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수정) 시골 사람은 비싼 밥 먹으면 안되나요?

맘아프네요2012.07.25
조회25,047

 

 

퇴근하고 혹시나 해서 들어왔는데... 베스트가 되어 있네요.

판을 워낙 즐겨 보는지라 써도 좋은 일로 쓰고 싶었는데 참..

 

일단, 위로 해주시고 같이 분노 해주신 모든 분들께 정말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위로나 받고자 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관심에 놀랐네요.

이 얘기를 친구한테 했더니(서울 사는) 이미 간다고 난리네요..

 

그리고 자작이라고 하시는 분들도 몇 보이는데..........비록 그 식당에서는 아무 말 도 못할만큼

용기도 없고 그랬지만,.....할아버지 할머니 까지 끌어들여 자작글 올릴만큼 한심하진 않습니다.

 

 

여튼 그리고 베플들을 포함 많은 분들이 그곳의 이름을 알려달라 하시는데...

아, 저는 사실 좀 무섭습니다. 물론 제가 잘못한 건 없지만 일이 커질것도 같고,

괜히 할아버지 할머니께도 더 죄송해 질 것만 같아서요....

 

그러나 그곳에 안가기 위해, 그런 곳 피하고 싶다는 말씀들은 일리가 있는 것 같네요.

 

 

명동은 아닙니다. 하하 ;  

제가 말한 화려한 곳은 강남이였구요. 그곳은 세글자로 된 식당입니다.

XX리 로 끝나구요. 이거... 거의 다 알려드린건가요.

 

 

이렇게 적는 것은 부디 저같은 피해가 없기를 하는 바람으로, 또 부모님이나 조부보님께 저같이

멍청한 손녀 덕에 괜히 밥 한끼도 편하게 대접 못하는 그런 일이 없기를 하는 바람으로 적습니다.

 

그리고 그 매니저 같은 그분은 꼭 사장님이 아니셨으면 좋겠습니다. 꼭이요.

그저 직원 교육이 잘 못된 것이였으면 좋겠습니다.

 

 

끝으로, 답답하고 위로 받고자 한 글에 관심가져주시고 힘내라고 해주시고,

저보다 더 불같이 화내 주신 분들.. 정말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그리고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까지

생각해주신 분들 정말 정말 고맙습니다.

 

앞으로는 똑똑하고 할말은 하고, 내 가족 피해 입지 않게 처신 잘하는 제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아... 이런 건 첨이라 ;; 여튼. 정말 응원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ㅠㅠ

 

 

 

 

* 쪽지가 마구마구 오네요.. 고소할 생각도(그렇다할 거리도 없거니와) 더이상 부딪치기도 싫어요.

제가 용기 없다 하셔도 상관없습니다. 그냥 여러분들이 알아서 피해주시고 또 저처럼 당하지만

마시라고 올린겁니다. 그리고 방송 쪽 제보할 생각도 없습니다. 각종 미디어 작가 및 피디님들

쪽지 주지마세요. 그런걸로 해를 끼치고 득보려고 올린거 아닙니다. 부탁드려요..

괜히 이일로 더 커져 할아버지 할머니께 피해가 갈까 무서워지네요. 정말 부탁드립니다. ㅠㅠ

 

여러분이 괜찮다 위로하고 같이 화내주신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진심으로..

 

당부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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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한 풀이 할 때가 없어 이곳에다 이렇게 적습니다.

본론으로 들어가자면요. 얼마전 판을 보다 모 식당에서 행색이 볼품 없다는 이유로

부모님이 무시 받았다는 내용을 읽은 적이 있는데 욕을 하면서도 설마 나에게도 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저는 지방에서 학교를 다니며 일을 하고 있는 여자입니다.

그리고 얼마전 (지난 주 주말) 시골에 계신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서울에 있는 병원에 오실

일이 있어 제가 모셨죠. 다른 지방에 있는지라 서울역에서 만나기로 하구요.

