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도 지금 힘들어?

미안해2012.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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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하게 우리 둘이 입장이 바뀌어있네

2년전엔 내가 공부를 하고있었는데 오빠가 헤어지자고 했고

이번엔 오빠가 공부를 하고있는데 내가 헤어지자고 하고

 

오빠가 지금 아무렇지 않은지, 별로 안힘든지, 많이 힘든지 잘 모르겠는데

나는 2년전에 공부하면서 이별을 감당한다는게 못견디게 힘들었기 때문에 오빠가 만약 힘들다면 그게 어떤 고통인지 너무나 잘 알아서 더 미안하고 걱정이 돼

 

그때는 지금이 몇신지 무슨 요일인지도 모를만큼 이불 속에 들어가서 나오기 싫은데

그냥 펑펑 울고만 싶은데 책상 앞에 앉아야하고 책상에 앞에 앉는다고 해도 글씨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고 결국은 책상에 엎드려 울고 연습장 맨 뒷장에 오빠의 단점들과 헤어져서 좋은점들을 번호붙여서 적어내려가면서까지 잊으려고 애를쓰고, 누구는 헤어지면 밥도 못먹고 울기만 하느라 살이 저절로 빠진다는데 

나는 독서실에서 집 가는 길에 2만원짜리 생크림케잌을 초도 없이 사와서 자르지도않고 그냥 퍼먹었었지. 근데 아무리 달아도 기분은 좋아지지 않고 아무리 배가차도 허전함은 없어지지 않더라

 

듣기가 무서운 노래들도 생겼어 정말 좋은 노래인데 들으면 오빠 생각이 나고 또 가슴이 아파지기 때문에 또 공부가 안되고 하염없이 울게될까봐 그 노래가 무섭더라. 랜덤재생이 되면서 갑자기 그 노래들이 나오면 전주가 끝나기 전에 끊어버리고 결국은 목록에서 지워버렸을꺼야

 

나는있잖아 마음이 아프다는 말이 추상적인 말인줄 알았어 아니 신체중에 마음이 어디있어 보이지도 않잖아 그냥 슬프다는 뜻이잖아, 근데 진짜 말도안되게 누가 심장을 칼로 쿡쿡 쑤시는 느낌이 드는거야

그때 알았어 마음이 아프다는게 진짜 아픔이 느껴진다는걸 

 

공부할때마다 찔끔찔끔 우느니, 매일 목안에 울음을 담아놓고 터뜨리지 못하고 지내느니 마음놓고 한 번 펑펑 울고 끝내버리고 싶은데, 그럴 시간도 장소도 없었어.

근데 어느날 엄마랑 동생이랑 같이 집에서 티비를 보는데 남자의자격 합창단이 합창대회를 마치고 아쉬운 마음에 모두가 펑펑 우는 장면이 나오더라 처음엔 티비 내용때문에 훌쩍거리다가 나중에는 이때다 싶어 목놓아 울었던 기억이나 엄마랑 동생이 이상하게 쳐다볼 정도로

 

나는 그만큼 힘들었어 그래서 수능은 말아먹었고 그동안 열심히 준비하고 선생님들로부터 많은 기대를 받았던 수시 논술도 다떨어졌어 글이 나와야말이지.. 혼이 나간 상태로 어떻게 글을 써내려가

그래서 아주 잘 하는건 아니지만 서울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반5등을 하던 나는 전문대에 가게됐고

전문대는 생각지도 못했던 가족, 친척들에게 충격을 주게됐어

 

근데 단 한번도 오빠 탓을 해본적은 없어 오빠를 안만났다고해서 내가 성적이 올랐을 거라는 보장도 없고 수시에 붙었을 거라는 보장도 없고.. 공부에 방해가 됐을 뿐이지 그리고 나를 제어하지 못한 내 탓이지

그러면서도 이 이야기를 하는건 오빠를 탓하는게 아니라 그만큼 오빠를 좋아했다는거야 

우리 다시 만났을 때 내가 그랬잖아 처음 사귈때 오빠 안좋아했었다고 그땐 오빠도 날 안좋아했었다고 느껴서 괜히 자존심때문에 거짓말한거야 진짜 좋아했었어 많이.. 

 

그때는 오빠가 그리우면서도 미워서 사람은 뿌린대로 거두게 돼있다고, 자기가 한 행동 그대로 돌려받게 되어있다고 생각하면서 내가 아니더라도 오빠가 만날 다른 누군가로 인해 오빠가 꼭 아프길 바랬어

근데 이렇게 똑같은 상황까지 처하게 될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는데.. 하필 오빠가 공부를 하게될줄이야

 

내가 정말 이기적이지 그렇게 힘들었으면서 얼마나 힘든줄 알면서 그걸 그대로 오빠한테 전해주니까

미안해 오빠가 받을 상처는 생각도 못하고 나만 지키려고 나만 아프지 않으려고 내가 먼저 그랬어

얼마나 힘든건지 너무 잘 아니까 그걸 또 겪게 될것같으니까 그랬어 미안해

 

나는..지금까지 우리가 단 한번도 싸운적이 없는게 오빠만 잘못을 하고 나만 화를 내서 그런줄알았어

나만 혼자서 화를 내고 오빠는 항상 미안하다고 풀어주기만 하니까 싸울일이 없었지 

근데 생각해보니까 오빠만 잘못을 하는게 아니라 나도 하는데,

오빠는 화가 안나는게 아니라 안내는거였더라

내가 오빠한테 화낼때마다 오빠는 참기만 하는거였더라

내가 대단한 착각을 하고있었어...

 

항상 표현도 안해주고 잘 믿어주지도 않아서 미안해

그리고 예쁘지도 않고 키도 작고 날씬하지도 않은데 뭐가 그렇게 좋다고 예뻐해주고 귀여워해주고 해준것도 정말 고마워

 

앞으로 다시 만날 일이 생길지, 저번처럼 길에서라도 우연히 마주칠 수나 있을지 모르겠지만 보고싶을꺼야 내가 연락하고싶어지더라도 염치가 없어서 용기가 없어서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게 몇번째 끊어지고 붙고 끊어지는건지 기억도 안나는데 정말 아예 끊어질지도 몰라서 이렇게나마 편지를 쓸게. 아마 공부하느라 못보겠지 사실 못봤으면 좋겠다

 

정말로 고맙고 미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