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화나면 물불안가리는 여친, 사실은 제가 그 여친입니다.

이제그만2012.07.10
조회38,152

처음 원글입니다.. http://pann.nate.com/talk/316207671

 

열댓 분들이 남겨주신 댓글들 잘 보았어요..

덕분에 한 가지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요.. 이 결시친판은 여자만 글을 쓸 수 있는거더군요..

남자들, 이제 여자 주민번호까지 도용해가면서 꾸역꾸역 이곳에 들어와서 글쓴다라고 하신분.. 표현때문에 죄송한 말씀이긴 하지만 슬그머니 웃었네요..

 

사실 제가 그 여친이에요.

제 글에 진심으로 의견과 조언 남겨주신 분들께 성별을 속여서 죄송하다는 말씀 먼저 전합니다..

전남자친구의 눈으로 본 내모습은 이랬겠지.. 적어내려가면서 반성도 하고.. 

제삼자의 시각에서는 내 모습이 어떻게 비춰질까.. 궁금하기도 하고, 또 따끔한 소리도 듣고 싶었어요..

 

하지만 저도 사람인지라 가장 제 마음을 어루만져줬던건 위로의 댓글이었네요..

여친이 처음부터 그랬냐고, 처음에 환하게 웃어주던 여친 모습이 그립다면 진지하게 귀를 열고 제발 이야기를 들어봐달라는 베플님 글을 보고, 아, 내 입장을 이해해주는 사람도 있구나,, 하고 가슴이 뭉클해졌어요..

얼마전에 헤어졌던날 싸웠을때, 전남친에게 제가 제 입장을 얘기했을때, 듣더니 자기는 이해가 안된다고 냉정하게 말하고 입을 닫아버리던 그 모습이 생각나서 더 이 댓글이 위로가 되었네요.. 감사합니다..

 

물론 이외에도 여러가지 댓글이 있었어요.

다른 게시판에도 같은 글을 남겼었는데, 그렇게 드센 여자는 혼자살아야 한다는 등...^^;; 나중에 혼자살지 않으려면 얼른 성격 유순하게 고쳐야겠네요..^^;;;

 

댓글들을 읽고 마음을 더 정리할 수 있었어요. 아직은 혼자라는 사실이 익숙치않지만,,

다시 만나더라도 전남친과 제 모습이 그다지 달라져있을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요..

 

스스로 제가 잘못했던 점들을 알지만,, 그래도 먼저 이해받고 싶고 배려받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주위에 있는 선배 한명이 그러더라구요. 

먼저 배려하려 하고 먼저 이해하려 하고 먼저 주려고 해야지 다툼이 없고 평안하다고.. 그래야 진짜로 연애를 할 수 있는거라고..

 

솔직히.. 그걸 왜 모르겠어요...

 

지금와 저를 돌이켜보면 이제까지 몇 번의 연애를 해오면서 저도 모르게 회의적이 된 것 같기도 해요.. 저도 모르는 사이에 '네가 그렇게 나를 대해준다면, 나도 그렇게 널 대할게' 이런 맘을 가진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나이를 한살 두살 먹어간다는게 사랑에 있어서도 그만큼 용기를 잃게 되기 쉬운거같아요.. 내가 상처받기 싫어서 점점 더 받기만 하려하고 내 깊은 곳에 있는 맘은 열어서 꺼내보이기가 힘들어지네요..

 

그동안 몇번의 헤어짐이 있었는데 그때마다 내가 잘해주지 못했던 것이 생각나서 너무 미안했고, 더 잘해주고 싶어서 붙잡았었지만.. 결국은 한걸음도 나아지지 못했네요..

시간이 필요한 것일수도 있겠고, 전남친과 제가 맞지 않는 걸 수도 있겠죠..

하지만 중요한 건 서로가 지금 지쳐있고,, 여러번의 헤어짐이 있었던 만큼 이별에도 서로 무뎌졌다는 사실이겠지요..

 

어제는 솔직히 지난날을 되돌아보면서, 내가 잡았기 때문에 이 만남이 유지되어 온 게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면서 분노가 치밀기도 했었어요..

나처럼 무뎌할테고, 내게 다시 돌아오지 않을 사람이라는 걸 알기에, 얼른 딛고 일어서려 합니다.