그렇게 병원으로 가 예약했던 할아버지 검사들을 마치고, 너무 오랜만에 뵙기도 하고

또 그냥 헤어지는 것도 아쉬워서 밥이라도 한끼 대접하고자 좋은 곳으로 가려고 했습니다.

 

서울 하면 생각나는 그 화려한 동네 다들 아시죠? 택시를 타고 그곳으로 향했고, 그때까지만 해도

기분 좋았습니다. 인터넷 검색으로 치니 한식으로 꽤 유명한 곳이 나오길래 비싸긴 하겠지만

그래도 이럴때 아니면 언제 또 어린 제가 대접하겠나 (멀어서 자주 뵙지를 못하니..) 싶어서

그곳으로 갔습니다.

 

입구부터 꽤나 고급스러워 보였습니다. 그리고 출입문을 열고 들어가자 직원분이 인사를 하더군요.

그런데 저를 지나쳐 뒤에 따라 들어오고 계시는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보는겁니다. 꽤 오래..

자리 안내 안해주나 싶어 제가 저기요? 라고 하니 그제서야 아.. 이러면서 잠시만요 하더군요.

그러더니 나이 좀 있고 매니저? 쯤 되는 그런 분을 데리고 오시면서 작게 속닥거리시더라구요.

전 그때부터 기분이 안 좋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니 말을 "일단 들어오세요" 이러더니 처음

저희에게 인사를 했던 직원에게 자리 안내 해 드리라고 하더군요.

 

그런데 그 때 정말 손님이 없었습니다. 저희가 앉은 곳과 많이 떨어진 곳에 두 테이블 정도?
여튼 자리에 앉아 일단 음식을 주문했습니다.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 시골분이시라 좋은 옷

없으십니다. 그저 시장에서 만원짜리 티 한장에도 벌벌 떨어하시고, 명절이나 생신때 사드리면

다 늙어서 이런거 필요없다고, 그냥 덥고 추울 때 입을 옷이면 된다고 그 돈 아껴서 시집깔 때

쓰라고 기어코 사양하시는 그런 분들이십니다.

 

 

시작이였습니다. 직원들의 홀대는.... 저희가 앉고 다음으로 들어온 팀이 4인 가족이였는데 뭐

애나 어른 할 꺼없이 번쩍번쩍 했죠. 자리로 안내하니 다른 직원이 미리

방석(비슷하게 생긴거)도 어른 애들 모두 세팅 한 뒤 앉게 했으며 메뉴 또한 직원이 직접

또박또박 하나하나 설명을 해주더라구요. 우리는 그냥 저쪽에

앉으시면 된다 하고 메뉴판도 제가 달라고 해서 받았거든요.

물론, 주문도 제가 알아서 했구요. 뭐 그것 까지는 괜찮았습니다.

 

 

그렇게 음식이 놓여지고 밥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저희 할아버지는 식사 하실때 할머니가 끓이신

숭늉이 없으면 잘 못드십니다. 그게 습관이 되어서인지, 넘어가는 식도가 자주 부어서 그러신건지..

여튼 그래서 어디 외출하시면 할머니게써 작은 물병에 꼭 숭늉을 담아 오십니다. 그걸 꺼내 물컵을

비우고 담으려고 하는데, 직원이 후다닥 달려오더군요.

 

 

그러면서 그게 대체 뭐냐고 하더라구요. 할머니께서 숭늉이라고 그냥 물같은거라면서 설명하시니

저희 음식점에서는 이런거 아무데나 그릇에 담으면 안된다고 그럼 그릇 자체에 냄새가 베어서 안된다고

그랬습니다. 제가 좀 어이가 없어서. 그냥 누룽지 물 같은건데 무슨 냄새가 배냐면서 말을 하니

저를 힐 끗 보더니 다른 그릇을 가져다 주겠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가져다 준것이 종이 컵이였습니다.

