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농담이래요. 농담으로 받아드리지 못한 제가 이상하데요.

왕따없는세상2012.08.24
조회14,313

안녕하세요.

 

전 5개월짜리 아이를 두고 있는 엄마입니다.

 

아이 낳기 1주일 전까지 일했을때는 집-직장-집-직장-집-직장-시댁-친정-집-직장의 생활, 아이 낳고는 집-집-집-집-마트-집-집-시댁-집-시댁-친정의 생활.

 

글로만 봐도 답답하고 폐쇄적인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이번주에 동호회 정모가 있어요.

 

우리 부부는 동호회 정모로 만났거든요.

 

저도 동호회 소속이지만 정모가 사람도 많고 술도 파는 곳에서 하는 지라 5개월짜리 데리고 갈 수는 없잖아요.

 

가고 싶지만 봐줄 사람도 없으니 그냥 포기하고 말았는데 남편은 가고 싶다고 하더군요.

 

저 임신 막달부터 참석을 못했으니 근 7~8개월을 한번도 못간거거든요. 정모는 거의 매달 열렸고요.

 

그래서 알았다고 하고는.. 부러운 마음에 당신은 좋겠다고 친구들이 불러도 나가고 동호회 정모도 가고.

 

이랬어요. 자기 변명 갔지만 제 입장에서는 충분히 할 수 있는 말 아닌가요...?

 

전 아이가 너무 저만 찾아서 짧은 외출 나가도 강제소환 되거든요.

 

제가 애 낳은 후 애 없이 딱 두번을 나갔어요. 한번은 체력이 너무 떨어져서 집에서 쉬고 싶은데 시댁에서 오라고 해서 애랑 신랑만 보낸 거구요 한번은 친구 만난지 너무 오래되서 친구 만나러 나갔던거.

 

이 두번 다 강제소환 되서 나간지 1시간~2시간 사이에 다시 들어왔어요.

 

아이가 제가 없으면 쉬지 않고 울거든요. 정말 한번도 안쉬고 울어요. 시어머니는 애 어디 아픈거 아니냐고 병원에 데려가야 한다고 하실 정도였고 그래서 시댁도 애랑 신랑이랑만은 못보내요.

 

애 낳은 후로는 더 자주가고요. 시댁에선 편히 있으라는데 시댁이 좁은데 아주버님도 같이 사셔서 따로 방이 없거든요. 어머님 안방에서 누워 있을 수는 없잖아요....

 

뭐 여튼 부러운 마음에 그렇게 말했어요. 혹시나 그때부터 정색한게 아닐까 하실 분들을 위해 먼저 글을 쓰자면 그 말하기 직전까지 서로 삼겹살 놀이 볼에 하면서 장난치고 있었고 장난스럽게 얘기한거였어요.

 

그랬더니 친구들이 10번 부르면 그중에 9번 거절하고 1번 나간거야, 이러더라구요.

 

그래서 나는 그 10번중에 10번 다 못나가는데. 이랬더니.

 

 

넌 친구도 없잖아.

 

 

라고....

 

 

쓰면서 다시 울컥해서 눈물이 나네요.

 

전 고등학교때 2년간 왕따를 당했어요. 맨투맨 폭행은 없었지만 대신 매점을 갈 수가 없었어요.

 

매점은 왼쪽 끝에 있고 남학생반이 왼쪽에 여학생반이 오른쪽에 있었거든요.  매점에 가려면 남학생 교사쪽을 외부로든 내부로든 가야 하는데 제가 지나가면 남학생들이 분필을 던졌어요. 흰색 분필.

 

상상 할 수 있나요. 1반 부터 6반에 있는 남학생들이 저 한사람을 향해 흰색 분필을 던지는 광경을.

 

김순희(가명) 떴다! 라는 소리가 들리면 창문에 줄줄이 사탕처럼 매달려서 분필을 던졌어요. 2년간.

 

여자애들 사이에선 그냥 사물함 같은 존재였고요. 아무도 저한테 말 안걸고, 저는 걸수도 없는.

 

지금 생각하면 부모님한테 말해서 전학을 가던가 했어야 했는데.. 왕따 당하신 분들은 공감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부모님한테 쉽게 왕따당하고 있다는 말 안나오거든요...

 

그래서 왕따도 그냥 버텼고.. 제 기억속에 고등학교 2년간은 정말 지우고 싶은 그런 기억. 없애고 싶은 기억, 혐오스러운 기억, 치욕의 기억으로 밖에 안남아 있어요.

