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주머니에 마취총을 감추곤 조수석에 올라탄다. 심장의 요동치는 소리가 빗소리와 녹아내려 땅에 스며든다. 차 시동과 함께 헤드라이트 불빛이 숲속을 가르며 뒷길쪽으로 향한다. 그리곤 차 후미의 빨간빛이 어둠속으로 빨려들어간다. 숨통을 옭아매 조여오던 시간들은 지나고 한참 동안 충격과 공포로 쉽사리 일어날 엄두조차 내지 못하다 겨우 손바닥을 질척이는 진흙탕속으로 밀어내 몸을 일으키나 다리가 풀려 휘청거린다. 옆에 나무가 없었더라면 흙탕물에 다시 쳐박혀 버렸을 것이다. 귀신에라도 홀린 듯이 왔던 길로 풀숲을 거의 기다시피 헤치고 나아간다. 비 퍼붓는 소리와 규환이 아버지의 울부짖는 소리가 귓가에 겹쳐 맴돈다. 그렇게 넋이 나간채 풀숲을 벗어나 도박장입구쪽으로 향한다. 멀리서 병찬이 계단쪽에서 왔다갔다 안절부절하는 모습이 보인다. 내가 돌아오지않아 걱정이 되어서가 아닌 자신이 위험에 빠질수 있기 때문일것이다.
병찬은 날 발견하곤 다급히 뛰어오다 걸음을 늦추며 근심이 가득 찬 얼굴로
“어..어 ..어떻게 됬어..들켰어??..”
“들킨건 아닌거 같은데...”
내 양쪽 어깨를 잡고 흔들며
“들킨건 아닌거 같은데가 뭐야!? 똑바로 말해 들켰어 안들켰어”
‘들키지 않았다고 하는게 낫겠다..‘
"들키지 않았어요..”
들키지 않았단 말에 안도의 한숨을 내뱉고 얼굴 반쯤 내려왔던 우비를 추스리며 입술을 뗀다.
“진흙으로 온통 엉망이니까. 퇴근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 들어가도록 해.. 사람들에게 괜히 의심사지 않게 알았어? 그리고 너 퇴근시간까지 나랑 같이 있었던거야. 알았지.”
“고맙고 죄송합니다..”
병찬을 뒤로 한채 도박장 입구에 서서 진흙탕에 엉망인 우비를 뒤집어 말아 들고 도박장안으로 들어선다. 밖에선 무슨일이 벌어지는지 알리가 없는 도박장안은 여전히 담배연기로 뿌옇고 크고 작은목소리들로 복도안을 울린다. 조심스레 복도를 따라 홀을 지나쳐갈때쯤 타짜와 직원들이 일제히 쏘아보는 탓에 뒤통수가 따갑다. 2층 계단에 거의 다다를때쯤 옆문이 갑자기 열린다. 열리는 문에서 재빨리 물러서지 않았더라면 자칫 문 모서리에 다칠번했다. 문 안쪽을 보니 눈 화장을 짙게 한 서희가 놀랐는 듯 눈이 휘둥그래진채 서있다 눈앞까지 한걸음에 다가온다.
“무슨 비를 이렇게 많이 맞았어요?..괜찮아요??”
“아.. 괜찮아요 비는 무슨 아니에요~ 땀이에요 땀. 우비를 입다보니 습기차고 더워서..”
“땀???어디아파요?? 어디아파서 더운거 아냐??”
“아픈거 아니에....”
[!!]
서희가 오른손은 자기 이마에 왼손은 내 이마에 올려 짚는다. 그러더니 눈이 다시 휘둥그레지며 언성 높여 말한다.
“어머!! 안 아프긴 무슨!세상에 열이 이렇게 나는데!!..”
“아 괜찮은데..정말 괜찮아요 우비쓰고 있어서 더워서...정말로.”
