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후기)남편이 아이 성에 너무 집착합니다

솜사탕2012.09.02
조회128,476

안녕하세요.

 

며칠 전에 남편이 아이 성에 집착한다는 글을 썼던 글쓴이입니다.

 

바쁜 업무로 인하여 시간이 없어 글을 올린 이후로 컴퓨터를 켜지 못했는데

 

예상외로 수많은 댓글들이 달려있네요. 확인 도중 사라진 댓글들도 보이지만^^;

 

우선 많은 분들이 관심을 보여주시고, 그에 대한 긍정적 혹은 부정적인 조언을 남겨주셨음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달아주신 댓글들, 그리고 그 댓글의 댓글들 하나하나 빠지지 않고 읽어보았고, 모두 캡쳐해두었습니다.

 

저의 의견에 찬성, 혹은 반대의 의견을 피력하신 모든 분들의 소중한 조언에 감사드립니다.

 

 

몇몇분들이 지적해주셨다시피 지금 읽어보니 글을 상당히 감정적으로 작성하였음을 시인합니다.

아기한테 안 좋았을텐데...

 

평소 타인의 일에는 항상 공정하게, 객관적인 시선을 갖고자 노력하지만 정작 제 자신에 대해서는 한없이 치우친 시선을 가지고 있었네요.

 

충동적으로 작성한 글이었다보니 사실 앞뒤가 맞지 않는 부분도 있어, 이에 대하여 해명하고 싶습니다.

 

 

아이의 성이 아니라 아이의 ‘이름’이라 하는 것이 글에 더 적합한 제목이었음을 이제와 고백합니다.

성은 아버지의 성인 ‘최’를 따르기로 하였으니까요.

(후기의 제목은 혹시라도 뒷 이야기를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계실 것 같아 그대로 둡니다.)

 

 

많은 분들이 잘못 알고 계신 것 같은데 아이의 성은 원칙적으로 부의 성을 따르도록 하되, ‘혼인신고시’에 부부의 협의 하에 모의 성을 따를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혼인신고시 저희는 남편의 성인 ‘최’를 따르는데 이의를 두지 않았습니다.

 

댓글 중에 자식이 ‘최한’을 성으로 가지게 되면 그 자식의 후세대는 ‘최한김박***’ 등이 될 수 있다는 댓글을 보았습니다.

하지만 부의 성과 모의 성을 모두 사용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성과 이름은 명확히 구분되는 것으로 제가 제 성인 ‘한’을 넣고자 한 것은 이름 쪽이었습니다.

제가 본문 중에 제 후대에 제 성이 사라지리라 생각하니 우울해졌다는 것은 단순한 상황적 한탄이었을 뿐, 반드시 제 성을 이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오해하게 해드린 점 대단히 죄송합니다.

 

또한 첫째는 남편 마음대로, 둘째는 제 마음대로 하라는 분이 계셨는데 혼인신고시 따르기로 한 성만 따를 수 있기 때문에 자의 성은 획일적으로 한가지만 정해져 김수로와 허황옥의 경우처럼 되지를 않아요.

법이라는 게 참 칼 같아서 이런 부분에 있어서 예외를 허용하지 않네요^^;

 

 

저도 사람인지라 인신공격적인 발언을 하신 분께는 다소 상처를 입었음이 사실입니다.

세상에 무시해도 될 사람은 아무도 없으며 어느 사람도 그 사정을 명확히 알기 전에는 함부로 예단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일하는 곳이 워낙 바닥이 좁은지라 많은 분들이 읽는 공간에 제 직업적, 금전적 상황에 대하여 자세히 나열할 수는 없지만, 제가 ‘여자’라는 이유로 ‘데이트 비용 및 혼인에 드는 비용을 평등하게 부담했느냐’에 대한 논의는 제가 고민한 문제의 본질에서 어긋남을 넘어 저의 인격을 모독한 발언이라 생각됩니다.

제 상황이 그분들이 예상하는 것과 다르다면 어떠한 반론을 펴실지도 궁금합니다.

직접 ‘악플’ 이라는 것을 겪어보니, 사람의 마음을 몹시 괴롭게 하네요.

근거없는 욕설을 다신 분들은 입장을 바꾸어 생각해 보실 수 있으셨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달아주신 댓글들, 모두 소중한 관심으로 생각하고 감사한 마음을 품고 가겠습니다.

 

 

그럼 아래 후기 갑니다^^

 

 

 

 

 

아이 이름 문제로 싸우고 난 뒤 등 돌리고 잠을 자고 아침 일찍 직장으로 향했습니다.

 

 

점심시간이 되자 갑자기 시엄마에게 전화가 오더군요.

 

 

"아가, 어제 무슨 일 있었니? **이(남편) 한테 전화했더니 목소리가 안 좋더구나... 서운한 일 있으면 다 말해줄래? 엄마가 다 들어줄게~”

 

 

네, 저 시엄마랑 무지 사이좋습니다.

 

딸이 없으신 어머니는 절 진심으로 아껴주시고, 저도 친정어머니와 구분을 두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시엄마의 그 따뜻한 한마디에 참았던 눈물이 왈칵 나더군요.

 

화장실 문 걸어잠그고 체면도 차리지 않고 엉엉 울면서 다 말씀드렸습니다.

 

 

시엄마는 끝까지 다 들으시더니 한숨을 쉬시더니 너무너무 미안하다고 하십니다...

