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이 지적장애 판단을 받았습니다.

답답2012.07.11
조회1,537

 

 

게시판이 어긋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마땅한 곳이 없어 이 곳에 올려봅니다.

양해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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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곧 수능을 앞둔 19살 수험생입니다.

판을 즐겨보기만 했지 글을, 그것도 이런 글을 쓰는 것은 처음이라 어떻게 시작해야 할 지 모르겠네요.

 

먼저, 집안 이야기부터 시작하자면,

제 친가는 할아버지, 할머니, 큰아빠, 큰고모, 작은고모 순서로 저희 아빠가 막내이십니다.

부모님은 19년 전에 저를 가지고 결혼하셨는데 그 당시 아빠는 스물여섯이셨고 엄마는 스물셋이셨습니다. 결혼은 나름 순조롭게 이루어졌지만 문제는 결혼을 하고 나서부터 시작되었던 것 같아요. 저희 할머니는 옛날 분들 중에서도 심한 남아선호사상을 가지고 계십니다. 그래서 큰아빠가 장남인지라 큰엄마께서 아들문제로 이런 저런 고생이 많으셨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결국엔 딸 둘에 아들 하나를 두셨지만요.

 

시골은 강원도에 위치하고 있는데, 제가 일곱살 때 즈음 저희 세 가족은 아빠에 의해서 강원도로 이사갔습니다. 그러다보니 엄마 입장에서 시댁과 가까워진 셈이 되었는데 그와 비례하여 엄마의 스트레스도 이만 저만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일단 할머니는 저희 집에 연락 없이 수시로 들이닥치셨고, 툭하면 엄마에게 아들을 낳으라고 무언의 압박을 주셨고, 딸인 저와 여동생에게 서운한 태도를 보여주셨습니다. 저야 어릴 때라 아무 기억도 없지만 엄마에게는 소중한 두 자식이 손주 대접도 제대로 못 받아서 가슴에 한이 맺히신 것 같습니다. 거기다 할머니는 남들을 잘 헤아리지 못하고 자기 고집이 굉장히 강하셔서 무조건 당신 위주로 일이 돌아가야 하고, 무슨 말을 하셔서 그 말대로 일을 수행하면 후에 말을 쉽게 바꾸기도 하셨답니다. 엄마는 웃어른 공경을 무척 중요하게 여기셔서 감히 시어머니께 말대답, 대드는 건 상상도 못해보고 그저 속으로 끙끙 참으셨대요. 저희 엄마 성격은 본래 직설적이고 당차고 여장부 스타일이시거든요. 개중에서도 가장 미칠 것 같았던 것은 할머니가 마치 양 귀를 막고 있는 듯 남의 말은 안 듣고 오로지 본인 말만 하셨다는 거예요. 이렇다보니 저희 엄마에게 화병이 생기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었고, 그 해에 태어난 제 동생이 또 딸이라 할머니는 엄마에게 상처가 될 말들을 일상에서 사소한 말하듯 툭툭 던지셨다고 해요. 엄마가 혼자 이렇게 고군분투 하는데 아빠는 젊고 철없을 때라 엄마를 신경쓰지 못하시고.... 결국 엄마 혼자 수원으로 도망치셨는데, 그제야 아빠가 따라가 엄마를 다독여 지금 이렇게 무사히 저희 가족이 살고 있습니다. 그 때 이후로 저는 물론, 가족 모두가 대략 7년동안 한 번도 시골에 내려간 적도, 연락한 적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중학교 1학년 때 할머니 칠순잔치 때문에 강원도에 다녀온 이후로 요즘은 아주 가끔씩 연락도 하고 맘 내킬 때 시골로 내려가기도 합니다.

