨리 결혼도 하고 싶어하고 또 성실하게 사고 안 치고 직장생활만 하던 사람이라서 믿음이 갔습니다.
저희 집은 엄마 생각하는 맘이 셋 다 워낙 끔찍한 데다 형제들이 다들 형편도 괜찮고 우애도 좋아서, 시간 되면 같이 여행 다니고 주말이면 모여서 맛있는 거 먹으러 가고 명절에는 아침에 차례만 모시고 그냥 해외여행 갑니다. 형부랑 새언니도 다행히 너무 좋은 분들이라 우리 식구들이랑 잘 맞고요. 제 욕심이겠지만 그래서 저는 진짜 신랑감 조건으로 다른 것보다 이런 우리 집 분위기랑 잘 어울리는 사람이면 좋겠다 생각했습니다. ㅠㅠ
아주아주 속물적인 기준으로 보자면 그 사람은 학벌도 저보다 낮고 모아놓은 돈도 저보다 적고(4000 정도?) 외모도 누가 봐도 호감 가는 스타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제가 못된 건지 시부모님이 안 계시단 게 너무 큰 장점으로 보이더군요. 저희 언니도 남부럽지 않게 시집 잘 갔지만 그렇게 사는 만큼 또 시댁에 엄청 신경 씁니다. 이게 옆에서 보니까, 저는 친언니 입장도 보고 새언니 입장도 보게 되는데 시집이라는 게 정말 서로 잘해야 하는 거더라구요. 서로 배려하고 서로 신경쓰고 서로 비위도 잘 맞춰야 그나마 무난하게 사는 거더라구요.
여튼 여차저차 결혼 얘기까지 나오게 되었고 얻는 게 있으면 포기하는 것도 있어야겠죠? 나이가 몇인데 양손에 쥔 떡이겠습니까. 주변 친구들도 다들 의아스러워 할 정도였지만(심지어 사고쳐서 그런 거면 애 지우고 정신차리란 소리까지 들었습니다) 저는 그 사람의 착한 심성과 성실함과 시댁보다는 우리집에 더 가깝게 지낼 수 있을 거란 걸 믿고 전격 결혼을 추진했습니다. 우리집에선 당연히 탐탁치 않았겠지만 너무 감사하게도 엄마, 오빠, 언니 누구 하나 저한테도 그 사람한테도 한 번도 싫은 내색 하지 않으셨습니다. 엄마가 젤 이뻐라 했던 막내딸이라 실망이 크셨을 텐데도 행복하라고 덕담해주시고 축하해주셨습니다.
문제는 생각지도 않게 형네 집으로 인사 간 날 터졌네요. 어이없게 형수와 형이란 사람이 시부모 노릇을 자처하고 나선 겁니다. 것도 못되먹은 시부모 노릇을요.
당연히 하나밖에 없는 동생이고 그 집에서도 부모 도움도 없이 혼자 벌어서 장가 가는데 얼마나 애틋하겠습니까. 그럼 그냥 우리집처럼 늦게 만나 결혼하는데 둘이만 잘 살아주렴, 하면 그만일 거 같았습니다. 정말 땡전 한푼도 못 보탤 형편이거든요 그 형네 집이.
근데 첫 만남에서 혼수며 예단 운운하고..... 심지어 형수란 사람은 시집와서 제사 지낼 때 뭘 해와야 할지까지 얘기하더군요. 참고로 형이랑 형수는 둘 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그냥 오다가다 만나서 같이 살고 있는데 결혼식도 안 올렸대요. 당연히 그분은 빈몸으로 시집온 거죠. 그러면서 형이란 분은 자기 동생이 학교 때 공부도 잘하고 얼마나 좋은 회사 다니는지 아냐고 하는데...... 제가 훨씬 좋은 학교 나왔고 그 사람보다 연봉도 더 높은데 와..... 시월드란 곳이 원래 그런 건지 그 자리에서 바로 싸가지 없게 반박을 못하겠더라구요. 그냥 네, 네 했습니다 병신같이. 진짜 저 새 옷 사서 완전 차려입고 미장원에서 머리까지 하고 갔는데, 자기들은 장사하다 새벽에 들어와서 그렇다면서 추리닝 꼴로 맞더라구요. 그러면서 저보고 나이가 동갑이라 자기 도련님이 손해라는 둥 외모 가지고도 뭐라 합디다. 키가 크다고.............. 헐............