 

본인이 자식놈을 잘못 키워서 임신한 부인 위해주지는 못할 망정 마음에 상처만 남겼다고 미안하다고 하십니다...

 

그 말씀에 오히려 제가 더 죄송해졌네요.

 

 

그렇게 전화를 끊고나니 오후 늦게 남편에게 카카오톡이 오더군요.

 

오늘 일 끝나고 둘이 같이 칼같이 시댁으로 집합하라고 시아버지한테 연락이 왔다고요.

 

제 직장 앞으로 데리러 온 남편 차를 타고 가면서 둘이 한 마디도 하지 않고, 남편은 운전만 하고 저는 창문 밖만 바라봤네요.

 

시댁에 도착하자 아버님이랑 어머님께서 맞아주시더니 바로 거실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새아기부터 이야기 해봐라’

 

는 아버님 말씀에 그 날 있었던 일을 조근조근 말씀드렸습니다.

 

어머니께 전화로 펑펑 울고 났더니 오히려 침착해져서 차분하게 말씀 드릴 수 있겠더군요.

 

제 이야기를 듣고 나시더니 아버지는 남편에게 사실이냐고 물으셨습니다.

 

남편은 그렇습니다-라고 했고 ‘다’라는 소리가 끝나기도 전에 어머님께 등짝을 얻어맞고 아버님으로부터

호통을 들었네요^^;;

 

 

 

이름은 부부가 함께 짓는 것이라 생각해서 우리는 가능한 관여하지 않으려했다.

 

그런데 니가 하고 있는 것은 그저 네 독단이지 않느냐.

 

너 혼자만의 아이가 아니고 너와 부인의 아이이고 우리의 아이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아이 이름을 짓는데 최우선이 되는 것은 아이의 아빠가 엄마가 될 너희들의 의견이다.

 

아이를 생각해서 가장 좋은 이름을 짓는데 좋은 생각만 하고 좋은 감정만 느껴야 할 때,

부인을 배려하지 않아 이런 일이 생겼음을 반성해라.

 

‘한누리’라는 이름은 큰 세상을 뜻하는 말인데 그저 세상을 뜻하는 ‘누리’보다는 큰 세상을 품는 ‘한누리’가 좋지 않겠느냐.

 

이 이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다른 이름을 짓는 게 좋겠지만 다른 이름을 짓는다 해도 새아기가 원한다면 새아기의 성인 ‘한’을 넣어 좋은 이름으로 짓도록 해라.

 

아이 이름에 관해서 이 이상 우리는 간섭하지 않겠지만 서로를 존중하면서, 또한 아이를 생각하면서 좋은 이름을 지었으면 한다.

 

 

 

 

이런 말씀을, 시아버지께서 장차 1시간에 걸쳐 말씀하셨습니다. (시아버지는 교장선생님이십니다^^;;)

 

말씀을 끝내시고는 갑자기 분위기를 바꾸어 ‘이제 밥먹자!’ 라고 하시더니 어머니께서 제가 제일 좋아하는 아구찜 요리가 차려진 식탁으로 데려가시더라구요ㅠㅠ

 

많이 먹으라면서 아버지, 어머니께서 살도 얼마 없는 아구를 제 그릇에 막 놓아주시는데 어찌나 눈물이 나던지..

 

 

저는 무슨 복으로 이렇게 좋은 시댁을 만났을까요...

 

 

 

 

밥 먹고 인사드리고 오는 차 안에서 남편이 먼저 말을 꺼냈습니다.

 

 

미안했다고..

 

자기도 그날 안 좋은 일이 있어서 화부터 났다고. 최한누리라는 이름에 재혼가정 아이인줄 사람들이 오해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그랬다고.

 

성이 ‘최한’이 아니냐고 몇 번이나 되묻더군요.

 

아니라고 몇 번이고 대답해주니 최한 씨가 되는 줄 알고 두려워서 그랬답니다.

 

왠지 자신과의 연대가 끊어지는 것 같고 완전 다른 성 같다고...

 

 

“내가 공돌이라 그래ㅠㅠ(공대생 비하 절대 아닙니다!!ㅜㅜ사...사.....좋아합니다 공대생방긋)

 

내가 정말 미안하다...너 나보다 똑똑하고 아는 것도 많고...그쪽을 잘 몰라서 그랬다..

 

미안하데이..내가 나쁜 말했지..내 다시는 안 그럴게ㅠㅠ 니 말대로 하자ㅠㅠ 내가 뭐해주면 될까?”

 

 

두 손 꼭 잡고 이렇게 말하는 남편을 미워할 수가 없더군요^^;;;

 

 

그리고 그날 저녁 집에서 남편은 통기타 들고 연애시절 저에게 불러주던 달달한 노래들로 2시간여의 콘서트를 펼쳤답니다.

 

저와 ‘최한누리’에게^^

 

 

 

벌써 불토가 지나가고 일요일이네요.

 

 

장문의 후기를 쓰다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남편이 빨리 오라고 부르네요.

 

저에게는 참 좋은 인연이 많네요.

 

좋은 시댁에 좋은 남편에, 곧 태어날 아이에

 

그리고 걱정해주시고 함께 화내주시고 염려해주신 모든 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모두들 행복한 주말 보내시고, 월요병 없는 월요일을 맞이합시다^^

 

다시 한 번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