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계발 영화 '프리덤 라이터스'

번쩍번쩍호랑이2012.08.27
조회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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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에 해야 할 몇 가지라거나

성공하는 사람들의 습관이라거나 하는 소위 자기 계발서들이 날개 돋힌 듯 팔려나간 때가 있었다. 사실 이 시대의 사람들이라면 대부분 베스트셀러 자기계발서를 읽어 봤을 테고, 어떤 독자에게는 훌륭한 조언이 되기도 했을 것이며, 어떤 이들은 그때 뿐이라는 평을 내놓기도 했다.

 

얼마 전 힐링 영화라는 장르를 접하게 되었다. 자연, 소통, 인간과 휴식 등의 아이템을 통해 정신적 안정감을 주는, 치유 효과가 있다는 영화들이다. 일본 영화 '수영장'을 감명깊게 보았다. 더 많은 힐링 영화를 들여다 보아야 하겠지만 아주 잔잔해서 여운이 많이 남는 반면 강렬한 기억을 남기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위 두가지 케이스와 비슷한 맥락으로 나는 '자기 계발 영화'라는 한 카테고리를 제시해보고 싶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인간의 본질적이고 지속적인 질문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르의 영화다. 굳이 장르를 왜 나눠야 하는가라는 또한 성가신 의구는 버리자. 간만에 그럴듯한 생각이 하나 떠오른 상황이고, 힐링 영화라는 애매모호한 장르도 있으니 어차피 카테고리는 나누기 나름이고 이름은 붙여 먹기 나름이다.

 

 

'그랜토리노(Gran Torino/2008)', '보이A(Boy A/2007)',

'코치 카터(Coach Carter/2005)', '파이터(the Fighter/2010)'

내가 제시하는 '자기 계발 영화'들은 대략 이렇다.

무기력하고 고통스럽다거나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될 때, 적어도 나에게는 파퓰라한 자기계발서보다는 이 영화들이 훨씬 강한 영향력을 미쳤다. (다 볼 만하지만 그랜토리노와 코치카터 강추)

이 작품들의 맥락을 살피자면

첫번째, 실제 사례를 근거로 제작된 영화이며

둘째로 고통을 받아들이고, 역경을 상대하는 휴머니즘을 담고 있고

셋째로 요즘 트렌드인 인문학에서처럼 가치판단의 기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는 것이다.

 

이런 영화들은 실제 사례에 근거하기 때문에 더 위대하게 보이기 때문에 드라마틱 다큐멘터리 영화라거나 다큐드라마 영화라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굳이 이렇게 또 몰아 가는 이유는, 일반적인 우리의 생각보다 다큐멘터리의 의미는 훨씬 폭 넓고, 결국 진실이 주는 힘이 가장 위대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사실 그렇기 때문에 다큐멘터리 영화는 일반 픽션, 극 영화에 비교하자면 굉장히 불친절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일어난 일들을 모조리 카메라에 담을 수는 없으니까. 그래서 컴퓨터 그래픽이나 재연, 그림 등 다른 방법으로 촬영이 불가능한 부분을 설명하기도 한다. 하지만 때로는 이런 온갖 테크닉을 다 동원하지 않고 군데군데 구멍이 난 듯한 흐름의 다큐멘터리 영상이 훨씬 강한 설득력을 갖출 수 있다.

 

이 길고 긴 서두는, 오늘 TV 재핑(zapping) 중에 '채널N'이란 채널에서 우연히 맞닥뜨린 '프리덤 라이터스(freedom writers)'라는 영화 얘기다. 내용은 실화를 바탕으로 신참 여선생님이 갱스터의 소굴인 캘리포니아 롱비치의 윌슨 고등학교에서 일어난 일들을 담고 있다. 진정한 교육이 무엇인지, 진심이 담긴 열정과 의지가 어떤 일들을 만들어 낼 수 있는지, 커뮤니티가 목표를 공유할 때 어떤 효과가 일어나는지를 보여준다.

