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들의 파편

찍사김재중2012.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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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부터 달려온 낯익은 낯선 도시

그리고 낯익은 낯선 새벽 강가

 

덜 깬 술과

덜 깬 기억들의 파편

만년필의 잉크 자국에 형체를 물들이는 눈물 같은 빗방울

 

불 붙이지 않은 갈색 담배만

술 냄새 가득한 입에 물려

만년필 흘러가는 궤적 따라

어지럽게 또는 질서정연하게

내 시선 속에서 흔들린다.

 

빗방울에 잉크가 번지며

20살의 아득했던 추억들이

수채화처럼 덜 깬 망막 속에서 펼쳐진다.

 

그 철없던 시절

여기 어디선가

빨간색 맨투맨 티셔츠 속

고양이에게 할퀴었다던

너의 포근했던 젖가슴의 체온이

손끝에서 되살아난다.

 

추억의 편린처럼

어지럽게 날개 짓하는

하루살이 떼의 파랑 같은 물결

 

그리고 또 다시

잉크가 번져가는 빗방울

 

이제 갈색 담배에 불을 붙이고는

긴 숨 들이켜 공허한 허파를 채운다.

 

새벽강가를 맨발로 달리는

저 긴 다리 긴 목 여자 육상선수의 열정만큼

나의 열정에 의구심 가득해진다.

 

유채꽃밭 건너 강어귀에 내려앉은

저 긴 다리 긴 목 하얀 백로의 외로움만큼

나의 외로움에 의구심 가득해진다.

 

필터까지 타들어가 버린 담배는

클로바 잎 가득한

아련한 추억 가득한

풀밭에 유기된다.

그리고 나는 비듬가루 털듯

외로움 툭툭 털고 자리를 뜬다.

 

추억만 짙어졌다.

글/사진 김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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