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간호사와 간호조무사 사이의 마찰에 관하여-간호조무사들을 위한 변론

빈센트2012.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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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놓고 보니 글이 조금 깁니다. 바쁘신 분들을 위해 중요한 부분은 굵게 표시했습니다.
간호조무사의 직업명칭을 간호실무사로 바꾸겠다는 개정법안이 발의됨으로서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있어 왔던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사이의 마찰이 다시 재점화되는 분위기인 것 같습니다. 글들을 쭉 보아하니 아무래도 다수를 차지하는 것은 간호사들이나 혹은 4년제 간호학과에 재학중인 학생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글들이 많은 것 같네요. 그런데 글들을 하나하나 훑어보다보니 일단은 논쟁 자체가 굉장히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으며, 간호사나 간호학과 학생들이란 사람들의 당혹스러울 정도의 강한 허위의식이 눈에 띄어 글을 남기기로 하였습니다.
본론에 들어가기 앞서 많은 분들이 오해하고 계시는 것은 위에서 말한 명칭변경에 대한 개정법안은 말 그대로 "간호조무사"의 '명칭'을 "간호실무사"로 바꾼다고 하는 것일 뿐, 간호조무사의 직업영역을 확대한다거나 간호조무사들에게 이제까지는 허용되지 않았던 의료행위를 허용한다는 내용은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의료의 질" 논쟁은 명칭변경 논쟁의 논점에 다소 벗어나 있는 것입니다. 물론 비정규직 간호조무사들을 고용하여 암암리에 의료행위를 시키는 개인병원들이 있다고 하나, 이것은 이전부터 있어왔던 문제이고 따라서 현재 이슈인 명칭변경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문제이며 당연히 간호조무사들을 비난하여서 해결될 문제도 아니죠. 인건비를 낮추고자 하는 동기가 있는 개인병원들은 4년제 대학을 나온 정규직 간호사를 고용하는 것 보다는 비정규직 간호조무사를 고용하는 것을 훨씬 선호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런 이유로 발생하는 의료의 질 저하 문제는 간호조무사의 명칭을 바꾸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개인병원에도 정규직 간호사를 몇퍼센트 이상 고용해야 한다" 라는 등의 법을 발의하는 것이 더 근본적 문제의 해결에 가깝다는 것입니다.
제가 본 수많은 의견들 중에 "간호사들이 나이트 가서 간호사 행세를 하고 다닌다더라.."같은 저급한 흑색선전은 제외하고 응대할 가치가 있는 의견을 중심으로 얘기를 해 볼까 합니다.
본론으로 들어가 가장 많이 보이는 의견을 요약하자면 <간호학과 학생들은 4년동안 비싼 등록금 내고 대학을 다니며 간호실습 뿐만 아니라 심리학, 의료윤리와 같은 심도있는 교육과정을 거치는 데 비해 간호조무사들은 (입시선발과정이 따로 없는)'아카데미'형식의 학원 등지에서 6개월에서 1년 남짓의 교육과정만을 수료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간호조무사가 간호사와 동등한 대우를 받게 된다면, 간호사들은 "노력에 대한 보상"이 상대적으로 박탈당하는 셈이다.> 라는 의견입니다.
하지만 두 직업군을 비교해 보았을 때 간호사는 이미 간호조무사와 차등된 대우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간호사의 평균 임금수준은, 높은 편은 아니지만, 노동부 임금구조기본 통계조사에 따르면 월 210만원 수준입니다. 이해 비해 간호조무사들의 평균임금은 사실 열악하기 짝이 없는 수준입니다. 간호사 월급의 절반 수준인 월 100~125만원 정도를 받는 경우가 과반을 넘으며, 노동시간을 따져 계산해 보면 간호조무사들의 임금수준은 최저임금에도 못미치는 형편입니다. 이에 대해 간호조무사 협회는 근로기준법 위반이라며 여러 차례 문제제기를 하기도 했지만 현재까지 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또한 '직업안정성'의 척도라고 할 수 있는 비정규직 비율도 간호조무사가 간호사에 비해 훨씬 높은 편입니다. 비정규직 간호사들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라고는 하지만 거의 대부분이 비정규 계약직인 간호조무사들에 비하면 간호사들은 직업안정성의 측면에서도 분명한 어드벤티지를 가지고 있는 상황인 것이죠.
