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친구 이야기_5

내친구2012.08.29
조회771

오늘도 안녕하신지요.

 

지난번 글 시작하기에 앞서 리플에 대해 이야기를 좀 길게 했더니

 

제 글을 읽어주는 친구가 "관심병자"같다며-_-;; 일침을 가해주시기에, 뜨끔 하는 마음으로 돌아왔습니다.

(이미 리플의 맛을 알아버린 사람에게 이런 뜨끔거리는소리를!)

 

그래도 감사의 마음은 전하고 가야겠지요. 그분들 덕분에 제가 이렇게 글을 쓸 힘을 얻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늘 관심가져주시는 쒀어닝님, 뭉클하다고 해주신 뭉클님, 한편의 소설같다는 문득님, 잘보고 계시다는 떼굴떼굴님, 슬프다고 하셨던 정혜윤님 모두 감사드립니다(- -)(_ _)

 

그래도 짧게가야 조금 덜 뜨끔거릴것 같네요. ㅎㅎ

 

그럼.

 

 

 

 

 

 

 

 

 

 

 

 

 

 

 

 

 

 

 

 

 

조용하고 차분하게.

 

아이의 이야기는 오래도록 이어졌습니다.

 

저는 미안스럽게도 이야기를 들으며 제 생각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그때 당시로 부터도 몇년 전.

 

 

 

제가 중학교 무렵이었던 것 같군요.

 

제 인생에서 가장 오랫동안 맡아온 역할.

 

충실한 방관자.

 

중학교 때 뿐만 아니라, 어떤 시기에도 희생자는 있었습니다.

 

별다른 이유가 없었던 경우도 있었고, 때때로는 스스로 혼자가 되어버리는 아이도 있었습니다.

 

어쨌든, 아이들은 본인이 희생당하지 않기위해 어떤 이유로든 희생자를 만들어냈고, 그것을 우리는 '왕따'라고 불렀던 것 같습니다.

 

희생양의 다른말.

 

왕따.

 

중학교 1학년때.

 

그 아이가 왜 왕따를 당했는지 잘 기억은 나지 않습니다.

 

아마 별다른 이유도 없었을 겁니다.

 

무슨 이유가 있겠습니까, 그들에게 - 아니 우리에게 - 필요한 것은 그저 희생양일 뿐인걸요.

 

내가 아닌.

 

'우리가 아닌' 너.

 

단지 그것이 필요했을 뿐인데 말입니다.

 

그아이를 괴롭히던 놈들은 흔히 말하는 '일진'이라는 양아치 패거리들이었고, 그들이 부추기며 동조하기를 원하는 일반 학생들이 대부분 이었습니다.

 

저는 '그들'도, '그들의 무리에 끼고싶어하는 이들'도 아닌 그저 방관자에 불과했습니다.

 

가장 잔인한 부류.

 

방관자.

 

적극적인 가담자가 아니라는 생각으로 중립인척, 나는 다른 인간인척 하는 비열한 인간.

 

그게 바로 제가 맡은 역할이었습니다.

 

'그들'이 '희생자'를 모두가 보는 앞에서 무릎을 꿇린채 물을 쏟아 부었을때도,

 

선생님이 보지 않는 틈을 타 '희생자'의 뺨을 때리는 '놀이'따위를 할때에도.

 

저는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척, 아니 내가 '그'가 아니라는 생각에 안도하는 제 자신에게 일말의 죄책감도 없이 '방관'하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이야기 합니다.

 

그것은 그저 놀이일 뿐이라고.

 

장난이고, 놀이이며, 그렇게 심각한 것은 아니라 말합니다.

 

저 역시, 대수롭지 않게.

 

그렇게 생각했던 일들.

 

 

 

 

 

 

고개를 들어 앞을 바라보니 아이의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더군요.

 

제가 그 이야기들을 하나씩 적어나간다면..

 

이 글을 읽는 분들은 어떤 느낌일까요.

 

제가 이런 이야기를 익명의 힘을 빌었건, 그렇지 않았건.. 다른사람에게 말을 할 것이라고 생각해 본적은 없었습니다.

 

그것은 그 아이의 프라이버시에 대한 이야기 이고, 어쩌면 누군가에겐 상처를 들쑤시는 일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생각은 지금도 마찬가지 입니다.

 

그렇지만..

 

그래도 궁금합니다.

 

방관자였던 제가, 아이의 이야기를 듣고난 뒤의 죄책감. 후회. 이런 것들을 다른 사람도 느끼게 될까.

 

분노할까?

 

'그들'에게? 아니면 방관자인 '나'에게?

 

그것도 아니면 '사회'? '교육'? '선생'? '학교'?

 

또다른 '누군가'?

 

아니면 슬플까.. 어떤 감정들이 들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제가 하려는 이야기는 그런 것들이 아닙니다.

 

'그들'이 얼마나 잔혹했었는지.

 

아이에게 어떤 상처가 있었는지.

 

그것은 현실이 더욱 잔인하기에 제가 섣불리 글로 옮길 이야기가 아니니까요.

 

제가 이 글을 처음 썼을때.

 

그때부터 털어놓고 싶었던 이야기는..

 

왕따를 하는 아이들이 얼마나 악한가, 당하는 아이들이 얼마나 불쌍한가를 이야기 하려는게 아닙니다.

 

그 후의 이야기.

 

그것을 이야기 하려고 합니다.

 

아이의 이야기 사이에 잠깐 내려 앉은 침묵.

 

어둠속에서 거대한 눈동자가 떠올랐습니다.

 

그는 아이의 뒤에서 눈동자만을 빛내며 저를 바라보고 있었고, 저는 엘리베이터에서의 일 때문인지 조금 섬짓한 느낌을 받으며 뒤로 시선을 맞추었습니다.

 

점차 그의 얼굴이 천천히 어둠속으로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했고, 그의 얇고 기묘한 입술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 그는 몰라.

 

묻는듯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습니다.

 

- 그 이후의 일을 모르지. 사람들은 몰라. 죽음이 끝이라고 생각하지. 하지만, 그건 아무것도 아니야.

 

그의 이야기에 왠지모를 한기가 피어오르더군요.

 

문득 시간을 확인하니 11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습니다.

 

시간이 너무 늦어 다음날 다시 이야기를 하기로 하고 연락처를 교환한 다음, 아이를 집으로 돌려보냈습니다.

 

그리고, 그의 이야기가 시작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