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께서 이혼하고 집 나가시겠다는데 제가 잘못한 겁니까?

JYKH2012.08.13
조회166
글이 좀 깁니다.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만 귀찮으시다면 밑에 제가 간단히 요약해놓은 것을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음슴체를 쓰고는 싶은데 조금 진지하게 글을 쓰고 싶고, 네이트판은 처음이라서 음슴체로 쓰진 않겠습니다.

우선 저는 19살 고3 이과 여고생이고, 공부도 나름 열심히 하는 학생입니다.
그런데 제가 방학하고 나서부터 아버지께서 몸이 많이 안좋아지셨습니다. 저희 아버지께서는 제가 태어나기 전부터 심장병이 있으셔서 심장에 관한 수술을 2차례 하셨고, 폐결핵도 있으셨다고 하셨습니다. 그런 아버지께서 요즘 들어서 숨쉬기가 많이 힘들어 보이셨습니다. 172cm에 47kg이 나가시는 아버지께서는 화장실 한 번 가기도 벅차서 힘들게 걸어가십니다. 걷기도 힘드셔서 항상 누워계십니다. 숨 쉬기 힘들고 심장(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심장인 것 같습니다)이 아프실 때 입 안으로 뿌려넣어 먹는 약이 있어서 그걸 사용하곤 하십니다.
저희 아버지께서는 국가유공자로, 6.25에 참전하셨던 분입니다. 6.25때 한 쪽 눈을 실명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아버지는 연세가 80이 넘으셨고, 어머니는 60대 후반이십니다. 전 굉장히 늦둥이였습니다.
쓸모없는 얘기일 것 같기는 하지만 저희 어머니와 아버지의 가치관에 대해서 설명하고자 약간의 말을 덧붙이겠습니다.
아버지께서는 학력이 아닌 성품을 중시하시고, 어머니께서는 학력을 중시하시는 분입니다. 그것 때문에 부모님께서 많이 다투곤 하셨었고요.
또한 아버지께서는 여자형제들 사이에서 홀로 남자로 태어나 친할아버지께서 아버지께 공부를 시키기 위해 아버지를 굉장히 많이 때리셨다고 합니다. 맞기 싫어서 도망가는 아버지께 돌을 던질 정도였으니까요. 그런 일이 있었기 때문인지 아버지께서는 공부보다는 성품을 중시하시고, 가족간의 화목을 굉장히 중시하십니다. 그래서 어머니께서 뭔가 화나는 일이 있어서 소리를 지르거나 화를 내시면 일을 크게 벌리고 싶지 않으시기에 잠자코 조용히 계십니다.
어머니께서는 우선 학력을 중시하시고, 제가 과 때문에 지방대를 쓰겠다(제가 가고싶은 과는 전국에 한 10개 대학밖에 없는데 그 중 3개가 연세대,고려대,부산대여서 제 실력으로는 지방대를 쓸 수밖에 없더군요)고 했을 때 화를 내시며 "네가 그까짓 거밖에 안됐냐", "실망이다" 라고 욕까지 하시면서 말씀하셨던 적이 있어서 저와 엄청 싸웠던 적이 있습니다. 어머니께서는 "가정학과를 들어가든 무슨 개같은 과를 들어가든간에 가까운 데로 가"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내가 사는 인생을 엄마가 대신 살아줄 것도 아닌데, 내 인생을 내가 하고 싶은 것도 못하고 그냥저냥 살다가 죽으라고?" 라고 답하니 "그게 왜 네 인생이야? 내가 널 먹여살렸는데 왜 그게 네 인생이야?" 라고 하셨습니다. 아무튼 좀 얘기가 길어졌는데 어머니께서는 학력을 중시하시는 분입니다. 저는 과를 위해 대학을 선택하려는 입장이고, 어머니께서는 대학을 위해 과를 선택하라는 입장이시니 답답해서 화만 나네요.
기본적인 가족 정보는 여기까지만 쓰겠습니다.