못마땅한 듯 오른쪽 입술끝을 씰룩 거리며 눈 흘겨뜬채 고갤 끄덕거리더니 화장실쪽으로 가버린다. 그런 서희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계단을 따라 방으로 향한다. 방에 들어서자마자 욕실안으로 들어가 땀과 비로 흠뻑 젖은 옷을 세탁기에 던져 넣는다. 샤워기를 틀어 몸에 물을 적시자 욕실바닥엔 흙탕물이 몸에서 벗어나 배수구로 소용돌이친다. 아까 전의 정실장과 마주친 소름끼치는 시선과 나를 향해 처절하게 몸부림치며 손을 뻗던 규환이 아버지 모습이 스쳐지나간다. 끔찍했던 그때 상황으로 다시 되돌간 듯해 고개를 가로지으며 샤워기에 얼굴을 묻는다. 샤워를 끝마치고 욕실문을 나선다. 수건으로 머리를 털던중 이마를 짚어보던 서희가 떠올라 오른손으로 이마에 갖다대니 서희의 말대로 열이 올랐다. 무슨 수를 쓰지 않는다면 몇일을 앓아누우며 고생해야될 판이다. 해열제를 찾아 구석에 짱박아놨던 가방의 포켓들을 뒤진다.
‘젠장..설마 안가지고 왔나..’
10분째 가방안의 물건들을 모두 꺼내 살펴보았지만 해열제는 보이지 않는다. 아마도 전 기숙사에 놓고온게 틀림없다.
‘아.. 몇일갈텐데.. ’
관자놀이를 누르며 침대에 몸을 던져 벌러덩 눕다. 아파서 출근을 못하는건 그렇다치지만 사건이 벌어진 이 시점에서 내가 아파버린다면 바깥에선 무슨 일들이 벌어지는지 내가 위험한 상황에 처해도 전혀 대책을 찾아 나설 길이 없다.
‘제발 정실장이 알아채지 못했으면...’
그렇게 걱정과 잡념들 속에 잠에 빠져든다.
[.....]
차가운느낌이 들어 무거운 눈커풀을 들어올린다. 퇴근했는지 서희가 물수건을 지긋이 내 이마위에 올려놓다 눈을 뜨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한다.
“이제 좀 정신이 들어요?.. 퇴근하고 와서 노크해도 답이 없길래 들어와보니 열이 엄청 올라있더라구요.. 일으켜서 급한데로 내 방에 있던 해열제 먹였는데.. 아직도 열이 안 내렸어요”
도중에 일어나 약을 먹었는지도 기억이 나질않는다. 몸을 일으키려 노력해보지만 무거운 바위가 몸을 누루는 듯 꼼짝도 하지 못하겠다. 계속 몸을 일으키려들자 서희가 오른쪽어깨를 손바닥으로 치며 미간을 찌푸린다.
서희는 고맙단 말에 어색했는지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책상쪽으로 다가가 그릇을 집어들며 말한다.
“알면 빨리 아픈거 털고 일어나요. 자기 몸 하나 추스리지 못해가지고 이게 뭐에요..”
“사람이 아플수도 있죠.. 오랜만에 아픈건데..”
들고온 그릇을 침대옆에 두며 숟가락을 얹어 놓는다.
“시끄럽고.. 이거나 먹어요.. 다 식었지만..”
“죽은 어디서 난거에요..?”
“어디서 나긴요.. 식당 이모한테 부탁했죠... 뭘 그렇게 멍하게 바라봐요~.”
흐뭇하게 멍한 모습으로 보고 있던 나에게 민망했던지 한 소리한다. 그리고선 수줍었는지 눈을 어디다 둘지 모르는 듯 죽그릇과 내 손을 번갈아 보더니 날 반쯤 일으켜 세우고 죽을 떠 먹인다. 그렇게 죽을 다 먹은후에 몸살약을 두알 넘겨먹고선 다시 침대에 몸을 뉘운다. 서희는 이제 가려는듯 죽 그릇과 이것저것 챙기곤 있다 들리겠다는 말과 함께 방에서 나간다. 그렇게 약기운의 몽롱함과 잠에 빠져들었고
깨어났을 땐 새벽2시를 가르키고 있었다. 창밖은 언제 그칠지 모르는 비가 천둥과 함께 부슬듯이 창문을 내려치고 있었다. 그런 창문을 보고 있던 찰나에 번쩍이는 천둥번개와 함께 정실장의 소름돋는 눈빛이 겹쳐 사라진다. 무서운 나머지 한걸음에 방문앞으로 달려가 방문을 걸어잠근다.
‘아픈 사실 때문에 정실장이 의심이라도 하면 어쩌지..’
