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죽을거야" 떠벌리고 다니는 친구

곰탱이2012.09.09
조회670

 (방탈 아니겠죠...? 이런 말 떠벌린다는 것 자체가 이 카테고리에 맞다고 생각해요.)

 

 

 

 

안녕하세요 대구에 사는 여고생입니다.

아직 19살밖에 되지 않아 글을 조리있게 쓰지는 못하지만

차근차근 읽어주시고 여러분의 의견을 말씀해주셨으면 해요.

요즘 수시 원서에, 수능에 바쁜데 이렇게 판에 글을 쓰는 이유는

친구 하나 때문입니다.

 

 

 

 

저는 학군이 다른 고등학교로 진학해 솔직히 처음엔 친구 하나 없었어요.

다들 중학교에서 친구였던 애들이 그대로 올라왔지만 전 생애 처음 와 본 곳이었거든요.

제 친구들은 제가 졸업한 중학교 쪽 학군으로 모두 몰려갔구요.

 

 

하지만 그러다가 반 친구들을 서너명 정도 사귀었습니다.

취향이나 취미같은 게 너무 잘 맞아서 제가 먼저 다가갔어요.

근데 왜, 그... 이 친구들 다리 건너서 알게 된 친구가 있어요.

그 다리 건너 알게 된 친구가 문제의 친구입니다. 이하 J라고 칭할게요.

 

 

저희는 1학년 7반이었지만 J는 11반이었어요.

제가 보기에, J는 반에 적응을 잘 하지 못하는 듯 했습니다.

쉬는 시간에도 항상 7반으로 내려오고... 쨌든 보기에 부적응자 같았어요.

 

 

그 한 예로, 1학년 수학 여행 때, J가 정말 계속 저희 방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그 때 5명이서 한 방을 배정받았는데 저랑 친구들이 수가 맞아서 한 방을 같이 썼지요.)

밤에는 점호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J가 자기 방에 돌아갔지만

아침에 눈 떠보면 언제 왔는지 방에 자리잡고 있었어요.

 

 

솔직히 말해서 1학년 때는 J가 짜증났습니다.

반에 적응을 못하는 건 안쓰러웠지만 이렇게까지 들러붙어있는 건,

아직 친하지 않은 친구들도 있는데 예의가 아니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5명 중 2명이 J랑 친했거든요. 저 포함 3명은 이 2명 때문에 인사하는 정도?)

J랑 별로 친하지 않아서 말은 안 했었지만 정말 짜증났었어요.

 

 

그러다가 2학년이 되고 서서히 친해지기 시작하면서

작년에 J에게 느꼈던 싫은 감정이 사그라들었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점차 친구들이 많아지다 보니 다리 건너 사귄 친구들도 많아져서

J도 2학년 때는 반에서 그럭저럭 지내는 듯 했구요.

(제가 1반이었고 J는 13반이었어서 자세한 건 모르겠지만...)

 

 

이 때쯤 되니까 싫은 감정을 느꼈던 것에 미안한 마음이 들더군요,

같이 지내다보니 그렇게 안 좋은 애가 아니라는 생각도 들고...

작년 반에서 적응을 못 하는 게 죄도 아니고...

그래서 2학년 때는 미안한 마음도 있고 해서 정말 잘해줬습니다.

J도 저를 좋아해주고 잘해줬구요.

 

 

그렇게 무난하게 2학년을 보내고 3학년이 되었습니다.

친구들이 모두 예민해질 시기지요.

점심 시간처럼 시간 많을 때 한 번씩 모여서 수다를 떨곤 했는데

J가 이 때부터 이상한 소리를 지껄이는 겁니다.

 

"난 20살 되서 죽을 거야."

(스물이 정확한건진 모르겠지만 20대 초반인 건 확실해요.)

 

운명론 같은, 미래를 예언해서 하는 말이 아니라 자결하겠다는 뜻이었어요.

 

 

이 딴 말을 하기 시작한 건 2학년 말부터였는데 그 땐 그러려니 그냥 넘겼지요.

그런데 3학년이 되더니 더 심해졌어요.

애들한테 각인까지 시킬 정도로 입에 달고 살아요.

