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스페이스 오딧세이(2001: A Space Odyssey)>(1968) 스탠리 큐브릭

chloe2012.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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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스페이스 오딧세이(2001: A Space Odyssey)>(1968)

감독: 스탠리 큐브릭

출연: 케어 둘리아, 개리 록우드, 윌리암 실베스터, 다니엘 리치터

 

이 영화를 알게 된 계기는 영화를 본격적으로 공부하기로 마음먹었을 때 보았던 책에서부터 시작된다.

<샤이닝>을 감독한 스탠리 큐브릭 작이라는데 <샤이닝>을 정말 인상깊게 본 터라 솔깃했다.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스탠리 큐브릭에 대해 잘 모르고 있었다. 달랑 <샤이닝>영화 하나 보고 '어라,이건 다른 영화들과 뭔가 다른데? 이건 뭐지? 이 기분은 뭐지?'하고 한동안 신선한 충격에 빠졌었을 뿐이다. 그러다 감독 이름이 스탠리 큐브릭인 걸 알았고, 그 뒤로 많은 시간이 흘러 지금까지 왔다.

사실 SF영화는 찾아서 볼 정도로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미뤄뒀다;;.(난 장르에 유연하면서도 민감하다.읭?) 그러다 영화를 배우면서 보는 책들에 적어도 한번 이상은 이 영화가 등장하는 것을 알았고,

급기야 내가 듣는 '현대세계와 원자시대'라는 물리강의에서도 언급되었다. 

결국, 난 보고야 말았다.

 

 

영화는 넓디넓은 평원에 해가 뜨는 것으로 시작된다. 곧이어 유인원들이 나타나고, 그들은 군집생활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다 어느날 아침 그들의 앞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검은 돌기둥이 서있게 되는데, 두려워하던 유인원들은 조심스럽게 돌기둥에 손을 갖다댄다. 모노리스라고 불리는 그 돌기둥은 인류에게 문명의 지혜를 가져다 주는 것으로 묘사되고 서서히 인간의 요소를 터득하는 장면들이 나온다.

 

 

그 중 유명한 장면이 바로 도구의 필요성을 깨닫는 장면인데, 유인원이 죽은 짐승의 뼈를 들고 내리치는 모습이 충격적이게 다가온다. 유인원은 깨달음에 대한 희열을 느끼며 점점 더 세게 내리치고, 뼈를 높이 던진다. 공중으로 던져진 뼈는 곧이어 화면이 바뀌게 되면서 현대 인공위성으로 대체된다.

이 장면은 뼈로 상징되는 도구의 인식, 즉 인류문명의 시작과 그 시작이 몇 천년에 걸쳐 과학의 진보와 기술의 발달을 이끌고, 현대에 이르러는 우주 탐사까지 하게 되었다는 장대한 과정을 단 하나의 커트로 압축시킨, 큐브릭의 재능이 돋보이는 씬이라 할 수 있다. 

 

 

큐브릭 감독은 과연 이러한 아이디어에 관해 일가견이 있다. 보여주고자 하는 바를 그대로 나타내기보다는 한번 더 꼬아서 비유, 대유, 환유하기를 좋아한다. 이때, '어떠한 대상과 그것을 연관시킬것인가'는 영화의 척도를 달리하는 중요한 문제일 터인데, 그는 그만의 스타일로 이 문제를 완성해나간다. 큐브릭 감독은 이 문제의 완성에 있어서 미장센을 기가막히게 활용하곤 한다. <샤이닝>에서 대니의 환상에서 보이는 쌍둥이 여자아이의 영상, 피가 분출하는 영상 등 상당히 단편적인, 말하자면 단순한 그림같은 영상을 활용한다.

 

 

<2001:스페이스 오딧세이>에서는 색채의 활용과 대범한 편집기교가 눈에 띈다. 후반부의 스타게이트 씬은 이 영화의 가장 충격적인 장면이었다. 우주의 급류를 타고 시공간을 넘는 보우먼 선장의 눈을 통해 보여지는 현란한 색채의 스타게이트. 이 장면은 꽤 오랫동안 이어진다. 이 씬이 나오는 동안에는 어떠한 배경음악 조차 삽입되지 않는다. 새로운 세계로 이동해 두려움,경이가 느껴지는 보우먼의 눈동자가 익스트림 클로즈업 되어 삽입될 뿐이다. 큐브릭 감독은 끝없이 펼쳐지는 스타게이트 씬을 보여주며 관객들을 보우먼의 입장으로 완벽히 대입시킨다. 후에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영화 <아바타>에서 이 장면을 오마주하였다고 전해진다.

 

<2001:스페이스 오딧세이>에서는 음악의 활용 또한 두드러진다. 영화 맨 처음과, 위에서 언급한 유인원이 짐승의 뼈를 들고 내리치는 장면에서 흘러나오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는 찬란한 인류의 시작에 빛을 더한다. 또 영화 초반, 목성으로 이동하는 대목에서는 요한 스트라우스의 '푸른 다뉴브'가 꽤 긴 시간 흐르며 우주비행 장면이 지속된다. 화면 가득 펼쳐지는 우주의 모습이 음악과 더불어 황홀하게 느껴진다. 이 영화를 영화관에서 보았더라면,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영화에서 묘사되는 미래의 우주선의 모습과 우주선에서의 생활 또한 흥미롭다.

