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좋았던 한일전 서울광장 거리응원, 그 속에서 만났던 개념없는 커플 한 쌍

우왕2012.08.13
조회142

네이트 판 처음 써보는데 이런 글로 시작할 줄은 몰랐어요..

일단 저는 부산출신이고 올해 대학입학과 동시에 서울에 올라와 학교 기숙사에서 살고 있는 20살 대학생입니다.

서울이랑 부산은 비슷하다면 비슷하고 다르다면 달라서 처음 경험해보는 서울생활에 저의 올해 상반기는 설렘의 연속이었던 것 같습니다.

 

서울 오면 꼭 해보고 싶었던 게 그 유명한 거리응원! 부산에도 거리응원이 있긴있지만 서울만큼 사람이 많지 않고 또 부산에 살땐 아직 미성년자라서 그런데 가기가 조금 꺼려졌죵

하지만 이젠 성인이고, 열정이 넘치는 서울광장에 가서 목이 터져라 응원하면서 젊음을 만끽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저는 부산에서 같이 올라온 고등학교 동창 한명이랑 같이 서울광장으로 향했습니다.

저희가 새벽 한시쯤 도착했는데 경기 시작하기 두시간반 전임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엄청 많더라고요... 역시 서울...ㄷㄷ 하면서 자리를 물색했어요.

앞자리는 거의 다 찼고 뒷자리에 통로 바로 옆에 겨우 자리를 잡은 우리가 앉으려고 하는 찰나, 이십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커플이 저희 옆에 오더라구요.

그런데 저희 자리가 통로 바로 옆이었고, 그 커플이 저희 옆에 자리를 잡고 앉으려고 하던데 그 자리는 통로로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곳이었어요. 약간 자리 잡기에 무리가 있어보였지만 그 커플은 돗자리를 폈어요.

옆이라서 본의아니게 그 커플이 하는 말을 들었는데 여자가 "여기 자리 괜찮지? 여기 앉자. 좋잖아 왜?" 이러는데 남자표정이 되게 안좋아 보였어요. 그리고 제가 듣기에 그 여자가 하는 말이 의견을 물어보는 게 아니라 여기 앉자고 강요하는 말투였어요.. 남자는 선뜻 대답하지 못하고 앉기 싫은데 억지로 앉는 표정으로 어쨋든 자리를 깔고 앉더라구요...

그래서 저는 속으로 '아... 거기는 통로라서 앉기 좀 그래서 남자가 저렇게 대답을 못하고 있나보다... 여자한테 완전 잡혀사네ㅠㅠ 불쌍해라.. 근데 저 여자는 쫌 그렇다... 통로에 앉으면 사람들한테 피해 줄텐데ㅠㅠ'라고 생각했지만 뭐 곧있으니 그 옆줄도 사람이 앉는 자리가 됐고 그 바로 옆에 바리케이트가 쳐지면서 그 자리도 문제가 없게 됐어요. 거기까진 그냥 넘어갔죠..

 

그런데 남자가 계속 표정이 안좋고 대답도 제대로 안해서 그런지 결국 여자가 화가 났어요.. 나 기분 안좋음 이렇게 얼굴에 써있을 정도로.. 괜히 옆에 있는 제가 눈치보일 정도로.. 남자는 여자가 화내는데 약간 꼼짝 못하고 당하고 있는 기분이더라구요.. 그래서 더 불쌍해 보였어요 남자가ㅠㅠ

그렇다고 저희가 모처럼 기분내서 왔는데 눈치볼필요는 없잖아요? 그래서 막 셀카를 찍으면서 놀았어요 친구랑 저는.. 그런데 그때가 새벽 1시가 넘었을때였고.. 플래시 안켜면 당연히 사진이 안나오죠.. 그래서 플래시 켜고 셀카를 막 찍었어요. 그런데 여자가 저희 들으라는 식으로 "아 눈아파 죽겠네ㅡㅡ" 딱 들어도 짜증나는 말투로.. 이러는거에요ㅠㅠ 속으로 저는 '카메라 플래시가 무슨 레이저 광선도 아니고 뭘 그것 가지고 저러나... 괜히 자기 짜증나니까 다른 사람한테 히스테리야'라고 생각을 했지만 아 그래도 진짜로 피해가 됐을지도 모르니까 저희는 아무말도 안하고 셀카찍기를 그만뒀어요.. 스무살이고 낯선 서울 언니들은 아직 무서워요ㅠㅠ

그렇게 경기 시작까지 아직 한시간이 남아있었고 그동안 자리가 약간 바껴서 그 커플이 우리 앞에 자리잡게 되었어요.  그런데 그 여자 그새 화가 풀려가지고는 플래시켜고 남자랑 셀카 찍더라구요... 기분이 뭐 좀 꽁기꽁기했지만 그냥 넘어갔어요..

 

서울광장엔 사람들이 더 많이 몰리기 시작했고, 아직 자리 못잡은 사람들, 자리잡고도 왔다갔다 하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그런데 그 커플중에 남자가 사람이 자기들 옆으로 지나갈려고 하면 팔로 막으면서 "여기 길 아니에요" 이러면서 못지나가게 하더라구요?... 이렇게 혼란스러운 자리에서 움직이는 사람들을 다 못 움직이게 할 권리는 없지 않나요? 자기 자리 주위로 사람들이 자꾸 지나가면 불편한거 알죠 당연히.. 저는 그 불편함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자기들도 맥주사러 나갔다가 앉아있는 사람들을 뚫고 여기까지 왔으면서 왜저러지.. 하는 생각이 안들수가 없었죠..

