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아저씨! 일단 죄송하다는 말부터 시작해야겠네요. 아저씨에게 편지를 이렇게 늦게 쓰다니. 어젯밤에도 편지를 쓰긴 했는데 일어나니까 별로 마음에 들지 않더라구요. 그래서 일어나자마자 씻지도 않고 다시 편지를 쓰고 있어요 편지에서 냄시 난다고 피하지마세요 크핫핫핫. 최근에 응급실 또 다녀왔어요 결석 때문이 아니라 이번엔 그냥 단순 혈뇨 떄문에. 이다루비신이라는 항암제 기억하죠 소변누면 붉게 나오던거 그 걸 맞았을 때처럼 붉게 나오는 거에요. 결석일 때는 그래도 그냥 진짜 신중하게 몸에 대한 걱정이 평소에 없는 사람이라면 인지하지 못 할 정도로 피가 섞여 나왔었는데 이 번엔 그리 붉게 나오니까 엄청 놀랐네요. 내가 혹시나 자다 일어나서 눈이 충혈되어 세상이 붉게 보이는 건가 싶어서 부끄럽지만 동생에게도 소변 색을 확인 시켰어요 마치 처음 대변을 혼자 누게 된 어린 아이처럼 해맑게. 그래면서 동생에게 이건 꿈이지라면서 응급실 가기 싫다고 투정부렸네요. 뭐 응급실을 한 두번 가는 게 아니니까 이제 여유가 생기더라구요. 그래서 여유롭게 담요와 돗자리를 챙겼어요 응급실은 아직도 사람이 많더라구요. 기억나시죠 응급실이 어디 쉴 곳도 마땅치 않다는 거. 예전에 결석 때문에 응급실에서 아파서 소리도 못 지르고 바닥에서 바둥거렸을 때 멀리서 돗자리깔고 누워 있던 환자가 그리 부럽더라구요. 아 나는 왜 저 생각을 못했지 싶어서 얼마나 후회 하면서 바닥에서 나뒹굴었는지. 여하튼 몸에 다른 통증, 이상 증후도 없어서 일단 응급실에 가면 무한 금식이니까 밥을 먹고 들어가자 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응급실에 들어가기 전에 불닭 오니기리 먹었어요. 여유의 최고봉이랄까. 그렇잖아요 뭐 어차피 아픈건 아픈거고 먹는건 먹는거니까. 낮잠자고 일어나자마자 혈뇨를 본거라 점심도 못 먹었거든요. 응급실에 들어가기 전에 또 병동부터 들렸네요. 요즘들어 병동에 가지 말아야지라는 생각을 많이해요. 같이 치료 했던 환자들 중에 살아 계신 분이 이제 얼마 없다는 걸 항상 깨닫게 되거든요. 아저씨와 제가 병원에 있을 때 있었던 간호사 누나들은 대부분 휴직했어요 결혼 한 분도 있고 공무원 준비하는 분도 있고 그렇다고 하더라구요. 이 말을 쓰니까 아저씨가 웃으면서 넌 뭐 이리 아는 게 맞냐고 말하는 모습이 머릿 속에 그려지네요. 사실 아저씨가 가신 날을 지금은 기억하지 못하고 있어요. 아니 별로 중요하다 생각하지 않고 있거든요. 결국 언젠가 다시 만날 사람을 헤어진 날을 기억하는 게 아니라 다시 만날 날을 기억하는 것처럼. 또 멋있는 멘트하면 아저씨는 정색하시면서 몸 생각하고 아무거나 주워 먹지 말라고 하시는 모습이 생각나네요 알았어요 막 주워 먹는 것처럼 보여도 먹지 말아야 할 건 아직도 아무 것도 먹지 않고 있어요. 새로운 환자들은 끝 없이 병동을 채우더라구요. 침대 위에 사람 위에 사람 이라는 제목으로 뭔가 썼던 기억이 있는데 그 생각이 나네요 아 원사 아저씨도 봤어요. 친한 주치의 형이 있어서 그 병동에 들리니까 원사 아저씨 거기에 입원해 계시더라구요 폐에 온 숙주가 심하다고 하시더라구요. 