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꿈 이야기

생활인2012.08.17
조회350

제가 대학생 때 혼자 자취하던 시절에 기절하면서 났던 사고 얘기예요.
기절해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사람이 기절을 할때, 드라마 여주인공처럼 "아~" 효과음 내며 쓰러지는 거 없습니다.
"필름이 끊어진다."는게 가장 정확한 표현이예요. 그냥 시야가 셧다운되면서 그 이후로 암흑.
다시 눈을 떴을 때 시공이 바뀐 상황을 깨달으면서 본인이 기절했었다는 걸 아는 겁니다.

 

당시 고3때 쪘던 살을 뺀다고 한동안 물조차도 거의 안마시고 살았었어요.
워낙에 건강체질이라 안먹어도 끄떡없다고 자만하면서, 살을 뺄 수만 있다면 더한 짓도(?) 할 수 있다고 그리 믿었었죠.

 

주말에 늦잠을 자고 일어나서 샤워를 하고 수건만 두르고 나오다가 그냥 의식을 잃었어요.
다음 순간 눈을 떴는데 바닥에 옆으로 드러누워 있더라구요.
그런데 바닥 쪽의 얼굴 피부가 질퍽하더군요.
손으로 더듬어보니 뭔가 묻어나는데......시뻘건 피가!
화들짝 놀라 상체를 일으키다가 바닥을 짚은 손바닥의 느낌에 또 한번 기겁했죠.
피바다.
......까지는 아니고 피바닥이 펼쳐져 있더라구요.
반쯤 얼이 나가서 간신히 일어나 거울을 보는데 얼굴 반면이 피칠갑.....
얼굴뿐만 아니라 목, 어깨, 상반신 일부가 온통 피...피...피......에 절었더군요.
목에 상처가 났던지 굵은 핏방울이 계속해서 후두둑 떨어지는데,
아무 생각도 안나고 그저 눈물만 주룩주룩.
그 와중에도 일단 수건을 집어들어 대충 피 닦고 상처 틀어막고 옷부터 찾아입고 피바닥 닦아내다보니
이게 뭔짓인가하고 그제야 정신이 들었다죠.
지금 생각하면 바로 119라도 불렀어야 했지만, 당시엔 벌거벗고 있던 상태로 나갈 순 없으니

일단 옷부터 입는다는게 옷에 피묻으면 안되니까 다시 씻고 닦고,

상처 둘러막고, 옷 차려입고, 그러다 어찌저찌 지혈되고,
피가 멈추니 여유(?)가 생겨서 바닥 청소까지 해버렸던듯...;;

 

뒷정리 다 해놓고 추측해 본 상황은,
제가 걸어나오다가 의식이 끓어져 쓰러지면서 벽에 걸려있던 액자를 건드렸고,
그 액자가 바닥에 떨어져 깨지면서 유리 파편이 튀었고,
그 위로 제가 쓰러진 것이든, 제가 먼저 쓰러져 그 파편이 튀어서 박혔든,
어쨌거나 깨진 유리가 목을 스쳐서 그리 되었던 것.

 

사람이 얼마만큼의 피를 잃어야 죽는진 모르겠지만 저토록 많이 흘렸는데도 살아있는 걸 보면
사람 목숨이 질기긴 질기구나 싶더라구요.
한 5분 여 기절했던 것 같구요, 만약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계속 출혈이 이어졌다면....으흐흐.;;
그때 충격을 받아 이후론 잘 챙겨먹고 건강(과 빠졌던 체중)도 되찾았습니다.

 

이 얘기를 여기에 쓰는 건, 바로 당시 엄마가 꾸셨던 꿈 때문입니다.

같은 날 거의 같은 시각, 엄마가 쇼파에서 깜박 낮잠이 드셨는데

꿈 속에서 붕 뜬 느낌과 함께 집안이 훤히 둘러보이셨더랩니다.
마치 홀린듯이 제가 쓰던 방 쪽으로 가셨는데,
닫혀있던 문을 열고 들어가니
한 가운데 방바닥에 제가 앉아있고, 품 안에 사람만큼 커다란 인형을 안고서 놀고있더래요.
한 손에 빨간색 크레파스를 들고요.
그 빨간 크레파스로 인형의 얼굴 반쪽을 빨갛게 칠하면서 콧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대요.
그냥 '아, 우리 xx가 인형이랑 놀고 있구나.'하고 돌아나오시려는데
찰나 인형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대요.
반쪽이 시뻘겋게 칠해진, 저랑 똑같이 닮은 그 얼굴이.
갑자기 확 기분이 나빠지셔서 '얘는 다 커서 무슨 인형 놀이야!'하고 제 손에서 인형을 확 뺐는 순간,
잠에서 깨어나셨대요.

 

원래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신조가 확고하신 분이라 보통일이 아니면 전화 안하시는데
기분이 영 찜찜한 것이 뭔가 아니다 싶어서 전화했다고 하시더라구요.

 

지혈해놓고 겨우 진정해있다가 엄마 전화 받고 또 막 울어버렸었던....
그런 생활 속의 작은 사건 얘기였습니다..;

 

엄마가 아시는 분께 이 얘기를 했더니
원래 어른들 꿈에 나오는 인형은 불길한 것을 상징하는 것이래요.
(작은 마론인형이나 곰인형 같은 것 말고 사람 닮은 커다란 것 = 시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