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집착

왕보리2012.09.06
조회12,565

출처 : http://web.humoruniv.com/main.html
< 웃대 : 도모토리 님 >

 

옛날 옛날 아주 먼 옛날 이탈리아의 한 작은 마을 베로나(Verona)라는 곳에 줄리엣이라

불리는 한 소녀가 살았어요.

바야흐로 그녀의 나이가 이제 막 열 여섯을 넘기고 있었지만 그녀는 마을 내외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당대 최고의 미녀였어요.

출중한 외모에 나이에 안 맞게 성숙하고 굴곡진 몸매, 게다가 빼어난 지식까지 함께 겸비한

그녀를 사람들은 지덕체를 모두 갖춘 마을 최고의 현모양처로 손꼽았죠.

그래서인지 그녀를 며느리감으로 점찍어 둔 사람들이 득실거렸어요.

사내들은 그녀의 마음을 얻기 위해 적극적인 구애를 펼쳤고 남자라면

질색이던 줄리엣은 그들의 그런 마음을 모두 거부했어요.


" 줄리엣이잖아... "

" 어쩜 저렇게 곱니? "

" 재수 없어. "


줄리엣은 마을 여자들이 자신을 향해 수근대는 소리를 듣고 있었어요.

여자들은 그녀를 시기했으나 줄리엣은 별로 개의치 않았어요.


" 근데 저렇게 곱게 차려입고 어디가는 거래? "

" 낸들아니? "

" 파티라도 가는 건가? "

" 파티? "

" 그래. 왕궁에 얼마 전 새로 부임한 장군이 있는데 입단 축하 파티라나, 뭐라나... "


그래요. 줄리엣은 파티장에 가는 길이었어요.

그녀의 친구 마론과 캐서린이 거기에서 기다리고 있겠다고 했으니까요.

절대 줄리엣 본인이 춤과 남자를 좋아해서 그러는게 아니었어요.


" 줄리엣, 왜 이렇게 늦었거야? 기다렸잖아. "


파티장에 도착하자 그녀의 친구 마론이 그녀를 반갑게 맞이해 주었어요.

캐서린은 벌써부터 남자들과 눈이 맞아 춤을 추고 있었고요.


" 미안. 마차가 좀 막혀서 "

" 일로와서 한 잔 받아 "


마론이 줄리엣에게 와인을 따라주면서 말했어요.


" 잘 들어 "

" 응? "

" 여기서 남자 하나만 잘 물어가면 고생 길 피는 거야. 무슨 말인지알지? "

" 하지만... 난... "

" 왜그래, 줄리엣? 아마추어 같이? 너 정도면 새로 부임한 '로미오' 장군을 노려볼만도 해 "

" 뭐? "

" 저기! 그가 나온다 "


마론이 손짓으로 어딘가를 가리켰어요. 2층계단에서 누군가가 걸어 내려오고 있었죠.

어머나! 줄리엣은 그 장면을 평생 잊지 못할 것만 같았어요.

짧은 순간이었지만 줄리엣은 여태까지 한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묘한 감정을 느끼게 되었어요.


" 저 자가 바로 로미오야 "


로미오. 어깨너머까지 내려오는 금발머리에 비단결같은 머릿카락 한올 한올 사이로 비춰지는

그의 실루엣은 마치 그리스 로마 신화 영웅들의 깎아 놓은 조각상을 보는 듯 했어요.

떡 벌어지지도 그렇다고 너무 외소하지도 않은 적당한 체격에 금빛 찬란한 바로크 문양을

멋지게 수놓은 은회색 턱시도를 입고 그는 사람들 앞에 모습을 나타냈어요.


" 로미오다! "

" 어머! 나의 왕자님! "

" 어쩜, 저렇게 멋있지? "

" 자, 잘생겼다 "

" 우와! 저 백옥같이 고운 피부좀 봐. 빠져들 것만 같아! "


그의 등장에 파티장 안은 술렁거렸어요. 음악에 맞춰 춤을 추던 여자들의 시선이 일제히

로미오를 향했죠.