원사아저씨를 보러갈까 했는데 그렇지 않기로 했어요. 응급실에 온 모습을 보여주면 별로 좋지 않을 것 같아서요. 아 응급실 온게 아니라 아저씨 소식 듣고 왔다 그러면 됐는데 왜 그 생각을 그 떄 못했지. 아니야 그래도 다행이에요 가지 않은게 깨방정 떨면서 또 응급실 왔다고 했을테니까. 원사 아저씨는 자신 만큼 다른 사람도 걱정하시는 분이라 아마 말했으면 나에 대한 걱정도 늘었을 거 같다고 혼자 아저씨를 만나지 않은 것을 위로 했어요. 처음 아저씨와 원사 아저씨가 복도에서 이야기 하던 모습이 생각난다. 저는 어슬렁 어슬렁 지나가다가 끼어들었는데 참 인연이란게 재밌는 것 같아요. 응급실에 가서 피검사와 소변검사 엑스레이검사를 햇는데 피검사를 할 때 알콜솜이 아니라 포비돈을 바르고 멸균장갑을 끼고 하는거에요. 평소와 다르게 그러면서 혹시 수혈할지도 모르니까 혈액형 검사도 하겠다고 하더군요. 검사를 하고나서 응급실 앞에 벤치에 앉아 있으니 여러 생각이 들더라구요. 재발은 아닐걸까. 재발을 생각하니 머리카락이 아쉬웠어요. 노란색으로 탈색했거든요. 머리카락 이야기 하니까 옜날에 판에 썼던거 생각난다. 아저씨가 저보고 머리카락 안빠져서 신기하다고 하셨잖아요 기억나시려나. 그래서 저는 쿨해서 머리카락 안 빠진다고 그랬는데 다음 날 뭔 흐르지 않는 소낙비처럼 머리카락이 후두두둑 빠졌더랬죠. 아저씨가 항암할 때나 고열로 누워 있을 때 그 정도 가지고 그러냐고 맨날 가서 약올리고도 그랬었는데 이제 먼 기억이 되었네요. 그리고 바로 히크만 삽입해야 한다는 생각도 들더라구요. 아직도 기억나요 아저씨 히크만 빼는 날 만났었는데 히크만 빼는 게 그렇게 아프다고 히크만 더 들고 다니는 게 좋다고 그랬었잖아요 그런데 히크만 뭐 쑤욱 하니까 쑤욱 하고 빠지던데 어디서 그런 겁을 줘요! 다시 히크만을 달면 반대편에 달겠다 싶었는데 또 아저씨가 생각나더라구요. 반대편 가슴에 히크만을 다시 달고 있던 아저씨 그 때 아저씨는 내게 차라리 편하게 죽고 싶다고 그랬었죠. 애들도 있는데 뭔 말이냐고 그래도 산재가 되어서 다행이라고 푸념처럼 말하던 아저씨 그랬으면 안됐잖아요. 가시기 전날에 아줌마와 저녁을 먹으면서 100살은 사실꺼라고 하셨다면서요. 왜 약속을 아줌마가 아니라 저하고 한 걸 지키신건가요. 이식을 기다리고 있었다면서요. 전날 까지 저녁도 맛나게 먹으면서 평소처럼 농담도 잘 던지고 그랬다면서요. 간호사 누나들 다 울고 난리가 아니었다구요. 빌어먹을 면역력 때문이긴 하지만 그래도 아저씨가 조금 원망스러워요. 중환자실에서 아저씨 봤을 때 그렇게 편하게 보이지도 않았다구요. 벤치에 앉아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는데 나이 드신 할아버지들을 보니 신기하더라구요. 참 저 나이까지 가는 게 어렵구나싶은 생각도 들었구요. 항상 사람들을 만나면 재발을 염두하며 살아가고 있다고 말하고 다녔는데 재발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니 어떤 너스레를 떨어야 할 지 감이 잘 안오더라구요. 그래요 그냥 그렇다구요. 검사 결과를 보니까. 