 

 

전에는 이른 2학기 중간고사를 다 치고 간만에 친구들 몇 명과 피자헛을 갔는데

거기서 맛나게 피자 먹으며 대학 얘기를 나눴어요.

대학에 대한 정보도 나누고 원서 얘기들 등등...

근데 J가 하는 말이,

 

"난 고등학교 졸업하고 죽을 거니까 어딜 가든 상관없어.

간다면 학과를 카지노랑 관련된 쪽으로 갈 거야."

 

...라는 겁니다.

 

 

J를 잘 때리는... 그러니까 애증 관계? 같은 친구 하나가 그런 소리 말라면서 때리고...

J는 진짜 죽어버릴 거라고 말하고...

다른 애들은 아무 말 안하고 피자만 먹고...

아나... 맛있는 피자 먹으면서 진짜......

 

 

또 하루는 J가 저보고 결혼하지 말란 말을 했습니다.

 

"왜? 난 결혼해서 애 낳고 잘 살거야ㅋㅋ"

"안 돼! 글쓴이는 내 꺼야!" (여자애들끼리는 이런 장난이 흔히 있지요.)

"25살 넘으면 결혼할 건데?ㅋㅋ"

"아 그래? 그럼 괜찮아. 난 그 전에 죽을 거거든."

 

...할 말이 없습디다...

 

 

카톡으로도 "얘들아 나 오늘 자해했어! 팔 따갑다ㅋㅋ" 라고 보내고

애들이 자해가 자랑이냐 따지면 "응!" 이라 답하고...

애들이 "진짜 죽어라" 하면 "ㅇㅇ" 이라 답하고...

카톡 상태 메세지도 "죽으면 편해지겠지?", "도망치고 싶다", "확 죽어버릴까"

이런 죽음과 관련된 말 적어놓고...

 

 

 

 

아 진짜 짜증납니다.

제가 성격이, 매사에 긍정적이고 긍정의 힘을 믿는... 그런 편이거든요.

주위 사람들에게도 긍정의 힘을 믿으면 정말 좋은 결과가 올 거라며 홍보(?)하기도 하구요...

한 마디로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꿈을 맹신하며 노력하면 안 되는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성격이예요.

 

 

그래서 자기비하하고 자해하고... 그런 사람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때문에 그런 말 하는 거 아니라고, 왜 그런 소리 하냐 그러면 "그냥" 이래요.

이유가 없대요. 지가 알아서 죽을 거래요.

앞으로 창창한 날들이 남아있는데 죽기엔 아깝지 않냐 해도 그 딴 거 필요없대요.

 

 

아니, 적어도 "죽고 싶다" 라고 말하면 힘든가 보다, 생각하고 어떻게든 도와주기라도 할 텐데

것도 아니고 "죽을 것이다" 라니...

더군다나 죽는다라는 말을 할 때도 웃으면서 말해요.

마치 일 하나 잘한 거 생색내는 것처럼요. (어떤 느낌인지 아시려나...)

정말 죽는다는 것에 특별한 이유가 있어보이지 않아요.

 

 

그냥 친구도 아니고 친한 친구들 앞에서 죽을 거라는 말을 떠벌리는 게 정상입니까?

이거 친구들 가슴에 못 박는 일 아닙니까?

정말 사는 게 힘들거나 살기 싫어서 죽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이렇게 주위에 떠벌리나요?

친구들 보면 그렇게 신경쓰는 것 같지 않아보이는데

저 혼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는 건가요?

 

 

어떻든 간에 진심으로 1학년 때보다 더 싫어지려고 해요.

아니 벌써 그 반은 싫어졌네요...

 

 

막말로 "말로만 허세 떨지 말고 진짜 죽어버려라" 라고 하면 진짜 죽을까봐 겁도 나요...

저 말 한 마디 때문에 죽어버리면 평생 죄책감도 들 것 같구요...

고등학교 졸업하면 인연을 끊을까 생각도 해 봤지만 J를 알게 해 준 친구들과는

정말 친하게 잘 지내고 있어서 그것도 힘들 것 같고...

 

 

이 친구... 정말 어쩌면 좋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