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노래

오두막2003.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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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몇 월달 이련가
십일월인가 십이월인가?
아직 오개월밖에 되지 않는 딸애를 업고
칼날 바람부는 들판 자갈논에서 돌을 갖다 날랐다
등에 어린것은 편치 않다고 끙끙거렸다

일하느라 더워져 벗어논 어머님 털자켓을 짚단위에 깔고
바람 안들게 짚단으로 작은 성을 만들고 아기를 눞힌다
엄마등 보다 편한지 눈을 둥글거리고 논다
그러다 앙~~울며 젓을 물리고 배부르면
순한 내아기는 잘도 잔다
돌 하나 같다 나르고는 잘자는 애기 옆을 일부러 지나쳐 온다
그렇게 라도 나의 천사를 보고싶었던 것이다

모자리 강에 모를 찔라치면
할머니와 엄마가 지나온 모자리강의 빈자리는
따가운 햇살 아래 심심한 서너살 연년생 남매에게
땅짚고 헤엄치는 수영장이 된다
뻘투성이가 되어서 뭐가 그리 좋은지
낄낄대면 좋아라 한다
할머니는 웃지만 나는 웃음이 나오지 않는다

논에 가며 김매야 하고 돌아서면 비료를 치고
또 농약을 뿌려야 하고 또 다시 피를 뽑고
집에 오면 먼지투성이 방바닥 진흙투성이 옷들
꼬질꼬질한 애들이 나를 반기고
그러나 가을의 수확에 꿈에 부풀어 힘든 줄을 몰랐다

찰랑찰랑한 나락들이 고개를 살짝 숙인 누런 들판을
걸어가 보지 못한 농사꾼 아니면 모르리라
땡볕에 비지땀을
농약치고 쓰러질것같은 흔들리던 몸탱이를
논바닥에 내려앉고 싶던 무거워진 엉뎅이를
허리가 끊어져 나가던 아픔을
모시집 보낸뒤에 홀가분한 마음을
정성들여 자라는 모 옆에 붙어 살찌는 피의 얄미움을
탈곡한 벼를 높다랗게 쌓은 나락가마니 위에 걸터앉아
탈탈대는 경운기를 타고 달려보지 못한 사람은 모른다
땀흘려 노력해보지 않은 사람은
수확의 기쁨을 모른다

조그마한 한옥 치마끝까지 벼가마니가 둘레 둘레 쌓이고
백만장자 부럽지 않던날
나는 부자야!!
소리치듯 도시사는 친구들에게 쌀 사라고 전화한다
쌀 한가마니에 겨우 십만원을 웃돌지만
그래도 겨우 자급자족만 하던 가난한 집안에 스므가마니가
된다는게 어디냐?
작은 기와집에 나락으로 꽉 차니 만석꾼이 내 발가락만 하다

정미소에 가서 알토란 같은 백미 두가마 찧어
아침밥이 어디 들어가는지 모르게 한술뜨고
어머니 오일장에 쌀 내려 간다
나도 괜히 달뜨서 아기를 둘쳐업고 따라 나선다
쌀두가마니을 턱하니 앞에두고 시꺼먼 고부가 당당히 서있다
푸성귀 팔려 나올적보다 비교가 안된다

희물죽한 죽먹은 도시 사람들 와서
손으로 내 금싸라기들을 훝어보고 요리 조리 살펴보더니
흥정을 하고 우린 아침 햇살아래 펴득이는 시퍼른 돈을 받았다
어머님은' 야야 니 가지고 있서라'하고 나에게 건내준다
나는'어머님 가지고 계시이소'다시 어머님께 건낸다
'아이다 니가 갖고 있써라'
'마 괜잖심더~~~'하고 밀치니 달치니한다
어머님은 내심 흐믓한 미소가 귀에 걸리더니
'야야! 그라마 다시 한번 세보거라"
굳은살 박힌 내 손가락 사이에 부딧치는 이 생생한 감촉이여~~

살아 펴득이는 돈아!
영원히 내곁에 있으마 맹세하는 순진한 애인같아라
돌고돌아 주인찾아 헤메는 충직한 견공 같아라
충성을 맹세한 견공이나
영원한 사랑을 맹세한 연인이나
내 것이라고 홈쳐넣은 깊은 쌈지주머니 속 에서도
돈도 사랑도 우정도 흘러 버렸지만
내 흘린땀 내 흘린눈물 내가 던지준 가슴은
이리도 세월이 갈수록 그 빛이 더욱 찬란해져
나를 채워주네 나를 충만하게 하네

너를 잡기위해 너를 정복하기 위해 한열정을 바쳤다고
부끄럽지 않게 말할수 있지만
그러나 지나고 생각하니
그것은 나의 삶을 사랑하는 한 방식이었네
가지고 나서 보다 가지기전 희망을 가지고 노력할적이 더 기뻣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달려온 날들이
비록 꿈을 이루지 못했다 하더라도
그 구비 구비가 무엇보다 소중 하다는것을.....
꿈이 전부가 아니라 그 길위의 모든날들이
나의 소중한 인생이란것을 이제야 알았네..

지금 들녁에는 어린모가 뿌리 내리기 위해 애쓰고있네
질푸른 푸름으로 누른 황금들녁으로 출렁일적도 멀지 않으리
아~~ 서리 내린 그루터기만 남기고 겨울을 맞을날도 멀지 않으리
내일 그날이 온다고 하더라도

나는 지금 풍성한 가을 들녁
허수아비도 우쭐되는 풍요로운 황금들녁
참새도 꽁지춤추는 빛나는 들..
목청껏 노래하고 춤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