결석은 아닌 것 같다고 하더라구요 결석치고는 피가 너무 많이 섞여 있어서 아마 다음주에 방광 내시경을 해보는 게 좋겠다고 그러더라구요. 어차피 비뇨기과 예약되어 있으니까 다음주에 병원가서 또 이야기 해봐야겠죠. 다행히 혈액 수치는 좋았어요. 재발은 아니라는 거겠죠. 병원에서 일하는 친구와 오니기리를 또 먹고 헤어진다음 혼자서 라멘을 먹었어요. 오랜만에 먹는 것 같더라구요. 문득 원사아저씨가 생각이 나서요. 처음 퇴원하던 날 군병원 가기 전에 먹을거 사먹으라고 쥐어주시던 돈이 생각나더라구요. 그걸로 라멘 사먹었었는데. 원사아저씨도 그 때는 지금보다 살이 더 붙어 있으셨고 체력도 있으셨으니까. 타임머신이라도 타는 기분으로 라멘을 먹었네요. 그 때의 체력으로 돌아가면 원사 아저씨가 더 수월하게 버텨내실 수 있으니까요. 날씨가 쌀쌀해졌어요. 코스모스도 피었더라구요. 아저씨, 아저씨 아들은 그래도 잘 버티고 있는 것 같아요. 저번에 통화 했었는데 담담하게 잘 이겨내고 있는 것 같더라구요. 그렇다구요. 그래요. 너무 걱정하지마세요. 별일은 아무 것도 없어요 평범한 하루라고 생각하기로 해요 아저씨가 간 날도. 그렇다구요. 평범하지 않아 평범한 것들도 있는거죠. 그렇게 평범하기로 바랬잖아요. 평범이랄 게 따로 있나요. 매일이 다이나믹하니까 이제 다이나믹한 날들이 평범하네요. 알아요 우리가 바라던 평범함이 이게 아니라는 걸. 그래도 평범한 건 평범한거잖아요. 기왕 다이나믹하고 스펙타클한 일상이라면 타임머신이라도 진짜 나타나면 좋을텐데. 글이 너무 길어졌네요. 아저씬 너무 갑자기 갔어요. 당황해서 아무 말도 못하게
쿨한 백혈병환자의 타임머신
안녕하심
무슨 꿈을 꿨는지 낮잠을 자다가 문득 별이 보고 싶어져서
내가 태어나서 별을 제일 많이 본 곳이 어딘가 생각했는데
그게 군대였다는 생각에 별을 보고 싶지말아져야지 한
조 번복 등장했음
상병으로 의병제대 했지만 가끔 군대 생각이 나는 건
사실, 끝까지 마무리 하지 못했다는 것과 훈련 다 뛰고
좀 편해지나 싶었는데 병에 걸린 억울함이 포함되어 있음
민간병원으로 후송되고 몇 일인가 잠을 자다가
꿈에서 병이 걸린게 거짓말이고 해병대 전출 가야한다는
소식에 이게 뭔소리입니까 소리치며 깬 기억이 아직도 생생함
그런데도 문득 별이 너무 보고 싶은거임
하고 싶은게 있으면 해야 하는게 사람 그래서 아 내일은
군 부대가 있던 연천이나 한 번 다녀올까 하면서
시원하게 소변을 보는데 혈뇨가 딱.
내가 방에서 굴러다니는 것처럼 내 안에서
굴러다니던 결석은 모두 독립했는데,
결석 때에 비해서 너무나 확연하게 붉은 혈뇨
혈뇨를 보자마자 생각난게 아씨,
군대 생각 괜히 했어였음
응급실에 가니까 혈액 수치는 괜찮고 방광 내시경은 일단
다음주에 비뇨기과 외래를 보면서 의사랑 이야기하라고 그래서
다음 날
쿨하게 연천으로, 마치 긴 휴가를 복귀하는 마음으로. 출발
달려오는 지하철을 보면서
내 휴가 속도는 왜 지하철 보다 더 빨랐나
고민했었음, 처음 신병위로외박(100일휴가) 때
전날에 미확인 헬기가 부대 주변에 떠서
전투화도 못 닦고 전투복도 못 다리고
아니 그걸 떠나서 휴가도 못 나갈뻔 했음
그때 나는 얼마나 무서웠던가. 결국 아군의
헬기로 판별됐지만 나는 참 초췌한 몰골로
휴가를 나갔었지.
