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친구 이야기_3

내친구2012.08.27
조회814

안녕하세요.

 

태풍 전야는 고요하다더니 날씨가 제법 맑은 오늘입니다.

 

오늘 중요한 약속이 있어서 내일쯤 글을 쓸 수 있지 않을까 했는데..

 

부족한 제글에 "와우, blue, 채팅방, 유지혜, 노희현, 우외"님 께서 달아주신 댓글에 힘을 내서 뒷 이야기를 짧게나마 쓰고 가려고 합니다.

 

처음에는 그저 제가 가지고 있던 이야기를 털어내는 것 만으로도 만족스러웠는데, 생각보다 댓글이 많이 힘이 되네요.

 

첫글에 댓글이 하나 달렸을때 굉장히 기뻤고, 두번째 글에 다섯개의 댓글이 달리면서 더더욱 힘내서 글을 쓸 수 있게 되었다고나 할까요.

 

리플에는 없었지만, 추천해주신 분들, 제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이제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해 볼까 합니다.

 

그와 저의 이야기를.

 

 

 

 

 

 

 

 

 

 

 

그날, 저를 찾아온 그를 본 다음 부터 본격적인 대학생활이 시작되고나서는 한동안 또다시 모습을 보이질 않더군요.

 

정신없이 한학기가 지나가고 첫 방학.

 

아르바이트를 위해서 방학때도 고향에 내려가질 못하고 자취방에 남아있게 되었습니다.

 

방학 일주일 전부터 여기저기 아르바이트 자리를 알아보고 방학시작과 동시에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아르바이트 전날.

 

등본과 이것저것 필요한 서류들을 챙기고 잠자리에 들어가는 순간.

 

익숙한 느낌이 찾아오더군요.

 

아니.

 

도저히 익숙해 질 수 없는.

 

낯선 느낌.

 

세상과 내가 단절되고 아무것도 느껴지지않는 그런 느낌 말입니다.

 

그가, 오는 순간입니다.

 

때때로 그가 불쑥 나타날때는 이런 느낌이 들지 않았지만 오랫동안 찾아오지 않다가 나타날때에 항상 느껴지는 이느낌.

 

지금도 그순간을 떠올리면 묘한 감정에 사로잡히곤 합니다.

 

- 안녕하세요. 오랜만입니다.

 

그는 여전히 광대까지 내려오는 비정상적인 큰 눈과, 콧구멍만 보이는 납작한 코, 얇고 기묘한 색상의 입술로 미소지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두번째 만남을 가졌을때 보다도 더 커진 느낌이었습니다.

 

몸의 형체 뿐만 아니라 이번에는 얼굴도 조금 변한 느낌이 들더군요.

 

뭐랄까.. 그런 거.. 있잖습니까.

 

어쩐지 어렸을적 동창을 만났을때 얼굴은 그대로인데 나이든 느낌.

 

딱, 그런느낌이 들었습니다.

 

- 내일. 7시.

 

제 인사에는 대답도 하지 않은채, 수수께끼같은 말을 남기고는 바로 사라져 버렸습니다.

 

저는 그의 이야기보다도 변해버린 얼굴과 커진 몸집에 더 신경을 쓰면서 그대로 쓰러져 잠이 들었습니다.

 

 

 

 

 

 

 

 

평생 처음해보는 아르바이트에 떨리는 기분으로 점장님께 인사를 드리고 몇가지 인수인계와 주의사항을 들은 다음, 점장님은 서둘러 자리를 뜨셨고 편의점 아르바이트에 대한 나쁜 이야기를 많이 들은 터라 두근두근 거리면서 카운터 자리에 앉았습니다.

 

주택가에 있는 편의점이라 손님은 그다지 많지 않았고, 한가로운 시간이 물 흐르듯 흘러갈 무렵.

 

몇시쯤이었을까요.

 

그래요.

 

일곱시쯤 된것 같았습니다.

 

'짤랑' 하는 문소리가 들리고, 저는 간단한 인삿말로 손님을 맞이했지요.

 

14살? 15살?

 

앳되보이는 소년하나가 편의점을 찾았습니다.

 

- 마..말보루 레드 하나 주세요.

 

- 신분증좀 보여주시겠습니까?

 

소년은 어쩔줄을 몰라하다가 그대로 도망치듯 밖으로 뛰쳐나가더군요.

 

' 우리나라 교육이 어찌되려고 저러는지. 저렇게 어린 학생이 담배를 사러 오고 말이야. 쯧쯧쯧.'

 

음.

 

불특정 다수가 보는 글이니 순화해서 적었습니다, 순화해서.

 

어쨌든 우리나라 국가교육과 어린노무시키.. 아..아니, 어린청소년들의 교화에 대해 중얼거리며 다시 카운터에 앉으려는데, 그의 얼굴이 카운터 밖으로 불쑥 보이더군요.

 

- 10시. ㅈㅁ아파트. 11층.

 

ㅈㅁ 아파트라면 편의점 바로 길건너편에 있는 아파트의 이름이었습니다.

 

그는 또다시 이 말만 남기고는 사라져버렸습니다.

 

9시 30분쯤 퇴근 시간에 맞추어 매장을 정리하고 인수인계후 밖으로 나서려는데, 어디서 많이본 아이가 편의점건너편 횡단보도로 힘없이 걸어갑니다.

 

아마, 오전에 보았던 그 소년인듯 싶습니다.

 

평소라면 기억도 못할 흔한 얼굴의 아이였지만 아마도 그 직후에 나를 찾아온 그녀석의 얼굴 때문에 기억에 남은 거겠지요.

 

저도 모르게 무엇에 홀린듯 그아이를 따라가기 시작했습니다.

 

소년은 제 존재에 대해 전혀 눈치채지 못한채, ㅈㅁ 아파트 x동으로 쓰윽 들어가더군요.

 

왜였을까요.

 

그아이가 그렇게 신경쓰인 이유가.

 

저는 굳이 타인을 괴롭히려고 애쓰는 타입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찾아다니며 선행을 베푸는 쪽도 아니었습니다.

 

철저한 방관자.

 

제 인생에 있어서 가장 오랫동안 하고 있는 역할이 있다면 자식도, 누군가의 연인도 아닌 '방관자'라고 볼 수 있겠지요.

 

그것은 학창시절에도 마찬가지 였습니다.

 

..

 

저도 모르게 따라들어간 아파트 안.

 

그아이가 막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하고 있더군요.

 

- 잠깐만요!

 

소리를 높이며 제 평생 그렇게 빨라본적 없는 걸음으로 겨우 엘리베이터를 잡아 탔습니다.

 

소년이 누른 것은 11층.

 

그 아파트의 꼭대기 층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