이불을 감싼체 걱정과 두려움을 떨쳐내보려 잔뜩 웅크린다.
[뚜벅.뚜벅.뚜벅]
복도에서 묵직한 남자의 구둣발 소리가 점점 커진다. 구둣발 소리를 향해 방문쪽으로 시선을 둔다. 소리는 내 방의 근처까지 다가왔고 방문틈으로 새어나오던 복도 불빛이 누군가의 그림자에 가려지고 소리는 멈췄다. 침대 옆 탁자위에 올려 놓았던 마취총을 떨리는 손으로 집어든다. 천둥소리가 더욱 더 날 얼어붙게 만들고, 빗소리는 남아있는 이성마저 무너뜨리려는 듯 세차게 퍼붓는다. 침대옆에 서서 마취총을 든 떠는 손을 다른 한손으로 애써 진정시키며, 남자의 행동을 주시한다.
[철컥.철컥.철컥]
방문을 잠궈 놓길 잘했다. 노크하지 않는걸로 봐선 나를 해하려 드는게 분명하다.
[치렁.치렁.철그랑]
열쇠뭉치로 짐작되는 쇠 부딪히는 소리가 들린다.
‘이러고 있을때가 아니야!문이 열리기전에 숨어야되!!’
재빨리 침대위 이불을 베게까지 씌워 놓은후 좁은 침대밑으로 기어들어간다. 당장 생각나는 숨을 곳은 이곳 밖에 없었다. 침대시트커버가 바닥까지 내려와 있어 들추지 않는 한 알수가 없다. 만약 들추게 된다면 마취총을 사용하기로 맘먹는다. 마취총을 양손으로 가슴팍에 감싸 안자.
[철컥.끼이이익.]
시트커버가 숨은 날 지켜주려는 듯 날 찾으려는 복도의 빛을 머금는다.
[탁!철컥.]
곧 방문이 닫히고 다시 칠흙같은 어둠이 내려앉았다. 오로지 들리는 소리에 의존해야 했다. 심장의 요동치는 소리가 온몸을 뒤 흔들고, 가빠오는 호흡을 사린채 숨 죽이며 그 남자의 행동을 귀기울여 살핀다.
“다~ 끝났어..”
[!?]
‘이 목소린!?!.. 병찬?? 끝났단.. 말은 뭐지?? 정실장이 사실을 알아 버렸단 소린가?’
“나도 어쩔수 없어.. 내가 살려면.. 미안하다.. 주성아"
[푹!!!푹!!푹!!푹!!!푹!!푹!!!...]
칼로 침대를 내려치는지 찢기는 소리와 침대의 스프링 요동치는 소리가 침대밑까지 전해진다. 머릿속이 새까맣게 되버린채 잔뜩 움츠린채 굳어버렸다.
‘싫어...이대로.. 이렇게 죽긴 싫어...‘
심장이 곧 멎을 듯이 뛰어 숨이 가빠져온다. 숨 죽이는 것조차 힘들어지자 한손으로 입을 틀어막는다. 그렇게 미친듯이 칼로 침대를 찔러대곤 침대에 없단 뒤늦게 깨닳았는지 빠른걸음으로 장롱쪽을 향하는듯하다.
[뚜벅.뚜벅.뚜벅]
[끼익.탁!]
“이 새끼!!어디로 숨었어!!!!”
이성을 잃은 병찬은 욕실로 다가가는 듯 구둣발 소리를 옮긴다.
[뚜벅,뚜벅,뚜벅]
그러더니 가뿐 숨을 몰아쉬고 심호흡을 한 듯 보이더니 복도로 향하는 문쪽으로 구둣발 소리가 들린다.
덜덜 떨며 숨을 가쁘게 몰아쉬는데. 시간이 멈춘 듯 아무소리도 나지않는다. 눈을 뜨자마자 병찬이 내쪽으로 기대듯 쓰러져버렸다. 병찬의 오른팔이 향하는 쪽으로 눈을 굴려 바라보니 칼날이 선체 내 머리 바로 옆에 박혀있다. 움직일수 조차 없다.. 너무 놀란 나머지 천둥소리에 소스라치듯 앉은채 옆으로 물러난다..
‘어..어떡하지...어..어..떡해야되지.. 도망쳐야되...이곳에서...’
