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스릴러의 새 장을 열다,<텔 미 썸딩(Tell me something)>(1999) 장윤현

chloe2012.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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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 미 썸딩(Tell me something)>(1999)

감독: 장윤현

출연: 한석규,심은하,장항선,유준상,염정아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싫으신 분은 얼른 뒤로←)

 

 

비디오 가게에서 이 영화를 처음 알게 되었다. 18,19금 영화가 놓이던 곳에 놓여있어 처음에는 야한 영화인 줄 알았다. 그러다 이것이 개봉당시 상당한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나름의 고어영화(?)라는 정보를 어디서 주워듣고는 엄마랑 같이 보게되었다(엄마랑 딸이 같이 고어영화라......!!!).

결론은, 고어물아니다. 근데 이게 1999년작이면 그 당시에는 꽤 충격적이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략적 줄거리는 이렇다(출처: Daum영화)

서울의 대형 할인 매장 엘리베이터 안에서 토막난 시체가 비닐에 싸인 채 발견된다. 뒤이어 일어난 두 건의 살인 사건에서도 시체들은 각각 몸의 한 부분이 잘려나간 상태로 발견된다. 조형사(한석규)는 사건 규명을 위해 구성된 수사팀 반장을 맡게 되지만 사건의 실마리는 전혀 풀리지 않는다. 그러던 중 3번째의 희생자가 혈우병 환자인 것을 근거로 하여 3명의 신원이 밝혀지고, 그들과 관계 있는 한 여자가 떠오른다.
그녀, 채수연
채수연(심은하)은 프랑스 유학을 다녀온 미모의 여성으로 현재는 박물관의 유물 복원실에서 일하고 있다. 희생자들은 그녀의 과거 혹은 현재의 연인들이었던 것이다. 그녀를 흠모하고 있는 박물관 동료가 수사선상에 오르지만, 그 역시 희생된 채 발견된다. 이제 조형사는 사건을 밝히기 위해 그녀의 기억들을 끌어내기 시작하는데...

줄거리를 왠만해선 내 손으로 쓰겠는데 영화에 사람이 너무 많이 나와 피해자 중 누가 누군지도 잘 모르겠고 보면서 집중이 잘 되지 않았다. 물론 내 감상태도에 문제가 있을 수 있기에 영화탓을 하지는 않겠다.

일단 소재나 트릭(?)면에서는 기존 한국 스릴러에서 볼 수 없었던 것들이 사용되어 관객의 흥미를 돋구는 역할을 하기에 충분하다. 토막살인이라든지, 그리고 그 장면을 보여주려는 시도(절대 대놓고 보여주진 않지만), 사람을 수족관에 넣어놓는다거나 머리를 냉동고에 보관한다거나 하는 씬들, 동성애 코드, 성폭행당한 여인의 복수극과 모호한 결말......

 

 

 

  

지금보면 살짝 유치한 특수효과도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만 하다.(10년 전꺼니까^^) 

배우들의 연기력 또한 한몫한다. 그 당시 90년대를 대표하는 탑 배우인 한석규와 심은하는 이미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에서 호흡을 맞춘 적이 있다. 멜로연기에서 벗어나 스릴러 영화에서 다시 만난 그들은 명실공히 각자의 캐릭터를 살려낸다.  

 

영화를 음식에 비유한다면 이 영화는 좋은 그릇에 담겼고 보는 맛도 있으며 갖가지 양념이 이것저것 골고루 들어가있는 셈이다. 근데 들어간 것 치고 맛이 훌륭하진 않다. 무언가가 빠진 것 같다. 왜일까?

문제는 연출이다. 좋은 양념이 골고루 들어갔어도 이것들이 어우러지지 않으면, 다시말해 배합이 잘 되지 않으면 말짱 꽝이다. 이 영화는 말짱 꽝의 수준은 아니지만 좋은 소재를 가지고도 그것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주었던 것 같다. 개인적인 생각에 제일 아쉬웠던 것은 이 영화에서 가장 핵심적인 인물인 '채수연'이다. 여리여리한 생김새와 달리 속에서 깊은 상처를 가지고 복수의 날을 갈고 있다는 설정 자체는 당시 신선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녀를 사랑한 나머지 그녀의 살인행위를 덮어쓰려 했던 승민이라는 인물을 반전으로 활용하면서 페이소스를 더한다. 대략적인 설정 자체는 당시에도 파격적이었고 지금 보아도 여느 수작에 뒤쳐지지 않는다.

