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와주세요) 부모님 때문에 폐인이 되어버린 남동생

정수야힘내라2012.07.25
조회7,568

안녕하세요. 답답한 마음에 이른 아침부터 컴퓨터를 킨 24살 남자입니다.

제게는 4살 터울의 남동생이 한 명 있습니다.

남자애치곤 보기 드물게 말도 예쁘게하고 붙임성있고 활달하고 생활력이 어찌 그리 강한지

제 동생이지만 볼수록 여동생 같은 그런 남자동생입니다.

그런 제 동생이... 집에만 틀어박혀 밥도 제대로 먹지 않는 폐인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유는 바로, 대학 때문입니다.

학교 생활에 트러블이 있었냐고요? 아닙니다.

등록금 문제 때문에 그러느냐고요? 아닙니다.

바로 원하는 대학에서 원하는 공부를 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저희 부모님 두 분 모두 명문대학교 나오셨습니다. 더군다나 직업 특성상 공부좀 했다 하는 분들만 만나시니 지방 대학은 그렇다 쳐도 전문대학교는 아예 쳐다도 안 보시는 분들입니다.

사고만 치고 놀기만 좋아하던 저와는 달리 남동생은 중학교 때까지 공부를 잘했습니다.

제가 학교를 관두고 일을 할때 동생은 고등학생이 되어 야자니 보충이니 늘 집에 늦게 들어왔는데 전 당연히 얘가 공부를 열심히 하느라 늦게 오는 거겠지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제 생각과는 다르게 남동생의 성적은 그렇게 좋지만은 않았더군요.

동생이 고삼때, 평소 무서워서 말도 잘 못 붙히던 녀석이 대뜸 제게 그러더군요.

 

"형 나 연극 하고싶어..." 라고 말입니다.

너가 말하는 연극이 정확히 뭐하는 거냐고 물어봤더니 연극영화? 무튼 그 쪽 학과로 가고 싶다고,

근데 부모님한테 무서워서 말을 못 하겠다고.

어릴 때부터 이 쪽으로 재능이 있긴 있었습니다. 어머니도 인정하신 사실이고요. 그렇기 때문에

저는 "너가 하고 싶은 일인데 뭐가 무섭냐, 그냥 말씀 드려라."

그랬더니 그날 집이 대판 뒤집어 졌습니다.

아버지께선 동생이 가고싶다던 예체능 대학교 이름을 듣자 마자 그 학교가 어떤 학교인지 예체능 쪽에선 얼마나 유명한지, 그런 것들에 대한 정보는 하나도 알아보지 않으신채

"그런 전문대학 나와서 뭐 해먹고 살꺼냐." 라는 말말 늘어놓으시면서

"그딴 학교 갈꺼면 나 등록금 못 대준다. 알아서 해라." 하고 협박까지 하시더군요.

보다못한 제가 말려봤지만 저는 워낙 집에서 무시만 받는 입장이라 씨알도 안 먹혔습니다.

동생은 다른 건 몰라도 '등록금'을 지원해주지 않으시겠다는 아버지 말에 더 이상 반박하지 못하고 부모님이 원하는 대학에 원서를 넣고 보기좋게 떨어졌습니다.

아버지는 동생이 생각보다 공부를 못한다는 걸 아시고는 빠르게 다른 그나마 동생 성적으로 갈 수 있는 대학의 낮은 과로 원서를 넣게 한 후 편입을 목적으로 공부하라는 당부를 하셨습니다.

남동생은 아버지가 선택한 학교에 진학해 생전 처음 듣고 보는 것들을 공부하며 대학생활을 햇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부터 이 녀석이 학교를 나가지 않더군요.

제 친구들은 대학생 되자마자 항상 집에 늦게 들어오고, 술이며 놀이며 노느라 정신없이 보내던데 제 동생은 말 수도 줄고 뭐라고 해야 할까요 애가 많이 어두워졌습니다. 학교도 안 나가고요.

물어보니 성적도 F가 많다던데 왜 그랬냐니까 흥미도 없고 아무리 들으려고 애를 써도 도무지 무슨 소린지 몰라 공부도 못 해서 성적이 이 모양이라고 하더군요.

동생 학교 방학한지 벌써 한 달이 다 되어가는 것 같은데... 이제는 집밖으로 나갈 생각도 안 하고 집에만 틀어박혀 있습니다.

부모님 출근하실 때 일어나서 나가는 척을 하다 두 분 다 출근하시면 바로 방으로 들어가 오후 까지 잠을 자고, 퇴근하실 때 쯤 일어나 아무 일도 없는 듯 저녁을 먹은뒤 밤새도록 잠 안자고 컴퓨터만 붙잡고 잇습니다. 고등학교 때 친구도 많던 놈이 핸드폰은 어디다 뒀는지도 모를 만큼 사람들과 연락도 안 하고 한 달 사이에 많이 야위었습니다.

너 하고싶다던 연기 배우러 나가는 건 어떠냐니까 돈이 어딨냐, 형이 대주겠다, 됐다 이렇게 살다보니 하고 싶은 의욕도 사라지고 아무것도 하기 싫다, 라고 합니다.

 

 

 

언젠가... 동생 놈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친구들은 다 지들 대학생활 하느라 자기를 만나주지도 않고 또 만나달라고 하기 눈치 보이고,

학교에선 맘 놓고 학교 공부나 생활에 관한 고민을 터놓고 얘기할 친구도 없고,

자신이 다니고 있는 학교, 학과에 뿌리 박고 졸업할 생각이 없기 때문에 정도 안 쌓이고 사람들과 노력하고 잘 지내야할 이유도 사실은 못 느끼겠다.

중학교 때 부터 연기 하고 싶다고 늘 말했었는데 항상 눈치만 보다보니 여기까지 왔고 고삼때 준비하려 했으나 이미 그 전부터 노력하고 준비한 애들에 밀려 자기는 상대도 안 돼더라.

그래도 하고 싶은 마음은 누구보다 강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뭔가 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긴 들어도 몸이 안 따라 준다. 밥도 먹기 싫다.

대충... 정리하면 이랬습니다.

 

형이라곤 친척들 통틀어서 저 하나 뿐인데, 형이나 된 놈이 동생 자식 하나 도와주지도 못하고

이런 현실이 너무나 곤욕스럽고 힘듭니다.

 

정말 여러분의 귀중한 조언 한 마디 한 마디가 절실합니다.

도와주세요... 부탁합니다.

 

 

 

 

정수야. 형이 미안하다.

넌 나 처럼 살지 말아라 제발.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