연천에 가려면 꽃마차라고 해서 통근열차를 타야함.
일 년 그리고도 6개월만이구나, 병 의증 받기 몇일 전에
훈련에서 포상휴가 받게 되었다고 연락 들었었는데.
휴가증을 들고 이 꽃마차를 타고 집에 와서 낮잠도 자고
친구들과 술 먹을 생각도 했는데, 뭐 사람이 생각대로
되는게 있나, 애매한 시간에 가는거니 주변에 군인이
한 명도 없었음, 오후에는 복귀하는 군인들이 많았을텐데
민간인들 사이에 있으니 나도 이제 진짜 민간인...
아.... 나 진짜 민간인 맞구나 흑흑
연천이 경기도에 있다고 수도권 아니냐고 그러는데
판문점보다 더 북한에 가까이 있음 겨울에 양말 신고
양말 신고, 양말 신고, 양말 신고, 덧신 신어도.
발을 자르고 싶었던 통증이 가득했던 곳이었음.
누가 그랬지 원래 자기가 군생활 한 곳이 제일 힘들다고
맞음, 그런 듯. 그래도 내가 제일 힘들었음
병원에 입원했을 때도 폐쇄병동이라
군생활의 연장이구나 싶었다는, 그래도
처음 먹어보는 병원 밥에 감격했던건 비밀
볶음 김치 먹으면서 오오 편의점의
도시락 김치 도시락 김치 같아 그랬는데
나중에는 볶음 김치 눈에도 들어오지 않았다는
볶은 김치가 내 속을 볶았단 말이야
부대에 복귀 하기 전에
부대에 몇 시에 복귀하겠다고
전화를 주던 공중전화임, 몇 명은
여기에서 연락이 되지 않는 여자친구에게
전화를 하다가, 주저앉았다는 전설이 있는.
처음 훈련소에 갔을 때 한 달가까이
아무에게도 연락하지 못하다가 처음
3분이란 시간을 주어서 어머니에게 전화 했을 때
그 전율, 말로 할 수 없는 서글픔이 아직도 생각남
그래서인지 주변에 병이 걸린지 얼마 안된 친구들은
자신의 병을 숨기고 알려도 주변에 몇 밖에 모른다고
그러던데, 나는 병을 알고 친구들에게 다 연락 했었음
만약 내가 갑자기 간다면, 그 친구들이 얼마나 황당하겠음
나중에 간호사 누나에게 들었는데 담당교수님이
병 걸려놓고 저렇게 해맑게 친구들에게
나 백혈병이래, 라고 한 환자 처음 봤다고 ㅋㅋㅋㅋㅋㅋ
신기하다고 그러셨다고 그랬었음
부대에 복귀하기 전에 항상 저 빵집에서
맘모스 빵도 사고 그랬는데 아직도 있구나
맘모스 빵을 몇 개 사면 소대원들 신나게
먹었었는데, 신나게 우걱우걱
서울은 항상 금방 금방 바뀌어서 그대로
남아 있는게 얼마 없는데 기분이 좋았음
어렸을 때 살던 곳도 모두 재개발이 되서
뱀처럼 좁고 구불구불하다고 이름 붙여진 뱀골목이라던가,
어렸을 때 동네 형이 밀어서 떨어진 절벽.
절벽에 떨어진 다음날 경기해서 응급실에 가려고 했는데
바람 좀 맞으니까 나아졌다는 건 비밀...
여하튼 남아있는 게 하나도 없는데.
상병모를 맞춘지 얼마 안되서 병을 알게 되서
상병모를 한 달도 제대로 못 썼던거 같음.
아쉬웠는데. 라고 스면서 집에 전투모가 어딨는지
모름. 오랜만에 용사의 집 가니까 아저씨도 잘 있고
군용품들 보니까 소름 돋았음. 군용품 많이
안 들여놓은거 보니까 겨울이 아직 멀었구나 싶었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겨울ㅋㅋㅋㅋㅋㅋㅋㅋ 연천ㅋㅋ
이번 겨울 엄청나게 춥다던데.....
