쿨한 백혈병환자의 여행기 3,4일차

조백혈병2012.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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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심 음흉

 

집에서 빈둥거리다가 여러 생각 하다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뭔가 빠진 거 같아서 고민했는데 문득

내가 아직 여행기를 마무리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고 씨익 웃으면서 의자에 앉은 조굼뱅이 등장

 

굼벵이 방금 사전적 의미 찾아봤는데

특징이 몸이 짧고 뚱뚱하다고 함. 무의식적으로 쓴

굼벵이가 나의 분신이었다니! 분신이었다니! 통곡

 

 

 

전 날 이야기를 또 해야겠지요. 보성에서 보리비빔밥을 먹었고

커플들만 갈 수 있다는 천국의 계단 앞에서 좌절하고 

녹차 아이스크림은 부드러웠고 부드러워서 기분이 좋았지만 문득

백개불(http://pann.nate.com/b312385565)에 끌려간 순천만이

생각났던 그런 이야기? 냉랭

 

 

보성 바로 옆에 순천이라 순천에 들릴까 고민을 했는데

저번에 순천만도 다녀왔고 낙안읍성도 들리고 싶었지만

순천에 친구들이 모두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번 여행에는

순천을 패쓰, 곧바로 보성에서 부산으로 가는 열차를 탔어요.

장장 5시간 23분의 거리실망

 

맨 앞자리에 앉아 휴대폰을 충전하며 가는데

건너편 자리에선 앞 뒤로 앉은 내일로 여행자 두 분이

급 친해져서 열심히 이야기를 하시더군요. 부럽다.

나도 말 걸고 싶다. 나도 말 할 줄 안다. 나에게도

말을 걸어달라 말을 걸고 싶을 것이다. 저 곰은 도대체

혼자서 뭐 하는 걸까 뭐하는 건지 궁금하다. 궁금해야 한다

주문을 걸으니 우와!는 무슨..

나는 스마트폰만 보며 부전역에 도착

 

 

아무 계획 없이 부산에 와서 연락 할 사람이 없음

그렇다고 친구가 없는 건 아님 왕따 아님 마지막 항암할 때

병원에서 고열로 앓고 있을 때 어느 분이 제 스마트폰을 훔쳐가셔서

연락처들이 모두 사라졌던거임. 병원에서 은근히 도난사고가 많은데

훔쳐갈 게 뭐가 있다고 그렇게 훔쳐가는 지 모르겠음 지금도

생각해보면 어처구니 없었음 그런데 스마트폰 없으니까 좋긴 햇음

뭔가 병원에서 할 일 없어서 맨날 휴대폰만 만지작 했는데

휴대폰 중독 된 기분에 죄책감도 느끼고 그랬건만

그걸 탈출한 것 같아서 부끄 여하튼 부산에 왔으니까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밀면을 먹는 거 아니겠습니까?

 

 

역 바로 앞에 시장이 있음.

크고 사람들도 많고 밀면도 있을 것 같아서 들어왓는데

사람들 사이에서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 떄문에 여기에 들어왔나

밀면은 없고 물고기들과 말린 고추와 채소 그리고 과일들

 

누구에게 물어봐야 할까 뭔가 과자코너에서

과자 하나만 고르라고 엄마가 이야기 하면

이 것도 고르고 싶고 저 것도 고르고 싶고

그러다 결국 못 고르고 주저 앉아 울던 마음

그거 아시죠 뭔가 사람들에게 밀면집 어디냐고

물어봐야 하는데 어느 분에게 물어봐야

맛있는 집을 알려줄까 싶어서 고민을 하면서

무작정 걸었음 걷다 보니

 

 

지구는 둥그니까 자꾸 걸어나가면 온세상 밀면을

모두 만나고 오겠네♬

 