그런데 그 종이컵을 놓으면서 저희 할머니 가방을 보더군요. 그리곤 일어나 다른 매니저 같은 사람이

다가왔습니다.

 

손님 죄송한데 가방에 혹시 음식같은게 들어있냐고 물었습니다. 저도 몰랐기에 그냥 쳐다보고 있으니

할아버지가 할머니 가방을 살짝 보면서 검은 봉지를 들어보였습니다. 먼 지방에서 서울까지 이동 거리가

많으니 기차에서 드시려고 감자 삶은 거랑 달걀이더군요. 그런데 직원 하는 말이....... 하, 참...

 

 

그런건 냄새나서 반입을 하면 안된답니다. 외부 음식 반입 금지라구요. 무슨 카페에서나 볼법한 말을

하고 있더군요. 제가 너무 기가 차서 도대체 지금 뭐하시는 거냐고? 아까부터 직원들 돌아가면서

힐끗 힐끗 보지를 않나 무슨 서비스가 이러냐고. 숭늉은 그렇다 치고 저 음식들을 꺼내서 먹는 것도

아니고 냄새도 이런 반찬들에 비해서 하나도 안나는 것들인데 무슨 트집이냐고.

 

제가 화가 나면 눈물부터 나는지라 울컥 했어요. 그러니 할아버지가 저에게 됐다며 말리시더라구요.

직원은 별 말없이 예, 그럼 식사하세요 이 한마디 남기고 일어나더니 허리에 손을 올리며 직원들에게

가더군요. 다른 직원들은 그 직원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구요..... 정말 말이 안나왔습니다.

조금만 더 있었으면 눈물이 마구마구 흐를 것 같았는데 할아버지가 일어나시더군요. 밥도 반공기 밖에

안드셨는데... 할머니도 따라 일어서며 오늘 밭에 수로길 공사 해야 된다고 일찍 가야 된다 하시며 나가

시더라구요. 식사 더 하시라는 소리 못 했습니다. 그 와중에도 다른 팀에겐 서비스라며 과일이랑 무슨

 차도 내주고 있더라구요.

 

 

 

그렇게 아무 말 없이 역까지 모셔다 드렸습니다. 타기 전에 할아버지가 저에게 별 일 아닌데 맘쓰지

말라며 그러십니다. 진짜 쥐구멍이라도 숨고 싶었습니다. 왜 거기서 그런 대접을 받게 만들었는지

얼마나 후회가 되던지요...

 

우리 할아버지.. 몸이 아프셔서 제가 어릴 때 혹시 나쁜 균 옮을 까봐 절 안고 계실 때는 숨도 잘

안쉬셨던 그런 분이십니다. 저희 엄마가 그 얘기 하면서 얼마나 울었는지.. 저도 참 많이 울었습니다.

 

 

그렇게 기차는 가고, 전 혼자 정말 떠나가라 울었던 것 같습니다. 너무너무 죄송하고, 저도 지방에

사는지라 저 또한 무시 받은 것 같은 그런 기분이였죠. 그냥 너무 서러웠습니다.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 누가 뭐래도 훌륭하신 분입니다. 비싼 빌딩보다 평생을 일군 땅이 더 귀하다

여기시고 남들 좋은 식사 한끼 하는거 아끼며 손녀에게 용돈 한푼 더 주시는 그런 분들인데....

 

 

이 글을 쓰면서도 정말 눈물이 나네요. 비싼 식당이면 비싸 보이는 손님만 받나요?
혹시라도 이 글을 보게 된다면 그 마인드부터 바꿔야 되네요. 그런 비싸고 훌륭한 사람들의

부모님들 중에는 이렇게 시골에서 농사 지으면서 오직 자식만 위해서 사셨던 그런 분들도

많으시니까요. 그런 분들이 있기에 그런 비싼 식당에도 가서 좋은 거 먹고 그러는 겁니다.

 

 

괜히 이곳에다 한 풀이 했네요. 그래도 속은 시원합니다.

읽어주신분들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