[치치직..치지직]
그때 병찬의 허리춤의 이어마이크에서 무전이 세어나온다.
[치지직.. 죽였어..?]
[김병찬..죽였냐고.. 대답이없어!!.. ]
무전의 죽였냐는 말로 들었을 때 날 죽이려는 행동이 결코 병찬의 단독적인 행동이 아니였단 걸 알수있었다.
‘죽게 될거야 빨리...도망쳐야되’
옷을 챙겨 입을 생각 조차 못하고 마취총을 든채 복도로 뛰쳐나가 계단으로 향하려는 순간 정실장과 인재를 포함한 직원 두명이 계단 밑에서 나와 눈이 마주치자 정실장은 얼굴의 칼자국이 일그러짐과 함께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내 쪽으로 올라온다.
(장편,스릴러) logging : 알려져선 안될 이야기 -10-
-기창수-
글쓴이 블로그 : http://blog.naver.com/kcs198706
-10-
물끄러미 내 쪽을 빤히 바라보던 정실장은 스타렉스 뒷문 닫히는 소리가 들리자
왼쪽 주머니에 마취총을 감추곤 조수석에 올라탄다.
심장의 요동치는 소리가 빗소리와 녹아내려 땅에 스며든다.
차 시동과 함께 헤드라이트 불빛이 숲속을 가르며 뒷길쪽으로 향한다.
그리곤 차 후미의 빨간빛이 어둠속으로 빨려들어간다.
숨통을 옭아매 조여오던 시간들은 지나고 한참 동안 충격과 공포로 쉽사리 일어날 엄두조차 내지 못하다 겨우 손바닥을 질척이는 진흙탕속으로 밀어내 몸을 일으키나 다리가 풀려 휘청거린다.
옆에 나무가 없었더라면 흙탕물에 다시 쳐박혀 버렸을 것이다.
귀신에라도 홀린 듯이 왔던 길로 풀숲을 거의 기다시피 헤치고 나아간다.
비 퍼붓는 소리와 규환이 아버지의 울부짖는 소리가 귓가에 겹쳐 맴돈다.
그렇게 넋이 나간채 풀숲을 벗어나 도박장입구쪽으로 향한다.
멀리서 병찬이 계단쪽에서 왔다갔다 안절부절하는 모습이 보인다.
내가 돌아오지않아 걱정이 되어서가 아닌 자신이 위험에 빠질수 있기 때문일것이다.
병찬은 날 발견하곤 다급히 뛰어오다 걸음을 늦추며 근심이 가득 찬 얼굴로
“어..어 ..어떻게 됬어..들켰어??..”
“들킨건 아닌거 같은데...”
내 양쪽 어깨를 잡고 흔들며
“들킨건 아닌거 같은데가 뭐야!? 똑바로 말해 들켰어 안들켰어”
‘들키지 않았다고 하는게 낫겠다..‘
"들키지 않았어요..”
들키지 않았단 말에 안도의 한숨을 내뱉고 얼굴 반쯤 내려왔던 우비를 추스리며 입술을 뗀다.
“진흙으로 온통 엉망이니까. 퇴근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 들어가도록 해.. 사람들에게 괜히 의심사지 않게 알았어? 그리고 너 퇴근시간까지 나랑 같이 있었던거야. 알았지.”
“고맙고 죄송합니다..”
병찬을 뒤로 한채 도박장 입구에 서서 진흙탕에 엉망인 우비를 뒤집어 말아 들고 도박장안으로 들어선다.
밖에선 무슨일이 벌어지는지 알리가 없는 도박장안은 여전히 담배연기로 뿌옇고 크고 작은목소리들로 복도안을 울린다.
조심스레 복도를 따라 홀을 지나쳐갈때쯤 타짜와 직원들이 일제히 쏘아보는 탓에 뒤통수가 따갑다.
2층 계단에 거의 다다를때쯤 옆문이 갑자기 열린다.
열리는 문에서 재빨리 물러서지 않았더라면 자칫 문 모서리에 다칠번했다.
문 안쪽을 보니 눈 화장을 짙게 한 서희가 놀랐는 듯 눈이 휘둥그래진채 서있다 눈앞까지 한걸음에 다가온다.
“무슨 비를 이렇게 많이 맞았어요?..괜찮아요??”
