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에서 조선일보를 보는 시민을 보면 안쓰럽다. 조선일보에는 지하철을 타는 서민을 위한 기사는 없다. 조선일보는 친일파·독재권력·수구정치세력·재벌의 기득권만을 대변하려는 것 같다. 어떤 사안이라도 그들을 위한 ‘깔때기’ 기사가 나온다.
이명박 행정부가 들어서고 조선일보의 힘은 더욱 막강해졌다. 조선일보는 사람을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사건을 자기편에 유리한 쪽으로 몰고 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그런 경우가 셀 수도 없다. 팟캐스트『나는 꼼수다』를 괴담의 진원지라고 기사화하면서 신뢰도를 떨어뜨리려는 것도 이런 방법의 일환이다. 정작 괴담의 진원지는 조선일보가 아닌가?
전부터 나는 조선일보라는 신문사를 꼼꼼하게 취재하고 있었다. 디테일이야말로 진짜 본질로 이끄는 나침반이다.
① 이것이 팩트다:조선일보의 대한민국
‘나꼼수’ 공습
2012년 1월 11일 ‘나꼼수’에 대한 공습이 시작됐다. 그 첫 포문은 조선일보가 열었다.「“정봉주 옥중편지, 검열 걸려 못 나온다” 나꼼수의 거짓말」이라는 기사에 내 사진이 등장했다. 내가 중요한 사람도 아니고, 내용도 별거 아닌데, 무려 조선일보에서.
이 기사가 문제 삼은 건 시사IN 기자들이 돌아가면서 쓰는 개인적인 취재 뒷얘기 ‘기자의 프리스타일’에 실은 내 글이었다. 정봉주가 감옥에서 부인을 통해 보낸 편지를 보고 울컥했다는 거였다. 원래는 정봉주가 감옥에서 부인, ‘정봉주와 미래권력들(이하 미권스)’(정봉주 전 국회의원의 인터넷 팬클럽), ‘나꼼수’ 이렇게 셋에게 각각 1통씩 총 3통을 썼는데, 나꼼수와 미권스에게 쓴 편지는 검열을 받아서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그런데 부인에게 보낸 편지에서 나꼼수 삼인방한테 고맙다고 사랑한다고 전해달라는 내용이 있었다. 티격태격하며 싸우다 보니 정들었고 보고 싶고, 막상 감옥에 들어가니까 짠했다. 미안하고 사랑한다고 썼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거짓말이라는 거다.
나랑 특별한 관계인 사람이 억울하게 감옥에 갇히게 되면서, ‘미안하다’ ‘사랑한다’는 얘기를 쓴 게 거짓말이라니. 정봉주는 우리 멤버였고, 나꼼수가 아니었으면 감옥에 가지 않았을 것이다. 순서상으로 내가 가장 먼저 감옥에 갈 줄 알았는데 먼저 간 거라서 괜히 미안했다. 내가 사랑한다는데, 내 마음이 이렇다는데, 내 마음을 알 리 없는 기자가 내 감정을 두고 거짓말이란다. 게다가 그걸 기사로 썼다.
그리고 나꼼수 멤버들에게 보내진 편지는 검열된다. 우리는 그걸 알면서도 구치소에 문제 삼지 않았다. 정봉주가 구치소에서 불편해질까봐. 사실 별 내용도 아닐 게 뻔하니까. 원래 정봉주의 말은 내용이 없다. 그런데 조선일보 기사는, 정봉주가 들어가기 전에 써놓은 편지인데 이제 받은 척한다는 거였다. 정봉주가 미리 뭔가 준비하고 편지까지 써놨을 리가 없다. 만날 붙어 있는데 남자끼리 무슨 편지를 주고받는단 건가? 이런 걸 다 떠나서 내가 편지를 받았고 가지고 있다는데, 여기에 의혹을 품고 기사를 쓴다면 나한테 먼저 확인했어야 한다.