아버지께서는 저번주 쯤 새벽에 병원에 입원하러 가셨었고, X-ray를 찍은 결과로는 폐가 검은색으로 나와야하는데 하얗게 나온다고 어머니께서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며칠 후에 어머니께서는 아버지께서 아무런 병도 없고 건강하다고 의사 선생님께서 그러셨다고 합니다. 아버지께서 돌아오신 뒤에 저에게 하신 말씀은 "노화가 진행되는 것이기 때문에 병원에서 고칠 수 있는 병이 아니다" 였습니다. 저는 그런가보다, 많이 편찮으신가보다 하고 넘어갔습니다.
아버지가 계셨던 병원은 저희 집에서 지하철을 타고(걷는 시간까지 포함) 20분 정도 거리였습니다. 한창 더울 때라서 어머니께서도 많이 피곤하고 힘드셨습니다. 그래서 집에 오면 항상 아버지 욕을 하시곤 하셨습니다. "힘들어 죽겠는데 귀찮게 입원까지 해서" 뭐 그런 식으로요.
아버지께서 얼마 전 퇴원하시자마자 어머니께서는 제 방에 누워계신(제 방에 에어컨이 있어서 더운 곳에 계시면 숨이 턱턱 막히는 아버지는 제 방에서 생활하십니다) 아버지께 욕을 하기 시작하셨습니다. 물론 사정이야 있었겠지만 솔직히 제가 보기엔 별 것도 아니었습니다.
저희 집은 어머니와 아버지께서 모두 연세가 많으시다보니 따로 직장을 가지거나 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지금 집에 세를 내주고 월세를 받아 생활합니다. 10가구가 넘고 월세는 20~30만원 정도니 월수입은 250~300만원 사이 정도입니다. 저는 요즘같이 취업난에 200만원 벌기도 힘든데 250 이상을 버니까 꽤 잘 산다고 생각하고 있는 편인데요. 아무튼 어머니께서는 돈을 굉장히 아끼십니다.
아버지께서 걷기도 힘드시다보니 병원에서도 화장실에 못 가서 소변통을 옆에 배치해놓고 소변을 봐야하고, 대변일 때에는 하는 수 없이 화장실에 가야하는데 화장실까지 걸어가지를 못하셔서 휠체어를 타고 가셔야 합니다. 그런데 그 휠체어를 누가 밀어주느냔 말이죠. 간병인을 둔 것도 아니어서(하루에 50,000원 정도라더군요. 돈을 아끼고 싶어하시는 어머니께서 하루 50,000원씩이나 어떻게 투자하시겠습니까. 자기 몸 고생하고 말자는 생각을 하시는 거죠.) 어머니께서 휠체어를 밀어주시는 방법밖에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어느 날에는 아버지께서 화장실에 가야 할 일이 생기셔서 어머니께 전화를 하셨고, 병원으로 와달라고 하셨습니다. 어머니께서는 급하게 택시를 잡아타고 병원으로 가셨고, 아버지께서는 어머니께서 좀 늦으시기에 힘들게 혼자 휠체어를 끌고 화장실에 다녀오셨다고 합니다. 병원에 도착하신 어머니께서는 화를 내셨다고 합니다. 혼자 갔다올 수 있었으면 혼자 갔다오지 왜 사람을 급하게 불러서 택시비가 4,000원이나 나오게 만드냐고.
솔직히 전 이해하질 못하겠습니다. 어머니께서 지난 생애를 힘들게 가난하게 살아오셨을테니 돈에 민감한 것은 이해하지만 통장에도 몇억씩 있고, 앞으로 사는 데에는 아무 지장이 없을 만큼 돈도 많이 벌고 있습니다. 게다가 아버지께서는 국가유공자이시기 때문에 달마다 국가에서 돈도 나옵니다. 저는 국가유공자 자녀이기 때문에 교육비도 거의 들지 않고요.
