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를 그다지 잘한것은 아니었기에 당분간 어머님과 떨어져서 학교에 다녀야 했지만, 재수학원에 매달 수십 만원씩 가져다 바치며 보장되지 않은 미래를 향해 달려가는 내 친구들보다야 더 나은 선택이 아닌가?
"뭐니뭐니 해도 건강이 최고야. 공기 맑다는 동네니까 거기서 운동도 좀 하고." "산골이면 공기는 좋을지 몰라도, 무서운 사람은 많을지 몰라. 이상한 사람들 만나면 꼭 누나한테 전화해. 시골 파출소는 믿을게 못되니까."
어머님과 누나가 괜한 걱정을 한다. 그곳에서 난 많지는 않지만 날 생각해주는 친구들을 사귀었고, 2학년 때는 과에서 차석도 했다. 그리고 남자라면 언젠가는 한번 가게 되는 군대에도 다녀왔다.
제대 후에 돌아온 학교엔 나를 아는 사람은 몇 명 없었다. 나와 사귀던 친구들이 모두 학교에 불만을 느끼고 편입을 선택한 것이었다. 전화를 걸어봤다. 모두 받지 않는다. 카카오톡으로 말도 걸어봤지만, 아무것도 돌아오지 않는다.
'나도 편입을 해버릴까,' 하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지만 재수도 거부하고 들어온 학교이다. 내가 정말 잘 할 자신이 있어서 들어온 학교였기에 여기서 돌아설 수는 없었다. 그렇다면 내가 할 수 다른 방법은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는 것.
그래서 자원 봉사 동아리에 들었다. 일주일에 한 번씩 학교 근처 요양원에 가서 장애인들을 돌봐주고, 노인들과 대화도 나누는 좋은 동아리였다. 동아리 사람들은 착해보였고, 나는 동아리 사람들을 전적으로
믿을 수 있었다. 가끔 내게 말을 걸어오는 여자아이는 특히 호감이 갔다.
"선배님, 오늘은 좀 쉬었다 하셔도 될 것 같아요. 얼마 전에 장애인 한 분이 퇴원하셔서 일손이 많이 필요하지는 않대요." 살며시 웃으며 가끔씩 걸어오는 말 한마디에 마음이 쿵쾅거린다.
'나, 그 애를 좋아하는게 아닐까?'
한 달 전쯤에는 그 애가 내게 놀이공원을 가자고 했다. 그것도 나랑 단둘이...! 따분한 일상에 절어있던 나에게 누군가가 놀이공원에 가자고 한다. 그것도 내가 좋아하는 누군가가!
비록 강원도 산골에 있는 조그마한 놀이공원이지만 있을건 다 있다. 우리는 관람차에 타서 이야기를 나눴다.
"선배님, 공기가 참 맑죠. 자연엔 기(氣)라는게 흐르거든요. 우리 인간도 자연의 일부잖아요. 관람차를 타는 우리들처럼 이 맑은 공기에 몸을 맡겨봐요. 건강에 되게 좋아요." 다소 현학적인 것 같아도 왠지 일리 있는 말인 것 같다. 사회복지를 전공한다는 그 아이는 자기가 아는 사회복지 공동체의 사람들을 소개해주겠다며 내일 또 만나자고 한다. 이번에도 꼭 갈거다.
수업이 끝나고 강의실 밖으로 나가자마자 그녀가 기다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녀는 백금으로 된 해바라기 모양 목걸이를 하고 있었는데, 그 모양이 정말 특이해서 기억에 남는다.
"그 목걸이 어디서 났냐?" "누가 예전에 준거에요." 맑게 웃는 그녀의 모습과 해바라기 모양 목걸이가 잘 어울렸다. "준비 다 되셨나요?" 물론. 그녀를 따라 강의실을 뒤로 했다.
택시를 타고 도착한 곳은 시내의 한 사무실이었다. 지하에 위치해 있었지만 사회복지단체니 그러려니 했다. "많이 누추하죠? 기부금이 많이 들어오는 편이 아니어서... 마실 것 좀 들고 올게요." 그 아이가 이런 곳에서 감기는 걸리지 않을지 괜히 걱정된다. 가져다 준 탄산음료는 약간 떫은 맛이 났어도 그 아이가 그간 겪었을 온갖 불편을 상상해보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무실에는 내가 앉아 있는 기다란 소파, 두꺼운 영어 원서 몇 권이 올려져 있는 원탁, 그리고 구석에 조그마한 전화기가 책상 위에 놓여있었다. 사무실 위에 걸린 조명이 어둡다는 생각을 하면서 나는 서서히 잠들어 갔다....