여기서 오바로크라고 해서 계급장이랑
군용품을 사고 나면 복귀 하기 전에 사제 음식 (사회 음식)
꼭 먹고 들어갔어야 했음, 군대에 들어가면 몇 달동안
바깥 음식은 맛도 못 보니까. 그래서 말 돌아다니다가
설렁탕집에 있어서 휴가 나오면 거기서 먹었었는데
오랜만에 가니까 아직도 하고 계셨음.
김치에 젓갈 들어가있냐고 젓갈 들어간 김치 먹지 못한다니까
우리집엔 김치에 젓갈 넣질 않는다고 걱정 말라고 하시던 모습
휴가 복귀 한시간 정도 남기고 우걱우걱 먹으면서 속으로 아
복귀 아 복귀 아 꿈일까 아 복귀 아 꿈이야 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부대 근처까지 택시를 타고 갈까 했는데
부대 근처 택시는 거의 두배는 받는 거 같아서
쿨하게 포기 예전 기억을 예전이라고 해봤자
2년도 안되었지만 더듬거리면서 걸어갔음.
체력이 많이 안 좋아져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힘들었음, 절대 내가 평소에 운동 안한 것도 맞음
면회 왔을 때 자주 시켜먹었던 치킨 집이 여깄었구나
하면서 걸어가는데 앞에 닭이 박제처럼 있었음
넌 도망나온거니? 물어봐도 아무 말 없던 시크 닭
몸이 좋지 않았는지 고개를 주억거리는데 눈은 뜨질 못함
도망나오다 부상입은거구나 닭. 화이팅. 힘내.
당분간 닭 안 먹을께 힘내. 하면서 저녁에 치킨 먹음
이건 우리만의 비밀 닭에게 말하면 안됨
행군 할 때면 항상 지나치던 철길
이상하게 부대 근처 도로에는 인도가 따로 없던거 같아요
그래서 양갈래로 우로 밀착 좌로 밀착 소리지르면서
앞에서 뒤에서 형광봉 흔들면서 지나가던 기억이 새록새록
코스모스. 군대 있을 때는 못 본거 같은데. 여하튼
시간은 지나면 다 추억이라고. 뭔가 오랜만에 오니까
풍경이 정말 좋았구나 싶었음. 여유가 있고 없고의 차이구나.
톡커님이 보시는 이 길은 어떤 길로 보이심?
이 길 마법의 길임 진짜 마법이 가득함 마법의 길
눈을 쓸고 나면 다시 눈이 생기는 마법의 길
가끔 시골 도로를 달리다 보면 옆에 저런 산도 아니고
언덕도 아닌 곳이 있잖아요. 저기에 어 군인이 있다!
라고 소리 지르면 남자들은 대부분 고개를 끄덕이며 맞아
저기에 있을꺼야라고 할 것임
겨울에 진지까지 눈 쓸러 다니면서 저런 경사에
비료포대로 썰매도 타고 그랬는데 그러다 레토나라고
군 장교가 타는 차가 있는데 그걸 보면 곧바로
몸을 숨겼던 그런 기억도 새록새록 난다는,
비료포대 들고 눈 썰매 탈 곳 어디 없음?
찌루는 이미 멀리 날아갔으니 타도 괜찮겠지
군부대 안까지 들어가보고 싶었는데
원래 소속되어 있던 부대는 GOP에 있기도 하고
난 민간인이니까 면회도 아니고 들어갈 수 없었음
들어간다고 해도 사진도 못 찍을테고.
그러니까 사실 내가 챙기지 못한 내가 들고 있던
편지들과, 일기들, 그리고 소중한 깔깔이를 챙기고 싶었는데
모두 태워졌거나 버려졌을 생각을 하니 슬펐음.
군병원에 있을 때 일기장이라도 좀 보내달라고
그렇게 말했었는데.
