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각 5.95파운드로 할인을 받고 ‘아, 친절한 사람들인데 내가 편견을 가졌구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역시 나의 오만이었음을 본격적인 전시를 보면서 꺠달았다.
센터는 20분 간격으로 사람들을 들여보내고 있었다.
좁은 대기실이었지만 기다리는 사람들을 위해 작은 방 한켠에 준비해둔
‘설득’ 영화 속 의상과 19세기 초 영국 부인들의 레이스 양산을 보며 기대에 부풀었다.
티켓을 받던 직원이 제인 오스틴 가족 구성원 표와 영국 지도와 함께 제인 오스틴의 일대기를 설명해준다.
부농이었던 오스틴 가족은 아버지 조지 오스틴의 은퇴와 함께 그의 고향인 바스로 이사를 오게 되고,
분노했지만 결국 바스에서 ‘오만과 편견’, ‘설득’같은 명작을 탄생시킨다는 이야기이다.
그들의 자손처럼 일대기를 읊어대는 직원의 말에 홀려 기대감이 점점 부풀었다. 설명은 자세하면서도 위트있게 해주었다.
매끄러운 진행 솜씨가 멋졌던 쿨한 직원님!
안내를 따라 들어가서 간단한 영상 상영을 본다. 그런데 재미가 없다.
전시장 안으로 들어가면 영국 스타일로 생긴 마네킹이 영국 귀족의 옷을 입고
유명한 반달형 건축물인 서커스(Circus) 앞에 서 있다.
이런 식으로 죽 마네킹들이 당시대의 옷을 입고 서 있고,
제목으로 쓰인 제인 오스틴의 초상이나 가족들의 초상 스케치 등이 걸려 있다.
체험해 볼 수 있는 옷가지들은 너무 낡아서 사실상 그닥 입어보고 싶지 않아서 그대로 패스했다.
당대의 옷이나 소품 사용법들을 볼 수 있는 것은 좋았다.
제인 오스틴 센터답게 그녀의 작품도 나열되어 등장인물과 등장했던 의상, 소품 등이 전시되어 있어서
제인 오스틴을 추종하는 사람들은 아주 좋아할 법 했다.
다만 벽에 걸린 그림과 사진들이 모두
‘콜린 퍼스’(제인오스틴의 소설 ‘오만과 편견’ 영화 남자 주인공 ‘다아시’역의 영국 유명 배우) 였다!
그 외에도 제인 오스틴의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의 영화 배우들의 사진들로 가득했는데, 그 점이 가장 아쉬운 점이었다.
콜린 퍼스를 좋아하긴 하지만, 마치 제인 오스틴 센터가 아닌 콜린 퍼스 센터같은 느낌을 받았다.
콜린 퍼스는 들어오는 입구부터 나가는 기념품 샵에서까지 계속 볼 수 있다.
실제 느껴지는 것에 비해 비싼 티켓값이 실망스러웠던 제인 오스틴센터는 맨 위층의 티룸에서 가장 나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19세기 초의 영국 여인들의 복장을 한 웨이트리스가 밝게 웃으며 손님들을 맞이했다.
센터의 티켓이 있으면 10%할인된 가격으로 크림티를 먹을 수 있다고 하는데, 크림티가 티켓 값보다 훨씬 싸다고 한다.
‘샐리런’에서 이미 든든히 배를 채우고 온 우리는 크림티는 생략한 채 ‘오만’한 제인오스틴 센터라는 ‘편견’을 가질 것 같았다.
내가 제인 오스틴의 광팬이 아니어서 그랬을까? 티켓 값 대비 아쉬웠던 제인 오스틴 센터에 약간 실망했다.
그래도 기념으로 원서 한 권과 깃펜 하나씩을 사들고 나왔다.
‘오만과 편견’은 작은 마을의 딸 부잣집 중 혼기가 찬 첫째 딸 제인과 둘째 딸 엘리자베스가
인근에 이사 온 청년 빙리와 그의 친구 다아시와 각각 사랑에 빠진다는 이야기이다.
특히 다아시와 엘리자베스가 이야기를 끌고 가는 주인공인데, 다아시는 엘리자베스에게 반해 구애하지만
엘리자베스는 그의 신분을 내세우는 태도에 오만한 남자라는 인상을 받고 거절한다.