제가 문제제기를 하고 싶은 것은 상기한 내용과 같이 간호사들이 이미 분명히 "더 나은 대우"를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차등 대우"를 요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간호사협회나 간호사들, 간호학과 학생들도, 더 높은 임금과 더 안정적인 일자리를 가지는 것 이상으로 간호조무사들과의 어떤 "경계"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습니다. 간호사들이 간호조무사라는 명칭을 간호실무사로 바꾸는 데에 있어서 이렇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도 자신들이 긋고자 하는 "경계"가 허물어지기 때문인 것이죠. 
그런데 문제는 그들이 요구하는 "차등 대우"라던가 "경계"가 '구체적으로 이러저러한 부분에서 보상을 더 해줘야 한다', 라는 내용이 아닌 막연하게 "동급 취급하지 말아라" 라는 내용이라는 점입니다. 간호조무사들 중 일부가 스스로를 간호사라고 여기거나 간호사 "행세"를 하는 것을 기분나빠하고, 일반대중이 간호사와 간호조무사의 차이를 쉽게 구분하지 못하는 것을 기분나빠하는 것, 간호사들이 가진 이러한 의식의 저변에는 간호조무사들에게 "너넨 나랑 '레벨'이 다르지!" 라고 생각하는, 또는 직업에 따라 인격적으로까지 더 훌륭한 인격체로서 대접받고 싶어하는, 요약하자면 '직업'을 '신분'으로서 이해하는 속물적인 '계급의식'이 깔려 있다는 것입니다. 간호사들이 끊임없이 막연한 차등 대우를 요구하는 것에 대한 근거가 "4년제 대학 나온 학력"이라는 점을 봤을 때 이 논쟁에서 학벌주의의 부정적 단면이 보이기도 합니다. "노력에 대한 보상"을 근거로 다른 직업군을 깔보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견해입니다.
저로서는 학력에 따라 소득과 부의 격차가 발생하는 것에 대해서는 사회적, 심리적으로 정당화시켜줄 근거가 있지만, 학력으로 인해 인격적으로까지 위계를 나누는 것에 있어서는 그러한 근거를 찾을 수 없다고 믿습니다. 간호사분들은 계속 "우리도 간호조무사 분들을 인격적으로 존중하고 있습니다. 선생님이라며 웃으며 인사도 하고.."라는 식으로 말하지만 한편으로는 "다른 유니폼, 확연히 구분되는 명칭"을 원하며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어쨌거나 우리는 급이 높다. 동급취급 받기 싫다'라는 심연의 의식을 엿볼 수 있으며, 주지하였다시피 그러한 의식은 "특권의식"에 다름이 아닙니다. 따라서 간호사분들이 얘기하는 '존중'이라는 것의 진정성 역시 의심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물론 제 글을 읽고 억울한 기분이 드는 간호사분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불필요한 논쟁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말씀드리자면, 저는 간호사 개인에 대한 얘기를 하는 것이 아닙니다. 모든 간호사가 다 똑같이 허위의식과 권위의식에 사로잡혀 있다는 뜻도 아닙니다. 하지만 여기서 보여지는 다수의 글과 그에 대한 추천수를 미루어 짐작해 보아, 간호사 공동체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사람들의 생각이 위와 같다고 느껴져서 이렇게 글을 쓰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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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들을 보고 좀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 있을 것 같아 글을 추가합니다.
댓글들 중 눈에 띄는 것은 "단순히 이름만 바뀌는 것 뿐이라면 이토록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다. 이름이 바뀜으로 인해서 간호조무사의 직업영역이 더 넓어지게 되고 이로 인해 간호사의 직업영역은 축소된다."라는 주장인데요. 법적으로 간호조무사를 간호실무사로 바꾸며 의료행위에 대한 제한을 풀어주겠다는 내용이 있지 않은 이상, 이러한 주장은 기우, 또는 논리적 비약이라고 판단됩니다.