병원에 안 갈 것을 택시타고 간 것도 아니고, 어머니께서는 원래 아침에 병원에 갔다가 저녁에 돌아오십니다. 어차피 갈 것이었는데(물론 원래는 지하철을 타기 때문에 평소보다 돈이 좀 더 많이 나온 것은 맞지만) 택시비 고작 4,000원 나왔다고 편찮으신 아버지께 그렇게 화를 내야 하나요? 편찮으신 아버지께 4,000원도 투자하지 못하나요? 국가유공자이시기 때문에 1주일씩이나 입원했는데 병원비도 1만 5천원 겨우 넘었습니다. 그런데 고작 4,000원이 아깝나요?
그리고 어머니께서 아버지께 화를 내시면서 가장 많이 말씀하신 건 "왜 많은 사람들 앞에서 나를 망신주냐" 였습니다. 아버지께서 병원에 계실 때(6인실인가 5인실이었다고 합니다) "같이 벌어서 돈은 꽤 모았다. 돈을 아끼려고 할 뿐이지 우린 그래도 잘 살만큼 돈은 있다"라는 식으로 말씀하셨다고 합니다. 아버지께서는 어머니께서 간병인도 들이지 않으시고 힘들게 집과 병원을 왔다갔다 하는 게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저 집은 거지집안이라 돈이 없어서 간병인 하나도 들이지 못하는 건가?"라는 시선이 보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렇게 말한 것 뿐이라고 아버지께서는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어머니께서는 "같이 벌어서"라는 말이 맘에 안드셨던 모양입니다. 아버지께서 어머니보다 띠동갑은 넘을만큼 연세가 많으시니 일을 하지 못하시는 건 어찌보면 당연했습니다. 하지만 어머니께서는 여자의 몸으로 홀로 일하시면서 돈을 번 게(물론 아버지께서도 편찮으시기 전에는 일을 하셨겠죠. 앨범 보니까 회사원같은 사진도 있으시던데) 남한테는 둘이 같이 벌었다는 걸로 알려지는 게 억울했고, 남한테 그런 말을 한다는 것 자체가 싫으셨던 모양입니다. 하지만 아버지께서는 어머니를 욕보이려는 의도는 전혀 없으셨고, 그냥 자신을 돈 없는 집안으로 보는 게 자존심 상해서 그런 말씀을 하신 것 뿐이었다고 하십니다.
그리고 어머니께서 화가 나실 때마다 항상 꺼내는 이야기는 아버지의 상가입니다. 옛날 제가 어린 시절엔 마당까지 있고 방이 3개에, 창고, 화단까지 있던 집에서 살았습니다. 아버지께서는 그 집을 팔고 현재 저희가 살고 있는 집으로 이사오면서 그 돈으로 상가 하나를 사셨다고 하셨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 상가에 세를 내줘서 치킨집을 하던 사람이 있었는데 더 이상 운영하지 않는 모양이었습니다. 제가 8살 쯤에 이 곳으로 이사왔으니 상가를 산 것은 약 10년정도 된 일이네요. 10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어머니께서는 아버지와 싸우실 때마다 "왜 그 때 그 집을 팔지 말라고 했는데 팔아서 이익도 못남기냐"라는 식으로 화를 내십니다. 저는 싸울 때 이미 다 지난 옛날 얘기 들먹이는 걸 싫어하기 때문에(지금 얘기한다고 해서 그 당시로 타임머신 타고 돌아갈 수도 없는 노릇인데 옛날 얘기 들먹이면서까지 싸워야하나, 하고 생각합니다) 그 얘기 들을 때마다 자연스럽게 눈살을 찌푸리게 되는데요. 편찮으신 아버지한테까지 그런 소리를 내질러야하나 싶었습니다.