 

혹여나 성격에 문제 있어서 왕따 당한거 아니냐고 묻는 다면.. 전 왕따 당하는 이유를 졸업하는 내내 몰랐어요.

 

그냥 어느순간부터 공공의 적이 되어 있었고 직접적인 린치는 없었지만 눈앞으로 쏟아지던 하얀 분필들..

 

전 그래서 눈도 싫어요. 흰색이고 하늘에서 떨어지니까요.

 

고교 졸업하고 2년 후에 왕따 당한 이유를 알았어요.

 

고등학교 친구 딱 두명 있는데 그 두명중에 하나가 저를 만나러 가기 때문에 또 다른 친구한테 못만난다고 했나봐요. 그랬더니 그 상대방이 순희?  순희 같은애를 니가 왜 만나? 이러더래요.

 

친구가 발끈해서 순희 같은애라니? 라고 물었고 그 애가 그러더래요.

 

걔 유명한 걸/레 아니냐고. 원조교제도 하지 않았냐고. 그래서 애들이 왕따 시킨거라고.

 

그 얘기 듣는 순간 머리가 띵하면서.. 뭐지? 그런 거지 같은 이유로 내 2년이 그렇게 된건가?

 

혹여나 저게 사실이라고 해도 그렇게 공공연하게 왕따를 당해야 할 만한 일인가? 자기들이 '정의'기 때문에? 라는 생각이 드는 거에요.

 

물론 그런 사실 없습니다. 그 당시 기숙사에서 살고 있었고 2주에 한번씩만 집에 갔는데 무슨 수로 원조교제 따위를..

 

그 얘기 들으면서 정말 황당했던게 원조교제라는게 좀 예쁘장하고 몸매도 좋아야 하는 거 아닌가요. 아저씨들도 눈이 있는데..

 

저 그 당시에 153cm에 60kg나갔었거든요. 제입으로 이런 말 하는 것도 웃기지만 굳이 돈주고 여자를 사는 건데 저같은 돼지를 살 필요가 있나요.

 

그 때부터 제 왕따의 원인을 찾기 시작했어요. 제대로된 이유. 이따위 개같은 그런 이유 말고 진짜 이유.

 

알고 봤더니 정말 단순한 거였어요.

 

어떤 남학생이 제가 학습실에서 혼자 공부하다가 잠이 들었는데 난방이 꺼져서 추울까봐 자기 마의를 벗어서 덮어줬어요.(오지랖 넓은 새끼..)

 

근데 그 남학생을 좋아한 여학생이 그거 보고 질투에 눈돌아가서 그런 소문을 낸거였어요.

 

그 남학생이 저를 좋아했느냐 한다면 그런 사실 없고요.

 

그따위 한심한 이유때문에 제 2년이 송두리째 날라갔었던 거였어요. 그래서 고등학교 때 친구가 적어요. 그리고 그 정신적인 트라우마때문에 친구들 사귀는데 되게 어려움이 많았어요. 대학 졸업하기 전까지..

 

대학때 친구도 그래서 다섯명 남짓. 직장 생활 하면서 꾸준히 정신과 다니고 하면서 그나마 회복된 자존감이었거든요.

 

그런데 왕따 당했었다는 사실을 아는 남편이 저 말을 농담이라고 저한테 한거에요.

 

전 왕따 당했던 사실로부터 자유롭지 못합니다. 10여년이 넘게 지났는데 그게 안되요.

 

그래서 왕따 문제에 굉장히 예민합니다. 이번 티아라 멤버들 사건도 보면서 티아라 라는 그룹 자체가 끔직하고 혐오스러워졌고요.

 

왕따 때문에 자살했다는 기사 볼때마다 제 일처럼 가슴이 아프고 그렇습니다.

 

의사는 이유를 알게 되면 극복의 열쇠가 될거라고는 했지만 저에게는 아직도 왕따의 기억 자체가 주홍글씨에요.

 

그런 저한테 친구가 없잖아..라는 그 말이 어떻게 농담이라고 할 수 있었던 걸까요.

 

그러고는 미안하다는 말도 없이 농담인데 뭘 정색해 이러면서 코골고 잡디다.

 

남편이 너무 싫고 원망스럽고 혐오스러워요.

 

이 분노가 사그라 들지 않아요.

 

너무 괴롭고 슬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