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탈) 저와 성관계를 했다며 거짓말하고 다니는 직장동료

half2012.09.05
조회252,388

안녕하세요, 25살 흔녀입니다.

 

우선 방탈 죄송합니다. 방탈글 싫어하시는 분들은 뒤로가기를 눌러주시면 돼요.

이 글은 '직장여성의 애환' 카테고리에 올려야 적합하겠으나,

해당 카테고리는 댓글 수가 적은 편이어서 충분한 조언을 얻기 어려울 것 같아

현명한 분들 많기로 소문난 결시친에 올려봅니다.

 

저는 좀 있으면 입사한 지 2년 정도 되어가고요, 문제의 남직원('K씨'라고 하겠습니다)과는 작년 말쯤 친해지게 되었습니다.

 

친해지게 된 계기도 지금 생각하면 우습네요.

당시 K씨가 저와 다른 남직원이 사귀는 것 아니냐며 헛소문을 냈었고

이를 알게 된 제가 나중에 웃으면서 질책하자 미안하다며 밥을 샀습니다.

 

그 때부터 사적으로 메신저를 하고, 밥을 사주겠다 커피를 사주겠다 등등 제안을 자주 했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친한 동료사이로 지내려 했으나, 시간이 지나자 저와 연인이 되고 싶다고 했습니다.

 

저는 연애할 생각이 없었고, 그 당시 전 남친과 헤어진 지 얼마 안 되어 마음이 복잡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거절했으나, 거절할 때마다 '아냐, 그래도 넌 결국엔 나를 좋아하게 될 거야' 라며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같은 회사 같은 층에서 계속 얼굴을 마주치고, 연락이 잦다 보니 자연히 친해지게 되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제가 처신을 잘못한 점도 없지 않습니다.

둘이서 만나 밥을 먹기도 했고, 길을 걷다가 손 잡자고 말하면 10번에 한두 번은 잡았으니까요.

당시엔 달리 사귀는 사람도 없었고, 에이 까짓거 손 좀 잡으면 어때 싶었나봐요.

 

K씨는 제게 뭘 자꾸 사주려고 했습니다.

제가 당시에 하던 게임이 있는데 만렙을 만들면 선물을 주겠다고 하더군요.

처음엔 갖고싶은 게 없다고 했으나, 갖고싶은 게 왜 없냐며 슬프다고 했습니다.

제가 갖고싶은 게 없어서 K씨가 슬프대요.

 

그래서 결국 핸드밀(손잡이를 돌려 커피원두를 갈아내는 기계입니다)을 사달라고 해서 받았어요.

지금 인터넷 검색해보니 2만원대 후반~3만원대 정도 하네요.

 

사귀지도 않는데 이유없이 받기만 하면 꺼림칙하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해서 저도 남성용 화장품을 선물했습니다. 밥도 몇번 샀고 커피도 몇번 샀고요.

 

그러다가 어느날부터 제게 말을 안 걸더군요.

저는 이제서야 마음을 접었구나 싶어서 잘됐다 생각했어요.

 

몇달 뒤, 우연히도 제가 원래 있던 부서에서 전배를 가게 되었는데, 새로 일하게 된 곳이

K씨네 부서였습니다.

와보니 분위기가 싸늘하더라고요. 그 이유를 저는 몰랐어요.

 

그러다 그저께쯤, 이 부서에 있는 여직원 L씨와 저녁을 먹었는데 충격적인 말을 들었습니다.

이 부서 사람들은 제가 K씨를 어장관리하며 선물을 뜯어낸 꽃뱀이라고 생각한다네요.

몸까지 굴려 가면서요.

 

자세히 캐물었더니 K씨가 L씨에게 "나 걔랑 진도 다 나갔다"고 말했답니다.

 

천만다행인 건, 사내메신저는 1년간 대화 기록이 서버에 남습니다.

물론 자신이 참여한 대화만요.

