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하게 스릉흔드 동생!!

고등어3년차2012.09.03
조회63

답장까지 써놓고 모른척 하고 있긴 하지만 동생과 달리 뭔가 해주면 티내고 싶어서 안달인 철부지 언니라 이렇게 톡에 올림

근데 과연 동생이 볼지는 모르겠다 ㅋㅋ

그래도 누군지 모르게 닉넴으로 쓴다 언니 착하지? 이거 보면 칭찬해라 ㅇㄹㄱ

일단 본인을 소개하자면 올해 고등어 3년차, 인생을 결정한다는 수능을 약 두달 남겨둔 고쓰리라는 실감은 전혀 못하고 있지만 그래도 나름의 슬럼프도 겪고 공부하기 싫다고 땡깡도 부리는 철부지 언니

그리고 동생은 고1 녀자

자세히 까발리면 분명 어, 이거 내친구 같은데 하는 애들 있을거 같아서 대충 이정도로 마무리 짓고 본론으로 들어감

말투가 어색하다면 양해를

별로 눈에 안띄고 싶어서 평소 글쓰던 대로 안쓰니까 지금도 어색 돋아서 제대로 쓸 수 있을지 자신도 없고

아무튼 이쯤에서 썰 풀겠음

 

발단은 어제

셤 기간이라 도서관에 갈까 하고 옷 갈아 입으려고 하는데 책상 위에 나도 모르는 공책이 뙇! 하고 있는거임

뭐지? 하고 보니까 친절하게 메모까지 있음

수신자 발신자는 없지만 삘이란게 있잖음 아 이건 내꺼구나 하고 감이 왔지

공책을 폈는데 맨 위에 적힌 TO 보고 바로 덮음

메모 엎어서 예쁜 글씨로 두고보자 하고 적어줌

그리고 내 방 챙겨와서 읽기 시작함

동생? 알바 갔음 ㅇㅇ 내동생 건실한 뇨자임

아무튼 방에서 공책을 딱 폈는데 이건 뭐..

처음에 읽으면서 조카 피식거렸음 왜냐? 엄빠도 안하는 잔소리를 올만에 들어서

솔직히 내동생 공부에 쿨함 그렇다고 못하는건 아닌데 왜 반마다 한둘씩 있는 공부는 그럭저럭인데 뭔가 유식한 친구 그런 삘이라

내가 언니라 그렇게 느끼는지도 모르겠지만

근데 첫장 반쯤 읽고 갑자기 눈물이 돌더라

두살 차이라고는 해도 내가 보면 한참 어린데 그런 동생도 내 걱정을 하는구나, 내가 그정도로 요새 못난 모습을 보였구나 하고 삽질도 좀 하고 눈에도 막 습기차는거 부채질해서 좀 말리고

수능 팔십일쯤 남았을 때 쓴거 같은데 이제 보니까 미안하기도 하고

간간이 보이는 욕설들이 눈에 거슬리긴 하지만 그거야 원래 애정표현이니까

우리 자매만 그럼? 난 다른 자매.. 자매뿐만이 아니라 남매나 형제도 다 그렇다고 믿겠음

나도 가끔씩 쓰는 욕.. 이라고 할까 비속어라고 할까 무튼 그런 말들 사실은 애정 있으니까 그렇게 쓰는거고 그러니까 동생도 그렇게 쓰는 거라고 믿음 물론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매우 높지만 난 긍정적으로만 생각하는 여자니까 ㅋㅋㅋ

뒷장 넘어가길래 2차 감동먹음 그래도 한장 분량은 써줬구나 싶어서

솔직히 생일 때도 제대로된 편지는 무슨 선물.. 은 받았나 안주고 안받자는 주의라 선물 교환 그딴거 안하는 사이임 그래서 편지 썼다는 것도 감동인데 한 장 넘어가니까 진짜 내동생 철들었구나 싶고

엄마가 애들 철든거 보면 이런 심정일까 막 이런 헛짓 다하다가 마음 다잡고 자세 바르게 해서 편지 계속 읽음

편지 내용은 솔직히 딱 한 문장으로 축약 가능함

'닥치고 공부해서 좋은데 가라'