눈을 떠보니 전혀 다른 곳이었다. 앞쪽에 깡마른 아저씨와 할아버지가 수다를 떨고 있었다. 수상한 낌새가 들어 먼저 말을 걸지는 않았다. 숨죽이며 주변을 돌아보니 사람들 수십 명이 탁자 대 여섯 개 앞에 저마다 모여서 무엇에 홀린 것마냥 눈을 감고 주문을 외우고 있었다. 주문의 내용들은 하나 같이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이거, 설마 사이비 종교 집단 아니야?
수다 떨고 있던 두 남자들 뒤쪽으로 비상구가 있던 것 같았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그쪽을 향해서 몸을 던졌다. 그런데 발이 의자에 묶여서 몸이 움직여지지가 않았다. 결국 앞에 있던 노인한테 들켜버렸다. "일어났는가, 학생?" '퍽!' 싱긋이 웃는 노인의 얼굴에 이어서 머리 위쪽에 심한 충격을 느끼고 나는 그만 의식을 잃었다.
진하게 풍겨오는 냄새에 의식을 다시 되찾았다. 양념치킨 냄새였다. 탁자 위에 양념치킨이 상자째로 놓여있었고 주변엔 아무도 없는 것 같았다. 배가 엄청나게 고팠기에 난 주위에 누가 있건 상관도 없이 곧장 탁자 앞으로 달려갔다. 닭다리를 뜯고 뼈를 놓자마자 어깨 너머로 누군가가 말을 걸었다. "일어났는가, 학생?" 고개를 뒤돌아보니 방금 전 그 노인이 다시 싱긋이 웃고 있었다. 보통 같았으면 깜짝 놀라 고꾸라져야 정상이었겠지만, 그때 난 무엇에 홀린 것처럼 노인을 보고도 아무런 느낌이 들지 않았다.
"도둑질을 하여도 우리 교주님은 뭐라고 하지 않으시네." 노인이 하는 말을 듣고 나는 바보 같이 내가 도둑인 것처럼 느껴졌다. "다 먹고 나면 내가 있는 방으로 따라오시게." 왼쪽에 나있는 방으로 노인은 들어가버렸다. 나는 우선 살아야겠다는 생각에 무작정 치킨을 먹어댔다. 치킨에서 묘한 향기가 풍겨져 나왔지만, 전혀 의심치 않았다.
게걸스럽게 식사를 마치고, 나는 다른 데로 도망가지도 않고 저절로 노인의 방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방 안에는 그 노인과 아주머니가 기다리고 있었다. 아주머니는 내게 친절하게 인사했다. 아주머니는 어제 있었던 일을 자기에게 말해보라고 하였다. 아침에 룸메이트와 사소하게 다툰 것에서부터 시작해서 같은 동아리 여자 아이와 놀이공원에 가서 관람차를 탄 이야기까지 했다. 아주머니는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교주님이 어떻다느니, 절대 신이 어떻다느니, 하는 말을 했다. 모두 맞는 말처럼 들렸다. 아주머니는 마치 나에 대해서 모두 아는 것 같았다.
아주머니는 나를 이끌고 소위 '교주'라고 하는 사람에게 데려갔다. 교주는 내 머리에 손을 얹고 주문을 외웠다. 아주머니는 내게 "교주님과 너는 드디어 한몸이 된 것이다" 며 기뻐하라고 했다. 그리고는 교주로부터 책자 한 권을 건내받았다. 내일까지 그 책자를 모두 읽어오라는 말을 듣고서 나는 기숙사로 돌아갈 수 있었다.
나는 과제도 미뤄가며 밤을 새워서 책자를 모두 읽었다. 어제 그 아주머니와 노인이 믿는 종교의 교주와 '절대 신'에 관한 내용들이었다. 책자의 내용들이 어제 아주머니와 대화했던 내용들과 딱딱 맞아떨어지면서 나는 점점 더 종교에 깊이 빠져들게 되었다.
날이 새자, 아저씨 두 명이 기숙사에 나타나 나를 끌고 봉고차에 태웠다. 새벽이라 주변엔 아무도 없었다. 그들은 내 호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압수한 뒤에 전기충격기로 나를 기절시켰다.
