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시원한 비로 열기가 조금이나마 식은 주말 오후 입니다. 월요일부터는 태풍이라고 하지요? 올해도 무사히 아무일 없이 지나가길 바랍니다. 이제, 지난번에 하던 이야기를 이어 시작해 볼까 합니다. 그 일이 있고 부터 얼마 후. 교실에서도, 안방에서도, 거실에서도, 주방에서도 저를 말끄러미 바라보는 큰 두개의 눈을 느끼고는 했습니다. 어떤날에는 눈만 보이는 경우도 있었고, 또 다른 날에는 얼굴만 보이는 날도.. 가끔 기분이 좋아보일때는 몸 전체가 다 나타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특별히 제게 말을 걸지는 않았었고, 제가 교실에서 공부를 하고 있을때면 마치 선생님이 옆에서 지켜보듯, 제 옆이나 혹은 뒤켠에 서서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누군가 바라보고 있다는 느낌이 처음에는 부담스럽고 당혹스럽더니, 이내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습니다. 유쾌하고 밝은 성격은 아니었지만, 제법 또래 중에서는 말도 조리있게 하는편이라 대화의 중심에 서는 경우가 많았던 제가 조금씩 소극적으로 변하기 시작한게 이때부터였던 것 같습니다. 아주 시간이 많이 흐른뒤에 녀석의 이름을 물어 보았을때, 그는 가만히 고개를 저으며 아직은 대답할 수 없다고만 했습니다. 제가 그의 이야기를 모두 들을 수 있었던 것은 이때로부터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뒤였으니까요. 적극적으로 나서서 무언가를 하려는 타입은 아니었지만, 나름대로 시키면 열심히 하는 제가 누군가 말을 걸때마다 화들짝 놀라기도 하고 시키는 것에도 소홀해지는 경우가 조금씩 늘기 시작했습니다. 급기야 초등학교를 졸업할 무렵에는 담임선생님 마저도 저를 기억하지 못할정도로 존재감이 없었습니다. 그래도 괜찮았습니다. 어쨌거나 제게는 그녀석이 있었으니까요.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당시에 저는 순진했던 건지, 멍청했던건지 인간과 인간이 아닌 다른 존재의 구분이 모호했던 것 같습니다. 그는 아주 조용한 편이었습니다. 사실 이제와서 조금 뜬금없지만, 남자인지 여자인지 알 수가 없어 편의상 '그'라고 부른거랍니다. 그와 함께 시간을 보내게 될때는 주로 집에서 였는데, 서로 마주보고 앉아 아주 아주 드물게 피식거리는 웃음을 나누는게 전부였습니다. 섬짓하던 외모도 시간이 지나면서 그럭저럭 익숙해져갔고, 조금씩 그가 저를 찾아오는 횟수가 늘기 시작했죠. 겨울방학부터는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하더군요. 덕분에, 부쩍 말수가 줄어들고 방에 있는 시간이 길어진 저를 부모님께서는 굉장히 걱정하셨습니다. 잘 먹고 잘잔다고 생각했었지만 한창 성장기였던 제가 그를 처음 알게된 그때로부터 1년후에 12kg정도가 빠져있었으니 걱정할만 하시지요. 하루가 다르게 살은 빠지고, 말수는 줄어드는데다가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나니 누구라도 걱정이 되지 않겠습니까? 그 후, 중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그는 전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일년 넘게 함께 보내온 그가 사라지자 마치 제 일부가 사라진듯 허전하고 안타까웠지만, 결국 어린아이였던 저는 오래가지 않아 예전의 제 모습을 되찾으며 학교에 금새 적응하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중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그가 전혀 나타나지 않은 이유는 그의 이름을 알게되었을때, 그러니까 아주 오랜뒤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아마, 그 사실을 미리 알았더라면 그때보다는 더 많이 마음아파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중고등학교 시절을 마칠때까지 그는 한번도 저를 찾아오지 않은채, 6년이라는 시간이 눈 깜빡할사이에 지나가버렸습니다. 