근데 이걸 이렇게 써준 것도 고맙고 걱정시킨거 미안하고 내가 그래도 복 많은 년이구나 싶고

지금 또 읽고 있는데 또 눈물 날라 칸다

보고 잇나 동생

솔직히 니는 이글 안봤으면 좋겠다

왜냐? 쪽팔리거든 ㅋㅋㅋ 음슴체라던지 심히 민망함 잘 안쓰던 거다보니

니가 이글 봤다카면 집에서 내가 니 피할지도 모름

그치만 안봤다고 믿고 계속하겠음

이걸 집에서 읽고 기분 좋아서 가방 싸놓은거 무거운데도 낑낑대면서 또 넣음

그리고 도서관 가서 열공.. 은 무슨 잤음

아 진짜 내가 잠이 좀 많긴 한데 영어 공부만 아니었어도 그렇게 안잔다 진심

편지에 감동은 먹었는데 공부는 싫고 .. 내일부터 하자! 이 마인드로 숙면을 취함

한 다섯시쯤 깨서 시계보고 여덟시에 만나기로 했으니까 공부 시간 부족하네? 이러면서 답장을 쓰기 시작함

원래는 한장도 안나올거 같았는데 쓰다보니 그래도 한 장 반 되더라 ㅋㅋ

역시 내 글실력은! 이러면서 막 편지 쓰고 쓰면서 되돌아보지 않기로 결심하고

돌아보면 멘붕할거 같음 오글거려서

이렇게 썼는데 나도 막 동생한테 내밀기 쪽팔린거임

아, 이래서 그냥 책상위에 놔뒀구나, 하면서 나도 그 책상위에 그대로 놔둠

언젠가 보겠지 이러면서 낮에 썼던 두고보자는 줄긋고 빨간 하트 하나 그려줌

큰거 아님 매우 작은걸로 중앙에 뙇! 하고 그려줬지 내가 좀 소심함 ㅇㅇ

지금 생각해보니까 잔소리로 한페이지 채운거 같은데 지도 그랬으니까 내한테 뭐라카진.. 않을거라 믿는다

와 진짜 내가 무슨 정신으로 썻는지 모르겠네 그때야 자다 일어나서 정신줄 살짝 놓고 있었다지만 지금은 진짜..

시험의 후유증인가 ㅋㅋ 그렇군 시험의 후유증이라 믿겟써

근데 진짜 편지 받으니까 좋더라 이래서 군대 간 남친한테 여자들이 편지 써주나 보다 여친 아니라도 가족이나 친척이나..

좋아하는 사람한테 애정 담겨 있는 편지 받으면 진짜 그게 절반이 욕이라도 행복함

이메일은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치우는데 손에 만져지는 편지는 진짜 노트에 쓴건데도 뭔가 정성이랄지 감정이랄지 그런게 만져진다고 하나

이래서 사람들이 편지를 받는걸 좋아하는 구나 펜팔이 아직도 존재하는구나 집배원 아저씨들이 실직자가 안되는 구나 하고 별별 생각도 다 들 정도로 기쁨

그러니까 혹시 이 재미없는 글 여기까지 본 사람 있으면 좋아하는 사람한테 편지 쓰는 거 추천함 특히 평소에 투닥거리던 사이라면 적극 추천임 진짜 소소한 앙금까지 싹 사라진다고 할지 그래도 너밖에 없다 이런 생각도 들고

말이 딴데로 샜네

아무튼 결론을 말하자면

격하게 스릉흔드 동생! 내가 니한테 신경질 부리는거 미안해하는거 알제? 내가 생겨먹기를 그래 생겨 먹어서 표현도 서툴고 마음대로 안되면 짜증내고 그래도 그래놓고 내가 후회하고 막 눈치보고 그러는 거 이해하제?

내 수능 끝나면 섭섭한거 다 받아준다 ㅇㄹㄱ

스릉흔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