“아.. 괜찮아요 비는 무슨 아니에요~ 땀이에요 땀. 우비를 입다보니
습기차고 더워서..”
“땀???어디아파요?? 어디아파서 더운거 아냐??”
“아픈거 아니에....”
[!!]
서희가 오른손은 자기 이마에 왼손은 내 이마에 올려 짚는다.
그러더니 눈이 다시 휘둥그레지며 언성 높여 말한다.
“어머!! 안 아프긴 무슨!세상에 열이 이렇게 나는데!!..”
“아 괜찮은데..정말 괜찮아요 우비쓰고 있어서 더워서...정말로.”
못마땅한 듯 오른쪽 입술끝을 씰룩 거리며 눈 흘겨뜬채 고갤 끄덕거리더니
화장실쪽으로 가버린다.
그런 서희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계단을 따라 방으로 향한다.
방에 들어서자마자 욕실안으로 들어가 땀과 비로 흠뻑 젖은 옷을 세탁기에 던져 넣는다.
샤워기를 틀어 몸에 물을 적시자 욕실바닥엔 흙탕물이 몸에서 벗어나 배수구로 소용돌이친다.
아까 전의 정실장과 마주친 소름끼치는 시선과 나를 향해 처절하게 몸부림치며 손을 뻗던 규환이 아버지 모습이 스쳐지나간다.
끔찍했던 그때 상황으로 다시 되돌간 듯해 고개를 가로지으며 샤워기에 얼굴을 묻는다.
샤워를 끝마치고 욕실문을 나선다.
수건으로 머리를 털던중 이마를 짚어보던 서희가 떠올라 오른손으로 이마에 갖다대니 서희의 말대로 열이 올랐다.
무슨 수를 쓰지 않는다면 몇일을 앓아누우며 고생해야될 판이다.
해열제를 찾아 구석에 짱박아놨던 가방의 포켓들을 뒤진다.
‘젠장..설마 안가지고 왔나..’
10분째 가방안의 물건들을 모두 꺼내 살펴보았지만 해열제는 보이지 않는다. 아마도 전 기숙사에 놓고온게 틀림없다.
‘아.. 몇일갈텐데.. ’
관자놀이를 누르며 침대에 몸을 던져 벌러덩 눕다.
아파서 출근을 못하는건 그렇다치지만 사건이 벌어진 이 시점에서 내가 아파버린다면 바깥에선 무슨 일들이 벌어지는지 내가 위험한 상황에 처해도 전혀 대책을 찾아 나설 길이 없다.
‘제발 정실장이 알아채지 못했으면...’
그렇게 걱정과 잡념들 속에 잠에 빠져든다.
[.....]
차가운느낌이 들어 무거운 눈커풀을 들어올린다.
퇴근했는지 서희가 물수건을 지긋이 내 이마위에 올려놓다 눈을 뜨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한다.
“이제 좀 정신이 들어요?.. 퇴근하고 와서 노크해도 답이 없길래 들어와보니 열이 엄청 올라있더라구요.. 일으켜서 급한데로 내 방에 있던 해열제 먹였는데.. 아직도 열이 안 내렸어요”
도중에 일어나 약을 먹었는지도 기억이 나질않는다.
몸을 일으키려 노력해보지만 무거운 바위가 몸을 누루는 듯 꼼짝도 하지 못하겠다.
계속 몸을 일으키려들자 서희가 오른쪽어깨를 손바닥으로 치며 미간을 찌푸린다.
“이 사람이!어딜 일어나려고 .. 가만히 누워서 오늘은 푹쉬어요.. 병찬오빠한텐 잘 전해줄테니까”
서희가 도와주지 않았더라면 큰일 났을지도 모른다.
“고마워요 서희씨.. ”
서희는 고맙단 말에 어색했는지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책상쪽으로 다가가 그릇을 집어들며 말한다.
“알면 빨리 아픈거 털고 일어나요. 자기 몸 하나 추스리지 못해가지고 이게 뭐에요..”
“사람이 아플수도 있죠.. 오랜만에 아픈건데..”
들고온 그릇을 침대옆에 두며 숟가락을 얹어 놓는다.
“시끄럽고.. 이거나 먹어요.. 다 식었지만..”
“죽은 어디서 난거에요..?”
