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창고.6.동화속에 나오는 것 같은 탑.

김홍렬2012.08.31
조회134

 

 

 

 





-사실 어학원의 수업은 늦게까지 이어지는 게 아니라서,
보통 오후 3시~4시정도면 수업이 끝난다.
일반적으로 수업이 끝나면, 다들 마을 주변의 볼거리를 찾아 다닌다던지,
방과 후 activity 활동 스케쥴을 신청 한다던지의 일상을 보내는것이 일상적.

어학원을 다니면서 어리버리아둥바둥하던 나의 첫 마을 탐험은, 아직도 기억난다.
학교를 다닌 지 4일째가 되는 날이었다.

20120817
방과 후, ec bristol 앞.

수업은 4시에 끝이 났고, 영국 여름의 낮은 무시무시할정도로 길기 때문에,
(오후10시까지 해가 떠 있곤 했다.)
심심해 하던 나에게, silvia가 동네 구경을 하자고 해 왔다.
나도 silvia도 이쪽 동네는 다들 처음이라서, 어디에 뭐가 있는지 모른다.

우리는 나름 오래 이곳에서 지냈던 다른 이탈리아 학생인 'alice'에게 장소 추천을 받았고
그래서 가기로 한 곳이 바로..'carbot tower'였다.

자, 출발!
-지도 하나 달랑 들고서, 마을 탐험이라니...
먼 옛날부터 인디아나 존스를 동경해왔던 나로써는, 이런 미지의 세계를 모험한다는 것이
하나의 두근거리는 거대한 이벤트였다.
(bristol resident 들에게는 그저 평범한 출근길 다리, 시계탑, 그리고 슈퍼마켓 같은 것들이겠지만서도..)

해가 아직도 중천이었고,
우리는 꽤나 길찾기의 달인이었기 때문에,
보물을 찾기 위한 악당들과의 대면, 절
대로 발을 들여놓으면 안 될 위험한 구역에서 길을 헤멘다던지
하는 어드벤쳐한 사건은 전혀 없이 
(주인을 알 수 없는 덩치 큰 개가 무척 심심했는지 우리를 따라왔다는 것 빼고는)
노틀담의 축소판 같은 멋진 성당을 구경하고
브리스톨의 평온해 보이는 공원을 걷다가

마침내,

공원의 중심에 마법처럼 우뚝 서 있는 타워를 별 탈 없이 발견했다.

와-
고요한 공원 한 가운데에, 재보수한 흔적도 없이
빛바랜 채로 세워져 있는 타워의 모습은
마치 동화 속 라푼젤에 나오는 타워 같다.



타워속으로는 작은 회전계단이 끝없이 이어져 있었고

타워의 꼭대기에서
저기 우리 마을의 강도 (아직 이름을 모른다)
학교가 있는 곳도
성당이 있는 곳도..
그리고 모두 다 볼 수 있었다.

-음.. 있츠....파아아안 톼스틔익.


짧은 나의 영어실력으로 나의 감동을 전했다.
며칠 전에 본 드라마 doctor who 가 생각나서였던걸지도..

우리는
멍 하니- 타워에서 세상을 내려다보았고
약간의 흙내음,
햇살이 비추었고
바람이 불었다.


아마도- 좋아하는 여자애랑 이런 곳을 온다면 고백해버리지 않았을까..

타워를 내려와서 우리는 그냥 동네를 걸어다녔고.

이탈리아와 한국의 전래동화 이야기,
한국은 개가 '멍멍'하고 짖는데 이탈리아는 '바우 바우'하고 짖는다는 것,
암탉은 두 나라모두 '꼬꼬댁'이라고 한다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fish / chips 를 먹으러 갔다.
(우리 둘 다 아직 한번도 이 음식을 먹어본 적이 없었다.)


-오물 오물..
이건 마치, 생선까스랑 비슷하면서도 다른...
뭐랄까. 닭꼬치의 튀김옷을 생선에다가 묻힌 것 같은 느낌이랄까.
Not bad.

-you like it?
silvia가 물어왔다.
-예에스, 있츠 시밀러 투 코리안 프라이.

-oh, there is similar like this, in italy too.

-음.. 이탈리아에도 비슷한 것이 있다는 이야기인 듯 하군
하긴 생선튀김 없는 나라가 어디 있겠어..



대화를 하는데 silvia가 접시에 케찹을 뿌리더니 손가락으로 슥슥 비벼 찍어서
자꾸 빨아 먹는다.

-엥?! 어째서 손가락으로 먹는거야? 손가락 염분덕에 더욱 맛있어진다던지 하는걸까
아니 그렇다치더라도 이건 좀..


-today was soo nice day-

-?!?!저기 그렇게 손가락으로 케챂 묻혀가면서 아무렇지 않게 말하지말아주셍요

-hmmm , what will you do in tomorrw?

휘잉ㅇ이잉ㅇ이

-..?!! 

롤ㄹ링 스크류 핑거 케챱을 만들어 먹으며 나에게 질문을 던지는 silvia에게

나는 침착하게 대답했다.




-스 ..스터디.
스터디 쏘 하드.




그렇게 내 모험의 첫 날은
carbot 타워와 케챂이라는 깊은 인상을 남기고

그렇게 늦은 해가 저물었다.


 

 

공원 한 가운데에 있는 carbot tower.   공원에는 청설모가 무척이나 많다..

 

 

 

그렇게 높지는 않지만, 그래도 직접 걸어올라가다보면 꽤나 힘이 드는 높이.

 

 

 

 

바람이 엄청나게 부는 꼭대기.

 

 

 

드디어 처음으로 먹어본 fish/chips !
맛있긴 한데, 그냥 동네 돈까스집에서 생선까스를 시켜먹을때도 맛있는건 매한가지니까,
그냥 평범하다고 해야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