이런 내용은 가치가 없어서 기삿거리가 안 된다. 우리 회사 후배가 이런 걸 기사 아이템으로 들이밀었다간 내가 무슨 일을 벌일지 상상하기 두렵다. 나뿐만 아니라 모든 언론사에서 그랬을 것이다. “야, 이 새끼야! 지면(紙面) 안 아깝냐?” 이건 절대 나갈 수 없는 기사다. 이 기사 후에도 며칠 간격으로「“성(性) 농담 계속하겠다”(‘나꼼수’ 멤버 김어준)……자칭 ‘잡놈’들 전성시대」·「욕설·비아냥·성희롱……권력이 된 나꼼수, 자기 덫에 걸렸나」와 같은 흠집 내기 기사를 꾸준히 싣고 있다.
지난 1월 11일을 다시 주목해보자. 그날 시간차를 두고 ‘주진우 학력위조’, ‘나꼼수 비즈니스 석’, ‘공지영 샤넬 백’이 모두 쏟아져 나왔다. 그날 포털사이트 ‘네이버’는 내 프로필을 고졸로 수정했다. 어느 시점부터 네이버에 주진우 대학 안 나왔는데 왜 나왔다고 써놓느냐고 항의가 빗발쳤단다. ‘타진요(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 운영자 왓비컴즈는 사과하지 않으면 인생살이가 험난할 것이라고 협박까지 했다. 내 인생이 여기서 어떻게 더 험난해질 수 있나? 인터넷 검색 한 번으로 확인될 사실치고는 너무 시끄러웠다. 그래서 이 ‘옥중 편지’ 건에 대해서 대응하지 않기로 했다. 언론이라야, 기자라야, 뭘 물어보면 대답도 하고 인터뷰도 하지. 쓰레기는 청산의 대상이지 대화의 상대가 아니다.
조선일보의 팩트
2012년 1월, 조선일보는 1면에 ‘단독’이라며「김정남 “천안함, 북(北)의 필요로 이뤄진 것”」이라는 기사를 대서특필했다. 도쿄신문 편집위원하고 김정남하고 이메일 인터뷰를 했는데, 김정남이 천안함 사건은 북한 정권의 필요로 이뤄졌다고 시인했다는 것이다. 물론 전혀 사실이 아니다. 그 인터뷰 당사자가 천안함 얘기는 물어본 적도 없고,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그냥 소설을 써서 기사라고 내놓았는데 그 이메일 인터뷰 전체를 공개한 책이 나와서 거짓말이 밝혀지게 된 거다. 파장은 있는 대로 키워놓고, 사과는 안 한다. 원래 조선일보 기자들은 사실 여부는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이런 식의 날조 기사를 통해 자기들이 원하는 프레임을 만들고 그 속에서 여론을 몰고 가는 게 조선일보의 생존 수법이다.
그래서 10년 전부터 나는 조선일보를 ‘깔때기’라고 했다. 결국 모든 결론이 북한이고, 모든 미스터리한 일은 북한에서 밀파한 간첩들 소행이다. 잘못된 일은 모두 김대중·노무현 정권 때문이다. 어떤 현상이 벌어지든 결론은 정해져 있다. 그들은 팩트를 보도하는 게 아니라, 자기가 원하는 것을 기사로 만든다.
이런 출세가 자랑스럽다?
나는 조선일보사(朝鮮日報社)에 왕족과 사원은 있지만 기자는 없다고 생각한다. 조선일보사가 편찬한『조선일보 사람들』이란 책이 있다. ‘출세’한 조선일보 출신을 정리해놓았다. 각종 비리와 구설수에 오른 사람들이 대부분임에도 조선일보의 자랑스러운 역사라고 당당히 박아놓았다. 어떤 기자는 골프가 취재를 위해 필요하다고 2, 3년간 골프에 빠져서 살다 보니 선수급이 됐다고 한다. 이게 자랑거리인가? 그럼 2, 3년 동안 취재하고 기사 쓰는 일은 접었단 말인가? 휴직 중이었나? 대우에 출입하다가 대우에 취직해서 사장까지 됐다는 경제부 기자도 ‘자랑스러운 역사’에 담겼다. 그건 잘한 게 아니라 나쁜 거다. 정치부 출입하던 기자가 정치인이 됐다. 이런 게 어떻게 자랑거리인가? 물론 정치를 할 수는 있다. 그런데 한나라당 출입기자가 기사 쓰다가 바로 한나라당에 가면, 그동안 한나라당 기사를 어떻게 썼다는 건가? 대우 출입기자가 대우 간부로 간다면, 그동안 대우(大宇)를 얼마나 대우(待遇)하는 기사를 썼다는 건가? 조선일보가 훌륭한 이유가 직원들의 숨은 재능을 발휘하게 해주고 이직을 장려해서란 말인가?
