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주부는 민폐에, 식충이에, 잉여인간인 것 같아요

민폐2012.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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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자존감이 없네요. 전업주부로써.

 

그렇게 취급받는것도 아닌데 제가 잉여인간같아요. 

 

가끔 남편이 무시하는 말 던지고 살림에 잔소리 하고 회사일 힘들어죽겠다며 좀 잘해달라고 할때마다

 

내가 남편 등에 빨대 꼽아 피빨아먹고 사는 기생충 같이 느껴지네요....

 

이 기분..자존심상해서 다른 사람에게 티도 못내요...

 

 

명문대에 좋은 과 나와서 공기업 다니다 너무 비전이 안보여서 대기업으로 이직했다가

 

자격증도 따고 외국어도 3개씩 배우고 회사에서 하라는 연수는 죄다 일등하려고 덤비고

 

내 주변의 누가 연봉 더 받는다더라 어디로 스카웃됬다더라 이번에 승진했다더라 이런 얘기 들으면

 

쿨~한척 하다가도 집에 와서는 괜히 신경질 팍팍 내면서 인터넷으로 더 조건 좋은 회사 찾는.... 

 

집안의 잘난 뇬(?)으로 엄마의 자랑거리로 그렇게 살면서

 

살림을 돕기는 커녕 내 속옷 하나도 엄마더러 어딨냐고 물어보고

 

내 방 이불 한번 내 손으로 개 본적이 없어도..늘 퇴근하면 깨끗하게 정리된 방이 당연했던 나.........

 

결혼하고 나서도 신혼집에 먼지가 공처럼 뭉쳐서 굴러다녀도

 

청소기 돌리느니 당장 헬스클럽가서 운동하고 오는게 더 당연했었죠. 

 

집안일은 엄마에게 전화해서, 엄마가 좀 일 잘 하는 파출부 구해서 보내줘, 하면 끝이었구요.............

 

영원히 그렇게 살 줄 알았었죠.

 

엄마는 그런 나더러 평생 결혼하지 말고 연애나 하면서 니 인생 즐겨라, 하셨고

 

절대로 집에 들어앉아 남 뒤치닥거리나 하며 살지 말라고 하셨어요.

 

저는 집안일이 하찮은 건 줄 알았고, 사회생활 할 능력이 없는 여자가 어쩔수 없이 선택하는 일이라는

 

그런 생각이 아주 어릴 때부터 있었어요. 아빠가 엄마를 많이 무시했고, 엄마 본인도

 

엄청 살림을 잘하시는 분이기는 했지만 본인이 살림만 하고 사는걸 별로 좋아하지 않으셨거든요.

 

그래서 그런지

 

회사에서 고약한 상사를 만나 오도가도 못하게 되어 홧김에 사표써버리고

 

집에 들어앉게 되었는데도 곧 다시 취직될 줄 알았더랍니다.

 

아이가 때마침 뱃속에 있더군요.....아이 낳고 곧 다시 취직될 줄 알았더랍니다.

 

후후후.. 친정엄마 돌아가시더군요. 엄마 팔짱 끼구 여행한번 못다녔는데. 빌어먹을 일하느라.

 

애기를 죽어도 남의 손에는 못맡기겠더군요.

 

임신한 것도 만약 낳으면 친정엄마가 맡아줄꺼라 찰떡같이 믿었기 때문에..조심하지 않았거든요...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나쁜 딸내미였는데, 그 때는 어떻게든 내가 사회생활을 다시 해서

 

잘난 뇬으로 사는게..그래서 엄마의 자랑거리로 사는게.. 그게 효도라고 생각했어요.

 

서론이 길었네요.

 

그냥 오늘 문득, 잠든 남편을 보면서, 내가 이 남자 없이 혼자서 애들 키우며 살라면 살 수 있을까

 

겁이 나네요. 자신이 없네요.

 

집에 들어앉은지 5년. 그 동안 애기 둘 낳아 키우고 살림하면서

 

시누이들이 "똑똑하다더니 너도 별수 없네"라는 비아냥 거림에 밤새 깨진 자존심 한조각씩 눈물로

 

붙여가며 지새우기도 했건만.. 그 동안 하루라도 단어 하나는 외우고 자고 일주일에 책 한권은 읽으려

 

그렇게 노력하며 살았지만 부질없네요. 과연 내가 뭘 할 수 있을까요.

 

기억력은 너무 나빠져서 거실에서 부엌갔다가 왜 갔는지 까먹어서 되돌아오기 일쑤고

 

사회성은 너무 떨어져서 처음 만나는 사람이 말을 걸면 당황해하느라 제대로 알아듣지도 못하고

 

되묻기 일쑤고(예전엔 제가 먼저 말을 거는 편이었는데 말이죠...)

 

예전엔 은행가서 직원이 펀드설명하면 내가 더 자세히 설명해줄 지경이었는데

 

이젠 뭐 직원이 아프리카 어느 나라 언어를 쓰는구나 싶네요.............5년만에 이렇게 되네요...........

 

다들 이렇게 되는건 아닐텐데 제가 빨리 망가지는 편인가봐요. 나름 노력많이 했는데 진짜.

 

남들 퇴직할 나이에...요즘은 40대 초반에 퇴직들 많이 하니까요.. 다시 회사들어가는것도 말이 안되고..

 

나름 살림에 정붙여볼려고 애도 써봤지만.. 손님들이 울 집 보면 저더러 살림 잘한다구 칭찬 많이듣지만..

 

그걸루 자존감이 생기지는 않네요.

 

이러다가 괜히 애들만 잡게 될거 같아요. 내가 사회적으로 성공하지 못했으니 집에서라도 성공(?)해 보겠답시고 애들 공부 잘 못하면 그걸로 닥달할거 같구...

 

회사 그만 둔 이후 5년을 매일매일 이렇게 스스로를 괴롭히며 살아왔지 뭡니까.

 

집에서 애들 보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연구도 많이 했더랬죠.

 

없던데요. 없어요. 없더라구요......

 

살림하고 아이키우는데에도 자존감을 갖고, 집안사람들에게도 존경을 받는 그런 여자분들 있을까요..?

 

언제까지 이렇게 괴로와야할까요.

 

어떻게 하면 이 껍질을 깨고 스스로를 다시 자신감넘치고 도전적인 예전의 나(상당히 재수없었긴 하지만)

 

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으런지....

 

그냥 넋두리 해봤어요.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