줄리엣 역시 마찬가지였어요.

남자라면 질색이던 줄리엣이 처음으로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게 된 거예요.


" 신사 숙녀 여러분, 이렇게 조촐할 데 그지 없는 파티에 응해 주신 점 대단히 감사드립니다.

술과 음식은 얼마든지 있으니 최대한 마음껏 즐기다 가시길 바랍니다. "


로미오는 사람들을 향해 큰 소리로 말했어요.

잘생긴 그가 매너까지 좋아보이자 여자들의 속삭임이 더 커졌죠.

넋빠진 얼굴로 그를 지켜보던 줄리엣에게 마론이 말했어요.


" 계집애... 남자한테는 관심 없다더니... "


마론이 말하자 줄리엣이 화들짝 놀라 대꾸했어요.


" 저, 정말 관심없어! "

" 그게 관심 없는 얼굴이냐? "

" ... "

" 너희들 여기서 뭐하니? "


테이블에서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던 중 그녀들에게 누군가가 다가와서 말했어요.

캐서린이었어요.


" 어머, 캐서린! "


줄리엣이 반갑게 손을 흔들었어요.


" 줄리엣! 언제 온 거야? "

" 얼마 안 됐어 "

" 근데 너희 둘다 여기서 뭐해. 나가서 춤이라도 추자! 멋진 남자들이 많단 말야. "

" 난 춤을 못추는데...? "


줄리엣이 말했어요. 그러자 마론이 끼어들었어요.


" 처음부터 잘 추는 사람들이 어디있니? 일단 나가자! "

 


이튿날 줄리엣은 오후 늦게 잠에서 깼어요.

정신을 차리고 보니 자신의 방이었어요.

이게 어떻게 된 걸까요? 어떻게 되긴요.

어젯 밤 그녀는 술에 떡이 된 채로 누군가의 등에 업혀 집에 들어온 게 생각났어요.

그리고 바로 파티장에서 피웠던 난동들과 술주정이 생각 났어요.


" 아 X발. X 됐다. "


줄리엣은 그 동안 사람들에게 쌓아 온 자신의 지고지순한 이미지가 한순간에 깨졌다고

생각했어요.

여태까지 사람들에게 내숭을 떨었던 게 너무 아까워서 견딜 수 없을 것만 같았어요.

하지만 그녀가 기억하는 부분은 일부분에 지나지 않았어요.

분명 또다른 무슨 '실수'를 저질렀던 것만 같은데 기억이 않나는 거예요.


" 마론, 어제는 대체 어떻게 된 거야? "


줄리엣은 걱정이 되서 마론을 만나 물었어요.


" 야이 미친년아! 어제 너 때문에 죽는 줄 알았어 "

" 왜 그래, 마론? "

" 말도 마라. 술에 떡이 되서는 로미오한테 가겠다고 울고 불고 난리 부르스도 아니었다. "

" ...로미오에게? "

" 그래, 이년아! "

" 이런... "

" 그래도 너 영광인 줄 알아. 로미오가 너를 업고 집까지 데려다 주었어. "

" 뭐라고? "

" 네가 술에 취해서 그만, 로미오가 술을 마시고 있는 테이블까지 걸어가 그 사람한테 토를

해 버린거야. "

" 그럴리가... "

" 아무튼 너 이제 작작 마셔. 알았지? "


마론과 헤어지고나서 줄리엣은 곰곰히 생각해보았어요.


' 그럼 어제 나를 등에업고 집까지 무사히 데려다 준 사람이 바로 로미오...? '


줄리엣은 너무 고마운 나머지 그에게 어떻게라도 보답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왕궁 소속의 그를 만나는 것조차 어려운 일이었어요.

그녀는 로미오를 자신의 집에 초대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답니다.

그 둘은 신분이 달랐기 때문이예요.