조선일보 기자들은 유독 정치판으로 많이 간다. 거의 대부분이 한나라당에서 활약했다. 먼저 최구식 국회의원. 작년 10·26 부정선거의 주역이다. 창의적이다. 여당 의원이 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를 공격하다니. 그는 20대 철없는 비서의 단독범행으로 몰고 가고 있지만 배후가 있다는 건 삼척동자도 다 안다. ‘주물○○’·‘더듬□□’ C의원. 문화부 기자 시절 신정아 씨를 엄청 띄워주는 기사를 쓰고는 성추행했다고 한다. 그러다 신정아 씨 자서전에서 창피를 당했다. 김효재 전 청와대 정무수석. 10·26 부정선거 건으로 조현오 경찰청장과 상의를 했던 당사자. 박희태 국회의장 돈봉투 사건의 주역으로 활약했다.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도 있다. 그는 SLS의 이국철 회장으로부터 법인카드를 받아 1억 3백만여원을 사용한 혐의 등으로 구속됐다. 그전에 차량 지원을 받기도 했다. 조선일보 다닐 때 SLS중공업에 우호적 기사를 써주고, 현금 3천만원을 받았다. 스케일이 크다. 대통령선거 경선 때부터 신재민 전 차관이 SLS로부터 가져간 돈은 10억원에 이른다고 이국철 회장은 전했다. 신 전 차관은 “호의로 받았다”라고 한다. 조선일보 출신 인사들은 이런 능력을 어디서 배웠을까?
괜한 두려움
조선일보의 힘은 개인의 욕망과 맞물리는 지점에서 나온다. 삼성처럼. 대부분 조선일보를 욕하면서도 잘 보이고 싶어 한다. 지식인들이 특히 그러한데 조선일보에 나오면 대우받고 출세했다고 생각한다. 원고료도 다른 신문사보다 높아서인지 평소에 뭔가 잘 보이면 도움이 될 거라 여긴다.
또 막연한 두려움이 있다. 내가 조선일보 90주년 생일선물로 기사를 하나 쓰려고 했는데 내부에서 별로 안 좋아했다. 굳이 거기하고 싸워야 하나? 저놈들이 힘이 센데 혹시 해코지하지는 않을까 하는 막연한 두려움. 사실 해코지, 없다. 할 수 있는 거, 별로 없다. 조선일보가 괴롭혀봤자 별거 아니다. 전 사원이 다 쪽박 찰 일도 없고 손해는 그냥 좀 감수하면 된다. 조선일보에 기사 안 나가고, 인터뷰 안 해도 영향 미치는 거 별로 없다. 그런데 그 조금의 손해를 사람들은 크게 생각한다. 엄청 잘먹고 잘살겠다고 이를 악물었다면 모를까, 조선일보에게 받을 것도 없고 빼앗길 것도 없다.
우리가 조선일보를 대하는 태도는 전형적인 권력에 대한 두려움이다. 삼성의 이건희 회장이 나와서 “경제가 좋아질 것이다” 그러면 뭔가 생길 것 같지만 이건희 회장이 나한테 주는 것은 없다. 오히려 내가 이건희 회장의 삼성 갤럭시를 팔아주는 것이다. 옆 동네 건달이 힘이 세면 그 동네가 잘나가는 것 같아서 괜히 주늑 들고 그런 거다. 피해도 이익도 실체가 없다.
지금까지 사람들은 조선일보 기사가 문제가 있더라도 혹시나 불편해질까 봐 웬만하면 모른 척했지만 앞으로 그럴 필요가 없다. 내가 책에 조선일보 때리는 내용을 세게 넣는데 출판사가 가려준다며 뺀다면 그건 잘하는 게 아니다. 오히려 더 세게 나가야 조선일보가 잘한다. 이걸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바로 이게 조선일보의 힘이다. 괜한 공포.