어제는 아버지께서 아버지의 방에 계시다가 화장지가 필요한데 너무 멀리 있어서 그냥 가까이에 있던 새 화장지 봉투(마트에서 파는 30개 정도씩 들어있는 커다란 화장지묶음 봉투 아시죠?)를 뜯었답니다. 그런데 그걸로 어머니께서 또 불같이 화를 내시며 "그걸 왜 뜯냐고, 왜! 습기 차서 화장지 못쓰게 되면 어쩔 거냐!"라는 식으로 소리치셨습니다. 그 때가 아마 11시 30분 쯤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이전 일로(위의 문단 3개) 참고 참다가 결국 아버지께서도 화가 폭발하시고 "화장지 하나 뜯은 게 잘못한 거냐.", "왜 내가 죽어갈 때가 되니까 더 못살게 구느냐", 라는 식으로 말씀하셨습니다.
제가 어머니보다 아버지를 좋아하는 것은 맞지만 객관적인 시선에서 봤을 때 아무리 생각해도 먼저 화낸 건 "어머니"셨습니다. 하지만 나중으로 갈수록 어머니께서는 "왜 뜯냐고 물어본 거 가지고 왜 소리를 지르고 지랄이냐"라면서 자신의 책임은 회피하시고 아버지께만 덮어씌우셨습니다. 지금 싸우는 것이 전부 아버지 때문인 것처럼요. 어머니를 욕보이려는 의도가 전혀 없던 아버지께 불같이 화를 내던 어머니에게도 참았던 아버지께서는 단단히 화가 나셨던 모양입니다. 그래도 몸이 안좋으시다보니 그냥 말다툼 조금 하다가 방으로 들어가셨는데, 저희 어머니께서는 아버지 방으로 따라들어가 계속 화를 내시며 이전에 얘기했던 과거 이야기를 또 다시 들먹이며 화를 내셨습니다. 아버지께서는 혈압이 자꾸 오르시고 화가 나다보니 호흡곤란이 오셔서 헉헉대시며 침대 위를 구르셨습니다. 저는 제 방에 있다가 아버지 신음소리 듣고 놀라서 달려간 겁니다. 방에 들어가보니 켜져 있던 선풍기는 어머니께서 이미 꺼버리셨더군요.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더우면 더 숨쉬기 힘들어하십니다. 그런 아버지 방의 선풍기를 껐다?

이건 아버지께 "너 죽어라"라는 거죠. 저는 급히 선풍기를 켜고 아버지 옆에 있던 부채를 집어서 아버지께 부채질을 해주셨습니다. 이건 심장이 아픈 게 아니었기 때문에 약을 쥐어드릴 수 없는 것이었고, 아버지의 증세와 병명을 자세히 모르는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그것 뿐이었습니다. 어머니께서는 그 옆에서 코웃음을 치시면서 "하이고, 연기자 나셨네. 이거봐라, 이거봐. 시끄러워. 꼴도 보기 싫어. 듣기 싫어. 뭐가 힘들다고 헉헉대고 지랄이야. 병원에서 아무 이상도 없다는데." 라고 옆에서 계속 화내시면서 어이없다는 듯 웃기만 하셨습니다.