깨어나 보니, 주위에 아주머니와 아저씨들이 초조한 표정으로 주위를 두리번 거리고 있었다. 그들도 나와 비슷한 처지에 놓여있는 것 같았다. 방은 환풍기 하나를 제외하면 밀폐되어 있었고, 천장엔 수도관인지 모를 관들이 여러 개 있었다. 관 하나는 한쪽 끝이 열려 있었다. '가스관인가?' 하고 생각하는 사이에 난 서서히 판단력을 잃어갔다. '가스관이 아니면 어때, 뭐.'
주변에 있던 아주머니와 아저씨들이 서로 대화를 나누고 있는 사이에, 누군가가 문을 열쇠로 따고 들어왔다. 교주였다. "신자 여러분들 여기서 이러고 계시면 어떡합니까! 흑흑." 교주는 눈물을 짜면서 우리들을 앞에서 무릎 꿇었다. 은연 중에 나는 내가 교주를 울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 이제 우리의 죄를 뉘우치러 갑시다."
교주는 우리를 컴퓨터실에 데려가서 데스크톱 앞에 차례로 앉혔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내가 다니는 학교에 전염병이 돈다는 소문을 인터넷에 퍼뜨리는 것이었다.
나와 아주머니, 아저씨들은 무언가에 홀린듯이 글을 작성했다. 내가 조회수가 높은 게시판 하나를 골라서 그럴 듯하게 글을 꾸며서 게재하면, 아주머니와 아저씨는 거기에 위선으로 포장된 댓글을 달았다. 우리는 아무런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는 듯하였다. 이 시간에 그 동아리 여자 아이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나는 벽에 난 틈을 문득 보았다. 틈 사이로 여전히 주문 외우는 소리가 들리며 빛이 새어나왔기 때문이다. 틈 사이로 촛불 두 개가 켜져 있는 것이 보였다. 촛대 사이엔 제단이 있었고, 제단 위엔 여성이 뉘어있었다. 여성 뒤엔 교주가 단검을 들고 서서 입을 막 뗐다. "수고했다. 너의 임무는 이제 끝났다." 제단 아래엔 해바라기 모양 목걸이가 떨어져서 빛나고 있었다.
★ [단편] 사이비종교에 빠지다 ★
나는 몇 년 전, 강원도의 모 대학교 물리학과에 합격했다.
공부를 그다지 잘한것은 아니었기에 당분간 어머님과 떨어져서 학교에 다녀야 했지만, 재수학원에 매달 수십 만원씩 가져다 바치며 보장되지 않은 미래를 향해 달려가는 내 친구들보다야 더 나은 선택이 아닌가?
"뭐니뭐니 해도 건강이 최고야. 공기 맑다는 동네니까 거기서 운동도 좀 하고."
"산골이면 공기는 좋을지 몰라도, 무서운 사람은 많을지 몰라. 이상한 사람들 만나면 꼭 누나한테 전화해. 시골 파출소는 믿을게 못되니까."
어머님과 누나가 괜한 걱정을 한다. 그곳에서 난 많지는 않지만 날 생각해주는 친구들을 사귀었고, 2학년 때는 과에서 차석도 했다. 그리고 남자라면 언젠가는 한번 가게 되는 군대에도 다녀왔다.
제대 후에 돌아온 학교엔 나를 아는 사람은 몇 명 없었다. 나와 사귀던 친구들이 모두 학교에 불만을 느끼고 편입을 선택한 것이었다. 전화를 걸어봤다. 모두 받지 않는다. 카카오톡으로 말도 걸어봤지만, 아무것도 돌아오지 않는다.
'나도 편입을 해버릴까,' 하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지만 재수도 거부하고 들어온 학교이다. 내가 정말 잘 할 자신이 있어서 들어온 학교였기에 여기서 돌아설 수는 없었다. 그렇다면 내가 할 수 다른 방법은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는 것.
그래서 자원 봉사 동아리에 들었다. 일주일에 한 번씩 학교 근처 요양원에 가서 장애인들을 돌봐주고, 노인들과 대화도 나누는 좋은 동아리였다. 동아리 사람들은 착해보였고, 나는 동아리 사람들을 전적으로
믿을 수 있었다. 가끔 내게 말을 걸어오는 여자아이는 특히 호감이 갔다.
"선배님, 오늘은 좀 쉬었다 하셔도 될 것 같아요. 얼마 전에 장애인 한 분이 퇴원하셔서 일손이 많이 필요하지는 않대요."