하지만 엘리자베스는 다른 남자들을 만나보면서 결국 다아시가 너그럽고 인자한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고
그동안 자신의 편견을 고치기로 하고 사랑으로 맺어진다.
‘이성과 감성’에 이어 제인 오스틴의 소설 제목은 간단명료하면서 주제어로 제목을 정한 것 같다.
사람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만 한 이른바 ‘섹시한’ 제목도 아니고 생각을 골똘히 해서 정한 제목도 아닌 것 같다.
그 시대의 분위기가 그랬던걸까? 이런 무심한 제목때문인지 왠지 제인 오스틴은 도도하고 시크한 영국 여성이었을 것 같다.
이것 또한 나의 편견일까?
바스 사원(Bath Abbey)은 정말 웅장했다. 빈티지한 건물은 훨씬 더 고급스러워 보였다.
바스의 건물은 모두 100년이 넘은 것으로 유명하다.
이렇게 큰 성당도 100년 넘게 크게 부식된 곳 없이 잘 유지된 모습이 신기했다.
제인 오스틴의 소설 ‘맨스필드 파크’의 주인공 패니가 에드먼드를 처음 만났을 때의 느낌일까?
한껏 억눌렸던 감정을 폭팔해낸 듯한 모습이 성당 안에 그려진 듯 했다.
소원을 비는 촛불의 빛이 일렁였고, 스테인드 글라스의 그림이 햇빛을 받아 반짝거렸다.
하얀 빛의 내부와 곳곳에 성경 이야기를 보여주는 작은 예술 작품 액자들이
감정을 폭팔하며 패니와 에드먼드가 사랑으로 일궈낸 산물같이 느껴졌다.
제인 오스틴은 사실 ‘맨스필드 파크’를 이 바스 대성당에서 영감을 받아 쓰고난 뒤,
그 호러버전으로 ‘노생거 수도원’을 쓴 게 아닐까 궁금해진다.
이렇게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감상적으로 만드는 곳이라면 ‘노생거 수도원’보다는 ‘맨스필드 파크’가 어울릴 것만 같다.
(‘노생거 수도원’은 호러 소설의 영향을 받은 작품으로 바스를 배경으로 하고있다.)
내부는 예배를 드리는 것 때문에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었다. ㅠㅠ
맨스필드 파크는 사회적 규율이 인간성을 지배하던 19세기 초의 한 여성의 삶을 그리고 있다.
제인 오스틴의 여섯 작품 중 자전적인 요소가 가장 강한 작품으로,
성직자와 지주계급, 노예제도와 시민 사회, 자아인식 사이의 폭넓은 갈등을 재미있게 풀어낸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한 입이라도 덜어보겠다고 궁핍하고 불행에 찌든 포츠머스 집을 떠나 맨스필드 파크의 부유한 친척 집으로 보내지는 패니는
귀족적이며 훌륭한 가문의 사촌들과 비교되면서 별다른 꿈도, 희망도 없이 '가난한 친척' 의 신분으로 하루하루 살아간다.
그러나 자신의 감춰진 꿈에 대한 열정, 풍부한 감수성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에드먼드를 만나게 되고,
자신의 억눌린 감정과 예리한 지성을 비밀편지와 일기를 비롯한 글 속에 쏟아 넣으며
매혹적이고 생기 넘치는 여성으로 성장한다. 성인이 된 그녀 앞에
현대적인 사고와 큰 매력을 지닌 헨리 크로퍼드가 맨스필드에 바람을 일으키며 등장해 복잡한 삼각관계를 형성하고,
패니는 사교계의 '별'로 떠오른다는 내용이다. 결론적으로보면 가난했던 소녀가 부유층에 적응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성장이야기와 그 계층간의 갈등이야기 이지만 성당과 ‘맨스필드 파크’의 사랑이야기 일부분이 닮아있는 듯 하다.
초승달 모양의 구조를 가진 병렬형 맨션의 ‘로얄 크레센트(Royal Crescent)’.
Crescent크레센트가 바로 ‘초승달’이라는 뜻이다.