병원에서 아무 이상이 없다고 말했으니까 호흡곤란 증세도 일어나서는 안되는 건가요? 호흡곤란 증세를 CT촬영하고, X-ray 찍는다고 병원에서 다 알아챌 수 있는 건가요? X-ray 찍었을 때 폐가 하얗게 나온 것만 보더라도 무슨 이상이 있는 거 아닙니까? 자기 자신이 아플 때 친구가 "아프겠다. 괜찮아?"라고 걱정은 해주겠지만 그 친구가 나의 아픔을 알지는 못합니다. 직접 겪는 사람이 제일 고통스럽고 힘든 겁니다. 의사라고 해도 그 고통은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모르는 거 아닙니까. 단순히 병원에서 이상이 없다고 했다는 이유만으로 아버지를 "딸내미 오니까 연기하는 것 좀 봐라. 둘이 쿵짝 잘 맞네."라는 식으로 몰아가야 합니까? 제가 객관적으로 봤을 때, 아버지께서는 절대 연기하시는 게 아니었습니다. 저희 아버지께서는 아프셔도 제 앞에서만큼은 크게 내색하지 않으시는 분이시거든요. 그런 아버지께서 금방이라도 숨이 끊어질 것처럼 헉헉대고 침대 위에서 가슴을 움켜쥐고 구르시는데 어머니께서는 옆에서 콧방귀만 뀌고 계시니, 솔직히 저는 그 모습의 아버지를 보자마자 전신이 떨려서 어떻게 해야하나, 하고 몇초간 굳어있었습니다. 그리고 어머니를 향한 분노가 치밀어 올랐고요. 아무리 화가 나도 그렇지 곧 돌아가실지도 모르는 사람을 앞에 두고 웃는다? 이거 완전 싸이코패스 수준이잖아요? 마음같아선 어머니를 한 대 치고도 남았을테지만 우선은 아버지를 챙기는 게 먼저라고 판단했기에 그 후로 새벽 1시가 넘는 시간까지 아버지 곁에서 부채질을 해주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머니께서는 힘들어하시는 아버지를 두고도 옆에서 계속 조잘조잘 욕을 섞어가며 이전 일을 꺼내시며 아버지 욕을 하실 뿐이었습니다. 그래요, 신났겠죠. 아버지께서 아무런 대꾸도 못하시니까 신나서 더 떠드셨겠죠.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일을 해결해보려고 해도 제 정신이 도저히 객관적인 판단을 할 수가 없는 상황에 치달았을 때 어머니께 저도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만해. 지금 엄마가 뭘 잘했다고 큰소리 쳐?"
제가 그런 소리를 내지르니 어머니께서는 놀란 눈으로 그냥 보고만 계시더랍니다. 그래서 제가 하도 어이가 없고 화가 나서 "왜? 내가 아빠편 들어주니까 짜증나? 화나? 지금 엄마가 어린애도 아니고 뭐하는 짓이야, 이 야밤에!" 라고 소리지르니까 그제야 저한테 조용히 하라고, 시끄럽다고 소리 지르시더군요. 지금까지 어머니께서 아버지께 소리지른 건 뭔데 저한테 조용히 해라, 시끄럽다라는 말을 할 수 있습니까?
저는 아버지 방에서 나오면 아버지께서 다시 어머니와 말다툼 하시다가 호흡곤란 증세가 오셔서 어머니가 그대로 방치하면 돌아가실까 걱정되어 아버지 방에서 새벽 1시 반 정도까지 있었습니다. 어머니께서는 제가 아버지 방에 있으니 들어오진 않으셨습니다. 대신 이혼하자, 집 나가겠다라고 말씀하시며 짐을 챙기시더군요. 저는 너무 화가 난 상태였기 때문이 훗날이 걱정되기는 커녕 '당장 나가라. 당장 이혼해라. 나도 이렇게는 더 이상 못산다. 엄마만 못 살겠는 줄 아나? 방귀 뀐 놈이 성낸다더니 지금 그 꼴이잖아. 그래, 우선 앞날부터 생각해보자. 내 통장에 몇천만원이 있고, 아빠 통장에 몇천만원이 있으니까 그거 합쳐도 1억은 무리다. 한 달에 검소하게 살아서 200씩 쓴다고 생각하면 1년 반 정도는 버틸 수 있을 것 같다. 대학 등록금은 걱정되지만 난 우선 국가유공자 자녀이기 때문에 일정 점수만 넘으면 등록금은 면제할 수 있어. 칼을 씹어먹을 각오로 공부하면 등록금 면제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지.'라고 생각했습니다. 어머니를 잡을 생각은 추호도 없었습니다. 물론 판에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그렇고요.