몇날 며칠이 지났지만 줄리엣은 파티장에서의 그를 잊을 수가 없었답니다.

아니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그에 대한 그리움은 나날이 커져갔죠.

그리고 어느 날 마론이 그녀의 집에 찾아갔을 때 그녀는 심각한 상사병을 앓고 있었어요.

줄리엣은 그를 보고싶어 했지만 그러지 못했고 결국 그녀는 알아눕게 되버린 것입니다.


" 마론. 그가 보고싶어 "


마론이 말했어요.


" 적당히 좀 해. 그가 너같은 애를 거들떠나 볼 것 같아? "

" 그 때 파티장에서 나한테 그랬잖아. 너 정도면 로미오를 노려볼만도 하다고. 그 얘긴 뭐야

그럼? "

" 농담과 진담도 구분 못해? 그만큼 파티장에 꼬셔볼만한 남자들이 많다는 것을 예를들어

말한거잖아. 오르지못할 나무 쳐다보지도 말랬다고 그는 오르지 못할 나무라고. "

" 열번 찍어 안넘어가는 나무 없다고 했어. "

" 아니, 근데 이년이...! "

" ..... "


마론이 돌아가고 줄리엣의 병세는 점점 악화 되었어요.

로미오에대한 지나친 사랑과 애정이 결핍으로 이어진거죠.

결국 로미오에 대한 그녀의 사랑은 '집착'에 가까워졌답니다.

그녀는 하루에도 수십통씩 그에게 편지를 보냈고, 가끔식 그가 마을로 내려올때면 그를

만나기 위해 마을로 나섰죠.

혹시 모를 우연을 기대하면서요.

그러던 어느날 줄리엣은 정말로 마을을 돌던 로미오와 우연치 않게 만날 수 있었답니다.


" 어라? 당신은...? "


로미오가 먼저 반갑게 말했어요.


" 파티장! 맞죠? "

" 로, 로미오? "

" 내 이름을 알아요? "

" 그럼요! 마을에서 당신의 이름을 모르면 간첩이거든요. "

" 하하, 그래요? "

" 그 때는 정말 신세 많았어요. 이렇게 고맙다는 얘기도 못드리고... 아, 그리고 정말

죄송했습니다. 세탁비는 따로 드릴게요. "

" 아뇨. 괜찮아요. 너무 신경쓰지 마세요. "

" 언제 식사라도 한끼 대접하고 싶은데... "

" 네? "

" 오늘 저녁 어떠세요? "

" 죄송하네요. 오늘은 선약이 있어서요. "

" 그럼... 토요일 저녁은 어때요? "


로미오는 잠시 망설이다가 마지못해 대답했어요.


" 음... 좋아요. 그 때 뵙죠 "


로미오는 그렇게 말하고 어딘가로 다시 걸어가기 시작했어요.

그와의 저녁 약속을 잡은 줄리엣도 신이나서 콧노래를 부르며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하지만 뭔가 낌새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던 걸까요?

그래서 그녀는 로미오를 몰래 미행하기 시작했습니다.

로미오는 광장 쪽으로 걸어가고 있었어요.


" 로미오! 왜 이렇게 늦은거야? 기다렸잖아! "

" 미안, 많이 기다렸어? "


로미오가 광장에 도착하자마자 누군가가 상당히 짜증섞인 얼굴로 그를 맞이했습니다.

멀리서 몰래 그 장면을 지켜보던 줄리엣은 놀란 얼굴을 감출 수가 없었습니다.

거기엔 바로 그녀의 절친한 친구 마론이 있었기 때문이었죠.

 


그 날 이후 줄리엣은 엄청난 괴로움에 시달렸습니다.

사랑하는 남자와 오래된 친구를 동시에 잃게 된 셈이었으니까요.

그리고 마론에게서 느끼는 배신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만큼 컸어요.

하지만 그런 배신감보다 그녀를 더욱 괴롭혔던 것은 다름이 아니라 로미오를 자신이 아닌

다른 여자에게 빼앗겼다는 사실이었어요.