분명 나는 별을 보려고 온 건데
그러니까 군인 계급 별 말고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을 보려고 왔는데 군대 생각들을 하니까
육체적 체력도 그렇지만 정신 체력까지 급 소모
다시 집에 돌아가기로 했음. 더 오래 있다가는 몸살 날 것 같기도 하고
안녕 연천, 이제 오는 일이 없을 거 같아.
작별인사 해주는 바람개비를 보면서 씨익 웃었음
별을 보려면 어디로 가야 하나 조금 더 편하게 별을 구경할 수 있는 곳을
알아봐야겠다고 생각하며 마무리 못했던 아쉬운 군대. 그 회상은 끝!
미친 짓 한거 같기도 했음 제대한 부대 방향으로는
오줌도 안 눈다고 했는데, 나는 그 근처를 찾아가서 회상을 하다니
제대로 끝내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이리 큰 것 같음. 자의적인게 아니니까
타의적으로 그렇게 끝나는 건 좋지 않다는 생각 사실 병 걸리기 전에
나오면 건강검진 좀 받아야 겠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때 군대에서 알지 못했어도
다행히 건강검진으로 알 수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
말은 이렇게 해도 휴가 나왔으면 술먹고 놀았겠지..
본인은 운이 정말 좋았던 케이스 임.
휴가 나오면 술먹고 노는 것도 좋은데. 혹시나 모를 몸을 위해
건강검진을 받는 게 제일 좋을 듯 싶음. 건강한 제대가 제일 큰 효도라 하지 않음
난 참 불효자구나. 여하튼 톡커님들 모두 건강하게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을
이루어나갔으면 좋겠음. 건강검진 꼭! 꼭 받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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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제 판을 좋아 해주셨던 아저씨에게 보내는 편지.
죄송해요 제일 먼저 썼어야 했는데.
아저씨의 이름이 참 먹먹하게 와서 그 동안 편지를 못 썼어요.
판 안썼을 때도 판 언제 쓰냐고 자주 말하셨었는데 판에도
아저씨에게 쓰는 편지 같이 올릴게요.
-아저씨
안녕하십니까! 아저씨! 일단 죄송하다는 말부터 시작해야겠네요. 아저씨에게 편지를 이렇게 늦게 쓰다니. 어젯밤에도 편지를 쓰긴 했는데 일어나니까 별로 마음에 들지 않더라구요. 그래서 일어나자마자 씻지도 않고 다시 편지를 쓰고 있어요 편지에서 냄시 난다고 피하지마세요 크핫핫핫. 최근에 응급실 또 다녀왔어요 결석 때문이 아니라 이번엔 그냥 단순 혈뇨 떄문에. 이다루비신이라는 항암제 기억하죠 소변누면 붉게 나오던거 그 걸 맞았을 때처럼 붉게 나오는 거에요. 결석일 때는 그래도 그냥 진짜 신중하게 몸에 대한 걱정이 평소에 없는 사람이라면 인지하지 못 할 정도로 피가 섞여 나왔었는데 이 번엔 그리 붉게 나오니까 엄청 놀랐네요. 내가 혹시나 자다 일어나서 눈이 충혈되어 세상이 붉게 보이는 건가 싶어서 부끄럽지만 동생에게도 소변 색을 확인 시켰어요 마치 처음 대변을 혼자 누게 된 어린 아이처럼 해맑게. 그래면서 동생에게 이건 꿈이지라면서 응급실 가기 싫다고 투정부렸네요. 뭐 응급실을 한 두번 가는 게 아니니까 이제 여유가 생기더라구요. 