양념이 많아 보여도 하나도 안 매웠음. 곱배기곱배기임

역시 한국 사람은 삼세판이라고 하지 않음? 보통 더하기 보통 더하기 보통은

곱배기 곱배기 밀면을 먹으면서 다음은 어디를 가야 할까

고민을 하는데 부산에 왔으면 바닷가에 가야하지 않겠나

그런데 바닷가보다는 뭔가 자갈치 시장이라던가 아는 분이

그 부근에서 카페를 하신다고 해서 거기에 몰래 들려야겠다는 생각

그러니까 인터넷으로 알게 되고 실제로는 만나지 못한 분이니까

몰래 가서 서프라이즈 해야겠다고 생각했음 그런 생각하면서

먹으니까 밀면 그릇까지 씹어먹었는지 빈 그릇 사진은 없음 부끄

 

 

 

 

아는 분 카페가 외진 곳에 있어서 찾느라 땀에 흠뻑 젖었는데

땀냄새도 나는 것 같고 뭔가 들어가서 아는 척 하면 민폐일거 같아서

입 싹 닦고 팥빙수 시켰음 뭔가 덩치 큰 곰이 커피도 아니고 팥빙수를

시키니까 놀라신 듯 싶었는데 서비스로 핸드드립 커피도 주셨음

어디서 오셨냐길래 서울에서 왔다니까 놀라시면서 어떻게 찾아오셨냐고

스프도 주시고 그랬음 어머니는 제가 어렸을 때 말씀하셨습니다. 너는

어딜 가도 굶어 죽지 않을 그런 아이라고. 음흉

 

그렇게 먹으면서 나는 당신을 몰라요 나는 아무 것도 몰라요

나는 맛있게 먹으려고 왔어요 하면서 뭔가 이상한 낌새를 마구 풍겼음

그러다 정 못 알아채시는 것 같아서 또 조꺠방정 정체를 밝혔음

투병하는 카페에서 알게 된 분이라. 병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하고

재밌었음. 더 오래 있고 싶었지만 그건 민폐인거 같아서

룰루 랄라 콧노래를 부르면서 밖으로 나옴. 남포동 시내 근처라

마구 걸어갔는데 인터넷으로 찾아본 게스트 하우스 간판들이

길에 보여서 슬펐음 내가 자야 할 곳은 어디인가 라는 생각도 들었는데

뭐 방법은 마땅히 생각도 나지 않고 그래서 그냥 일단

 

 

 

우와! 내가 못 먹는 것들이다.

자갈치까지 왔는데 왜 먹지를 못하니.

회를 먹지 못하므로 구경만 했는데

영업시간이 거의 끝날 시간에 도착해서

눈치가 보이더라구요. 뭔가 영업시간이었다면

더 눈치 보이고 그랬겠지만

 

전 뭔가 그런게 있음 페밀리 레스토랑이라던가

화장품 가게 그 특유의 서비스 있잖아요 그러니까

뭔가 친절하게 이게 이게 좋구요 이게 이게 있습니다

혹은 하나 사세요 그런거에 쑥맥처럼 정신을 못차림

식은땀이 태평양을 이루게 됨 여하튼 그래도

회 한 접시 사가이소 라는 말을 듣지 않아서 천천히

구경했는데 사진은 별로 안 찍음. 먹지도 못하는 거

찔러나.. 아니 찍어나 보자라는 마음이라니..

난 구차하지 않음.. 구차하지.. 않아..

 

 

치료가 끝나고 회를 먹는 분도 있다고 하는데

저같은 경우는 재발을 사실 염두해가면서 하루하루를 지내고 있음

주변에서 같이 치료 했던 분들중에 잘 버티고 계신분은 이제

두 분 정도 될까인데. 언제 재발할지 모르니까 먹지 말라는 건

계속 먹지 않게 되더라구요. 그래도 어폐류는 특히

더 못 먹음 패혈증을 유발한다는 어느 인터넷 기사를 보고

패혈증의 무서움을 하두 병원에서 많이 봐와서 이제 생각도 못할듯

그러니까 마치 좌욕을 하고 나서 공중 목욕탕에 들어가지 못하는

그런 기분이랄까. 폐인

 

 

영도다리인지 남항대교인지 잘 모르겠지만 자갈치 시장 뒤에

다리가 있어서 멀뚱히 다리를 봤음. 한강 갔을 때도 다리를

걸었는데 바닷바람 맞으며 건너는 다리는 어떤 기분일까

싶었는데 그러며 내일은 아무 것도 하지 못하겠지 싶었음.

