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왕절개 할 경우, 택일... 정말 이렇게까지 필요한건가요..

짜증2012.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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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전 출산예정일이 채 한 달도 남지 않은 만삭의 임산부^^; 예요.

(적다보니 글이 너무 길어져서;; 지루하실 것 같은 분들은 미리 패스 해주시길 바래요^^;)

자연분만을 할 꺼라고 정말 당연히 생각했기에.. 제왕절개 하게 되리라곤 생각도 하지 않았는데

아들래미가 머리를 밑으로 돌릴 생각을 전혀 하지 않고 있어서 ㅠㅠ

다음 검진일엔 수술 날짜 잡기로 하고, 어제 병원 방문 했더랬습니다.

 

사실 34주 넘어서면서 제왕절개 이야기 나왔을 때부터 좀 심란했었어요.

저나 신랑 모두 사주팔자는

(통계학에 의거한 거라서 어느 정도 신빙성은 있는 거라지만) 그다지 믿는 성격이 아닙니다.

그래서 저희가 생각했던 가장 적당할 것 같은 날짜는

제 몸 컨디션이 괜찮은 날 + 담당과장님 피로가 최소한 일 날 이라고 생각 해 왔었고

38-39주 쯤 해서 과장님 권해주시는 날 중에 저희가 선택하려고 했었는데.. 저희 어머님께서

그러는 거 아니라고, 자연분만이면 몰라도 기왕 수술할 거 좋은 날짜 받아서 하는 게 좋은거라고,

하시면서 잘 아는 스님께 날짜 받아보겠다고 하시길래,

그럼 어머님 말씀 따르자... 고 했습니다.

 

그런데 날짜를 뽑는데 좋은 날이 도통 나오질 않아서

그나마 괜찮은 날로 3개 뽑아본 게 7월 9일 / 7월 29일 / 7월 19일 이었고

그 중 가장 좋은 날이 7월 9일이니까, 그 날 하면 안되겠냐고 하시더군요.

그 때가 35주 갓 지났을 무렵이어서 너무 빨라서 안 된다고 말씀드렸더니,

옛날엔 칠삭둥이, 팔삭둥이도 잘만 낳았다~ 늬 신랑도 지금 계산을 해 보니 거의 35주에 낳은 거다~

하시더군요-_- 신랑 태어났을 적 몸무게가 3.6kg 로 들었었는데 35주라는 날짜는 도대체 어느 계산법으로 나온 건지 모르겠어요;

산부인과 과장님은 당연히 너무 일러서 안된다고 하셨고,

저희 신랑도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냐고- 어머님께 큰 소리 내서

일단 그 날 패스했었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로 좋은 29일..

과장님께선 일요일이라서 예약 자체가 안되기도 하지만, 제왕절개 할 때 출산일에 너무 가깝게 잡는 것도 좋지 않다고 하시더라구요. 29일로 예약을 해 놓는다 해도 그 전에 진통오거나, 양수가 터져서 응급으로 수술하게 되는 경우도 적지 않으니.. 기왕 수술하는 거 안전하게 18일이나 25일 사이에 잡아서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라는 소견 내주시더군요.

그래서 이 날도 안 되겠으니 19일로 해야겠다고 어머님께 말씀드렸습니다.

그러자마자 의사 왜 그리 매정하냐, 그래도 자기가 열달동안을 봐 온 산모고, 아기인데.. 분명히 일요일이라고 자기 귀찮아서 수술 안 해주려는거다... 하시더군요.

그 소리 듣자마자 짜증이 확- 밀려왔지만,

잘 아시는 스님이었기에 거의 이틀을 마주보고 앉아서 날짜 뽑으신거고,

본인 좋자고 그러는 것도 아니니, 일단 한 번 더 참고 설명드렸습니다.

그러니, '좋다, 그럼 19일밖에 없는데 그 날 받아온 시간이 오전 5시에서 7시 사이다. 그 시간대에 의사가 수술해주겠다고 하는지 물어봐라.' 하시더군요.

 

세 번째로 좋은 19일..

이 날은 임신주수로도 안정권에 들고, 평일이기도 하니 괜찮겠다- 싶었는데

이번엔 시간이 문제네요..

과장님께 시간 말씀드리니 난감한 표정 지으시고..

이 시간에 하려면 본인께서 하긴 힘들고, 당직의 선생님이 하셔야할꺼다.. 그러니 집안 어른분들과 다시 한 번 상의 해 보라..하시더라구요.

순간 또 짜증이 났습니다.

저는 의사 선생님들 실력이야 다 좋으실테니 어느 분께서 해 주셔도 잘 해 주시겠지만

기왕 받는 거 제 담당의 과장님께 받고싶었었고,

제 신랑은 당직의가 하는 수술 자체를 받기 싫다고 하더군요.

본인도 일하면서 당직 서 봐서 알지만, 당직근무 끝날 때 쯤인 그 시간이 얼마나 피곤한 시간인데..

요즘 수술은 다들 잘 된다고들 하지만 산모랑 아기, 두 명의 목숨을 담보로 한 수술인데

담당의가 하지는 못하더라도, 당직의에게는 절대 받지 않을꺼라더군요.

그리고 이 떄부터 이 문제로 어머님과 저희 신랑.. 전화로 싸우기 시작했습니다.

신랑이 자꾸 소리지르면서 화를 내자, 결국 어머님께서 '늬 새끼 문제 이제 니가 알아서 해라' 하고

전화를 툭 끊으셨다는데, 그 다음 날 또 전화 와서

'타고나는 사주라는 게 그렇게 무시할 만한 게 아니다. 그리고 다 태어날 아기 좋자고 하는 건데

너랑 나랑 이렇게 소리지르고 싸울 필요가 전혀 없는 문제다' 라고 하셨다네요.