“어디서 나긴요.. 식당 이모한테 부탁했죠... 뭘 그렇게 멍하게 바라봐요~.”
흐뭇하게 멍한 모습으로 보고 있던 나에게 민망했던지 한 소리한다.
그리고선 수줍었는지 눈을 어디다 둘지 모르는 듯 죽그릇과 내 손을 번갈아 보더니
날 반쯤 일으켜 세우고 죽을 떠 먹인다.
그렇게 죽을 다 먹은후에 몸살약을 두알 넘겨먹고선 다시 침대에 몸을 뉘운다.
서희는 이제 가려는듯 죽 그릇과 이것저것 챙기곤 있다 들리겠다는 말과 함께 방에서 나간다.
그렇게 약기운의 몽롱함과 잠에 빠져들었고
깨어났을 땐 새벽2시를 가르키고 있었다.
창밖은 언제 그칠지 모르는 비가 천둥과 함께 부슬듯이 창문을 내려치고 있었다. 그런 창문을 보고 있던 찰나에 번쩍이는 천둥번개와 함께 정실장의 소름돋는 눈빛이 겹쳐 사라진다.
무서운 나머지 한걸음에 방문앞으로 달려가 방문을 걸어잠근다.
‘아픈 사실 때문에 정실장이 의심이라도 하면 어쩌지..’
이불을 감싼체 걱정과 두려움을 떨쳐내보려 잔뜩 웅크린다.
[뚜벅.뚜벅.뚜벅]
복도에서 묵직한 남자의 구둣발 소리가 점점 커진다.
구둣발 소리를 향해 방문쪽으로 시선을 둔다.
소리는 내 방의 근처까지 다가왔고 방문틈으로 새어나오던 복도 불빛이 누군가의 그림자에 가려지고 소리는 멈췄다.
침대 옆 탁자위에 올려 놓았던 마취총을 떨리는 손으로 집어든다.
천둥소리가 더욱 더 날 얼어붙게 만들고, 빗소리는 남아있는 이성마저 무너뜨리려는 듯 세차게 퍼붓는다.
침대옆에 서서 마취총을 든 떠는 손을 다른 한손으로 애써 진정시키며, 남자의 행동을 주시한다.
[철컥.철컥.철컥]
방문을 잠궈 놓길 잘했다.
노크하지 않는걸로 봐선 나를 해하려 드는게 분명하다.
[치렁.치렁.철그랑]
열쇠뭉치로 짐작되는 쇠 부딪히는 소리가 들린다.
‘이러고 있을때가 아니야!문이 열리기전에 숨어야되!!’
재빨리 침대위 이불을 베게까지 씌워 놓은후 좁은 침대밑으로 기어들어간다. 당장 생각나는 숨을 곳은 이곳 밖에 없었다. 침대시트커버가 바닥까지 내려와 있어 들추지 않는 한 알수가 없다. 만약 들추게 된다면 마취총을 사용하기로 맘먹는다.
마취총을 양손으로 가슴팍에 감싸 안자.
[철컥.끼이이익.]
시트커버가 숨은 날 지켜주려는 듯 날 찾으려는 복도의 빛을 머금는다.
[탁!철컥.]
곧 방문이 닫히고 다시 칠흙같은 어둠이 내려앉았다.
오로지 들리는 소리에 의존해야 했다.
심장의 요동치는 소리가 온몸을 뒤 흔들고, 가빠오는 호흡을 사린채 숨 죽이며 그 남자의 행동을 귀기울여 살핀다.
“다~ 끝났어..”
[!?]
‘이 목소린!?!.. 병찬?? 끝났단.. 말은 뭐지?? 정실장이 사실을 알아 버렸단 소린가?’
“나도 어쩔수 없어.. 내가 살려면.. 미안하다.. 주성아"
[푹!!!푹!!푹!!푹!!!푹!!푹!!!...]
칼로 침대를 내려치는지 찢기는 소리와 침대의 스프링 요동치는 소리가 침대밑까지 전해진다.
머릿속이 새까맣게 되버린채 잔뜩 움츠린채 굳어버렸다.
‘싫어...이대로.. 이렇게 죽긴 싫어...‘
심장이 곧 멎을 듯이 뛰어 숨이 가빠져온다. 숨 죽이는 것조차 힘들어지자 한손으로 입을 틀어막는다.