일반적인 연립식 주택과 달리 초승달형으로 되어 있어서 독특해서 주목받는 명소이다.
1767~1775년 건축가 존 우드(John Wood)에 의해 디자인, 건축된 귀족들의 저택이다.
30채 중 한 채는 로얄 크레센트 호텔(The Royal Crescent Hotel)이고 첫번째 건물인1번지는
당시 귀족들의 생활상을 재현한 박물관으로 대중에게 공개되고 있다고 한다.
이 곳 시세는 무척이나 비싸고 바스는 휴양지로 유명하기 때문에 세계의 대부호들과
헐리웃 스타들이 이곳에 별장을 사둔다고 한다. 그만큼 부유한 향기가 퍼지는 곳.
여기에 헐리웃 배우 조니 뎁(Johny Depp)이 산다고 한다!
같은 구조를 가진 ‘서커스(The Circus)’.
우드는 그의 아버지의 바스 서커스를 완성하고, 서커스와 크레센트를 잇는 브록 가를 낸 것으로도 유명하다.
같은 구조로 설계된 서커스와 로얄 크레센트는 바스에서 손꼽히는 명소가 되었다.
서커스의 뜻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 중 영국과 관련된 두 가지를 꼽아보았다.
근세 이후의 서양에서는 원형광장을 둘러싸고 원환상으로 만들어진 연속주택을 말하는데
특히 이곳 바스에 있는 서커스가 유명하다고 한다. 또 큰거리의 교차점으로 원형을 이루는 것을 뜻하는데
런던의 옥스퍼드 서커스가 그것의 좋은 예라고 한다. 런던에는 피카딜리 서커스라고,
옥스퍼드 서커스 바로 옆 역사이름으로 마치 커다란 로데오 거리 정문과 후문처럼 쇼핑 거리로 연결되어 있다.
영국은 서커스라는 단어를 좋아하나?
제인 오스틴의 마지막 작품 ‘설득’에서는 부인과 사별한 후 흥청망청 살다가 빚더미에 앉은 월터 경이
켈린지 저택을 떠나 바스로 오게 되는 이야기이다. 제인 오스틴이 전원 느낌을 좋아하지 않아
한적하고 고요한 바스를 양반이 좌천되어 도망쳐오듯 하는 곳으로 바스를 묘사했지만
이런 서커스에 제인 오스틴이 살았다면 그렇게 쓰여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오히려윌터 경이 이곳에 살았더라면 도망쳐’가버리는’ 곳이었겠지.
아니면 ‘맨스필드 파크’의 패니가 팔려가는 곳이 맨스필드 파크대신 ‘서커스’나 ‘로얄 크레센트’가 되었겠다.
‘설득’의 줄거리는 이와 같다.한때 부유했던 준남작 월터 엘리엇 경에겐 딸이 셋 있다. 교만하기만 한 큰딸 엘리자베스, 선량하며 정서가 풍부한 앤, 그리고 막내로서 자신만 생각하는 메리. 그 중 메리는 결혼해서 애까지 낳았지만 엘리자베스와 앤은 여전히 미혼이다. 아들이 없는 것이 늘 아쉬운 월터 경. 부인이 죽은 뒤 살림을 꾸려 나가지 못하고 흥청망청 살아온 월터 경은 많은 빚을 지게 되고 결국 살고 있던 켈린치 저택을 해군제독 크로프트에게 임대해주고 바스로 가서 지내게 된다. 모두가 바스로 출발하자 앤는 동생 메리 집에 가서 잠시 머문다. (중략)앤 또한 가족이 있는 바스로 간다. 바스에서 앤은 사촌 윌리엄 엘리엇을 만나고 그의 매너와 박식함에 이끌린다. 그러나 윌리엄은 가산을 탕진하고 켈린치의 저택을 노리고 그녀에게 접근한 것.
이렇게 ‘설득’을 읽다보면 제인 오스틴은 바스의 귀족은 언급하지 않는 듯 하다. 그녀의 소설 속의 바스는 아예 휴양지, 도피처, 시골로 여겨진다. 이토록 좋은 작품들을 쓰게 했는데 왜 그런 표현뿐일까?