그리고 저에게 전화와선

'그 의사 도대체 뭐냐, 왜 그리 매정하냐. 아무리 그래도 열 달동안 봐온 산모고, 아기인데 조금 일찍 출근해서 수술 해 주면 내가 어련히 알아서 얼마라도 더 챙겨줄텐데.. 젊은 너희들이 가서 말을 하니 도통 알아먹질 못하는거다.. 다음에 내가 가서 한 번 만나서 이야기 해 봐야겠다' 하시네요.

정말 어이가 없어서 말도 나오지 않더라구요.

저 같아도 안된다 하겠다, 아무리 우리 입장이 중요하고 아기 사주가 중요하다고 해도 병원에서 정한 룰이 있으면 우리가 그 룰에 따라야하는 게 맞는거다, 그 의사 입장에서 보면 우리가 유별나고 이상한 거라고

말씀을 드려도 알아들으시는 둥, 마시는 둥 -_-

 

이렇게 투닥거리는 걸로 2주 가까이 시간 보냈고

신랑과 저 모두 지쳐서.. 좋은 게 좋은 거라고 하니.. 당직의에게라도 수술 받더라도 그 시간에 하자..고 의견 모았습니다. (지치기도 했지만 앞으로의 날 생각하니 더 피곤했거든요. 저희 고집대로 했다가 어디 가서 사주 안 좋더라는 소리만 나왔다하면, 그리고 아이 생일 때마다 이 소리 하실 것 같아서요..)

그리고 어제 산부인과 가서 당직의 선생님께라도 예약 해 달라.. 하니

20일만 되어도 본인이 당직근무 서는 날이라서 괜찮을텐데.. 하시며 과장님께서 설명을 해주시더라구요..

<사실 시간대가 5-7시라는 것 자체가 상당히 힘든 시간대다.. 

수술을 하게 되면 의사 하나만 붙어서서 될 게 아니라

마취과 과장, 소아과 전문의 까지 같이 합의해서 진행을 해야하는데

응급환자가 얼마나 들어올지도 모르고, 당직을 서 봐서 알지만 오전이라도 자연분만 해야하는 상황이 많다.. 그러니 우리 의사들끼리 왠만하면 새벽시간에 수술예약을 잡는 건 피하는 게 솔직한 실정이다..

그래도 굳이 그 날 해야한다고 하면 일단 알아는 보겠지만.. 다시 한 번 상의 해 볼 수 없겠냐> 고

하시대요..

그래서 신랑도 상황설명하고, 더 이상 조율이 될 것 같지 않으니 이 날로 알아봐달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전화로 알아봐주셨는데

그 날 당직 서는 분도 오프..

그 날 당직 서는 마취과 과장님도 오프.. 라서 정확한 건 내일 전화로 다시 상담하기로 했네요.

 

진료 받고 나오자마자 폭풍눈물이 났습니다.

제왕절개 해야한다는 소리 듣고나서부터 너무 우울해서 한 동안 질질 짤면서 지내다가

그래도 건강하게 나온다니.. 그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다 싶어 마음 겨우 다잡은지 얼마 지나지 않아

또 이 일 때문에 골치가 아파오니 짜증밖에 나질 않네요..

도대체 무슨 부귀영화를 품에 안고 나오게 하겠다고 이 난리를 피우는건지..

답답한 마음에 친정엄마께 하소연하자, 엄마도 날짜 잡으러 가 봤지만

저희 엄마가 간 곳에서는 좋은 날짜 안 나온다고.. 안 잡아주더라네요.. 애기 아빠가 정하는 날짜에 하면 그게 좋은 날짜일꺼라고 했답니다..

계속 울어대니 신랑은 자기가 미안하다고.. 내가 욕심많은 엄마를 둬서 그런거라고.. 그래도 다 아기 위해서, 그리고 우리 위해서 그러시는건데.. 내가 니 입장이라도 울 엄마 참 별나다싶고 밉겠지만.. 그래도 너무 미워하진 마라고.. 하더군요.

신랑 말 마따나 차라리 본인 위해서 그 날 고집하시는거면 한 소리라도 하겠는데

다 너희를 위한 일이라고 하시니.. 정말 할 말도 없고, 신랑에게도 더 이상 쓴소리 하질 못하겠네요..

친정엄마도 늬들 위해서 그러시는걸테니 참으라.. 하시면서도 그래도 담당의 출근 할 시간에라도 받으면 참 좋을텐데.. 라고 하시면서 걱정스러워 하시구요..

 

정말 겨우 가다듬었던 마음.. 다시 처음부터 짜증스러워지기 시작하면서

'넌 왜 똑바로 자리 안 잡아서 이렇게 엄마아빠 속상하게 하냐..' 고 애꿎은 애기한테 한 소리 하다가

태동하는 거 보고 다시 '미안해.. 엄마가 괜히 니 탓으로 돌려서 미안하다..' 고 반복하게 되네요.

휴가내셨다고 이번 주말에 올라오셨다가 수술 후에 아기 보고, 저 깨어나는 거 보고 다시 내려가신다는데.. 맘같아서는 진짜 어머님 얼굴도 뵙기가 싫어져요..

외아들 유별나게 키우셨던 버릇, 손주까지 이어가게 생겼네 부터 시작해서..

도무지 좋은 마음이 생기지가 않네요..

 

내일이 되면 어떻게든 결정이 나겠지만

시어머니 탓도, 신랑 탓도 할 수 없는 상황에

자려고 누우니 답답한 마음에 한숨밖에 나오질 않아서 이렇게 글이라도 남겨봅니다.

혹여라도 저처럼.. 새벽 시간에 (고집부려서ㅜㅜ) 제왕절개 하신 분 계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