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회사의 소유권과 경영권은 노동자들에게 있다……주식회사의 네가지 고유성에 대하여 ⑵

참의부2012.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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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학자들이나 경제·경영학자들이 주식회사에서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설명하는 것을 들어보면, 마치 담합이라도 한 것처럼 같은 말을 반복한다. 즉, 현대의 거대 기업은 주식분산이 잘 이루어지고 주주의 수가 엄청나게 많아지고 항상 변동하기 때문에 주주들이 경영에 참여할 수 없고 전문경영인에게 맡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주식회사에서 소유와 경영이 분리될 수밖에 없는 까닭은 주식이 너무 광범위하게 분산되어 있다는 사실 때문이 아니라, 주식의 소유와 기업의 경영권 사이에 아무런 필연적 관계도 없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주식을 전혀 소유하지 않은 사람도 주식회사의 경영을 맡을 수 있고, 반대로 모든 주식을 소유한 사람도 경영을 남에게 맡길 수 있는 것이다. 어떻게 전문가들이 사실문제(quid facti)를 권리문제(quid iuris)와 구별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는가?

 

② 주식회사의 법인격

 

이것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 우리는 먼저 주식회사가 어떤 회사인지 그리고 일반적 의미의 개인 소유 회사와 어떻게 다른지를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그러나 이 점에 대해서는 비전문가인 내가 말하는 것보다 전문가의 말을 직접 듣는 것이 나을 것이다. 법학자 김화진 서울대학교 교수에 따르면 주식회사는 “① 독립된 법인격을 보유하고, ② 그에 투자하는 주주는 개인 재산으로 회사의 채무에 대해 책임지지 않으며, ③ 자유롭게 주식을 양도함으로써 투자를 회수할 수 있고, ④ 대리인인 경영자를 통해 사업을 운영한다는 네 가지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주식회사가 어떤 회사인지를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 우리는 이 각각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먼저 주식회사는 가장 전형적인 법인기업이다. 법인(法人)이란 말 그대로 법적인 인격(Legal Person) 즉, 그 자체로서는 자연적 인간이 아니면서도 법에 의해 인간처럼 권리를 향유할 수 있는 힘을 부여받은 권리주체이다. 정확을 기하기 위해 법학자의 말을 그대로 옮기면, “법인이란 사람 또는 재산으로 구성되는 구성물로, 재산관계에 관하여 법률에 의하여 자연인처럼 권리와 의무의 주체가 되고, 따라서 독립한 권원은 로마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로마인들은 최초에 국가, 지방자치도시 그리고 속주의 식민도시 등을 권리의 주체로서 간주해 재산능력 및 상속능력을 인정했던 바, 지금으로 말하자면 공법인(公法人)이 법인의 효시였던 셈이다. 그 후 민간단체의 경우에도 법인격을 인정했는데, 예를 들면 비영리단체로는 종교단체나 친목·사교단체가 있었고 영리단체로는 금광조합, 은광조합을 비롯하여 해운조합·어업조합·제빵조합 등 각종 수공업조합이 있었다. 현승종 한림대학교 석좌교수와 조규창 쾰른대학교 교수에 따르면, 이들 단체의 경우 “단체의 법률관계와 각 성원의 법률관계를 분리·절단한 결과 단체의 채무는 성원의 채무가 아니므로 각 성원은 이를 이행할 의무가 없었다. 이는 단체를 성원과 분리된 독자적인 권리주체로 파악했음을 의미한다. 이 점에서 로마법의 법인은 근대적 법인의 기원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로마인들은 황제의 금고를 상속능력이나 계약능력 또는 소송당사자능력을 지닌 사법상의 권리주체로 인정함으로써 비록 원시적 형태이긴 하지만 오늘날의 재단법인과 유사한 법인격의 개념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가 로마법에서 법인개념의 역사적인 기원을 발견한다해서, 그것이 우리 시대의 법인과 같은 것이라고 생각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로마인들은 우리와는 다른 문맥에서 다른 방식으로 법인을 이해했기 때문이다. 오늘날 우리가 이해하는 법인개념은 거의 전적으로 19세기의 산물이다.