제인 오스틴이 표현하는 것과 달리 바스는 아름다운 도시이다. 그녀가 어찌 생각했건 바스는 ‘제인 오스틴 센터’를 세우고 아주 자랑스러워 한다고 한다. 제인 오스틴의 소설을 읽었다면 여행으로 한번 쯤 가볼만 한 곳이다. 기사에는 담지 않았지만 로만 바스(Roman Bath)라고, 바스의 천연 온천도 유명하다. 다만 입장료가 비싸다는 점. ㅠㅠ
바스에서는 매년 9월 제인오스틴 축제가 열린다. 19세기 당시의 의상을 입는 것인데 제인 오스틴 센터에서 축제 때의 사진과 영상을 볼 수 있다. 마치 코스프레 축제같은 한 장면이지만 좀 더 우아하고 고풍스러운 제인 오스틴 코스프레라고 볼 수 있겠다.
다가오는 9월, 제인 오스틴 축제를 즐길 분들이 있다면 영삼성에도 소식을 부탁드리며~
바스 안에서의 제인 오스틴은 훨씬 빛이 났다. 그녀가 생각하는 것처럼 암울하고 답답한 곳도 아니었다.
영국 Bath 에서 <'오만과 편견'작가 제인 오스틴>을 만나다
영국 BBC의 지난 천 년간 최고의 문학가 조사에서 셰익스피어에 이어 2위를 차지할만큼
영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여류작가, 제인 오스틴.
그녀의 감성이 묻어나는 도시, 바스(Bath)를 다녀왔다.
목욕? 특이한 이름의 이 도시는 198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지역으로 지정되어있는 곳으로
영국에서 유일하게 천연 온천수가 솟아나는 곳이다. 그래서 이름이 Bath이다.
바스는 ‘오만과 편견', '설득'을 썼던 작가 제인 오스틴이 작품을 쓰던 곳이다.
도심지를 좋아하는 제인 오스틴은 사실 이 도시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고 한다.
제인 오스틴이 살았던 1700년대 후반의 바스는 유명한 휴양지였기 때문에 도심지를 좋아하던 제인 오스틴은
아버지가 은퇴 후 고향인 바스로 가족 모두가 이사한다는 소식에 졸도했다고 한다.
하지만 바스에서의 생활은 그녀의 창작활동에 큰 뒷받침이 된다. 특히 그녀의 소설 '설득'은 바스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소설 중 노처녀 여자 주인공이 이곳을 싫어하는 것으로 묘사돼 있다는 점이다.
바스는 런던 시내의 패딩 턴 역에서 기차로 한 시간 반 정도면 갈 수 있는 그리 멀지 않은 곳이다.
하지만 바스가 영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에든버러와 함께 매년 1, 2위를 다투는 곳이란 사실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런던으로 여행을 오면 흔히 관광객들이 들르는 캠브리지, 옥스포드 등의 대학가나 윈저성에 비하면 그리 알려지지 않은 곳이다.
우리는 숨겨진 보물같은 그곳에서 영국 고전의 향기를 맡을 수 있었다.
바스 곳곳에서 우리는 제인 오스틴의 소설을 되새겨 보며 고전과 함께 바스를 즐겨보기로 했다.
이름하여 바스 속의 제인 오스틴 훔쳐보기!
첫 번째로 찾은 곳은 제인 오스틴의 단골집이었다는 샐리 런(Sally Lunn’s).
이 곳은 300년 전, 프랑스 출신의 여성이 바쓰에서 굽기 시작했다는
동그란 빵, ‘샐리 런 번’도 유명하지만 1482년에 지어진, 바쓰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이기도 하다.
샐리 런은 200년 후인 1680년, 이 건물에 창업한 까페이다.
찰스 디킨즈도 샐리 런의 단골이었다고 한다.
샐리런 번은 오후 6시 이후에는 팔지 않기 때문에 점심 때 가는 것이 좋다.
우리는 11시 반 기차를 타고 느즈막히 떠났기 때문에 제일 먼저 샐리런을 찾았다.
메뉴에는 '제인 오스틴'이름을 딴 커피도 있었다. 아마도 그녀가 자주 찾는 커피가 아니었을까?