장자연 자살 사건
#1
장자연 씨의 매니저 유장호 씨를 만났다. 그 일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정작 장 씨가 유서에 분명하게 지목한 ‘조선일보 사장’은 아직 경찰 조사를 받지 않았는데. 경찰 높은 사람한테 따졌다.
“왜 수사를 안 해요? 그리고 왜 나를 조사하는 거예요?”
“음……그래도 이렇게 됐으니 해주셔야겠습니다.”
“아니, 조선일보의 방상훈 사장은 조사했나요?”
“안 했죠.”
“방 사장은 안 하고 저만 수사하는 게 말이 돼요?”
“말은 안 돼죠. 그래도……좀 도와주세요.”
#2
‘조선일보 사장’은 수사 발표 하루 전날 조사를 받았다. 그것도 딱 한 번. 35분만에. 이름과 주소만 써도 30분인데 35분에 무슨 조사를 하나? 무슨 수로 조서 11장을 끝내나? 뭘 했다는 건지 알 수 없다. 경찰이 친절하게 문답도 알라서 다 써오고 ‘조선일보 사장’은 사인만 한 거다. 미친 수사력이다.
한 젊은 여자 연예인이 죽어가며 말을 남겼는데 사람들은 못 들은 척한다. 개인적 억울함뿐 아니라 범죄행위가 있다는데 경찰은 변죽만 울리기로 작정한 듯 보였다. 당시 ‘장자연 리스트’ 수사 지휘를 한 경기경찰청장이 바로 조현오 경찰청장이다.
조선일보 90주년 생일상
나는 세상에 내보내지는 않았지만 2010년, 조선일보 탄생 90년을 맞아 19페이지짜리 생일상을 차렸었다. 제목은 ‘조선일보공화국(朝鮮日報共和國)’이었다. 목차는 대략 이랬다.
-조선일보는 과연 1등 신문인가?
매출액과 수익은 1위. 그러나 신뢰도와 기사 정확도 꼴찌 수준.
조선일보는 군사 독재 시절 어떻게 1위에 올랐나?
-조선일보 매출액, 이익 등 각종 지표와 기자들의 연봉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 인터뷰 추진(안 해줄 경우 조선일보 측에 원고 청탁 예정)
-조선일보와 정치권력의 관계(강영구 서울대학교 교수, 강준만 전북대학교 교수)
-조선일보는 정치인 양성소
-장자연이 불붙인 조선일보 지분 전쟁
-방우영 명예회장과 방상훈 사장의 지분 소송
-지분 소송 벌이는 방일영 회장의 후처 인터뷰
-조선일보의 오보·패소 퍼레이드
-법 위에 군림하는 조선일보와 사주들
-조선일보 출신 정치인은 왜 쓰레기가 많은가?
-재개발 사업의 최대 수혜주 조선일보
-조선일보 인턴기자는 왜 섹스 기사에 탐닉하나?
내게 있어 조선일보는 숙제여서 꼭 한번 쓰고 싶은데 시국이 이런지라 너무 바쁘다. 그런데 때때로 ‘가카’를 향한 사랑을 잠깐 접고 후다닥 이 숙제를 마무리하고 싶은 마음이 불쑥불쑥 올라오곤 한다.
▶ 주진우《시사IN》기자 겸 인터넷 팟캐스트 라디오 시사토크《나는 꼼수다》고정 패널 저술『정통시사활극 주기자』「이것이 팩트다」〈제4장 언론, 우리는 진실의 일부만을 알 수 있을 뿐이다〉푸른숲 편찬(2012년 출판)
조선일보, 센 놈이 더 세지는가?
조선일보(朝鮮日報)가 언론인가? 아직도 답이 안 나온다.
지하철에서 조선일보를 보는 시민을 보면 안쓰럽다. 조선일보에는 지하철을 타는 서민을 위한 기사는 없다. 조선일보는 친일파·독재권력·수구정치세력·재벌의 기득권만을 대변하려는 것 같다. 어떤 사안이라도 그들을 위한 ‘깔때기’ 기사가 나온다.