 

아직은 혼자라는 사실이 익숙치않고,,

그동안 내 남친으로 있을 때 내남자 기 하나 제대로 세워주지 못하고, 내남자가 최고라는 칭찬도 입에 붙지않아 하지 못하고, 여우같이 굴어 세상을 다 가진것 처럼 행복하게 해주지 못한 것이 미안하고,

경제적으로도 많은 짐을 진 것 같아 헤어져서도 맘이 마냥 편하지 않고 나중에 뭐라도 챙겨줘야 할 것 같고,

편입을 하거나 유학을 가려했을때 그 길을 막은것도 헤어진 상황에서 되돌아보니 너무 미안하고,

자취를 함에도 별로 챙겨주지 못하고 언제나 내가 하고 싶은거, 먹고 싶은거 내 위주로 요구해서 미안하지만..

 

그렇게 미안함이 많아서 또 붙잡고 싶지가 않네요.

다시 내곁에 두어도 내가 더 크지 않는 한 더 잘해주지 못할 거 같아서요.

 

진짜 연인이라면 헤어졌을때 애틋함, 그리움이 있어야 하는데,

과연 지난날 내 모습에서 그 애틋함, 그리움을 느낄만한 구석이 하나라도 있었을까.. 싶은게 무엇보다도 슬프고,

또 연애 초에 남친이 제가 어떤 행동을 했을때(기억조차 나지 않네요), 행복하다는 표현의 말로 '녹는다'라는 말을 했었는데, 문득 그 말을 들어보았던게 언제였지.. 그 표현 자체를 잊고 살았는데.. 하는 기억에 가슴이 아렸네요..

 

더이상 제가 남친의 맘에 남아있지 않다는 사실이 슬프고, 그런 표현이 안나오게끔, 그런 느낌이 안 들만큼 변해버린 제 모습이 슬픕니다..

 

하지만 지금은 전남친을 잊는 것이 먼저이기 때문에, 제게 잘못했던 일들, 섭섭하게 했던 일들, 나빴던 기억들만 떠올리려구요..

헤어진 첫째날, 무덤덤했고, 둘째날, 평상시 싸웠을때 제 모습처럼 눈물이 났고, 셋째날, 화까지 났으니, 이제 정말로 잊을일만 남았네요..

 

----------------------------------------------------------------------------------------

며칠전에 네가 그랬지? 밤에 잠깐 우리 집앞으로 와서 얼굴만 보고 간다고 했던 날.. 비가 오길래 내가 먼저 연락해서 올 수 있겠냐고 물으니까 조금씩 말을 흐리더니 '그럼 나 좀 살려줄래?' 했던 말..

나 보러오지 않는게 너 살려주는거냐고.. 왜 표현을 그렇게 하냐고 그날도 내가 방방 뛰었잖아.. 

 

내가 바라는 네 모습은, 너가 힘들때 '네 얼굴 보면서 산다'고 말해주는 모습인데, 너는 열에 아홉은 휴식을 취하고 너 혼자 있고 너 할 거 해야지 스스로 안정되고 나아졌던 것 같아..

 

이제 진짜 살려줄게. 너가 하고 싶은대로 터치 안받고 간섭 안받고 그렇게 자유롭게 살아.            

     

택시타면 넉넉잡아 10분 정도 걸리고, 버스타면 빠르면 20분, 느리면 40분정도 걸리는 거리에 살았던 너랑 나. 거의 내가 그곳으로 같던 것 같은데, 언제나 나는 그 거리가 멀지 않았고 가는길이 힘들지 않았는데, 언제나 이 거리가 멀다고 말하는 너를 보면서 언젠가부터 나도 너를 보러가는 그 길이 멀고 힘들게 느껴졌던 것 같아.

 

이쯤에서 그만하기.. 정말 잘 한 것 같아. 나도 그렇게 생각해.

----------------------------------------------------------------------------------------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냥 산속에서 메아리를 외치는 것처럼, 닿지 못할 내용이더라도 이렇게 제 맘을 표현하면 더 후련해질거같아서 마지막으로 한번 더 글을 적었네요..

어쩌면 방탈일지도 모르는 글.. 너그러이 봐주세요..

여러분들은 예쁜 사랑하셔서 가정에 행복이 깃들길 바랄게요..

저도 다음번엔 더 예쁜 사랑하고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