살며시 웃으며 가끔씩 걸어오는 말 한마디에 마음이 쿵쾅거린다.
'나, 그 애를 좋아하는게 아닐까?'
한 달 전쯤에는 그 애가 내게 놀이공원을 가자고 했다. 그것도 나랑 단둘이...! 따분한 일상에 절어있던 나에게 누군가가 놀이공원에 가자고 한다. 그것도 내가 좋아하는 누군가가!
비록 강원도 산골에 있는 조그마한 놀이공원이지만 있을건 다 있다. 우리는 관람차에 타서 이야기를 나눴다.
"선배님, 공기가 참 맑죠. 자연엔 기(氣)라는게 흐르거든요. 우리 인간도 자연의 일부잖아요. 관람차를 타는 우리들처럼 이 맑은 공기에 몸을 맡겨봐요. 건강에 되게 좋아요."
다소 현학적인 것 같아도 왠지 일리 있는 말인 것 같다. 사회복지를 전공한다는 그 아이는 자기가 아는 사회복지 공동체의 사람들을 소개해주겠다며 내일 또 만나자고 한다. 이번에도 꼭 갈거다.
수업이 끝나고 강의실 밖으로 나가자마자 그녀가 기다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녀는 백금으로 된 해바라기 모양 목걸이를 하고 있었는데, 그 모양이 정말 특이해서 기억에 남는다.
"그 목걸이 어디서 났냐?"
"누가 예전에 준거에요."
맑게 웃는 그녀의 모습과 해바라기 모양 목걸이가 잘 어울렸다.
"준비 다 되셨나요?"
물론. 그녀를 따라 강의실을 뒤로 했다.
택시를 타고 도착한 곳은 시내의 한 사무실이었다. 지하에 위치해 있었지만 사회복지단체니 그러려니 했다.
"많이 누추하죠? 기부금이 많이 들어오는 편이 아니어서... 마실 것 좀 들고 올게요."
그 아이가 이런 곳에서 감기는 걸리지 않을지 괜히 걱정된다. 가져다 준 탄산음료는 약간 떫은 맛이 났어도 그 아이가 그간 겪었을 온갖 불편을 상상해보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무실에는 내가 앉아 있는 기다란 소파, 두꺼운 영어 원서 몇 권이 올려져 있는 원탁, 그리고 구석에 조그마한 전화기가 책상 위에 놓여있었다. 사무실 위에 걸린 조명이 어둡다는 생각을 하면서 나는 서서히 잠들어 갔다....
눈을 떠보니 전혀 다른 곳이었다. 앞쪽에 깡마른 아저씨와 할아버지가 수다를 떨고 있었다. 수상한 낌새가 들어 먼저 말을 걸지는 않았다. 숨죽이며 주변을 돌아보니 사람들 수십 명이 탁자 대 여섯 개 앞에 저마다 모여서 무엇에 홀린 것마냥 눈을 감고 주문을 외우고 있었다. 주문의 내용들은 하나 같이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이거, 설마 사이비 종교 집단 아니야?
수다 떨고 있던 두 남자들 뒤쪽으로 비상구가 있던 것 같았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그쪽을 향해서 몸을 던졌다. 그런데 발이 의자에 묶여서 몸이 움직여지지가 않았다. 결국 앞에 있던 노인한테 들켜버렸다.
"일어났는가, 학생?"
'퍽!'
싱긋이 웃는 노인의 얼굴에 이어서 머리 위쪽에 심한 충격을 느끼고 나는 그만 의식을 잃었다.
진하게 풍겨오는 냄새에 의식을 다시 되찾았다. 양념치킨 냄새였다. 탁자 위에 양념치킨이 상자째로 놓여있었고 주변엔 아무도 없는 것 같았다. 배가 엄청나게 고팠기에 난 주위에 누가 있건 상관도 없이 곧장 탁자 앞으로 달려갔다. 닭다리를 뜯고 뼈를 놓자마자 어깨 너머로 누군가가 말을 걸었다.
"일어났는가, 학생?"
고개를 뒤돌아보니 방금 전 그 노인이 다시 싱긋이 웃고 있었다. 보통 같았으면 깜짝 놀라 고꾸라져야 정상이었겠지만, 그때 난 무엇에 홀린 것처럼 노인을 보고도 아무런 느낌이 들지 않았다.
"도둑질을 하여도 우리 교주님은 뭐라고 하지 않으시네."
노인이 하는 말을 듣고 나는 바보 같이 내가 도둑인 것처럼 느껴졌다.