 

 

 

 

 

20살이 되던 날 부산에 왔을 때

아는 형님이 꼼장어를 사주셨었는데

그 꼼장어집이 문득 생각이 나서

먹지는 않을거지만 그냥 그 풍경이

그리워서 찾아가는데 이게 진짜

옛날 시장 풍경이구나 싶었음

고래고기를 보니까 보쌈이 생각났음

보쌈 먹고 싶다. 새우젓에 찍어서 통곡

 

처음 먹어 본 꼼장어의 맛이 생각난다 그리고

같이 먹었던 소주 소주는 이제 먼

외국의 어느 나라 지명 이름 같이 느껴짐

소주, 소주 나는 언제 그 나라에 갈 수 있을까!

 

다음 날에 부산에서 군생활하는 친구

면회를 가기로 해서 서면에서 제일 싼

모텔음흉에 들어가서 잤음

 

에어컨을 틀어놓고 멀뚱히 천장을 보니까

기분이 좋았음. 가끔 사소한 일에 내가 살아있구나

라는 것을 느끼는 기분이란

 

 

친구네 부대에 갔는데 기분이 묘하더라구요.

제가 의뵹 제대한 계급을 친구가 달고 나온 모습을 보니

뭔가 다시 군대가라면 죽어도 싫겠지만 아쉬운 감정을

어떻게 할 수가 없었음. 병원에 입원 해 있을 때

넷북도 빌려주고 걱정도 많이 해주던 친구였는데

군생활 하는 모습을 보니 너도 군생활 당해봐라 라는

마음이 눈물처럼 왈칵 튀어나오더군요. 그렇지 암음흉

그래도 몸 건강히 제대 했으면 좋겠음

 

 

친구와 면회를 하고 예전에 꼼장어 사주셨던 형님과

연락이 되었는데 부산대로 오시라고 하셨음 그래서

아무 생각없이 부산대 가는 버스를 탔는데

 

 

 

 

 

 

 

 

여긴 어딘가. 나는 누군가. 엊그제에도 버스를 잘못 타서

도서관에서 몇 시간이나 있었는데 여긴 어딘가.

어디서 돌아가는 버스를 타야하는건가 차들이 왜 이렇게

막히는걸까. 여긴 가족단위 피서객이 많구나 부럽다. 나도

바다에 발 담그고 싶은데 안되겠지 확실치 않은 것은

하지 말아야지. 하면서 걸어다녔는데 송정역이 보임

아 나는 내일로니까 기차를 타고 시내로 가면 되겠구나

싶었는데 10분전에 열차는 출발 기다리려면 2시간 넘게

실미도에 들어온 기분으로 어떻게든 빠져나가야 한다

약속을 해서 또 무작정 걷기 지구는 둥그니까 자꾸 걸어나가면

길을 잃어... 무작정 걷다가 만난 경찰 아저씨에게 길을 물어보니까

차가 막혀서 기차를 기다려서 기차를 타고 가는 게 좋을 것 같다고..

그래서 결국 차 안 막히는 지점까지 걸어서 버스를 타고 지하철로 도착

 

옛날 에피소드들을 마구 풀어놓으면서 이야기를 하고

형님이 일이 있으셔서 금방 헤어지고 부산대 근처를 걸어다닐까 했는데

사람도 많고 왠지 길 또 잃어버릴꺼 같아서 그나마 길을 조금 아는

해운대로.

 

 

 

 

 

 

 

왜 인물 사진이 없냐구요? 가니까 다 끝났음. 사람 구경하러 간건데

사람이 거의 빠져나가고 어르신들이 청소를 하시고 계셨음.