 

이렇게 연락도 끊고 살아왔었지만 엄마는 항상 술을 마시고 나면 아빠와 할머니 일로 매일매일 다투셨고, 제가 어릴 때는 항상 방에 문 닫고 앉아서 엄마아빠 이혼하지 말라고 서럽게 울던 일들이 생각나네요. 요즘은 할머니 일로 싸우시는 일이 줄어들고 저도 클만큼 큰지라 더 이상 신경을 안 쓰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일은 갑자기 터진다고,

저와 제 동생은 여섯살 차이가 납니다. 근데 이 녀석이 언젠가부터 자신감과 자존감이 없는 것 같고.. 사회성이 결여된 것 같고.. 뭔가 좀 부정적이고 말도 더럽게 안 들어서 엄마와 트러블이 계속 일어났습니다. 그러다 최근에는 '얘가 아무래도 좀 다른 또래들보다 다른 것 같다. 심리 치료를 받아봐야겠다.' 라는 생각이 저희 가족에게 들어서 마침 학교에서 지원이 들어와 병원과 심리 상담소에 다녀왔고 바로 그저께, 여러 검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엄마 표정이 별로 안 좋길래 제가 결과가 어떻게 나왔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엄마가 한숨을 푹 쉬시면서 생각했던 것보다 매우 심각하게 나왔다고 하시더군요. 계속 물어본 끝에 들은 결과는, 제 동생에게 '지적장애와 ADHD' 가 존재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진짜 남 얘기인줄로만 알았던 지적장애가 제 동생에게 찾아왔다니 좀 충격이었습니다.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거기 나와있는 모든 증상이 여태껏 동생이 보였던 증상들이더라구요. 항상 자기중심적이고, 남을 이해못하고, 참을성 없이 대화 중에 마구 끼어들고, 남들이 기본적으로 알고 있는 것들을 모르고, 진득히 앉아서 숙제도 못하고..... 그 동안 동생에게 매정하게 대해왔던 게 미안해서 오늘은 항상 뱉어내던 차갑고 상처주는 말들을 하지 못했고, 안 했습니다. 제가 이정돈데 부모인 엄마는 오죽하셨겠습니까.

 

그런데 여기서 더 문제인 것은 제 동생이 선천적으로 그런 기질을 타고 태어났으며, 그것이 유전이라는 것입니다. 엄마는 그 유전요인이 할머니로부터 내려왔다고 판단하셨고, 오늘 아빠와 또 싸우셨습니다. 전부터 할머니가 인격장애라고 말씀하시곤 했는데, 병원에서 진단 받은 적은 없고.. 그냥 큰 고모도 당신 어머니가 남들과는 좀 다르다고 인정하셨다고 하네요. 엄마는 오늘 불같이 화를 내셨고 아빠도 평소엔 당신 가족들에게 무심하고 무관심하셨지만 팔은 안으로 굽어서인지 온전히 엄마 편을 들어주지 않으셔서 종국엔 엄마가 아빠에게 이혼하자고 하셨습니다.

 

엄마는 자꾸 할머니가 손주에게 물려줄 게 없어서 이런 걸 물려준다며 속상해 하시고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계십니다. 하지만 제가 답답한 것은 이미 엎질러진 물이고, 애가 이 상태이니 치료하고 앞 날을 걱정해도 모자랄 판에 엄마가 자꾸 원인분석만 하고 남탓만 하고 계신다는 거죠. 그러면서 당신은 남탓은 안 한다 하시고.. 아빠가 할머니 편을 든다고 같이 못 살겠다 하고 화가 나셔서 지금 친구만나러 나가셨습니다.

 

 

 

하, 너무 답답해서 횡설수설 적었는데.. 잘 이해가 되실지 모르겠습니다.

다만 제가 글을 올린 것은 다름이 아니라 저와 제 가족들이 이제 동생에게 어떻게 해줘야 할지... 할머니에 대한 엄마의 저 또 다른 분노를 어떻게 잠재워드려야 할지.. 등에 대한 조언을 얻고자 올렸습니다.

할머니에 대한 엄마의 상처는 아마 평생 지속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엄마가 동생의 일보다 할머니와 아빠, 그리고 아빠 가족들에 대한 조금 사그라졌던 분노를 다시 키우시고 있는 거 같아 걱정이 되고 답답합니다.

 

 

 

 많이 읽어주시고 조언 해주시길 바라는 마음에 제목을 좀 자극적으로 적은 점 죄송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고, 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