 

이 영화의 훌륭한 점 중 하나는 주인공인 '에린 그루웰' 선생님을 굉장히 뛰어나거나 훌륭한 교육자로 미화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상대적으로 교육환경이나 타교사들이 부족하게 그려진 부분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극중에서 그루웰 선생님도 끊임없이 고민하고 생각하고 고통스러워 한다. 카리스마 있고 단호하게 말하는 장면은 단 두번인데 그나마 다른 영화에 비한다면 굉장히 미려한 문구가 있다거나 감동의 쓰나미가 온다거나 하는 건 없다. 흐름과 고뇌, 액션과 결과만을 보여주는 전개로, 개연성 부족, 편집 점프 등 불친절해보이지만 관객이 직접 보면서 느끼고 생각하게끔 하는 방식이다. 그루웰 선생님의 진심을 전달하는 영화의 방식 또한 아주 객관적이고 깔끔하게 느껴진다. 여기에서 실화를 바탕으로 구성된 드라마로 다큐멘터리성을 유지하려는 감독의 의지를 (나는)엿본 것 같다. 같은 맥락의 영화로 '헬프(the help/2011)'가 있는데 아주아주 비교가 되는 부분이다.  

 

엿본 것 같아서 감독을 찾아 봤다. '리차드 라그라브네스' 감독. 59년 뉴욕 브루클린 생이네. 시나리오나 각본각색에서 훌륭한 능력을 보여왔다. 좋은 작품이 많다. 'P.S.아이러브유'(감독), '호스 위스퍼러', '매디슨카운티의 다리'(이상 각본각색) 등 내가 좋아하는 로버트레드포드나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연출작에서 각본작업을 해왔다. '자기 계발 영화'로 위에 제시한 '그랜토리노'가 클린트 형 작품이고 로버트형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인 '흐르는 강물처럼'의 서사시를 만들어낸 감독이다.

 

프로그램 연출일을 시작하고 나서 한동안 2D 모션그래픽이 화려하게 들어간 프로그램 타이틀이나 영상이 참 멋져 보였던 적이 있다. 더더더 그쪽으로 가보려고 애쓰고 그게 최고라고 생각하고 있을 때 만났던 영화가 '그랜토리노'였다. 눈에 띄는 CG라고는 타이틀과 스텝크레딧밖에 없는데 그것도 아주 올드한 폰트로 읽을 수만 있게 넣었다. 영화의 내용을 보면 왜 타이틀과 크레딧이 그렇게 들어갔는지 금새 알 수 있다. 연로하신 클린트형님과 레드포드형님은 진실이 주는 힘을 잘 알고 계신 듯 하며 그들이 선택한 각색 '리차드 라그라브네스'의 연출작과 참여작들도 서사적인 작품들이 대부분이다.

 

자기계발서들도 물론 사례를 든다. 어떤 부자는 어떻게 살았고, 어떤 환자는 어떻게 치료했고 어떤 권력자는 어떤 선택을 했다는 식이다. 먼저 얘기할 것을 정하고 사례를 찾은 것 같은 추측을 떨치기 어렵다. 혹은 사례가 모여 가설이 정의가 되는 과정, 즉 연구 결과로서 설득은 되겠지만 그 딱딱함과 일방향적 압박감은 나같은 청개구리에게는 삐뚤어지고 싶은 욕망을 자극하기도 한다.

진심어린 소통은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릴 뿐더러, 실패의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게다가 스스로 실천하고 보여줘야 한다는 엄청난 책임감의 하중이 있다.

 

'프리덤 라이터스'에서 그루웰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존중받으려면 먼저 존중해야해'라고 가르치고

타성에 젖은 교육자들 사이에서 외톨이가 됐을 때

'옳은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렇게 한 것 뿐이에요'

라고 항변한다.

잘못된 교육과 사회를 부정하고 변화하는 203호 커뮤니티에게

안네프랑크를 도왔던 '미프 기스'여사는 조언한다.

'평범한 어떤 사람도 자신만의 대단치않은 방법으로 어두운 방에 불을 켤 수 있다. 너희들은 매일같이 영웅이다'

(Even an ordinary person can, within their own small ways, turn on a small light in a dark room. You are the heroes. You are heroes every day.-Miep Gies)

 

요딴 생각들이 떠오른다

'자기계발서'가 호응을 얻는 이유는 이 시대의 소통에 어떤 문제점이 있다는 반증이 아닐까

우리는 영웅과 성공의 의미와 가치를 혼동하고 너무 쉽고 빠르게 영웅이 되려고 하는 건 아닐까

내 몸 하나 건사하지 못하는 나는, 판단의 기로에서 과연 옳은 선택을 해나갈 수 있을까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