무중력공간에서 압착신발을 신고 이동하는 여승무원들의 모습, 죽과 비슷한 형태의 승무원식단, 디스커버리 호에서의 조깅 장면 등은 요즘 영화라 해도 위화감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이다. 영화를 다 본 후 개봉연도를 보았더니 1968년 작이란다. 80년대쯤의 작품이라 생각했던 나는 뒤통수를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그 시기 어떻게 이러한 영화가 나왔는가. 영화를 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기분좋은 충격이다. 

 

(사진을 거꾸로 놓은 것이 아니다. 원래 이 영상이다.)

 

큐브릭 감독은 완벽주의자 기질이 있었다고 한다. 위에서 언급한 조깅장면은 어떠한 편집기교나 카메라 기법을 사용하지 않고 아예 세트 전체를 회전시켜 찍었다고 하니, 이러한 걸작이 나오는 것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큐브릭이 묘사한 미래의 모습 중 재미있는 것은 아직도 전화하는 공간이 따로 정해져 있어 그 공간에서만 전화를 한다는 점이다. 그때는 아직 휴대폰이란 것을 생각하지 못했었나보다. 이렇게 그의 예상이 적중하지 못한 장면들도 있지만, 여전히 그의 묘사는 흥미롭다. 그것은 기술적인 문제와는 다른 차원의 문제로, 그의 영화에서 우리는 큐브릭이 영화에 들인 공이 여실히 드러나는 것을 볼 수 있으며 영화의 요소마다 그의 스타일이 묻어남을 알 수 있다. 그의 영화가 특별하게 느껴지는 가장 큰 이유이다. 

 

 

이 영화가 인상깊게 남는 이유는 영화적 기교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영화는 기존 SF영화와는 다른 차원의 메시지를 전한다. 이 시기 SF영화는 대부분 오락용 괴수영화로 뻔한 줄거리와 결말이 번복되었다. 즉 이들 중 우열을 가릴 영화적 차이는 얼마나 기발한 캐릭터를 내세우느냐, 얼마나 스릴있게 묘사하느냐 등의 기술적인 문제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2001:스페이스 오딧세이>는 기존 SF영화의 틀 자체를 깨면서 인간의 손에서 창작된 과학기술의 위험성과 인류의 생(生)의 관념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재미있는 것은 스탠리 큐브릭은 영화 초반엔 과학기술의 탄생을 예찬하면서, 후반으로 갈 수록 과학기술의 위험성을 드러낸다는 점이다. 큐브릭 감독은 인공지능 컴퓨터 HAL9000을 인류가 개발한 최고의 과학기술로 상징하며, 과학기술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려하는 인간에게 영화라는 틀을 이용해 경고를 보낸다. 

 

(왼쪽 위에서 보여지는 스타게이트 장면은 단연 이 영화의 압권이다. 꽤 오랜시간 지속되는 이 장면은 마약 복용자들이 좋아했다고 한다.)

 

영화는 거기서 끝나지 않고, 살아남은 보우만 선장의 눈을 통해 인류의 세계를 넘어선 시공간의 개념마저 사라진 우주의 위대함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에 비해 아주 작은 일부분인 인류, 그러니까 지구에서의 만물의 영장 인류가 아니라 알 수없는 무한한 공간안에서 인류가 얼마나 작은 존재일 뿐인지를 관객 스스로 깨닫게 한다. 그러나 영화는 그럼에도 계속해서 반복되어 온 생에 대해 예찬하며, 나중엔 보우만 선장이 스스로의 죽음과 곧 이어지는 탄생을 보게 한다. 탄생한 새 생명은 태아의 모습으로 우주에서 다시 지구를 바라보며 영화는 마무리된다. 

 

영화는 다분히 철학적인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여러가지 상징체계가 활용되고, 함축된 장면들이 많다. 사실 나도 이 영화를 100%이해하지는 못한다. 아마 이 영화를 만든 스탠리 큐브릭만이 가능하지 않을까. 따라서 흥미위주의 SF영화를 기대하고 본 사람이라면 너무 지루하거나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다. 어쨌든 영화 <2001:스페이스 오딧세이>는 획기적인 발상과 그를 뒷받침하는 큐브릭만의 영화성으로 이후 SF영화계에 큰 여파를 미친다. 말하자면 전환점 역할을 한 것이다. 영화는 안과 밖, 즉 스토리와 연출 모두가 탄탄하다. 또한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한동안 많은 생각을 하게끔 한다. 영화의 힘이란 이런 것이라고 생각한다. 영화로써 끝나지 않고 영화를 본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것, 삶 속에 깃들여지는 것. 이것이야말로 영화를 보는 사람들이 얻는 최고의 수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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