이명박 행정부가 들어서고 조선일보의 힘은 더욱 막강해졌다. 조선일보는 사람을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사건을 자기편에 유리한 쪽으로 몰고 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그런 경우가 셀 수도 없다. 팟캐스트『나는 꼼수다』를 괴담의 진원지라고 기사화하면서 신뢰도를 떨어뜨리려는 것도 이런 방법의 일환이다. 정작 괴담의 진원지는 조선일보가 아닌가?
전부터 나는 조선일보라는 신문사를 꼼꼼하게 취재하고 있었다. 디테일이야말로 진짜 본질로 이끄는 나침반이다.
① 이것이 팩트다:조선일보의 대한민국
‘나꼼수’ 공습
2012년 1월 11일 ‘나꼼수’에 대한 공습이 시작됐다. 그 첫 포문은 조선일보가 열었다.「“정봉주 옥중편지, 검열 걸려 못 나온다” 나꼼수의 거짓말」이라는 기사에 내 사진이 등장했다. 내가 중요한 사람도 아니고, 내용도 별거 아닌데, 무려 조선일보에서.
이 기사가 문제 삼은 건 시사IN 기자들이 돌아가면서 쓰는 개인적인 취재 뒷얘기 ‘기자의 프리스타일’에 실은 내 글이었다. 정봉주가 감옥에서 부인을 통해 보낸 편지를 보고 울컥했다는 거였다. 원래는 정봉주가 감옥에서 부인, ‘정봉주와 미래권력들(이하 미권스)’(정봉주 전 국회의원의 인터넷 팬클럽), ‘나꼼수’ 이렇게 셋에게 각각 1통씩 총 3통을 썼는데, 나꼼수와 미권스에게 쓴 편지는 검열을 받아서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그런데 부인에게 보낸 편지에서 나꼼수 삼인방한테 고맙다고 사랑한다고 전해달라는 내용이 있었다. 티격태격하며 싸우다 보니 정들었고 보고 싶고, 막상 감옥에 들어가니까 짠했다. 미안하고 사랑한다고 썼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거짓말이라는 거다.
나랑 특별한 관계인 사람이 억울하게 감옥에 갇히게 되면서, ‘미안하다’ ‘사랑한다’는 얘기를 쓴 게 거짓말이라니. 정봉주는 우리 멤버였고, 나꼼수가 아니었으면 감옥에 가지 않았을 것이다. 순서상으로 내가 가장 먼저 감옥에 갈 줄 알았는데 먼저 간 거라서 괜히 미안했다. 내가 사랑한다는데, 내 마음이 이렇다는데, 내 마음을 알 리 없는 기자가 내 감정을 두고 거짓말이란다. 게다가 그걸 기사로 썼다.
그리고 나꼼수 멤버들에게 보내진 편지는 검열된다. 우리는 그걸 알면서도 구치소에 문제 삼지 않았다. 정봉주가 구치소에서 불편해질까봐. 사실 별 내용도 아닐 게 뻔하니까. 원래 정봉주의 말은 내용이 없다. 그런데 조선일보 기사는, 정봉주가 들어가기 전에 써놓은 편지인데 이제 받은 척한다는 거였다. 정봉주가 미리 뭔가 준비하고 편지까지 써놨을 리가 없다. 만날 붙어 있는데 남자끼리 무슨 편지를 주고받는단 건가? 이런 걸 다 떠나서 내가 편지를 받았고 가지고 있다는데, 여기에 의혹을 품고 기사를 쓴다면 나한테 먼저 확인했어야 한다.
이런 내용은 가치가 없어서 기삿거리가 안 된다. 우리 회사 후배가 이런 걸 기사 아이템으로 들이밀었다간 내가 무슨 일을 벌일지 상상하기 두렵다. 나뿐만 아니라 모든 언론사에서 그랬을 것이다. “야, 이 새끼야! 지면(紙面) 안 아깝냐?” 이건 절대 나갈 수 없는 기사다. 이 기사 후에도 며칠 간격으로「“성(性) 농담 계속하겠다”(‘나꼼수’ 멤버 김어준)……자칭 ‘잡놈’들 전성시대」·「욕설·비아냥·성희롱……권력이 된 나꼼수, 자기 덫에 걸렸나」와 같은 흠집 내기 기사를 꾸준히 싣고 있다.