따뜻한 홍차에 크림을 타먹는 크림티와 향기로운 커피를 마시며 우리는 ‘이성과 감성’을 떠올렸다.
출출했던 차에 번과 샌드위치까지 잔뜩 주문했다.
‘이성과 감성’은 제인 오스틴의 처녀작으로, 제46회 베를린영화제 금곰상 수상작인 영화 '센스, 센스빌리티'의 원작소설이다.
이성과 감성의 줄거리는 대충 이러하다.
합리적이며 이성적인 성격인 맏딸 엘리너는 내성적이고 도덕적인 청년 에드워드를 사랑하며,
그 감정을 서서히 발전시켜 나간다. 반면, 열정적이고 감성적인 동생 메리앤은 열정적이고 활동적인
청년 윌러비에게 첫눈에 반해 모든 순정을 바치며 열정적인 연애의 감정에 휩싸인다.
서로 다른 성격의 이 로맨스는 모두 고통을 겪게 되고, 그 과정에서 두 여인은
서서히 사랑의 진실에 눈을 뜨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번을 한 입 가득 물고 엘리너와 매리언을 머리에 그려보았다.
이성적인 엘리너가 에드워드를 사랑하는 것을 떠올리니 이 곳의 메뉴는 모두 딱 한 입씩만 맛보아야 할 것 같았다.
그에 반해 매리언은 마치 홍차 외에 다른 음식은 입에도 넣을 수 없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성과 감성이 한쪽으로만 치우칠 때 발생하는 문제를 바라보는 ‘이성과 감성’은
우리가 고민하는 두 잣대의 인간성이며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도 없다.
연애와 결혼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로 도덕적으로 바라보았지만 이 역시 답을 내리기엔 감정이라는 것은
설명이 불가하기에 소설로 쓰여지지 않았나 싶다.
조화로운 이성과 감성의 조화를 음식으로 대체(?)하자며 골고루, 푸짐하게! 식사를 마친 후 제인 오스틴 센터로 향했다.
바스에 세워진 ‘제인 오스틴 센터’에는 그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소설 속 의상도 볼 수 있으며 직접 입어볼 수도 있다.
그녀를 좀 더 자세히 훔쳐보기위해 들어갔다.
첫번째로 받은 인상은 그야말로 오만!
이 작은 기념관이 왜이리 티켓값이 비싼지, 미술관도 무료 개방인 영국에서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려 7.45파운드였다!
국제 학생증은 없었지만 강렬한 눈빛을 쏘며 “We’re student”를 외치자
쿨하게 “I’ll trust you”하며 학생요금을 받던 직원이었다.(동행한 묘령의 미녀님까지 학생요금으로 받았다.)
그렇게 각 5.95파운드로 할인을 받고 ‘아, 친절한 사람들인데 내가 편견을 가졌구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역시 나의 오만이었음을 본격적인 전시를 보면서 꺠달았다.
센터는 20분 간격으로 사람들을 들여보내고 있었다.
좁은 대기실이었지만 기다리는 사람들을 위해 작은 방 한켠에 준비해둔
‘설득’ 영화 속 의상과 19세기 초 영국 부인들의 레이스 양산을 보며 기대에 부풀었다.
티켓을 받던 직원이 제인 오스틴 가족 구성원 표와 영국 지도와 함께 제인 오스틴의 일대기를 설명해준다.
부농이었던 오스틴 가족은 아버지 조지 오스틴의 은퇴와 함께 그의 고향인 바스로 이사를 오게 되고,
분노했지만 결국 바스에서 ‘오만과 편견’, ‘설득’같은 명작을 탄생시킨다는 이야기이다.
그들의 자손처럼 일대기를 읊어대는 직원의 말에 홀려 기대감이 점점 부풀었다. 설명은 자세하면서도 위트있게 해주었다.
매끄러운 진행 솜씨가 멋졌던 쿨한 직원님!
안내를 따라 들어가서 간단한 영상 상영을 본다. 그런데 재미가 없다.
전시장 안으로 들어가면 영국 스타일로 생긴 마네킹이 영국 귀족의 옷을 입고
유명한 반달형 건축물인 서커스(Circus) 앞에 서 있다.