 

법인의 개념을 처음으로 철저히 탐구하여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방식으로 정립한 사람은 19세기 독일의 법학자였던 사비니(F. C. von Savigny)이다. 그는 원래 순수 철학적 개념이었던 인격(Person)의 개념을 법학의 기초개념으로 삼았다. “모든 법적 관계는 한 인격의 다른 인격에 대한 관계에 존립한다.” 이 명제를 통해 그는 “누가 법적관계의 담지자 또는 주체가 될 수 있는가?”라는 법학의 근본 문제에 대하여 하나의 원칙을 수립했다. 그런데 인격적 존재가 법적 주체라는 말이 무슨 대단한 말이겠는가? 그것은 그저 사람이 법적 주체라는 말을 바꾸어 말한 것에 불과하지 않은가? - 누군가 이렇게 묻는다면 우리는 ‘옳다, 바로 그것이다!’ 하고 대답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때로는 주장 자체보다 그 이면의 근거가 더 중요하다.

 

“일체의 법과 권리는 모든 개별적인 인간 속에 내재하는 윤리적 자유 때문에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인격이나 법적주체의 근원적 개념은 인간의 개념과 합치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저 두 개념의 이 근원적인 동일성은 다음과 같은 공식으로 표현된다. 모든 개별적 인간이 그리고 오직 개별적 인간만이 법적능력을 지닌다.”

 

칸트와 그 이후의 독일 관념론 철학에서 인격을 단순히 생물학적 의미에서 인간이 아니라 자유의 능력을 지닌 윤리적 주체를 의미한다. 물론 적어도 땅 위에서는 인간만이 그런 윤리적 주체이다. 이런 의미에서 사비니가 말하듯이 인격과 인간이라는 두 개념은 같은 개념으로 사용되어도 무방하다. 여기서 ‘인간’이란 일반 개념으로서의 인류가 아니라 개별적인 인간이다. 왜냐하면 자유와 주체성은 ‘나는 남이 아닌 나’라는 자기동일성을 의식하는 개별적 인간에게서만 본래적으로 실현되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사비니는 오직 개별적 인간만이 법적 능력을 지닌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런데 인격적 존재로서 인간의 본질이 오로지 자유의 능력에 존립한다는 사실이 사비니에게는 법적능력(Rechtsfahigkeit)을 제한할 수도 있고 확장할 수도 있는 근거가 된다.

 

“그런데 실정법에서는 이 근원적인 인격의 개념이 제한과 확장이라는 두 가지 방식으로, 앞의 공식 속에 이미 내재해 있는 변형을 겪게 된다. 즉 첫째로 많은 개별적 인간들에게 법적능력이 전적으로 또는 부분적으로 거부될 수 있다. 둘째로 법적인 능력이 개별적 인간 외부의 어떤 것으로 이전될 수도 있다. 그리하여 어떤 법적인 인격이 인위적으로 형성될 수 있는 것이다.”

 

