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H, 너에게 쓰는 마지막 편지

1년 8개월2012.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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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LSH, 나야

넌 판을 보지 않으니까 이 편지를 볼 리는 절대 없지만, 그래도 쓰려고..너와 사귈 때, 내가 편지 많이 써줬었잖아 내가 편지 들고서 줄까~말까~약올릴 때마다 억지로 빼앗아가던 너 모습이 눈에 선하다

 

너와 사랑을 키우기 시작한건 거의 2년 전, 우린 치고 박고 티격태격하던 친구 사이였어 어느 혹독한 겨울 날, 너가 약간은 떨리는 목소리로 고백을 해왔지 반년 동안 짝사랑해 왔다고..난 잠시 망설였지만, 받아주었어 너가 좋은 사람이라는걸 알고 있었으니까

 

넌 시작부터 사랑이었고, 난 너무도 힘들었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기대고 싶은 마음이 더 컸었다 사귄지 초반기 때에도 많이 망설였었다 상처 많은 내가 정말, 누군가에게 마음을 줄 수 있을까..하고

 

사귄지 2주일이 좀 안됐을 때였나?내가 감기에 걸려서 미열로 누워 있단 말 한 마디에 너가 해열제랑 따뜻하게 데운 쌍화탕을 들고 우리 집 앞까지 달려왔었어 그냥 이불 속에서 한 숨 푹자면 진정됐을 텐데, 그 추운 날에 나 아픈게 너무 싫다고 걱정된다고 달려왔던 너의 자상한 모습에 난, 너라면 내 마음을 다 줘도 아깝지 않겠다고 처음 생각했었다

 

그렇게 난 서서히 너에게 마음을 주기 시작했고 우리 사랑은 참 열정적이었어 하루라도 서로의 얼굴은 못보면 내일 당장 지구가 멸망하는 것보다 더 심각했었어 그렇게 매일 매일 서로의 얼굴을 보고 너의 집에서 1시간이나 걸리는 우리 집까지 그 추운 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장난도 쳐가면서 서로의 손을 꼭 맞잡고 걸어갔었지 우리가 제일 좋아했던 카페에서 따뜻한 커피를 시켜놓고 마주 앉아 있기도 하고

 

LSH, 그거 아니?난 우리의 추억 중에서 저 때가 가장 소중하고, 행복했었어

서로의 얼굴만 마주 봐도 그저 행복하고, 웃음이 나오고, 세상 그 누구도 부럽지 않았던 때였다

아무런 욕심이 없는 순수한 때였어, 그 시절의 우린

 

하지만, 서로를 미친듯이 사랑하고 사랑할수록 욕심이란게 끝도 없이 커지더라

 

서로의 욕심이 서로를 괴롭혀서, 헤어지기도 여러 차례, 서로 잡았던 것도 여러차례

서로에게 상처되는 말을 내뱉고 후회했던 적도 여러 차례

 

이렇듯 너와 치열한 사랑을 하느라 정신을 못 차리는 사이, 어느 새 1년 8개월이 흘러 있었고

넌 너무도 지쳐서 더 이상 나와 사랑을 할 자신이 없다며 이별을 고했지

처음엔 잡았어 미친듯이 울면서..당장 안 돌아와도 좋아, 헤어지지만 말아줘, 난 아직 널 사랑해...

하지만 넌, 더 이상은 안 되겠다며 끝내 날 버렸다

나도 널 더는 잡지 않았어 우린 수 많은 이별을 반복하며 다시 만났지만

 

이번만큼은 널 잡을 수 없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에

우린 서로 놓쳐야 할 인연이라는 걸 느꼈기 때문에

 

그래서 널 놓았어

 

왜 너만 지쳤다고 생각했니 LSH?

나도 지쳐있었어 너만큼이나 지쳐있었다

헤어져야 하나..하는 생각도 많이 들었지만 그 때마다 마음을 다잡았어

지쳐있는 마음보단, 널 사랑하는 마음이 너무도 컸기에

 

너와 맞춘 커플링, 너가 사준 머리핀들, 인형들, 지갑

함께 본 영화표, 너와 찍은 스티커사진, 휴대폰과 디카에 저장되어 있던 우리의 사진

다 지우고 버렸다

 

그렇게까지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난 너에게 버림받은지 2주일이 넘은 지금도

너가 멋대로 시작하고, 멋대로 끝내버린 우리 사랑 앞에서 힘 없이 주저앉아 울고 있다

 

저번 주 주말에 너에게서 전화가 왔었지 내가 몸이 안 좋다는걸 알고 있던 너는

병원은 갔다왔냐고, 몸은 괜찮냐고 덤덤한 목소리로 물어왔었어

난 간단하게 어디가 아프고 병원에선 이렇게 말했다, 용건만 간단히 말하고 얼른 먼저 끊어버렸다

너의 목소리를 더 듣고 있자니 눈물이 차오르고 숨이 턱턱 막히는게

 

꼭 죽을 것만 같았어

 

나 굉장히 바쁘게 살아

오전엔 일하고 오후엔 학교에 가서 늦은 밤까지 공부해

밤을 새워서 과제를 하다 잠들고, 주말에도 일부러 일하러 가고 친구들과 왁자지껄 수다를 떨어

하지만 이런 바쁜 생활 속에서도 너가 자꾸만 차오르는 걸 보면

내가 널 정말 많이 사랑했구나

아니, 난 지금도 널 사랑하고 있구나

 

너와 헤어지고 나서 바로 고백을 받았어 그냥 저냥 알고 지내던 오빠였는데

날 많이 사랑해 줄 자신이 있어보였지만 미안하다며 거절했다

자꾸 너와 비교되더라 너 아닌 다른 남자의 사랑을 받고, 사랑할 자신이 없었어

그리고 무엇보다도, 다른 누군가에게 내 마음을 준다는 것이 너무 두렵게만 느껴졌어

 

난 너에 대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지, 넌 나와 헤어질 때에 했던 모진 말들을

아마 지금쯤은 죽도록 후회하고 있겠지

넌 욱하는 성격이 강해서, 누군가에게 상처되는 말을 내뱉고 꼭 나중에 후회하는게 있잖아

후회하지마, 너가 했던 모진 말들 절대로 후회하지마

날 버린 게, 너가 살면서 가장 잘한 행동이었다고 생각하면서 잘 살아

너가 끝까지 모질어야 내가 살아

그래야 내가 널 잊어

 

우리 사랑이 이렇게 끝나 버렸지만, 그래도 난 후회가 없다

정말 많이 사랑했어

세상에 태어나 누군가를 이렇게, 온 정신과 마음을 다해서, 이렇듯 열정적으로 사랑할 수 있구나

새삼 깨달았을 만큼, 난 널 정말 많이 사랑했어

내가 줄 수 있는 모든 것들을 주며, 내 자신, 내 목숨보다도

난 널 정말 많이 사랑했단다

 

잘 살아, 나 버린 거 절대로 후회하지 말고..건강하게, 나 없이도 잘 살 수 있단걸 꼭 보여줘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나만 부탁할게

 

나와 사랑했다는 사실, 그것만큼은

너가 후회하지 않았으면 해

 

잘 살아..1년 8개월 동안 수고했고

정말 많이 사랑했다 L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