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中毒) - 열두번째

독백2003.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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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이 열렸다. 태빈은 교도관의 멱살을 잡았고, 교도관 녀석은 저항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방안
문 옆에 꽂혀 있던 현표의 목찰을 조심스레 손에 들었다. 태빈은 목찰을 보았다. 수형자들이 이
곳에 들어오면 사용하는 신원등록증라고 해야할까...감방에서 사용하는 주민등록증과 같은 수
형자들의 수감번호, 죄명, 이름, 입소일, 출소일이 적혀져 있는 표였다. 이것으로 신원을 파악
했는데...교도관이 이 목찰을 가져가려 했다.

 

" 뭐야- 뭐하는 거냐구!!!!!"
" 얼른 가져오게"
" 이자식들 무슨짓을 한거야!"
" 3512번은 자살을 했다."
" 무슨 소릴 하는거야!!!!"
" 자살을 했다."

 

교도관이 문을 닫으려 하자 태빈이 문을 박차고 나왔다. 교도관 둘은 그에 놀라 녀석을 다시 방
안에 가두려했지만 태빈을 막을 수 없었다.

 

" 뭐냐구 이자식들아!!!!"

 

교도관들은 서로 눈치를 주고 받고 고개를 끄덕이곤 태빈일 교도관실로 데려갔다. 교도관실 안
엔 아무것도 없었다. 조용한 안에선 왠지 밤새 고통을 받았을 현표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밤새 애타게 불렀을 자신의 이름과 그녀의 이름...
태빈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태빈은 이를 꽉 물고 옷소매로 눈물을 훔쳐냈다.

 

" 현표는 어딨어!!"
" 자살...했네."
" 무슨 소리 하는거야. 현표가 그럴리 없어. 니들이 죽인거야!! 니들이!!!!"

교도관들은 태빈의 말에 입을 닫은 채 부인하지 못했다.

" 이자식들 너네도 죽여버릴꺼야."

 

태빈은 이곳담당이었던 교도관의 멱살을 잡았다. 녀석을 죽이기라도 할 듯한 살기를 띠고 점점
조여오는 목을 빼낼 수 없었다. 교도관은 점점 갑갑해져왔고, 숨을 쉴 수 없었다. 그에 다른 교
도관이 태빈을 말리려 태빈의 손을 잡았지만 그는 조금도 교도관을 봐 줄 생각이 없는 듯 했다.
태빈의 손아귀엔 점점 더 힘이 들어갔고, 그는 녀석을 책상이 있는 곳으로 집어 던지듯 내동댕
이 쳤다.

 

교도관은 책상밑에 쳐박혀 거친 숨을 내 몰아 쉬었고, 태빈을 말리던 교도관은 겁에 질려 부들
부들 떨고 있었다.

 

" 고통스럽게 죽여주지. 어차피 필요없는 목숨. 조금도 아깝지 않아."

 

태빈이 다른 녀석의 목을 잡자 어제 낮에 현표와 한 얘기가 생각이 났다.

 

" 닮았다. 그치? 오래같이 살면 닮는다고 하더니... 내가 형을 닮을 줄이야."
" ...오년을 같이 살았네..."
" 오년이면...어후...엄청나다. 지겨워..."
" ...지겨워?"
" 농담이야. 형. 정색하기는... 흠... 형이 지겹다는게 아니구...이곳이 지겹다는거야...여기가...
후우- 이곳을 나갈 수만있다면..."
" 조금만 더 견디면 나가게 될건데 뭐..."
" 그렇...겠지?"
" 그럼..."
" 흠...형도 지우누나 좋지?"
"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야?"
" 그냥...형도 지우누나 보면 좋아 할꺼야..."
" 녀석 싱겁기는..."
" 나중에...지우누나보면 나보다 더 잘해줘야 돼?"
" 그건 또 무슨 소리야? 동생 여자친구한테 뭘 잘해줘?"
" 그러니까 잘해주라구..."
" 그래...알았어."

 

현표의 말을 알아 듣지 못했었다. 이곳을 나갈 수만 있다면...형도 지우누나 보면 좋아 할꺼
야...나보다 더 잘해줘야 돼...
현표는 자신이 죽을 걸 미리알고 있었던 듯...
그렇게 마지막 인사를 한걸지도 몰랐다.

 

교도관의 옷을 잡고 있던 태빈의 손에 힘에 빠졌다. 때문에 교도관은 태빈의 손에서 빠져나와
책상밑에 쳐박혀 있던 교도관에게로 갔다. 둘은 책상밑에 숨어 부들부들 떨고 있었고, 태빈의
시선은 한참을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더니 그들에게로 옮겨졌다. 교도관들은 숨이 멎을 듯 했
다. 녀석은 지금 죽음도 무엇도 두려워 하지 않고 있다.

 

" 솔직하게 말해."
" 그...그...그게..."

 

이곳 담당 교도관이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자 다른 교도관이 그를 말리듯 그의 팔을 잡았다.
하지만 이곳 담당 교도관은 이미 말을 하고 있었다.

 

" 녀...녀석이...ㅇ...아..니...라고...하......길래... 버...버르장...머리를...고쳐...논다고... ㄱ...ㄱ
...교...도...봉으...로... 쳐...쳤는데... 자...자....자...잘못...ㄷ...때...려서......머...머리를...마...
마...맞았나...봐...요...그...그...래서...꼬...꼼짝...꼼짝을...안하는...거예요...그...그래서...바...
바...밤새...여기서...깨...깨어나...길...후-후-..기...다렸는데...그...그...녀...석이...수...수...숨
을...안...쉬...었...어...우...우리 잘못 아니야..."
" 그...그래...우리가 때린거...아...아니야...그...그거 발견한...그 사람이...때린 거라구...으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