여기서 사비니는 법적 능력의 제한과 확장을 말하면서 이 변형이 “오직 개별적 인간만이 법적능력을 지닌다”는 앞의 공식 속에 이미 내재해 있었다고 말한다. 그 까닭은 자유의 능력이 개별적 인간의 생물학적 능력은 아니기 때문이다. 생물학적 존재로서 개별적 인간은 자유의 능력을 얼마든지 결여하고 있을 수 있으므로, 그런 인간에겐 법적능력이 부분적으로 또는 전적으로 거부되는 것이 합당하다. 마찬가지 이유에서 만약 우리가 자유의 능력을 개별적 인간의 범위를 넘어 사람들의 집단이나 사물적 존재에도 인정할 수 있다면, 그런 것들에게도 법적능력을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법적능력을 부여받은 존재가 바로 법적 인격 즉 법인이다. 물론 여기서 우리는 철학자가 아니라 법학자의 글을 읽고 있으니, 그가 말하는 법적능력이란 다른 무엇보다 법적인 권리능력과 법적으로 책임질 수 있는 능력이다. 그런 한에서 개인적 인간 외부의 공동체도 자유와 권리 그리고 책임의 주체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어떤 의미에서 개인 외부의 존재가 그런 법적 권리와 책임의 주체일 수 있겠는가? 다시 말해 어떤 공동체가 법적 인격을 부여받을 수 있는가? 이 물음에 대해 사비니는 법인의 발생 영역을 공법이 아니라 민법에 한정시키면서, 보다 구체적으로 그것이 재산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것이라 규정했다. 그리하여 엄밀하게 말하자면 법인이란 “재산능력이 있다고 인위적으로 상정된 주체(ein des Vermogens fahiges kunstlich angenommenes Subject)”라고 규정된다. 물론 이 말은 법인의 모든 실질적 목적이 전적으로 재산관계에 한정된다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사비니는 재산의 보존이나 증식 외에 다른 것이 법인의 목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러나 그 목적이 무엇이든 법인은 오직 재산능력의 주체인 한에서 법적능력의 주체일 수도 있으므로 사비니는 법학자의 입장에서 다른 모든 목적은 도외시해도 좋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이렇게 하여 사비니는 산업혁명의 한 복판에서 절실하게 요구되던 주식회사를 위한 법학적 기초를 제공했다. 다시 말해 사비니는 재산능력에 기초한 어떤 단체가 그 단체에 관계하는 구성원들과 무관하게 자립적인 법적 권리주체로서 인정받을 수 있는 가능성을 확립했던 것이다. 이 가능성이 법적으로 확립되지 않는다면 주식회사는 온전히 기능할 수 없다. 왜냐하면 이미 법인의 개념이 확립되기 전에 생겨난 주식회사는 처음부터 투자자들이나 경영자 개인이 회사의 부채에 대해 유한한 책임을 지는 회사엿던 까닭에 만약 회사가 자립적인 법적 주체로서 기능할 수 없다면,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는 회사와 계약을 해결한다거나 그 계약에 위반되는 일이 벌어졌을 때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에 누구를 상대로 그런 일을 해야 할지 알 수 없게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법인의 개념이 법적으로 확립됨으로써 이제 사람들은 주식회사 법인 그 자체를 법적인 주체로 상업적인 거래를 하는 것은 물론 일체의 법적 관계도 맺을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주식회사를 전형적 법인이라 부르는 것은 단순히 그것이 외부적인 법적 관계에서 권리주체가 됙 때문만은 아니다. 주식회사의 법인적 성격은 보다 중요한 다른 의미를 가지는데, 그것은 주식회사가 그 내부적 소유관계에서 볼 때 누구에게도 속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좀바르트(W. Sombart)가 말했듯이, “누구도 그 기업이 이 사람 또는 이 사람들에게 속한다고 말할 수 없다는 사실이야말로 주식회사의 본질에 속하는 것이다.” 어떤 인격도 다른 사람의 소유물일 수 없다는 사정은 법적 인격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주식회사가 법적 인격이라면 그것은 자연인의 인격과 마찬가지로 다른 사람에게 귀속하는 소유물일 수 없고 오직 자기가 자기의 주인일 수 있을 뿐이다. 이런 의미에서 주식회사는 독립된 법인격을 보유한다. 그리고 법인으로서 그것은 자립적이고 확장된 인격체로 간주되는 만큼, 또한 동시에 자유로운 인격체로 간주되는 것이다. 그리하여 주식회사는 개인의 자유로운 능력이 확장되어 실현된 단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그 자유가 하필이면 재산능력에 기초하고 있다는 것이야말로 주식회사의 본질 속에 내재하고 있는 동요의 근원이다. 그러나 이것이 어떻든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주식회사가 자유로운 인격체로 간주된다는 것은 그것이 자기 이외에 다른 주인을 갖지 않는다는 것과 같은 뜻이라는 사실이다.

 

법적 권리주체인 자연인에게 자기 이외의 다른 주인이 있다면 불합리한 일이듯이, 법적으로 인격이라고 인정되는 주식회사의 경우에도 회사법인 외부에 다른 주인이 있다면 이것 역시 불합리한 일이다. 이런 의미에서 주식회사에는 주인이 있을 수 없다. 그것인 자기가 자기의 주인인 회사인 것이다. 

 

▶ 김상봉 전남대학교 철학과 교수 저술『기업은 누구의 것인가』꾸리에 편찬(2012년 출판)133쪽~18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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