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통령 사과문 리뷰

임경선2012.07.24
조회211

먼저 글이 매끄럽지 않은 부분들을 짚고 넘어가보죠..

방송을 보지 않고 기사에 나온 전문을 참고 했으므로 실제 방송 발표문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전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근자에 제 가까운 주변에서, 집안에서 불미스러운 일들이 일어나서 국민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쳐 드렸습니다.


-'주변에서'와 '집안에서'는 '주변과 집안에서'로 쓰는게 더 매끄러운 표현일 듯 하네요. 뒤에 나오는 '일어나서' 역시 앞에 '~서'의 반복으로 좋지 않으니 그냥 '일어나'가 좋을 듯 합니다.

그동안 저는 안타까운 심정으로 이를 지켜보면서 하루하루 고심을 거듭해 왔습니다.
답답하더라도 검찰의 수사 결과를 기다리는 것이 마땅하지 않을까도 생각해보았습니다만, 그것보다는 먼저 국민 여러분께 저의 솔직한 심정을 밝히는 것이 지금 이 상황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도리라고 판단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이러한 일들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 고개 숙여 사과를 드립니다.
제 자신 처음부터 깨끗한 정치를 하겠다는 확고한 결심을 갖고 출발해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고 월급을 기부하면서 나름대로 노력해왔습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자부해온 것도 사실이다.


-'자신'뒤에 조사가가 없고 '사실이다'로 문장이 끝난 건 기사의 오타 같네요. '처음부터 깨끗한 정치를 하겠다는 확고한 결심을 갖고 출발해 ~ 노력해왔습니다'는 '출발해'로 시작된 문장이 '노력해왔습니다'로 끝나는 게 조금 어색한 듯 합니다. 차라리 중간에 '정치 생활을'의 목적어를 넣고, '출발해'도 '시작해'로 바꾸어 '제 자신은 처음부터 깨끗한 정히를 하겠다는 확고한 결심을 갖고 정치 생활을 시작해 ~ 노력해왔습니다'로 바꾸는게 더 깔끔하지 않을까 하는 소견입니다.

그런데 바로 제 가까이에서 이런 참으로 실망을 금치못할 일들이 일어났으니 생각할수록 억장이 무너져 내리고 차마 고개를 들 수가 없습니다.

-'이런'이 왜 들어 갔을까요? 뒤로 빼서 '참으로 실망을 금치못할 이런 일들이'로 고치면 더 나아보입니다.

그러나 이제 와서 누구를 탓할 수 있겠습니까? 모두가 제 불찰입니다. 어떤 질책도 달게 받아들이겠습니다.
그러나 개탄과 자책만 하고 있기에는 온 나라 안팎 상황이 너무 긴박하고 현안 과제들이 너무나 엄중하고 막중합니다.


-'그러나', '그러나' 이렇게 두번 반복되니 문장이 어색하지요. 둘 중 뒤의 '그러나'를 '하지만'으로 고치면 그나마 나을 듯 하네요.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대통령으로서 책무를 잠시도 소홀히 할 수가 없습니다. 생각할수록 가슴 아픈 일이겠습니다만 심기일전해서 국정을 다잡아 일하는 것이 국민을 위하는 것이고 또한 제게 맡겨진 소임을 다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오직 겸허한 마음가짐과 사이후이(死而後已)의 각오로 더욱 성심을 다해 일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국민들께 머리 숙여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감상]


첫 부분의 '고개 숙여 사과드립니다' 까지가 대국민 사과의 전부다.

바로 뒤에 붙는 깨끗한 정치를 하려 재산을 환원하고 월급을 기부했다는 것은 그저 자기 자랑에 불과한 사족이었다.

자신의 주변 인물들이 국민에게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지만 자기 자신은 깨끗한 정치를 위해 이러이러한 노력들을 해왔다라는 그저 자기 변명에 지나지 않은 것이다. 마치 조별 발표 과제를 하면서 난 이렇게 준비를 많이하고 도움을 줬지만 같이 준비한 애들이 똑바로 하지 않아서 발표가 엉망이었다고 변명하는 학생과도 같다.

이건 그 뒷 문장에서 '그런데 ~ 들 수가 없습니다'로 더욱 명확해진다.

'그런데'는 역접관계사다. 바로 앞문장이 자기 자랑이었음을 보면 자신은 잘했지만 가까이에서 이런 일들이 일어나 창피하는 뜻이 된다. 절대 자신과는 관계가 없다고 말하는 것이다.

하지만 너무 발을 빼는게 쑥스러웠는지 바로 다시 '그러나'를 사용하면서 자신의 불찰이라 말하고 있다. 자신은 억울하지만 이 또한 자신의 모자람이니 희생하겠다는 식의 말투다. 그리고 다시 '그러나'를 붙혀 국제 정세와 현안이 중요하기에 이렇게 자신을 희생시킬 수는 없다고 스스로 면죄부를 준다.

이런 문제가 일어나 국민들에게 죄송하게 된 것은 자신의 불찰이게 슬프지만 지금 여러모로 상황이 심각하니 이렇게 슬퍼하고만 있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것은 그 뒷문장 '생각할수록 ~ 생각합니다'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여기서 생각할수록 가슴 아픈 일이라는 것의 주체는 자신이다. 문장을 바꾸면 '제겐 생각할수록 가슴 ~'이란 식으로 볼 수 있다. 지금 생각할수록 가슴이 아픈 사람은 대통령 자신이 아니라 우리 국민이다.

다르게 해석하여 생각할수록 가슴이 아픈 주체를 국민으로 놓고 문장을 '국민 여러분께서는 생각할수록 가슴 ~'으로 바꾸어도 괘씸하다.

'가슴 아픈 일이겠습니다만'은 다시 역접관계다. 국민은 가슴 아프겠지만 국정을 다잡아 일을 하는 것이 자신의 소임을 다하는 것이라 생각한다는 말이 된다. 어떻게 바꾸고 어떻게 해석을 해도 이건 국민에 대한 사과가 아니다. 자기 변명이지......


일 어났던 비리와 관계된 문제에 비해 사과문은 정말 허술하고 조악하기 그지 없다. 보통의 속도로 읽어내려가기만 해도 1분도 채 안되는 시간안에 다 읊을 수 있는 이런 사과문은 사과문이 아니다. 그냥 넘어가기는 뭐하고 하니 몇 자 적어 상황을 넘겨보겠다는 꼼수가 돋보이는 사과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