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7년을 사귀었는데 결혼에 대한 확신이 안선다는 남자

outsider2012.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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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결실은 결혼일까요? 

나이가 들어갈수록 결혼에 대한 불안감을 호소하는 친구들에게
왕자님와 공주님의 결혼으로 끝나는 동화속 해피엔딩은 시대착오적 결말이라고... 
술을 마시며 자조적으로 너스레를 떨곤 했는데  
나와 그는 언젠가는 꼭 결혼을 할거라는 자신감에 오만을 부렸나봅니다.


몽환한 달빛아래 멋진 생음악이 흐르고 적당히 취기가 올랐을 때 저도 모르게 입을 열었습니다.
... 우리 결혼할까?

나의 꿈대로 전문직 여성이 되려면 아직 해야할 공부가 많고 둘다 모아둔 돈도 얼마 없지만  
그런 계산은 미뤄두고 
그 순간, 이 남자와 함께 인생을 보낸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하는 감상적인 기분에 젖어들었습니다. 
조금은 두려운 미래가 이 사람과 함께라면 활기차고 설레이는 느낌이랄까요?
그 사람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말이 무척 듣고싶었는데
얼굴이 갑자기 어두어지더니 모르겠다고... 나와의 결혼이라는건 아직 생각해보지 않았답니다.  
결혼과 가정이라는 단어들은 아직은 두렵다고 하네요.


덤덤하게 ...그래 남자들에게 가장이 된다는건 무게가 크니까... 하고 말하려고 입을 여는데
바보같이 왜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나오는지... 눈물 콧물 범벅된 얼굴이 창피해서 
결국 밖으로 뛰쳐나오는 추함까지 보였네요. 
도망치듯 택시를 타고 집으로 와서 12시간을 죽은듯이 잤습니다. 


일어나자마자 얼굴에 팩을 하고 정성들여 화장을 한 다음 
다시 그와 점심을 먹기 위해 만났습니다. 
... 어제 말이야... 
응, 내가 괜한 얘기 꺼내서 미안해. 못 들은걸로 해~ 


항상 지나치게 신중한 그 사람과 대조되는 충동적인 성격의 저 이기에
그래, 원래 우리 성격이 많이 다르잖아, 그치? 하고 넘어가고 싶었나봅니다. 
그런데 계속 미안하다고 말하는 그 사람을 보니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습니다.


결혼에 대한 물음을 받고 뛸듯한 기쁨보다 당황함과 두려움이 앞선다는건 
우리의 관계에 조금은 문제가 있다는 거겠지... 하고 말하네요.
나의 크고 작은 감정기복에... 한동안 지쳤었다구요. 
자신에게 있어서 가정이란건 좀 더 안정적인 것이었으면... 한다고...


순탄치만은 않은 가정사 때문에 힘들어할때... 
나의 부족함을 다 감싸안아주는 이 사람 덕분에 힘을 얻었는데 
한없이 베풀기만 했던 그가 속으로는 나와의 헤어짐을 가늠했던건가 생각하니
순간 배신감도 들었다가 ... 그에게 기대기만 했던 나 자신에게 화가나고... 
미안한 마음도 들고... 
지금도 나를 너무 사랑하는데 그만큼 힘들었던 시기도 많아서 확신이 서지를 않는다고 합니다.


내가 너무 기대기만해서 미안하다고... 네가 확신이 들지 않는건 내 탓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7년을 만난 후에도 확신이 서지 않으면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냐고 물었습니다. 
결국에는 우리가 헤어지게 되어있는거 같다고... 차라리 질질 끌바에야 
빨리 끝내는게 최선이 아닐까, 하고 이야기했습니다.


우리는 아직 서로 너무 사랑하니까 노력해보자고 하네요. 
헤어짐과 결혼중에 하나를 골라야 하는 상황이라면 백번도 더 결혼을 고르겠다고 하네요.
ㅎㅎㅎ 이 와중에도 웃음이 나옵니다. 


나는 결혼따위에 연연하지 않는 능력있는 여자라고 자부하며 살았는데
스스로가 초라하고 나약하게 느껴지네요... 
외동딸이다보니 조언 구할 형제자매도 없고 
남자친구 그렇게 예뻐해주시던 엄마... 이런 얘기 들으면 뭐라고 하실지는... 글쎄요 모르겠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곳에서라도 하소연 할 수 있어서 마음이 좀 편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