그녀는 생각했어요. 그 누구에게도 로미오를 뺏길 수 없다고...

그건 사랑이 아니라 집착이었죠.

그래서 그녀는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게 됩니다.


" 갑자기 무슨 일이야? "


토요일 아침 일찍 줄리엣은 마론의 집을 찾아갔어요.

그런 그녀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조금 놀랐는지 마론의 얼굴은 그렇게 달가워 보이지 않았어요.


" 할 말이 있어 "


줄리엣은 얼른 집으로 돌아가 로미오와의 저녁식사를 준비해야만 했기에 서둘러 일을

처리해야만 했어요.


" 들어와 "


마론이 말했어요.


" 그런데 갑자기 할말이라니... 또 그 로미오라는 작자에 관한 얘기야? 아서라, 아서. 그랑 너는

어울리지 않아. "

" 어울리지 않는다고? "

" 내가 다른 남자 소개시켜줄게. 세상에 로미오보다 멋지고 잘난 남자는 얼마든지 있어 "

"그래서 너는 로미오와 그렇게 잘 어울려서 친구가 좋아하는 남자를 뺏어갔냐? 가증스러운 년! "

" 뭐라고? 대체... 뭐라고 지껄이는거야? "

" 시끄러! 너같은건 없어져야 돼!! "


줄리엣은 코트 주머니 속에 넣어둔 권총을 꺼냈어요.

마론이 당황해서 물었어요.


" 주, 줄리엣! 잠깐만 진정하고 내 얘기 들어 봐! "

" 탕! 탕! "


줄리엣은 마론의 말을 듣지 않고 그대로 방아쇠를 당겼어요.

정확히 두 발의 총알이 그녀의 정수리를 뚫고 지나갔죠.

마론은 그대로 풀썩 쓰러졌어요.

그리고 쓰러진 마론을 향해 줄리엣은 나직이 속삭였답니다.


" 누구에게도 로미오를 빼앗 길 수 없어... "

 


로미오와의 저녁약속을 기대하며 줄리엣은 흥겹게 저녁식사를 준비하고 있었답니다.

그동안의 노력에 결실을 맺게 되는 순간이었죠.

그 둘의 사랑을 방해하던 마론도 없어졌겠다.

이젠 정말 로미오와 평화롭게 사랑하는 일만 남았죠.

줄리엣은 그렇게 생각했어요.

그리고 저녁 여덟시를 막 넘길 무렵 약속대로 그가 찾아왔습니다.


" 맛있는 냄세가 나네요 "


줄리엣은 그 어느때보다 즐거운 한 때를 보냈답니다.

로미오는 줄리엣이 만든 해물 스파게티 한 입을 입 안으로 밀어넣더니 맛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어요.

줄리엣은 기분이 좋았답니다.


" 와인 한잔 할까요? "


즐거운 저녁식사를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난 줄리엣이 말했어요.


" 좋죠. "


로미오가 대답했어요.

줄리엣이 포도주를 찾기 위해 창고로 들어갔고 로미오는 소변을 보기위해 화장실로

들어갔어요.

그리고 창고에서 돌아온 줄리엣은 그가 화장실에서 나오기만을 기다렸죠.

조금 후에 있을 그와 단둘의 오붓한 시간을 기대하면서 말이죠.

하지만 화장실에 들어간 그가 10분, 20분, 30분, 1시간 째 기다려도 나오지 않는 거예요.

줄리엣은 점점 걱정이 됐어요.


" 이 봐요. 로미오! 안에 있어요? "


화장실 문 안쪽에서는 아무런 대답소리도 들리지 않았어요.

줄리엣은 이상한 낌새를 알아차리고 급하게 문을 두드렸죠.


" 로미오! 대답해봐요! 로미오! 제 말 듣고 있나요? "


급한 나머지 줄리엣은 문을 잡아당겼어요.

예상밖에도 문은 열려있었죠.