그래서 이전까지만 해도 여자는 약간 신경질적이고 개념이 없지만 남자는 좋게 보고 있었는데 저 행동때문에 안좋게 보이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경기가 시작할때까지 계속되더라구요 지나가는 사람 못지나가게 막기...

 

그리고 경기가 시작됐어요. 저희가 뒷쪽 자리였고 스크린이 막 잘 보이진 않았어요. 특히 사람들 머리가 있는 아랫부분은.. 그래서 무릎꿇고 앉아서 보고 싶은 맘은 충분히 알죠.. 근데 제가 무릎 꿇으면 뒷사람이 안보이잖아요 다 아니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엉덩이 깔고 앉아서 보는 거죠 그런데 저희 앞 그 커플 중에 남자가 무릎을 꿇고 앉아서 보더라구요..

저희는 남자 뒤라기 보다는 여자 뒤에 앉아있어서 피해는 없었어요. 그런데 저희보다 뒷쪽에 앉아있던 아줌마가 남자때문에 스크린이 안보였는지 남자한테 와서 자세좀 고쳐달라고 말하더라구요.. 그런데 시끄러워서 뭐라고 그러는지는 모르겠지만 남자가 되려 아주머니한테 뭐라뭐라 그러더라구요... 저 상황에서 보통 개념이 박혀있는 사람이라면 할말이 없을텐데 무슨 말을 저렇게 하나 싶었어요.. 그러더니 아주머니께서 머쓱한 표정으로 되돌아 가요.. 남자는 딱 표정이 뭐 저런사람이 다있어? 하는 표정으로 정말 내키지 않는다는 듯이 어쨋든 엉덩이를 깔고 앉았어요.

그런데 조금 있으니 여자가 무릎을 꿇고 앉아요... 여자는 저희 바로 앞에 있었고 여자가 무릎을 꿇자, 저희는 정말 아무것도 안보여서 여자 등을 살짝 치고 "저기요, 엉덩이좀 깔고 앉아주시겠어요?"하고 서울말로 정중하게 말했어요. 그런데 여자가 하는 말.. "다리가 불편해서 그래요" 여기서 저는 좀 벙졌어요... 자기 다리가 불편하면 뒷사람이 보이든 말든 상관없다는건가?...ㅋㅋㅋ 그래도 다시 한번 정중하게 "그런데 그렇게 앉으시면 뒷사람이 아무것도 안보이잖아요."라고 말하니까 여자가 이젠 짜증난다는 듯이.. "이게 안보여요?" 이러는 거에요........ㅋㅋㅋㅋ 하.....ㅋㅋ 이게 말로만 듣던 무개념 커플이구나...ㅋㅋ 제 뒤에 앉아 있던 남자도 거들었어요. "이 뒤에도 아무것도 안보여요. 제대로 앉아요 좀." 이러니까 이제 커플 중에 남자가 나서요. "여기도 안보여요. 거기만 안보이는 줄 아세요? 다같이 안보이는데 왜그러세요?" 이러는 거에요...ㅋㅋㅋ 저, 저친구, 저희 뒤에 앉아있던 남자 전부 할말을 잃었죠...

그리고 여자는 끝까지 자세 안고쳐앉더라구요. 그냥 참았어요. 어짜피 무릎꿇고 앉는 자세 피 안통해서 조금 있으면 엉덩이 깔고 앉을거라고 생각했죠.

 

아니나 다를까 한 오분 쯤 뒤에 여자가 엉덩이를 깔고 앉더라구요.. 그런데 비록 저는 여자의 뒷모습밖에 못보고 있었지만 '나 기분 무지하게 언짢음' 이렇게 적혀있는게 눈에 보였죠.. 스크린 쳐다보지도 않고 계속 땅만 보고 있더니 전반전에 박주영 선수의 골이 터지고 사람들이 막 일어나서 환호하자, 귀를 손으로 막더라구요...ㅋㅋ

저럴거면 왜 광장까지 나왔지.. 그냥 조용하게 집에서 보지..ㅋㅋㅋ 그렇게 전반 내내 기분이 안좋아보이던 커플은 전반전이 끝나고 쉬는시간이 되자, 자리를 접고 나가더라구요...ㅋㅋ

 

제 성질에 제가 못이겨 결국 나가버리는..ㅋㅋ 되게 웃겼어요 저희는 아직 어린데 저나이 먹도록 개념 안챙기고 뭐하고 살았나, 이런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리고 드는 한 생각 사람은 정말 끼리끼리 만난다 ㅋㅋ

나중에 커서 개념있는 남자랑 살고 싶으면 내 개념부터 잘 챙겨야겠다 라는 교훈을 얻었어요 ㅋㅋㅋ

그리고 살짝 시비가 붙어서 기분 안좋았지만 그래도 일본을 2대 0으로 완벽히 물리치고 동메달을 쟁취해 준 우리 태극전사들 덕분에 기분 다 풀리고 아주 기분좋게 기숙사로 돌아왔지요 ㅎㅎㅎㅎ

이게 끝인데 음 마무리를 정말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어용...ㅋㅋㅋ

 

서울광장처럼 혼잡하고 어지러운 곳에서는 서로서로 약간의 불편도 감수해줄 줄 알고, 남들에게 피해주지 않으려고 노력하면 더 살기 좋은 서울이 될것같아요. 서울시민들 화이팅: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