마지막으로 해운대 온 게 언제더라. 겨울바다 보겠다고 20살에

맞아요 꼼장어 얻어 먹었던 시기와 겹쳐짐 그 때 해운대를 보면서

20살은 앞으로 인생을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까 그런 생각을 했었는데.

지금은 어떻게 해야 더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 고민을 하네요

3년만에 다 늙은 기분 부끄 

안개도 많으니 센치해지고 그랬음

 

 

해운대에 왔으니까 소고기 국밥을 먹었음

다음은 어딜 가야 하나 고민을 하며 먹었는데

일단 돈도 얼마 없고 근처 게스트 하우스도

모두 가득 찼을테니까. 찜질방에 가기로 결심

사람이 없을만한 찜질방을 검색해서 들어갔는데

역시 사람이 별로 없어서 기분이 좋았음

탕 속에는 못 들어가니 샤워를 후딱 끝내고

찜질복을 입고 구석에 자리 잡고 후딱 잤음

후딱 후딱 잠은 후딱 후딱

 

부산에서 마지막 날에 친구와 아침을 먹기 위해서

일찍 일어나 밖에 나왔는데 뭔가 폭풍이 지난거 같은

정적이, 해운대의 밤은 뜨겁다고 누가 그랬었지

나는 아무것도 몰라효. 여하튼 나와서 아침 바다바람을

느끼며 산책을 하는데

어떤 분이 센척 하시며 구걸하시길래 삥뜯김. 실망

 

차비 없으시다고 아직도 연락 안오는 거 보니까

삥뜯은게 맞는 듯

뭔가 다투면 나만 손해일거 같기도 하고 여하튼

이상한 분도 많구나 싶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분함

쪼금 분함. 아니 많이 분함 슬픔 

돈 갚는다길래

난 그걸 왜 그걸 믿었는지 모르겠음 그래서

내 폰 번호도 쥐어줌 사람 너무 믿어도 안 좋다는데

군대가서 뭘 배운건지 조 바보... 저기 형님

돈 안갚으시면 해운대에 있지마세요. 다음에 보면..

두 배로 받아갈게요.. 쳇

 

그래도 친구가 밥을 사줘서 슬픈 마음은 모두 해결됬음

극뽁! 에헴 친구가 사준 밥을 얻어먹고 다음 여행을 위해

기차역으로.

 

 

시간을 어중간하게 가서 그런지

책방골목도 못가고 비빔당면도 못먹고 씨앗호떡도 못먹음

여행의 묘미는 역시 먹는건데 먹지를 못하다니 으아

 

여행은 역시 뭔가 잘 되기만 하면 그런 듯

그렇게 위로 하는 중 아직도 쓰고 나니까

난 정말 바보구나 싶음. 어리숙해 보이긴 하는 듯

정신 차리고 살아야지. 여행 하면서 좋은 공부 된 듯

 

사람이 사람을 믿지 않는 것 만큼 슬픈 것도 없지만

그래도 사람이 스스로의 몸상태에 대해 맹신하는 것도 좋지 않은 듯

 

살면서 사람 말 함부로 믿지 말라고 하면서

왜 그렇게들 자기 몸이 아프다고 신호를 보내도

아무렇지 않을꺼야 하면서 그냥 보내는 분들이 많은지

 

그 형 그 돈 2만원 보태서 건강검진이나 받았으면 좋겠다는

술 그만 먹고..

 

사람이 사람을 믿으려면 함께 있으면서 의식적으로

무의식적으로 서로 확인을 걸친다고 하는데 건강검진도

그런 것 같음 스스로의 건강에 대한 확신. 그 것을 증명해주는

좋은 수단이 아닐까 싶음. 좋은 우정은 다른 사람뿐만 아니라

스스로의 몸에게도 포함되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마시길

 

모두 건강검진 꼭 받으세요 부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