하지만 문이 열리고 그녀의 눈에 들어온 광경은 정말이지 참혹했어요.


" 세, 세상에나! "


세상에! 로미오가 죽어있는 게 아니겠어요! 그것도 무지막지하게 토막난 채로 말이죠.

그의 시체는 욕실을 온통 핏빛으로 물들이고 있었어요.


" 대.. 대체... 이게... 어떻게... "


줄리엣은 당황해서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어요.


" 오... 나의 왕자님... 어쩌다... "


줄리엣은 슬퍼했어요. 하지만 눈물은 나오지 않았죠. 왜일까요?

그렇게 사랑하던 사람이었는데 그렇게 그의 마음을 얻기 위해노력했는데.

절친한 친구까지 죽여가면서 말이죠.

하지만 그런 슬픔보다 그녀의 두뇌속을 빠르게 지나간건 어떻게든 그 상황에서

벗어나야겠다는 일념이었어요.

그리고 그녀는 시체를 은폐하기 시작했어요.

사람들이 분명 그녀의 말을 믿어줄리가 없었기 때문이었죠.

영문을 모르겠지만 그가 갑자기 토막난 채 죽어있었다.

라고 하면 어느 누가 쉽게 믿겠어요?

게다가 왕궁 소속의 그를 살해했다고하면 최소 사형에 처해지게 될 것을 줄리엣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줄리엣은 커다란 봉지에 로미오의 잘려나간 시체를 하나씩 하나씩 담기 시작했습니다.

도대체 누가 이런 짓을... 혹시 마론의 유령이 저지른 복수극일까요?

스물 세개로 조각난 로미오를 봉투에 모두 담아낸 뒤 욕실을 청소하기 시작했어요.

엄청난 악취가 집안 전체에 비릿하게 풍기고 있었기 때문에 구토가 나올 것만 같았지만

그녀는 힘들게 참아냈죠.

줄리엣은 로미오의 시체가 들린 봉투를 테이프로 감아서 꽁꽁 밀착 시킨다음 그것을 다시

박스에 집어넣었어요.

이제 로미오를 버리는 일만 남았네요.


" 줄리엣! 안에 있니? 나야, 캐서린! "


바로 그 때였어요. 누군가가 밖에서 문을 두드리고 있었어요.

바로 캐서린이었어요.


" 캐, 캐서린...? "

" 줄리엣! 이 문좀 열어 봐! 너에게 급하게 전할 말이 있어.

마론이... 마론이 죽었어... "

" 자, 잠깐만! "

" 줄리엣! 듣고 있니? 일단 이 문부터 열어 봐! "


줄리엣은 당황했어요.

어쩌면 좋을까 생각하다가 몸이 '붕-'하고 뜨는 것만 같은 기분을 느꼈어요.

아니 실제로 몸이 뜨고 있었어요!


" 캐서린! 내가, 내가 날고 있어! "

" 뭐? 뭐라고? 뜬금없이 그게 무슨소리야? 일단 이 문부터 열어 보라니까! "

 

 

 

 


" 기찬아! 밥 먹어야지 "


엄마의 말에 기찬은 들고 있던 줄리엣을 내려놓았다.

줄리엣은 기찬이 제일 아끼는 바비인형이었다.

기찬의 다른 손엔 커터칼에 의

해 산산히 조각난 로미오의 몸체가 들려있었다.

로미오는 기찬의 아버지가 어제 사온 새인형의 이름이었다.

어렸을적부터 기찬과 함께 해온 줄리엣은 늘 기찬의 단짝 친구가 되어주었다.

기찬은 그녀를 사랑했고 그렇게 줄리엣에 대한 기찬의 사랑은 조금씩 '집착'에 가까워졌다.


" 누구에게도 줄리엣을 뺏길 수 없다... 어느 누구 에게도..."


기찬은 나직이 중얼거렸다.


" 기찬아! 인형 놀이 그만하고 밥 먹으라니깐? "

" 네, 엄마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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