오늘까지만 밥 해주고 내일부터는 집을 나갈거라고 하시네요. 뭐, 저도 밥 할 줄 알고, 빨래 할 줄 알고, 이것저것 사는 데에 지장 없을 정도는 다 할 줄 압니다. 문제는 제가 곧 개학인데, 어머니께서 집을 나가시고, 제가 학교에 가면 아버지는 누가 돌봐드리냐는 거죠. 밥은 누가 차려드리냐는 거죠. 빨래는 누가 해주고, 목욕은 누가 시켜주냐는 겁니다. 아침 7시 반쯤 학교에 가서 오후 5시 쯤 올텐데(학교에서 석식을 못준다고 하기에 밖에서 이것저것 사먹다가 식중독 걸릴까봐 야자신청 안했는데) 그 사이에 아버지께서 쓰러지기라도 하시면 누가 병원에 데려다 드리죠? 그리고 17일 쯤에는 병원에 다시 한 번 데려오라고 의사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는데 누가 데리고 갑니까? 저 그 날 학교 갑니다.
어머니께서는 그걸 빌미로 "병원도 혼자 가! 난 안 데리고 갈 거니까." 라는 식으로 협박하시고, "너 때문에 내 딸 대학 가는데에 지장 있으면 넌 진짜 가만히 안 놔둘 거야."라고 말씀까지 하셨습니다. 지금 대학이 중요합니까? 사람 목숨보다 대학이 더 중요해요?
아버지께서는 "네 엄마가 그래도 내가 죽을 즈음엔 잘 해줄 줄 알고 돈을 거의 다 네 엄마 앞으로 맡겼다. 그런데 이렇게 나올 줄은 몰랐지."라고 하셨습니다. 아버지 통장의 돈, 제 통장의 돈을 다 합쳐도 1억이 되지 못합니다. 아버지께서 가지고 계신 상가를 팔아봤자 천만원도 받지 못할 겁니다. 저희 집은 지금 팔면 약 8억 정도가 될텐데, 저희 집은 어머니 명의로 되어있습니다.
어머니께서는 그걸 빌미로 저를 또 협박하시네요. "네가 나를 따라갈지, 아빠를 따라갈지 결정 잘 해. 네가 선택하는 거에 따라서 그 쪽에 돈이 더 많이 갈테니까. 그렇게 아빠가 좋으면 곧 죽을 아빠 모시고 힘들게 잘 살아봐라."라고요. 이게 사람이 할 말입니까? 그것도 당당하게 아버지 앞에서 "저승사자는 이런 새끼 안 잡아가고 뭐하는 거냐"라는 식으로 말씀하시는데, 뭐가 그렇게 잘났다고 그런 말을 하는지.
아무리 힘들고 지쳤다지만, 제가 태어나기 전에 아버지께서 어머니께 못되게 굴었다고 하지만 지금은 전혀 아니고, 어머니 주무시는 거 볼 때마다 아버지께서 "네 엄마 자냐? 그래, 힘들겠지. 자게 놔둬라."라고 하십니다. 전에 아버지께서 어머니를 어떻게 못살게 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과거가 중요합니까, 현재가 중요합니까? 과거 일은 이미 다 지난 일이고 아버지께서 어머니를 못살게 굴어서 어머니께서 뭐 다리가 부러져서 지금 못 걸으시는 것도 아니고... 객관적인 시선은 전혀 없이, 항상 감정적으로만 대처하려는 어머니에게 질렸습니다.
세상 모든 남자를 예비 성폭행범이라고만 생각하여 제가 남자애들과 친하게 지내는 걸 아니꼽게 생각하고, 초등학생 때 남자애 한 번 집에 초대했다고 "창년"이라는 소리까지 하고, 가족이 아프면 "왜 아프고 지랄이냐", "몸관리 하나도 제대로 못하냐"는 식으로 걱정보다는 화부터 내고, 과보다는 대학을 중시하고, 중3 때 반에서 1등 한 번 했다고 칭찬 막 해주시다가 다음 시험에서 반 3등으로 떨어지니까 저한테 욕을 무지하게 하고, 어머니 도와드리려고 설거지 좀 했다가 "공부나 하지 뭐 이런 짓을 하고 앉았냐"라는 소리 듣고 공부하고 나면 어머니 화내실 때는 "집안일 한 번 도와준 적 없으면서 어디서 큰소리냐"라고 소리치시는데 저보고 어떻게 하라는 건지... 그런 어머니께 질렸습니다. 전 솔직히 이 이혼 반대 안합니다. 오히려 찬성하는 입장입니다.
