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년이 첩질 못본다고 했었지

보고싶다진아2012.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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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진아 잘 사니.

 

뭐 무신론자라서 사후세계, 천당, 지옥 이런거 안믿기는 하는데 영혼이라는 것이 존재해서 네가 어딘가 머물고 있다면 그곳에서는 좀 평범하고 편안하게 지냈으면 좋겠다.

 

우리가 스물세살때 알았나? 그 때 넌 이미 아이 엄마였으니 참 결혼 빨리도 했었네.

 

뭐가 그리 급했던지 거참.

 

우리가 처음 알았을때부터 8년이나 지났네. 네 아이 초등학생이다. 벌써. 세월 참 빨라. 아직도 침흘리개로밖에 기억에 안남아 있어서 말이지.

 

오늘 말야 네 동생한테 청첩장이 도착했네. 그래서 예전에 들었던 너의 그 판타스틱했던 전남편 소식이 생각나서. 물론 넌 듣고 싶지 않겠지. 그 인간들 안보겠다고 독하게 애놔두고 죽은 년이 바로 너 아니냐.

 

그 놈아 쫄쫄이 망했단다. 원래 개털이라 망할것도 없는데 지금껏 다니던 회사에서도 짤렸데. 얘기 들어보니 가관이더라.

 

그새끼 너랑 살때도 첩년 들였던 개자식이잖아. 200만원 남짓 하던 월급으로 두집살림 하느라 너 분유값도 없어서 쩔쩔 매게 만들었던 새끼잖아.

 

너 죽고 나서 6개월 지나자마자 그 첩년이랑 살림차린 더러운 새끼......

 

뭐가 좋아서 그런 쓰레기랑 결혼해서 한창일때 그렇게 허무하게 가고 그래.

 

그런다고 너에게 남는게 뭐가 있었니. 그 뻔뻔한 인간들 인두겁 탈쓰고 너무 너무 편안하게 살아가더라.

 

그래도 지 버릇 개 못준다고 했었잖아. 그 첩년 두고 언감생심, 거래처 회사 사장 따님한테 껄떡거린 모양이더라.

 

그새끼 생긴건 반반하고 언변은 오죽좋냐. 완벽하게 총각 행세 하면서 회사 사장따님 홀린 모양이데.

 

근데 너도 알다시피 그 첩년 성깔 또 장난 아니잖아. 지가 첩년인데도 네 머리잡고 쥐어뜯어 놓고도 당당하던 년이니까.

 

너한테 했던 것처럼 사장따님한테도 한바탕 한 모양이데. 게다가 거래처니 어쩌겠니. 그 놈 하나 때문에 주 거래처였던 회사 하나 날려먹었으니 그새끼 회사에서 그 놈이 좋게 보이겠니.

 

회사에서 자르면 실업급여 줘야 하니까 사표 쓰라고 해서 받아냈데.

 

그 나이에 그 월급 줄만한 회사 다시 들어갈 수 있을까? 게다가 거래처 회사 사장님은 얼마나 화가 났겠어.

 

동종업계에 엄포를 놨다네. 그 새끼 받아주는 회사 있으면 거래 안할거라고. 뭐.. 그 회사랑 거래 안하면 끝이긴 하지만 워낙 사생활이 더티했으니 받아주는 회사가 있을까 싶다. 솔직히 그런 치정극 재미는 있다만 뒷맛은 쓰니까.

 

스물셋에 알아서 스물 다섯에 너 보내고.. 난 지금 서른 하나.

 

참 낯선 숫자들이네.

 

그거 아니. 넌 참 나쁜년인거.

 

나한테는 견뎌보겠다고 아이 세살만 되면 양육권에 친권 모두 뺏어서 보란듯이 키워보겠다고 해놓고, 그 말한 다음날 죽어? 넌 정말 나쁜 친구고, 나쁜 엄마고, 나쁜 딸이고, 나쁜 동생이고, 나쁜 누나였다.

 

니 아들, 니가 없으니 니네 시댁에서 보란듯이 데려가더라. 그 꼴 보려고 죽었니. 네 어머니 말리다가 쓰러지시고 니 동생 그 쓰레기 때렸다고 경찰서 폭행죄로 들어가고 아이는 엄마 보고 싶어서 울고...

 

아수라장도 그런 아수라장이 없었어.

 

법이라는게 참 더럽더라. 엄마가 없으니 친정이 살만해도 친권, 양육권 다 아빠한테 가더라고.

 

그 더러운 인간, 그 추잡한 첩년 네 자식 얼마나 박대 했는지 니 동생이 이 악물고 데려왔을때는 피골이 상접해 있더란다. 넌 그 꼴 보면서 속이 시원했을까.

 

넌 정말 나쁜년이야. 몹쓸년이고....

 

니 아들, 일곱살때 니 동생이 데려왔어. 니 동생, 정말 이 악물고 공부해서 공무원 시험 합격했을때 그 때 데려왔어. 5년 걸렸어. 군대에 대학생활에 일정이 빠듯했어도.. 니 동생 해내더라.

 

22살 청년이 하고 싶은게 얼마나 많았겠어. 그거 다 포기하고 불쌍하고 억울하게 죽은 누나 아들이 그런 버러지같은 것들 밑에서 자라는게 천불이 나서 재판하고 소송하고 항소하고 그렇게 데려왔다. 네 아들.

 

연애도 못했어. 니 동생 나한테 그러더라. 자기는 결혼 안하고 니 아들 키우면서 혼자 살거라고.

 

엄마 자리는 누나 외엔 누구도 채워줄 수 없는 부분이니까 정말 최선을 다해서 키우겠다고.

 

마음이 아파도 다른 여자에게 그런 힘든 처지 함께 해달라고 하는 건 못할 짓이니까 평생 독신으로 늙어가겠다고.

 

그런 네 동생을 이해하고 받아들여준 여자와 사돈어르신들이 계셨나봐.

 

그 청첩장 봉투 들고 한참을 울었다 내가.

 

그 여자분이랑.. 사돈 어르신들이 감사해서 한참을 울었어 내가.

 

미진아, 넌 정말 나쁜년이고 몹쓸년이야.

 

그래도 참 많이 보고 싶다.

 

그 놈들 너 죽도록 괴롭힌 벌 받는 거지.

 

이번주에 네 동생 결혼식이야.

 

축복해주러 꼭 가려고. 가는 길에 납골당에도 들를게.

 

일요일날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