제가 168에 55 사이즈라 좀 마른 감은 있는데요, 미술 전공하고 꾸미는 거 좋아해서 어디 가서 이쁘단 소리 듣고 살았음 살았지 욕 먹고 살 정도 외모 아닙니다. 형수란 사람은 불과 저랑 두 살 차이인데 그냥 봐서는 한 10년은 차이가 나 보였어요. 인신비하하려는 건 아니지만 그냥 식당 아줌마? ㅠㅠ
여튼 저는 대놓고 이런 얘기하는 예의를 가진 사람들을 듣도보도 못하고 살았습니다. 정말 드라마에나 나오는 줄 알았죠. 제가 시부모님 안 계시다고 좋다 그랬던 게 너무 못된 생각이라서 벌 받나?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또 교묘하게 남친이 없을 때만 저딴 소리를 해서 뭔가 도움을 요청할 수도 없었습니다.
약간 머리가 멍했는데 그래도 결혼이 뭔지 잘 보여야게단 생각에 그 자리에선 별 반발도 못하고 나왔습니다. 나오고 나니 정신이 들면서 너무 억울해지더군요. 우리집은 혹시라도 그 사람 상처받을까봐 아무도 조건 가지고 뭐라 하거나 자존심 다치게 하는 얘기 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한식구가 되어서 너무 기쁘다, 둘이 이쁘게 잘 살아라 다 이런 얘기뿐이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닌 것 같아서 남친한테 그날 제가 들은 얘기들을 조목조목 얘기하였습니다. 남친이 정말 그랬나며 놀라더라고요. 그러면서...... 형네 편을 드는 겁니다. 장사만 해서 세상물정 잘 몰라서 그런다, 그냥 듣고 흘러넘겨라, 니가 이해해라....... 저는진짜 생각할수록 분이 안 풀릴 지경인데 대수롭지 않게 저딴 소리나 하고 있으니 열이 확 받아서 결혼 다시 생각해보자고 했습니다. 다른 것보다 상견례 때 저런 사람들과 우리 가족이 만나는 게 너무너무 죄스럽고 끔찍하더라구요. 저희 엄마가 저런 소릴 듣는다고 생각하면 진짜 상상도 하기 싫습니다.
이 문제 때문에 다투다 결국 헤어지자고 했는데....... 저희 집에선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둘이 싸워서그런 줄 알고 자꾸 절 설득하려고 합니다. 제가 진짜 집안 좋고 조건 좋은 남자도 다 무시하다 제 입으로 결혼하겠다고 데려온 남자라서인지 저희집에서도 잘되었음 했었던 거죠. 그래서 제가 다 얘기해버렸습니다. 내가 그집 가서 이런 소릴 듣고 왔는데 결혼할 수 있겠냐고요.
우리 형부, 오빠 다 난리 났습니다. 엄마는 쓰러지시고요............ 결국 인제 진짜 다 끝난 거죠. 저희 집에선 처녀로 늙어 죽어도 그런 집엔 절대 안 보낸다 모드가 되어서........ 알고 보니 우리집에선 아무도 그 사람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던 거죠. 하나부터 열까지........ 엄마랑 언니는 저 몰래 붙잡고 울기까지 했다는데 제가 좋다는 사람이니까 믿어주자 했었대요.
그러고 났더니 그 사람이 하루가 멀다 하고 찾아와 무릎을 꿇고 빕니다. 자기가 다 버리겠다고, 자기도 형네 안 보고 살아도 그만이라는데.......... 이 사람 하나만 보면 불쌍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고................. 매일 와서 이렇게 비니 점점 더 맘이 약해지네요.
진짜 형네만 안 보고 산다면 저는 결혼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사람이 하두 정에도 약하고 가족의 정 이런 거에도 굶주려 있어서 하나밖에 없는 혈육을 진짜 버릴 수 있나? 싶기도 하고요................................. 형네는 그 가게도 다 빚으로 하는 거라는데 장사 잘 안 되어서 길에 나앉기라도 하면 그거 그냥 두고 볼 수 있을까? 싶기도 하고.................
진짜 시댁 연 끊고 사는 게 가능한가요? 결혼 전에 이런 거 약속받고 하신 분 지금은 어떠신지 들려주실 분 없으신가요? 정말 현실적으로 가능만 하다면 저희끼리 오손도손 살고 저희집 식구들이랑 어울리고 때마다 여행도 가고 둘이 크게 경제적 걱정도 없이 살 수 있을 거 같은데......... 정말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