이런 식으로 죽 마네킹들이 당시대의 옷을 입고 서 있고,
제목으로 쓰인 제인 오스틴의 초상이나 가족들의 초상 스케치 등이 걸려 있다.
체험해 볼 수 있는 옷가지들은 너무 낡아서 사실상 그닥 입어보고 싶지 않아서 그대로 패스했다.
당대의 옷이나 소품 사용법들을 볼 수 있는 것은 좋았다.
제인 오스틴 센터답게 그녀의 작품도 나열되어 등장인물과 등장했던 의상, 소품 등이 전시되어 있어서
제인 오스틴을 추종하는 사람들은 아주 좋아할 법 했다.
다만 벽에 걸린 그림과 사진들이 모두
‘콜린 퍼스’(제인오스틴의 소설 ‘오만과 편견’ 영화 남자 주인공 ‘다아시’역의 영국 유명 배우) 였다!
그 외에도 제인 오스틴의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의 영화 배우들의 사진들로 가득했는데, 그 점이 가장 아쉬운 점이었다.
콜린 퍼스를 좋아하긴 하지만, 마치 제인 오스틴 센터가 아닌 콜린 퍼스 센터같은 느낌을 받았다.
콜린 퍼스는 들어오는 입구부터 나가는 기념품 샵에서까지 계속 볼 수 있다.
실제 느껴지는 것에 비해 비싼 티켓값이 실망스러웠던 제인 오스틴센터는 맨 위층의 티룸에서 가장 나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19세기 초의 영국 여인들의 복장을 한 웨이트리스가 밝게 웃으며 손님들을 맞이했다.
센터의 티켓이 있으면 10%할인된 가격으로 크림티를 먹을 수 있다고 하는데, 크림티가 티켓 값보다 훨씬 싸다고 한다.
‘샐리런’에서 이미 든든히 배를 채우고 온 우리는 크림티는 생략한 채 ‘오만’한 제인오스틴 센터라는 ‘편견’을 가질 것 같았다.
내가 제인 오스틴의 광팬이 아니어서 그랬을까? 티켓 값 대비 아쉬웠던 제인 오스틴 센터에 약간 실망했다.
그래도 기념으로 원서 한 권과 깃펜 하나씩을 사들고 나왔다.
‘오만과 편견’은 작은 마을의 딸 부잣집 중 혼기가 찬 첫째 딸 제인과 둘째 딸 엘리자베스가
인근에 이사 온 청년 빙리와 그의 친구 다아시와 각각 사랑에 빠진다는 이야기이다.
특히 다아시와 엘리자베스가 이야기를 끌고 가는 주인공인데, 다아시는 엘리자베스에게 반해 구애하지만
엘리자베스는 그의 신분을 내세우는 태도에 오만한 남자라는 인상을 받고 거절한다.
하지만 엘리자베스는 다른 남자들을 만나보면서 결국 다아시가 너그럽고 인자한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고
그동안 자신의 편견을 고치기로 하고 사랑으로 맺어진다.
‘이성과 감성’에 이어 제인 오스틴의 소설 제목은 간단명료하면서 주제어로 제목을 정한 것 같다.
사람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만 한 이른바 ‘섹시한’ 제목도 아니고 생각을 골똘히 해서 정한 제목도 아닌 것 같다.
그 시대의 분위기가 그랬던걸까? 이런 무심한 제목때문인지 왠지 제인 오스틴은 도도하고 시크한 영국 여성이었을 것 같다.
이것 또한 나의 편견일까?
바스 사원(Bath Abbey)은 정말 웅장했다. 빈티지한 건물은 훨씬 더 고급스러워 보였다.
바스의 건물은 모두 100년이 넘은 것으로 유명하다.
이렇게 큰 성당도 100년 넘게 크게 부식된 곳 없이 잘 유지된 모습이 신기했다.
제인 오스틴의 소설 ‘맨스필드 파크’의 주인공 패니가 에드먼드를 처음 만났을 때의 느낌일까?
한껏 억눌렸던 감정을 폭팔해낸 듯한 모습이 성당 안에 그려진 듯 했다.