"다 먹고 나면 내가 있는 방으로 따라오시게."
왼쪽에 나있는 방으로 노인은 들어가버렸다. 나는 우선 살아야겠다는 생각에 무작정 치킨을 먹어댔다. 치킨에서 묘한 향기가 풍겨져 나왔지만, 전혀 의심치 않았다.
게걸스럽게 식사를 마치고, 나는 다른 데로 도망가지도 않고 저절로 노인의 방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방 안에는 그 노인과 아주머니가 기다리고 있었다. 아주머니는 내게 친절하게 인사했다. 아주머니는 어제 있었던 일을 자기에게 말해보라고 하였다. 아침에 룸메이트와 사소하게 다툰 것에서부터 시작해서 같은 동아리 여자 아이와 놀이공원에 가서 관람차를 탄 이야기까지 했다. 아주머니는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교주님이 어떻다느니, 절대 신이 어떻다느니, 하는 말을 했다. 모두 맞는 말처럼 들렸다. 아주머니는 마치 나에 대해서 모두 아는 것 같았다.
아주머니는 나를 이끌고 소위 '교주'라고 하는 사람에게 데려갔다. 교주는 내 머리에 손을 얹고 주문을 외웠다. 아주머니는 내게
"교주님과 너는 드디어 한몸이 된 것이다"
며 기뻐하라고 했다. 그리고는 교주로부터 책자 한 권을 건내받았다. 내일까지 그 책자를 모두 읽어오라는 말을 듣고서 나는 기숙사로 돌아갈 수 있었다.
나는 과제도 미뤄가며 밤을 새워서 책자를 모두 읽었다. 어제 그 아주머니와 노인이 믿는 종교의 교주와 '절대 신'에 관한 내용들이었다. 책자의 내용들이 어제 아주머니와 대화했던 내용들과 딱딱 맞아떨어지면서 나는 점점 더 종교에 깊이 빠져들게 되었다.
날이 새자, 아저씨 두 명이 기숙사에 나타나 나를 끌고 봉고차에 태웠다. 새벽이라 주변엔 아무도 없었다. 그들은 내 호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압수한 뒤에 전기충격기로 나를 기절시켰다.
깨어나 보니, 주위에 아주머니와 아저씨들이 초조한 표정으로 주위를 두리번 거리고 있었다. 그들도 나와 비슷한 처지에 놓여있는 것 같았다. 방은 환풍기 하나를 제외하면 밀폐되어 있었고, 천장엔 수도관인지 모를 관들이 여러 개 있었다. 관 하나는 한쪽 끝이 열려 있었다.
'가스관인가?'
하고 생각하는 사이에 난 서서히 판단력을 잃어갔다.
'가스관이 아니면 어때, 뭐.'
주변에 있던 아주머니와 아저씨들이 서로 대화를 나누고 있는 사이에, 누군가가 문을 열쇠로 따고 들어왔다. 교주였다.
"신자 여러분들 여기서 이러고 계시면 어떡합니까! 흑흑."
교주는 눈물을 짜면서 우리들을 앞에서 무릎 꿇었다. 은연 중에 나는 내가 교주를 울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 이제 우리의 죄를 뉘우치러 갑시다."
교주는 우리를 컴퓨터실에 데려가서 데스크톱 앞에 차례로 앉혔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내가 다니는 학교에 전염병이 돈다는 소문을 인터넷에 퍼뜨리는 것이었다.
나와 아주머니, 아저씨들은 무언가에 홀린듯이 글을 작성했다. 내가 조회수가 높은 게시판 하나를 골라서 그럴 듯하게 글을 꾸며서 게재하면, 아주머니와 아저씨는 거기에 위선으로 포장된 댓글을 달았다. 우리는 아무런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는 듯하였다. 이 시간에 그 동아리 여자 아이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나는 벽에 난 틈을 문득 보았다. 틈 사이로 여전히 주문 외우는 소리가 들리며 빛이 새어나왔기 때문이다. 틈 사이로 촛불 두 개가 켜져 있는 것이 보였다. 촛대 사이엔 제단이 있었고, 제단 위엔 여성이 뉘어있었다. 여성 뒤엔 교주가 단검을 들고 서서 입을 막 뗐다.
"수고했다. 너의 임무는 이제 끝났다."
제단 아래엔 해바라기 모양 목걸이가 떨어져서 빛나고 있었다.
'응. 그 여자 아이도 임무가 막 끝났나 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