 

절대 아니라고 해명하면서 L씨에게 그 대화 목록을 제게 보내달라고 청했습니다.

그랬더니 가관이더군요.

K씨가 제게 선물을 사주겠다고 제안한 다음날, L씨와의 대화에서는

 

"걔 진짜 이상해, 지 게임 렙업했다고 나한테 선물사달라며 징징댄다."

 

라고 했더라고요.

 

사정을 모르는 L씨로서는 순진한 K씨가 여우같은 제게 홀려 선물이나 뜯기고 다니는 줄 알았나봐요.

끊어내라, 정리하라는 식으로 L씨가 조언하면 K씨는

 

"걔가 얼마나 여우같은지 애교떨고 홀려대면 당할 수가 없다."

 

라면서 저를 어장관리녀로 만들었습니다.

 

한번은 제게 "너 나한테 고마운 거 없어?" 하고 묻길래 왜그러냐니까

고마운 게 있으면 밥 한끼 사달라고 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전 K씨를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고마운 것, 미안한 것이 많았는지라 순순히 광어회를 사줬습니다.

 

근데 다음날 L양에게 말한 대화기록을 보니

"나 걔 진짜로 정리하려고 했는데 그 여우같은 게 밥 사준다고 불러내서 병신같이 나갔다."

 

 

뭐라 할 말이 없었습니다.

대화 기록을 서로 대조해 보며 L씨와 저는 정신적 충격에서 벗어날 수 없었습니다.

L씨는 제게 한쪽 이야기만 듣고 오해해서 미안하다며 거듭 사과했습니다.

 

그날 다른 남자직원 R씨를 붙들고 재차 물었습니다. K씨가 저에 대해 어떻게 말하고 다녔는지.

'나쁜년'이라고 했답니다. 저 때문에 카드값이 많이 나왔다나 뭐라나.

 

저는 그 핸드밀 외에 딱히 받은 것이 없습니다.

명품백이나 화장품이나 여타 값나가는 걸 요구한 적도 없고요,

기껏해야 밥이나 얻어먹은 건데 빕x, 아x백 같은 곳에서 먹은 것도 아니에요.

도대체 뭐가 얼마나 나왔는지 무척 궁금합니다.

 

그런데 R씨의 다음 말이 더 충격이었습니다.

"K 얘기로는 K네 자취집 비밀번호까지 알고 드나드는 사이라면서요?" 

 

저는 K씨의 집 비밀번호는 커녕, 집이 몇호인지도 모르고 가본 적도 없습니다.

어느 건물인지만 들어서 알았어요. 이 동네에서 나름대로 유명한 식당 건물이었으니까요.

 

성인 남녀가 혼자 사는 자취집에 비밀번호 알고 드나든다면, 알 만한 사이 아니겠느냐는 말에

저는 또다시 충격을 받고, 이 부서에서 일하다가 얼마 전 퇴사한 다른 남자 직원에게도 연락해

무슨 얘기를 들었는지 물어봤습니다.

 

알고보니 그 비밀번호 얘기를 다같이 회식하는 자리에서 공개적으로 떠벌린 것이었어요.

결국 8개월이 넘는 시간 동안, 이 부서 사람들은 저를 몸 함부로 굴려가며 선물이나 뜯어내는

그런 여자로 알고 있는 겁니다.

 

이 오해를 어찌 풀어야 할지.

일단 L씨의 대화 기록과 제 기록을 캡처하여 나란히 대조한 파일은 만들어 두었으나,

이런 식의 소문이 퍼지면 사람들은 진실에는 아무 관심이 없고 무조건 여자 쪽만 피해를 입는다는 얘길

많이 들어 왔는지라 답답하고 분합니다.

 

너무 답답해서 글 써봅니다.

다시 한 번 방탈 죄송합니다. 하지만 직장생활도 거쳐 보시고 인생을 더 살아보신 분들의 조언을 들어 보고 싶어요.

 

여기까지 두서없는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