그렇게 미친듯이 칼로 침대를 찔러대곤 침대에 없단 뒤늦게 깨닳았는지 빠른걸음으로 장롱쪽을 향하는듯하다.
[뚜벅.뚜벅.뚜벅]
[끼익.탁!]
“이 새끼!!어디로 숨었어!!!!”
이성을 잃은 병찬은 욕실로 다가가는 듯 구둣발 소리를 옮긴다.
[뚜벅,뚜벅,뚜벅]
그러더니 가뿐 숨을 몰아쉬고 심호흡을 한 듯 보이더니 복도로 향하는 문쪽으로 구둣발 소리가 들린다.
[뚜벅.뚜벅.뚜벅.철컥...끼이이익...탁]
병찬이 나가고 방문이 닫히자 참았던 숨을 가쁘게 몰아쉰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복도문이 열리고 나갔다면 복도 불빛이 침대 시트커버에 비춰줘야 정상이지만...
그게 아니라면....
‘아직 나가지 않았어!!!!!!!!!!!!!!!!’
마취총을 양손으로 다 잡으려는 순간
[!!!!]
침대커버시트를 들춰지더니 병찬이 얼굴을 들이민다
온통 컴컴해 보이지 않지만 어렴풋이 얼굴을 알아볼수가 있었다.
병찬의 이미 이성을 잃은 얼굴로 이제야 찾았다는 듯 소름끼치는 미소를 짓는 모습이
광기의 살인마가 다름 없었다.
“이~쥐새끼 같은 새끼가.... 여기 숨어있었네...?”
나를 향해 칼을 찌르고 휘두른다 칼에 맞지 않으려
뒤로 피하다 젠장 그만 총을 놓쳐버렸다.
찰나의 순간에 휘두르던 칼이 총을 쳐내는 바람에 총이 장롱쪽으로 미끄러지듯 날라간다.
‘아..아..안되!’
뒤로 빠져나간 뒤 기듯 재빨리 장롱쪽의 총을 잡으려 하자.
병찬은 내 쪽을 향해 미친 듯이 달려온다.
벽에 움츠려 기댄채 눈을 질끈 감고 마취총의 방아쇠를 당긴다.
[푸슉!푸슉!]
한쪽 눈을 살며시 뜨자 천둥의 번쩍임이 초점이 없을정도로 이성 잃은 병찬의 모습을 밝힌다.
병찬은 바늘을 맞은 어깨쪽과 배를 바라보더니
“이!!!!!!시!발새끼가!!!!!!!!!!!!!!!”
칼날을 위로 세우고 달려온다.
[!!!!!!!!!!!!!!!!!!!!!!!!쾅!!!!!!!!!!!!!!!!!!!!!!!!]
덜덜 떨며 숨을 가쁘게 몰아쉬는데. 시간이 멈춘 듯 아무소리도 나지않는다.
눈을 뜨자마자 병찬이 내쪽으로 기대듯 쓰러져버렸다.
병찬의 오른팔이 향하는 쪽으로 눈을 굴려 바라보니
칼날이 선체 내 머리 바로 옆에 박혀있다.
움직일수 조차 없다.. 너무 놀란 나머지 천둥소리에 소스라치듯 앉은채 옆으로 물러난다..
‘어..어떡하지...어..어..떡해야되지.. 도망쳐야되...이곳에서...’
[치치직..치지직]
그때 병찬의 허리춤의 이어마이크에서 무전이 세어나온다.
[치지직.. 죽였어..?]
[김병찬..죽였냐고.. 대답이없어!!.. ]
무전의 죽였냐는 말로 들었을 때 날 죽이려는 행동이 결코 병찬의 단독적인 행동이 아니였단 걸 알수있었다.
‘죽게 될거야 빨리...도망쳐야되’
옷을 챙겨 입을 생각 조차 못하고 마취총을 든채 복도로 뛰쳐나가 계단으로 향하려는 순간 정실장과 인재를 포함한 직원 두명이 계단 밑에서 나와 눈이 마주치자
정실장은 얼굴의 칼자국이 일그러짐과 함께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내 쪽으로 올라온다.
‘버...벗어나야되...!!!’
-11편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