소원을 비는 촛불의 빛이 일렁였고, 스테인드 글라스의 그림이 햇빛을 받아 반짝거렸다.
하얀 빛의 내부와 곳곳에 성경 이야기를 보여주는 작은 예술 작품 액자들이
감정을 폭팔하며 패니와 에드먼드가 사랑으로 일궈낸 산물같이 느껴졌다.
제인 오스틴은 사실 ‘맨스필드 파크’를 이 바스 대성당에서 영감을 받아 쓰고난 뒤,
그 호러버전으로 ‘노생거 수도원’을 쓴 게 아닐까 궁금해진다.
이렇게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감상적으로 만드는 곳이라면 ‘노생거 수도원’보다는 ‘맨스필드 파크’가 어울릴 것만 같다.
(‘노생거 수도원’은 호러 소설의 영향을 받은 작품으로 바스를 배경으로 하고있다.)
내부는 예배를 드리는 것 때문에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었다. ㅠㅠ
맨스필드 파크는 사회적 규율이 인간성을 지배하던 19세기 초의 한 여성의 삶을 그리고 있다.
제인 오스틴의 여섯 작품 중 자전적인 요소가 가장 강한 작품으로,
성직자와 지주계급, 노예제도와 시민 사회, 자아인식 사이의 폭넓은 갈등을 재미있게 풀어낸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한 입이라도 덜어보겠다고 궁핍하고 불행에 찌든 포츠머스 집을 떠나 맨스필드 파크의 부유한 친척 집으로 보내지는 패니는
귀족적이며 훌륭한 가문의 사촌들과 비교되면서 별다른 꿈도, 희망도 없이 '가난한 친척' 의 신분으로 하루하루 살아간다.
그러나 자신의 감춰진 꿈에 대한 열정, 풍부한 감수성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에드먼드를 만나게 되고,
자신의 억눌린 감정과 예리한 지성을 비밀편지와 일기를 비롯한 글 속에 쏟아 넣으며
매혹적이고 생기 넘치는 여성으로 성장한다. 성인이 된 그녀 앞에
현대적인 사고와 큰 매력을 지닌 헨리 크로퍼드가 맨스필드에 바람을 일으키며 등장해 복잡한 삼각관계를 형성하고,
패니는 사교계의 '별'로 떠오른다는 내용이다. 결론적으로보면 가난했던 소녀가 부유층에 적응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성장이야기와 그 계층간의 갈등이야기 이지만 성당과 ‘맨스필드 파크’의 사랑이야기 일부분이 닮아있는 듯 하다.
초승달 모양의 구조를 가진 병렬형 맨션의 ‘로얄 크레센트(Royal Crescent)’.
Crescent크레센트가 바로 ‘초승달’이라는 뜻이다.
일반적인 연립식 주택과 달리 초승달형으로 되어 있어서 독특해서 주목받는 명소이다.
1767~1775년 건축가 존 우드(John Wood)에 의해 디자인, 건축된 귀족들의 저택이다.
30채 중 한 채는 로얄 크레센트 호텔(The Royal Crescent Hotel)이고 첫번째 건물인1번지는
당시 귀족들의 생활상을 재현한 박물관으로 대중에게 공개되고 있다고 한다.
이 곳 시세는 무척이나 비싸고 바스는 휴양지로 유명하기 때문에 세계의 대부호들과
헐리웃 스타들이 이곳에 별장을 사둔다고 한다. 그만큼 부유한 향기가 퍼지는 곳.
여기에 헐리웃 배우 조니 뎁(Johny Depp)이 산다고 한다!
같은 구조를 가진 ‘서커스(The Circus)’.
우드는 그의 아버지의 바스 서커스를 완성하고, 서커스와 크레센트를 잇는 브록 가를 낸 것으로도 유명하다.
같은 구조로 설계된 서커스와 로얄 크레센트는 바스에서 손꼽히는 명소가 되었다.
서커스의 뜻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 중 영국과 관련된 두 가지를 꼽아보았다.