그래서 여유롭게 담요와 돗자리를 챙겼어요 응급실은 아직도 사람이 많더라구요. 기억나시죠 응급실이 어디 쉴 곳도 마땅치 않다는 거. 예전에 결석 때문에 응급실에서 아파서 소리도 못 지르고 바닥에서 바둥거렸을 때 멀리서 돗자리깔고 누워 있던 환자가 그리 부럽더라구요. 아 나는 왜 저 생각을 못했지 싶어서 얼마나 후회 하면서 바닥에서 나뒹굴었는지. 여하튼 몸에 다른 통증, 이상 증후도 없어서 일단 응급실에 가면 무한 금식이니까 밥을 먹고 들어가자 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응급실에 들어가기 전에 불닭 오니기리 먹었어요. 여유의 최고봉이랄까. 그렇잖아요 뭐 어차피 아픈건 아픈거고 먹는건 먹는거니까. 낮잠자고 일어나자마자 혈뇨를 본거라 점심도 못 먹었거든요. 응급실에 들어가기 전에 또 병동부터 들렸네요. 요즘들어 병동에 가지 말아야지라는 생각을 많이해요. 같이 치료 했던 환자들 중에 살아 계신 분이 이제 얼마 없다는 걸 항상 깨닫게 되거든요. 아저씨와 제가 병원에 있을 때 있었던 간호사 누나들은 대부분 휴직했어요 결혼 한 분도 있고 공무원 준비하는 분도 있고 그렇다고 하더라구요. 이 말을 쓰니까 아저씨가 웃으면서 넌 뭐 이리 아는 게 맞냐고 말하는 모습이 머릿 속에 그려지네요. 사실 아저씨가 가신 날을 지금은 기억하지 못하고 있어요. 아니 별로 중요하다 생각하지 않고 있거든요. 결국 언젠가 다시 만날 사람을 헤어진 날을 기억하는 게 아니라 다시 만날 날을 기억하는 것처럼. 또 멋있는 멘트하면 아저씨는 정색하시면서 몸 생각하고 아무거나 주워 먹지 말라고 하시는 모습이 생각나네요 알았어요 막 주워 먹는 것처럼 보여도 먹지 말아야 할 건 아직도 아무 것도 먹지 않고 있어요. 새로운 환자들은 끝 없이 병동을 채우더라구요. 침대 위에 사람 위에 사람 이라는 제목으로 뭔가 썼던 기억이 있는데 그 생각이 나네요 아 원사 아저씨도 봤어요. 친한 주치의 형이 있어서 그 병동에 들리니까 원사 아저씨 거기에 입원해 계시더라구요 폐에 온 숙주가 심하다고 하시더라구요. 원사아저씨를 보러갈까 했는데 그렇지 않기로 했어요. 응급실에 온 모습을 보여주면 별로 좋지 않을 것 같아서요. 아 응급실 온게 아니라 아저씨 소식 듣고 왔다 그러면 됐는데 왜 그 생각을 그 떄 못했지. 아니야 그래도 다행이에요 가지 않은게 깨방정 떨면서 또 응급실 왔다고 했을테니까. 원사 아저씨는 자신 만큼 다른 사람도 걱정하시는 분이라 아마 말했으면 나에 대한 걱정도 늘었을 거 같다고 혼자 아저씨를 만나지 않은 것을 위로 했어요. 처음 아저씨와 원사 아저씨가 복도에서 이야기 하던 모습이 생각난다. 저는 어슬렁 어슬렁 지나가다가 끼어들었는데 참 인연이란게 재밌는 것 같아요. 응급실에 가서 피검사와 소변검사 엑스레이검사를 햇는데 피검사를 할 때 알콜솜이 아니라 포비돈을 바르고 멸균장갑을 끼고 하는거에요. 평소와 다르게 그러면서 혹시 수혈할지도 모르니까 혈액형 검사도 하겠다고 하더군요. 검사를 하고나서 응급실 앞에 벤치에 앉아 있으니 여러 생각이 들더라구요. 재발은 아닐걸까. 재발을 생각하니 머리카락이 아쉬웠어요. 노란색으로 탈색했거든요. 머리카락 이야기 하니까 옜날에 판에 썼던거 생각난다. 아저씨가 저보고 머리카락 안빠져서 신기하다고 하셨잖아요 기억나시려나. 그래서 저는 쿨해서 머리카락 안 빠진다고 그랬는데 다음 날 뭔 흐르지 않는 소낙비처럼 머리카락이 후두두둑 빠졌더랬죠. 