판 여러분들께 묻고 싶습니다. 아버지께서 그렇게 잘못한 겁니까? 제가 그렇게 잘못했습니까?

긴 글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 톡에 욕설만큼은 자제해주셨으면 합니다. 어머니께 듣는 욕만해도 이미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요약>
1. 결핵도 걸리셨었고, 심장병(심장수술 2번 경험)이 있으신 아버지께서 결국 병원에 입원2. X-ray 검사결과 한 쪽의 폐가 정상이라면 까맣게 찍혀야 하는데 아버지의 폐는 하얗게 찍혔음3. 어머니께서 걷기 힘드신 아버지를 돕기 위해 아침 7시 반 쯤 병원에 갔다가 오후 5시쯤 집에 돌아오심(약 1주일 동안)4. 며칠 후 병원에서 아무 이상이 없다고 함, 아버지께서는  노화로 인해 생긴 당연한 증상이기 때문에 병원에 가더라도 치료해봤자 소용 없다고 함5. 1주일 정도 병원에 입원해있다가 퇴원하심6. 병원에서 아버지께서 자신을 돈없는 사람으로 취급하는 게 자존심이 상해 "우리 둘(어머니와 아버지)이 벌어서 그래도 잘 살고 있다"라는 식으로 말씀하신 걸 어머니께서는 자기 자신이 돈을 벌었지 네가 언제 도와줬냐고 생각하여 아버지께서 자신을 무시한다고 여김, 집에서 아버지와 크게 싸우심7. 그 다음날 아버지께서 걷기 힘드신데 휴지가 필요하니까 급한대로 아버지 방에 있는 새 휴지봉지(30롤 정도씩 들어있는 마트에서 파는 두루마리 휴지세트)를 뜯음8. 어머니께서 습기 차면 어쩌려고 그러냐고 막 화를 내시면서 옛날에 아버지께서 잘못하신 것까지 얘기하며 화내심9. 아버지께서도 참다참다 화가 나서 다투다가 방에 들어가셨는데 어머니께서 방까지 쫓아들어가 화를 내심10. 혈압이 오르면서 아버지께서는 호흡곤란이 오셨음(더우면 숨쉬기 더 힘드신데 어머니께서 아버지 방에 들어가시면서 아버지 방의 선풍기를 꺼버리고 화를 돋운 것)11. 나는 아버지께 선풍기를 틀어드리고 부채질을 해드림12. 호흡곤란으로 힘들어하는 아버지 옆에서 어머니는 그런 아버지를 비웃으며 "연기하고 있네"라는 식으로 비꼼13. 진정이 되신 아버지 옆에서 어머니는 계속 화를 냄14. 결국엔 내가 화가 나서 어머니한테 그만하라고 소리지름15. 어머니는 내가 아버지 편을 든다고 생각했는지 더 화를 내면서 집을 나가겠다, 이혼하겠다고 함16. 어머니께서 짐을 싸는 동안 나는 아버지 옆에서 아버지께서 괜찮아지실 때까지 부채질을 함(2시간가량 아버지 곁에 있었음)17. 새벽 1시 반 쯤에 내 방으로 돌아온 나는 어머니께서 다시 아버지께 화를 내거나 해서 아버지께서 다시 호흡곤란이 오실까 걱정되어 4시까지 잠을 안 자고 기다림18. 어머니께서 잠든 걸 보고 나도 4시 15분 쯤에 자기 시작19. 어머니께서 집을 나가신다고 짐을 다 챙겼으니 내가 아침상을 차려야겠다는 생각에 오전 7시에 일어남, 근데 어머니께서 주무시고 계심, 어이가 없어서 그냥 내 방으로 들어감20. 오늘 아침상은 어머니께서 차리셨지만 내일부터는 집을 나갈 거라고 하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