오히려 전보다도 더 밝아지고 말도 많았으며 20대의 패기가 가득한 젊은이로 성장했지요. 뭔가 성장기같이 느껴지네요.. 이런 말을 쓰려고 했던건 아닌데..-_-; 대학교를 제가 살던 곳이 아닌, 운좋게도 인서울이 되어 자취를 하게된 저는 자취방에서의 첫날 더욱 설레이는 마음으로 잠이 들었지요. 그리고, 그 처음 그를 만났던 그때의 느낌이 밀려오더군요. 마치 내가 있을 곳이 아닌 것 같은 그런느낌. 낯설고 이상한. 그는 그때와 조금도 다르지 않은 모습으로 제 머리맡에서 저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여전히, 놀라거나 두려운 마음은 들지가 않았습니다. 그저 어제 헤어진 친구를 오늘 다시 만난 모양으로, 별다른 감흥조차도 없이 그를 같이 바라보았습니다. 그는 한참을 바라보다가 그때처럼 제 머리맡에 무릎을 꿇고 손을 가지런히 모은채 앉았고, 저도 오랜만에 보는 그에게 반가운 느낌마저 들며 처음 만났던 그때와 같이 마주보고 앉았습니다. 무슨말을 해야될지 감도 잡히지 않더군요. 그동안 어떻게 지냈냐, 왜 한번도 찾아오지 않았냐, 무슨일 있었냐.. 많은 말들이 머릿속에서 맴돌다 나온 한마디. - 안녕하세요. ..... .. 저는 12살 꼬맹이때와 전혀 달라진 것 없는 바보인가 봅니다. 아마 백번을 다시 만난다 해도, 제가 그에게 할 말은 그것뿐일듯 싶습니다. 그 역시도 한참을 크게 웃더니, 손을 바닥에 대고 머리를 한번 꾸벅 숙이더니 - 안녕하세요. 라고. 어쩐지, 그제야 그가 조금 자랐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린아이의 모습이었던 그가, 이제는 중학생? 또는 고등학생정도로 커져 있다는 것을, 이제야 눈치챈 거지요. - 오랜만이네요. 제 말에, 그는 조금 쑥스럽다는 듯이 웃으며 가봐야겠다고 했습니다. 벌써가냐는 말이 나오기도 전에 사라져버리더군요. 그리고, 이제서야 본론으로 들어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대학생이 된 저에게 그는 왜 어릴적 저에게 나타났는지, 무슨이유로 한동안 나타나지 않았다가 이제서야 나타나게 된건지를... 이제서야 그가 제게 입을 열게 된 이유를. 18
왕따친구 이야기_2
안녕하세요.
시원한 비로 열기가 조금이나마 식은 주말 오후 입니다.
월요일부터는 태풍이라고 하지요?
올해도 무사히 아무일 없이 지나가길 바랍니다.
이제, 지난번에 하던 이야기를 이어 시작해 볼까 합니다.
그 일이 있고 부터 얼마 후.
교실에서도, 안방에서도, 거실에서도, 주방에서도 저를 말끄러미 바라보는 큰 두개의 눈을 느끼고는 했습니다.
어떤날에는 눈만 보이는 경우도 있었고, 또 다른 날에는 얼굴만 보이는 날도..
가끔 기분이 좋아보일때는 몸 전체가 다 나타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특별히 제게 말을 걸지는 않았었고, 제가 교실에서 공부를 하고 있을때면 마치 선생님이 옆에서 지켜보듯, 제 옆이나 혹은 뒤켠에 서서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누군가 바라보고 있다는 느낌이 처음에는 부담스럽고 당혹스럽더니, 이내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습니다.
유쾌하고 밝은 성격은 아니었지만, 제법 또래 중에서는 말도 조리있게 하는편이라 대화의 중심에 서는 경우가 많았던 제가 조금씩 소극적으로 변하기 시작한게 이때부터였던 것 같습니다.
아주 시간이 많이 흐른뒤에 녀석의 이름을 물어 보았을때, 그는 가만히 고개를 저으며 아직은 대답할 수 없다고만 했습니다.
제가 그의 이야기를 모두 들을 수 있었던 것은 이때로부터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뒤였으니까요.
적극적으로 나서서 무언가를 하려는 타입은 아니었지만, 나름대로 시키면 열심히 하는 제가 누군가 말을 걸때마다 화들짝 놀라기도 하고 시키는 것에도 소홀해지는 경우가 조금씩 늘기 시작했습니다.
급기야 초등학교를 졸업할 무렵에는 담임선생님 마저도 저를 기억하지 못할정도로 존재감이 없었습니다.
그래도 괜찮았습니다.
어쨌거나 제게는 그녀석이 있었으니까요.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당시에 저는 순진했던 건지, 멍청했던건지 인간과 인간이 아닌 다른 존재의 구분이 모호했던 것 같습니다.
