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늦기전에 정신차려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도다행이지2012.07.09
조회4,281

상견례전에 정신 차리고 파혼했습니다

죄송한데 넋두리좀 하겠습니다 그냥 힘내라 한마디만 해주세요

 

20대중반

사귄지 1년만에 오빠한테 정식으로 청혼을 받았습니다

 

서로 사귈 때 저보다 3살이나 많으면서 간혹 어린애처럼 고집부리거나 말도안되는 생때를 자기의 귀여운 투정이라 포장할때도

술에 취해 연락이 안된 이유로 싸울 때 너때문에 속상해서 친구들과 한잔 한거고 결론은 다 너때문이다라고 무조건 우길때도

데이트 할 때 오늘 부모님이랑 외식하기로 약속했었는데 회사에 일있다고 뻥치고 너 만나러 온거니까 넌 나한테 감사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자랑스레 말할떄도

제가 친구들과 여행갔을때 질투유발이라는 명목하에 여자후배와 술먹고 포옹한 사진을 카톡사진으로 해놨을때도

병신같은 저는 '아 이사람이 날 많이 사랑해서 그런가 보다'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청혼도 수락했고요

 

네 제가 병신같이 굴었습니다

 

청혼 수락후 일주일정도 후에 오빠네 부모님께 인사드리러 갔었습니다

아직 정정하신 할아버님도 부모님이 모시는 모습 보기 좋았어요

저희 집도 아빠가 큰아들이라 조부모님 돌아가시기 전까지 저희집에서 모셨구 제사도 꼬박꼬박 지내는 집안이라 그냥 그 모습에 편안함을 느꼈었죠

그런데 그 자리에서 오빠가 "너도 나랑 결혼하면 우리 부모님 같이 모실꺼지?"하더라구요

갑작스러웠긴해도 오빠가 외아들이라 언젠가는 모셔야된다는 생각 했었거든요

그래서 "나도 그럴 생각이다 하지만 우선 신혼은 알콩달콩하게 지냈으면 좋겠다"라고 했죠

시부모님 되실 분들도 신혼생활을 즐겨야지 벌써부터 노인네들이랑 같이 살 생각부터 하는게 웃긴거다 라고 해주시면서 넘어가주셨고 문제는 오빠가 저 집까지 데려다 주면서 부터예요

(저희집이랑 오빠 자취하는 집은 서울이고 오빠네 부모님은 양평에 거주하심)

 

나는 너가 나랑 결혼하면 일같은거 안하고 집에서 우리 엄마한테 살림이나 배워서 집에있었으면 한다

너 일욕심 너무 많아서 보기 않좋다

너 결혼준비하면서 일그만두면 결혼식에 사람들 별로 안올테니까 결혼하고 3개월 내로 정리해라

그리고 신혼은 무슨 신혼이냐 우리 할아버지 평생소원이 3대가 한집에서 자기 살림들 꾸려나가며 사는거니 소원 들어드리자 언제 돌아가실지도 모르는 불쌍한 노인네다

우리할아버지 돌아가시면 분명히 내앞으로 재산 남기실텐데 그럼 그게 니꺼 아니냐(오빠네 부모님이 게시는 양평집이 할어버님 소유고 젊을 때 부터 약사일 하셔서 재산이 꽤 많으시다고 들었어요)

그러니 불평불만 하지말고 좀 같이살면서 부모님한테 잘하고 할아버지 말동무도 해드리고 집안일도 잘하고

 

뭐 차안에서 계속 저런말을 하더라구요

전 그때 정말 정신을 차렸습니다

제가 여태 병신같이 행동한걸 깨닫고

이남자가 날 식모살이 시키려는구나 하는것도 깨달았습니다

오빠네 인사드리고 그 다음주말엔 우리집 인사드리고 상견례 날짜 정하기로 했는데

그 자리에서 우리 결혼 좀 더 생각해 보자고 하고 그냥 차에서 내려서 지하철타고 타고 집왔습니다

집 와서 실컷 울고 실컷 잔다음에 저희 부모님께 다 말씀드리고 이 결혼 안하겠다고 결론까지 정하고

오빠랑 페이스북 연인관계 표시한거 지우고 친구삭제하고 타임라인 다 친구공개로 전환하고

오빠번호 지우고 폰번호 바꾸고 카톡 탈퇴후 재가입하고 오빠가 알고있는 제 친구들한테 혹시라도 번호 물어보면 너도 모른다고 하고 넘어가라고 신신당부하고 벌써 2주째네요

 

제가 갑자기 이렇게 돌변한거에 오빠는 당황감이 큰지 제 친구를 통해서 계속 만나서 얘기좀 하자고 피하는게 능사는 아니라고 말하는데...

사실 아직 고민이예요

만나서 다 쏘아붙치고 너 쓰레기라고 욕을 해줄까

아니면 이렇게 지금까지 한대로 연락 계속 끊고 살까...

 

후...

어찌되었든 전 제가 지금이라도 정신 차려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왜 여태 근 1년을 얼빠진년처럼 굴었는지...

 

넋두리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