아저씨가 항암할 때나 고열로 누워 있을 때 그 정도 가지고 그러냐고 맨날 가서 약올리고도 그랬었는데 이제 먼 기억이 되었네요. 그리고 바로 히크만 삽입해야 한다는 생각도 들더라구요. 아직도 기억나요 아저씨 히크만 빼는 날 만났었는데 히크만 빼는 게 그렇게 아프다고 히크만 더 들고 다니는 게 좋다고 그랬었잖아요 그런데 히크만 뭐 쑤욱 하니까 쑤욱 하고 빠지던데 어디서 그런 겁을 줘요! 다시 히크만을 달면 반대편에 달겠다 싶었는데 또 아저씨가 생각나더라구요. 반대편 가슴에 히크만을 다시 달고 있던 아저씨 그 때 아저씨는 내게 차라리 편하게 죽고 싶다고 그랬었죠. 애들도 있는데 뭔 말이냐고 그래도 산재가 되어서 다행이라고 푸념처럼 말하던 아저씨 그랬으면 안됐잖아요. 가시기 전날에 아줌마와 저녁을 먹으면서 100살은 사실꺼라고 하셨다면서요. 왜 약속을 아줌마가 아니라 저하고 한 걸 지키신건가요. 이식을 기다리고 있었다면서요. 전날 까지 저녁도 맛나게 먹으면서 평소처럼 농담도 잘 던지고 그랬다면서요. 간호사 누나들 다 울고 난리가 아니었다구요. 빌어먹을 면역력 때문이긴 하지만 그래도 아저씨가 조금 원망스러워요. 중환자실에서 아저씨 봤을 때 그렇게 편하게 보이지도 않았다구요. 벤치에 앉아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는데 나이 드신 할아버지들을 보니 신기하더라구요. 참 저 나이까지 가는 게 어렵구나싶은 생각도 들었구요. 항상 사람들을 만나면 재발을 염두하며 살아가고 있다고 말하고 다녔는데 재발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니 어떤 너스레를 떨어야 할 지 감이 잘 안오더라구요. 그래요 그냥 그렇다구요. 검사 결과를 보니까. 결석은 아닌 것 같다고 하더라구요 결석치고는 피가 너무 많이 섞여 있어서 아마 다음주에 방광 내시경을 해보는 게 좋겠다고 그러더라구요. 어차피 비뇨기과 예약되어 있으니까 다음주에 병원가서 또 이야기 해봐야겠죠. 다행히 혈액 수치는 좋았어요. 재발은 아니라는 거겠죠. 병원에서 일하는 친구와 오니기리를 또 먹고 헤어진다음 혼자서 라멘을 먹었어요. 오랜만에 먹는 것 같더라구요. 문득 원사아저씨가 생각이 나서요. 처음 퇴원하던 날 군병원 가기 전에 먹을거 사먹으라고 쥐어주시던 돈이 생각나더라구요. 그걸로 라멘 사먹었었는데. 원사아저씨도 그 때는 지금보다 살이 더 붙어 있으셨고 체력도 있으셨으니까. 타임머신이라도 타는 기분으로 라멘을 먹었네요. 그 때의 체력으로 돌아가면 원사 아저씨가 더 수월하게 버텨내실 수 있으니까요. 날씨가 쌀쌀해졌어요. 코스모스도 피었더라구요. 아저씨, 아저씨 아들은 그래도 잘 버티고 있는 것 같아요. 저번에 통화 했었는데 담담하게 잘 이겨내고 있는 것 같더라구요. 그렇다구요. 그래요. 너무 걱정하지마세요. 별일은 아무 것도 없어요 평범한 하루라고 생각하기로 해요 아저씨가 간 날도. 그렇다구요. 평범하지 않아 평범한 것들도 있는거죠. 그렇게 평범하기로 바랬잖아요. 평범이랄 게 따로 있나요. 매일이 다이나믹하니까 이제 다이나믹한 날들이 평범하네요. 알아요 우리가 바라던 평범함이 이게 아니라는 걸. 그래도 평범한 건 평범한거잖아요. 기왕 다이나믹하고 스펙타클한 일상이라면 타임머신이라도 진짜 나타나면 좋을텐데. 글이 너무 길어졌네요. 아저씬 너무 갑자기 갔어요. 당황해서 아무 말도 못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