그는 아주 조용한 편이었습니다.
사실 이제와서 조금 뜬금없지만, 남자인지 여자인지 알 수가 없어 편의상 '그'라고 부른거랍니다.
그와 함께 시간을 보내게 될때는 주로 집에서 였는데, 서로 마주보고 앉아 아주 아주 드물게 피식거리는 웃음을 나누는게 전부였습니다.
섬짓하던 외모도 시간이 지나면서 그럭저럭 익숙해져갔고, 조금씩 그가 저를 찾아오는 횟수가 늘기 시작했죠.
겨울방학부터는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하더군요.
덕분에, 부쩍 말수가 줄어들고 방에 있는 시간이 길어진 저를 부모님께서는 굉장히 걱정하셨습니다.
잘 먹고 잘잔다고 생각했었지만 한창 성장기였던 제가 그를 처음 알게된 그때로부터 1년후에 12kg정도가 빠져있었으니 걱정할만 하시지요.
하루가 다르게 살은 빠지고, 말수는 줄어드는데다가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나니 누구라도 걱정이 되지 않겠습니까?
그 후, 중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그는 전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일년 넘게 함께 보내온 그가 사라지자 마치 제 일부가 사라진듯 허전하고 안타까웠지만, 결국 어린아이였던 저는 오래가지 않아 예전의 제 모습을 되찾으며 학교에 금새 적응하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중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그가 전혀 나타나지 않은 이유는 그의 이름을 알게되었을때, 그러니까 아주 오랜뒤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아마, 그 사실을 미리 알았더라면 그때보다는 더 많이 마음아파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중고등학교 시절을 마칠때까지 그는 한번도 저를 찾아오지 않은채, 6년이라는 시간이 눈 깜빡할사이에 지나가버렸습니다.
오히려 전보다도 더 밝아지고 말도 많았으며 20대의 패기가 가득한 젊은이로 성장했지요.
뭔가 성장기같이 느껴지네요.. 이런 말을 쓰려고 했던건 아닌데..-_-;
대학교를 제가 살던 곳이 아닌, 운좋게도 인서울이 되어 자취를 하게된 저는 자취방에서의 첫날 더욱 설레이는 마음으로 잠이 들었지요.
그리고, 그 처음 그를 만났던 그때의 느낌이 밀려오더군요.
마치 내가 있을 곳이 아닌 것 같은 그런느낌.
낯설고 이상한.
그는 그때와 조금도 다르지 않은 모습으로 제 머리맡에서 저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여전히, 놀라거나 두려운 마음은 들지가 않았습니다.
그저 어제 헤어진 친구를 오늘 다시 만난 모양으로, 별다른 감흥조차도 없이 그를 같이 바라보았습니다.
그는 한참을 바라보다가 그때처럼 제 머리맡에 무릎을 꿇고 손을 가지런히 모은채 앉았고, 저도 오랜만에 보는 그에게 반가운 느낌마저 들며 처음 만났던 그때와 같이 마주보고 앉았습니다.
무슨말을 해야될지 감도 잡히지 않더군요.
그동안 어떻게 지냈냐, 왜 한번도 찾아오지 않았냐, 무슨일 있었냐..
많은 말들이 머릿속에서 맴돌다 나온 한마디.
- 안녕하세요.
.....
..
저는 12살 꼬맹이때와 전혀 달라진 것 없는 바보인가 봅니다.
아마 백번을 다시 만난다 해도, 제가 그에게 할 말은 그것뿐일듯 싶습니다.
그 역시도 한참을 크게 웃더니, 손을 바닥에 대고 머리를 한번 꾸벅 숙이더니
- 안녕하세요.
라고.
어쩐지, 그제야 그가 조금 자랐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린아이의 모습이었던 그가, 이제는 중학생? 또는 고등학생정도로 커져 있다는 것을, 이제야 눈치챈 거지요.
- 오랜만이네요.
제 말에, 그는 조금 쑥스럽다는 듯이 웃으며 가봐야겠다고 했습니다.
벌써가냐는 말이 나오기도 전에 사라져버리더군요.
그리고, 이제서야 본론으로 들어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대학생이 된 저에게 그는 왜 어릴적 저에게 나타났는지, 무슨이유로 한동안 나타나지 않았다가 이제서야 나타나게 된건지를...
이제서야 그가 제게 입을 열게 된 이유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