하지만 저런 볼멘소리가 현실과 아주 부합하지 않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많은 개인병원에서는 간호사가 아닌 간호조무사들이 의료업무를 하고 있고, 이것은 실제로 간호사들의 일자리를(그 일자리의 질이 어떤지는 일단 제쳐두고라도) 축소시키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현실적으로 의료현장 일선에서 이미 많은 간호조무사들이 의료행위를 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저도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간호조무사들이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은 의료행위를 하는 것에 대해 "간호조무사들이 능력에 비해 과욕을 부리는 것이 문제"라는 식의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위 글에서도 언급한 바 있지만 개인병원의 간호조무사들은 월 100~150만원 정도의 임금, 노동시간을 계산해보면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임금을 받고 일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비싼 등록금을 내고 4년제 간호학과를 나와서 이러한 노동조건 아래서 기꺼이 일을 하겠다는 간호사분들은 많지 않겠죠. 따라서 개인병원에서는 낮은 임금과 열악한 노동조건 아래서도 '기꺼이' 일할 의사가 있는 간호조무사들을 고용하여 허용되지 않는 (하지만 어느 정도 할 수는 있는) 의료행위를 시키는 것이고 이것이 간호조무사와 간호사의 업무 경계를 모호하게 만드는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허용대지 않은 의료행위를 하겠다고 "나대는" 간호조무사들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허용되지 않은 의료행위를"시키는" 개인병원 의사들이 존재하는 것이며, 이것이 문제의 진짜 원인인 것이죠. 직장생활이나 아르바이트를 경험해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시키지도 않은 일을 굳이 하겠다고 나서는 노동자는 굉장히 드뭅니다. 그리고 설령 일부의 간호조무사들이 먼저 나서서 월권적 의료행위를 한다고 하더라도, 이것을 통제하고 제한할 권력과 의무와 책임이 있는 것은 개인병원의 고용주인 의사입니다.
개인병원 입장에서는 간호조무사들의 임금과 노동조건을 개선한다던가, '의료행위는 꼭 간호사에게만 시키기 위해' 일정 비율 이상의 간호사들을 고용하고자 하는 동기가 없을 것입니다. 이미 조무사 자격증을 딴 사람이나 간호학과를 졸업한 사람, 즉 '예비노동력'이 사회에 충분히 존재하기 때문이죠. 따라서 간호사분들이 4년제 대학을 나오고 간호면허를 취득하고 나서도 설 자리를 찾기 쉽지 않은 것은 간호조무사들이 "밥그릇을 뺏어가서"라기 보다는 이미 의료계 노동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옳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간호사들의 설자리가 줄어드는 것은, "무분별하게 취업률이 좋다는 이유로 우후죽순 늘어나는 4년제 신생 간호학과들이 생긴다는 점과 그로 인한 간호사 노동시장 자체의 수요 공급 불균형을 원인으로 보는게 맞을것"이라는 말입니다. (templeknight님의 글에서 인용)
결론적으로 보면 간호사-간호조무사 사이의 논쟁은 사람들 말대로 "밥그릇 싸움"이라고 보여집니다. 밥그릇 싸움이 나쁜 것이 절대 아닙니다. 간혹 "밥그릇 싸움 좀 그만해라"라고 말씀하시는 분이 있는데, 세상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갈등은 밥그릇 싸움, 좀 더 교양있게 표현하자면 '이해관계 갈등'인 것이죠. 소득과 부의 적절한 분배가 '정의 구현'의 중요한 요소임을 생각해 볼 때 이해관계 갈등을 단순한 "밥그릇 싸움"으로 폄하하며 대충 무마하려는 것은 어리석은 짓입니다. 
제가 하고싶은 말은 간호사-간호조무사 논쟁의 양상을 들여다 보면 이러한 문제에 대한 구조적 분석이 이루어지기 보다는 서로에 대한 저급한 흑색선전이나 비방이 주를 이루고 있다는 것입니다. 좀 더 서로가 상처받지 않고, 좀 더 생산적인 방향으로 갈등을 해결해 나가기 위해서는 좀 더 거시적인 시각에서 구조적인 문제를 파악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저는 간호사도 간호조무사도 아니지만 저 또한 살면서 몇 번은 병원 신세를 져야 하는 사람으로서 모쪼록 원만한 해결을 보게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