 

그러나 이를 다루는데 있어 부족한 감이 든다. 성인이 되어서까지도 아버지에게 성폭행을 당해야 했던 채수연이라는 인물의 심리를 좀 더 건드려보았으면 어떨까 싶다. 아버지를 남자로 대해야 했던 그녀는 대학시절 남자관계에서도 그 상처를 계속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정상적인 연인관계로 발전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한 부분들을 다루었으면 어떨까. 혹은 무의식중에 그녀를 괴롭히는 기억들이라든지, 그 기억을 잊기위해 애쓰는 모습이라든지, 그녀의 마음속 상처를 좀 더 관객이 알 수 있었겠끔. 잔인한 말일지도 모르지만 그녀가 좀 더 불쌍하게 느껴지게끔, 채수연이라는 캐릭터를 더 살릴 수 있었다면.

나중에 느껴지는 반전이 그만큼 크게 와 닿았을 것이다. 

 

 

 

 

더불어 반전이 드러나며 밝혀지는 '승민'의 입장을 보다 세세히 다루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짧지않은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중요한 장면들은 설렁설렁 넘어가는 느낌이다. 어차피 핏빛씬으로 승부 볼 것이 아니라면(감독이 원본에서 40분을 짤라냈다고 한다), 인물의 심리묘사라든가 인물간의 관계를 보여주는데 치중했으면 어떨까 싶다.

 

반전의 내용은 예상 자체가 거의 불가능하다. 범인이 누구인가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범인은 반전영화를 많이 봐왔던 사람이라면 오히려 캐릭터 상 눈에 띄게 되어있다. 그러나 범인을 아는 것 외에, 범인이 왜 그런 살인을 저지르게 되었는지, 그리고 마지막에 한번 더 비트는 반전에 있어서는 쉬이 예상하기 힘들다.

감독이 안보여줬다가 나중에 터뜨리려고 꽁꽁 싸매두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터뜨리는 것을 너무 군데군데만 터뜨려 영화 사이트에서 이 영화의 평점&리뷰를 보면 결말의 이해가 잘 안간다, 스토리가 엉성하다 식의 글들이 대다수이다. 

 

이게 감독의 의도된 스타일일 수도 있다. 애초에 불친절하게 보여주고, 결말을 열어두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마틴 스콜세지의 <셔터 아일랜드>처럼(참고로 <셔터 아일랜드>는 결말을 열어두었을지언정 불친절하지는 않다. 사전에 충분한 복선들이 정밀하게 삽입되어있다). 그러나 그러한 효과가 이 영화에도 적중했는가 하면, 그것은 아닌 것 같다. 관객은 정확한 결말은 무엇일까에 대한 궁금증을 갖지만, 여러 여지를 둔다는 것 자체에 예술성이 있어보인다거나 결말을 두고 관객 나름대로 추리하는 행위 자체에 의미가 있어보이지는 않는다. 열린 결말이 가진 또 하나의 강점인 '기분좋은 허탈감'이 느껴지는 것도 아니다. 그저 관객은 결말이 불분명하니 어딘가 엉성하고 찜찜하고 불편해 못 견디겠어서 결말을 어떻게라도 추리해보고 싶을 뿐이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한국 스릴러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성적인 소재를 주로 사용하거나 혹은 세기말 판타지 쪽으로 가던 기존 한국 스릴러의 한계를 뛰어넘어 고어 비스무리한 것을 이끌어낸 것은 분명 칭찬을 받을 만한 일이다. 1997년 <접속>으로 대박흥행을 내었던 장윤현 감독의 스릴러 도전작이었고 나름 큰 센세이션을 일으킨 작품이다. 군데군데 거슬리는 억지스러운 설정이나 불친절한 설명 등만 아니었더라면 한국 스릴러의 수작으로 두말없이 꼽혔을 것이다.  

 

소재면에 있어서 신선하기도 하고 나름 스토리 라인도 잘 짜여있고, 시대를 앞서간 작품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내가 능력만 된다면 영화를 직접 다듬어주고 싶을 정도로 매우 아쉬운 영화로 남는다.      

 

※지극히 주관적인※

범인이 충분히 짐작되어도 괜찮은 사람

이 스포들을 읽고나서도 보고싶은 사람

한국 스릴러의 가능성을 보고싶은 사람(판단은 자유ㅋ)

잔인한 거 못보는 사람(특수효과 다 티남)

 심은하 팬

은 한번 보시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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