근세 이후의 서양에서는 원형광장을 둘러싸고 원환상으로 만들어진 연속주택을 말하는데
특히 이곳 바스에 있는 서커스가 유명하다고 한다. 또 큰거리의 교차점으로 원형을 이루는 것을 뜻하는데
런던의 옥스퍼드 서커스가 그것의 좋은 예라고 한다. 런던에는 피카딜리 서커스라고,
옥스퍼드 서커스 바로 옆 역사이름으로 마치 커다란 로데오 거리 정문과 후문처럼 쇼핑 거리로 연결되어 있다.
영국은 서커스라는 단어를 좋아하나?
제인 오스틴의 마지막 작품 ‘설득’에서는 부인과 사별한 후 흥청망청 살다가 빚더미에 앉은 월터 경이
켈린지 저택을 떠나 바스로 오게 되는 이야기이다. 제인 오스틴이 전원 느낌을 좋아하지 않아
한적하고 고요한 바스를 양반이 좌천되어 도망쳐오듯 하는 곳으로 바스를 묘사했지만
이런 서커스에 제인 오스틴이 살았다면 그렇게 쓰여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오히려윌터 경이 이곳에 살았더라면 도망쳐’가버리는’ 곳이었겠지.
아니면 ‘맨스필드 파크’의 패니가 팔려가는 곳이 맨스필드 파크대신 ‘서커스’나 ‘로얄 크레센트’가 되었겠다.
‘설득’의 줄거리는 이와 같다.한때 부유했던 준남작 월터 엘리엇 경에겐 딸이 셋 있다. 교만하기만 한 큰딸 엘리자베스, 선량하며 정서가 풍부한 앤, 그리고 막내로서 자신만 생각하는 메리. 그 중 메리는 결혼해서 애까지 낳았지만 엘리자베스와 앤은 여전히 미혼이다. 아들이 없는 것이 늘 아쉬운 월터 경. 부인이 죽은 뒤 살림을 꾸려 나가지 못하고 흥청망청 살아온 월터 경은 많은 빚을 지게 되고 결국 살고 있던 켈린치 저택을 해군제독 크로프트에게 임대해주고 바스로 가서 지내게 된다. 모두가 바스로 출발하자 앤는 동생 메리 집에 가서 잠시 머문다. (중략)앤 또한 가족이 있는 바스로 간다. 바스에서 앤은 사촌 윌리엄 엘리엇을 만나고 그의 매너와 박식함에 이끌린다. 그러나 윌리엄은 가산을 탕진하고 켈린치의 저택을 노리고 그녀에게 접근한 것.
이렇게 ‘설득’을 읽다보면 제인 오스틴은 바스의 귀족은 언급하지 않는 듯 하다. 그녀의 소설 속의 바스는 아예 휴양지, 도피처, 시골로 여겨진다. 이토록 좋은 작품들을 쓰게 했는데 왜 그런 표현뿐일까?
제인 오스틴이 표현하는 것과 달리 바스는 아름다운 도시이다. 그녀가 어찌 생각했건 바스는 ‘제인 오스틴 센터’를 세우고 아주 자랑스러워 한다고 한다. 제인 오스틴의 소설을 읽었다면 여행으로 한번 쯤 가볼만 한 곳이다. 기사에는 담지 않았지만 로만 바스(Roman Bath)라고, 바스의 천연 온천도 유명하다. 다만 입장료가 비싸다는 점. ㅠㅠ
바스에서는 매년 9월 제인오스틴 축제가 열린다. 19세기 당시의 의상을 입는 것인데 제인 오스틴 센터에서 축제 때의 사진과 영상을 볼 수 있다. 마치 코스프레 축제같은 한 장면이지만 좀 더 우아하고 고풍스러운 제인 오스틴 코스프레라고 볼 수 있겠다.
다가오는 9월, 제인 오스틴 축제를 즐길 분들이 있다면 영삼성에도 소식을 부탁드리며~
바스 안에서의 제인 오스틴은 훨씬 빛이 났다. 그녀가 생각하는 것처럼 암울하고 답답한 곳도 아니었다.
감성이 차오르는 바스에서 제인의 발자취를 따라가보며 그녀를 훔쳐본 하루였다.
출처: 영삼성
[원문] Bath 속의 <'오만과 편견'작가 제인 오스틴>을 훔쳐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