지난 1월 11일을 다시 주목해보자. 그날 시간차를 두고 ‘주진우 학력위조’, ‘나꼼수 비즈니스 석’, ‘공지영 샤넬 백’이 모두 쏟아져 나왔다. 그날 포털사이트 ‘네이버’는 내 프로필을 고졸로 수정했다. 어느 시점부터 네이버에 주진우 대학 안 나왔는데 왜 나왔다고 써놓느냐고 항의가 빗발쳤단다. ‘타진요(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 운영자 왓비컴즈는 사과하지 않으면 인생살이가 험난할 것이라고 협박까지 했다. 내 인생이 여기서 어떻게 더 험난해질 수 있나? 인터넷 검색 한 번으로 확인될 사실치고는 너무 시끄러웠다. 그래서 이 ‘옥중 편지’ 건에 대해서 대응하지 않기로 했다. 언론이라야, 기자라야, 뭘 물어보면 대답도 하고 인터뷰도 하지. 쓰레기는 청산의 대상이지 대화의 상대가 아니다.
조선일보의 팩트
2012년 1월, 조선일보는 1면에 ‘단독’이라며「김정남 “천안함, 북(北)의 필요로 이뤄진 것”」이라는 기사를 대서특필했다. 도쿄신문 편집위원하고 김정남하고 이메일 인터뷰를 했는데, 김정남이 천안함 사건은 북한 정권의 필요로 이뤄졌다고 시인했다는 것이다. 물론 전혀 사실이 아니다. 그 인터뷰 당사자가 천안함 얘기는 물어본 적도 없고,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그냥 소설을 써서 기사라고 내놓았는데 그 이메일 인터뷰 전체를 공개한 책이 나와서 거짓말이 밝혀지게 된 거다. 파장은 있는 대로 키워놓고, 사과는 안 한다. 원래 조선일보 기자들은 사실 여부는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이런 식의 날조 기사를 통해 자기들이 원하는 프레임을 만들고 그 속에서 여론을 몰고 가는 게 조선일보의 생존 수법이다.
그래서 10년 전부터 나는 조선일보를 ‘깔때기’라고 했다. 결국 모든 결론이 북한이고, 모든 미스터리한 일은 북한에서 밀파한 간첩들 소행이다. 잘못된 일은 모두 김대중·노무현 정권 때문이다. 어떤 현상이 벌어지든 결론은 정해져 있다. 그들은 팩트를 보도하는 게 아니라, 자기가 원하는 것을 기사로 만든다.
이런 출세가 자랑스럽다?
나는 조선일보사(朝鮮日報社)에 왕족과 사원은 있지만 기자는 없다고 생각한다. 조선일보사가 편찬한『조선일보 사람들』이란 책이 있다. ‘출세’한 조선일보 출신을 정리해놓았다. 각종 비리와 구설수에 오른 사람들이 대부분임에도 조선일보의 자랑스러운 역사라고 당당히 박아놓았다. 어떤 기자는 골프가 취재를 위해 필요하다고 2, 3년간 골프에 빠져서 살다 보니 선수급이 됐다고 한다. 이게 자랑거리인가? 그럼 2, 3년 동안 취재하고 기사 쓰는 일은 접었단 말인가? 휴직 중이었나? 대우에 출입하다가 대우에 취직해서 사장까지 됐다는 경제부 기자도 ‘자랑스러운 역사’에 담겼다. 그건 잘한 게 아니라 나쁜 거다. 정치부 출입하던 기자가 정치인이 됐다. 이런 게 어떻게 자랑거리인가? 물론 정치를 할 수는 있다. 그런데 한나라당 출입기자가 기사 쓰다가 바로 한나라당에 가면, 그동안 한나라당 기사를 어떻게 썼다는 건가? 대우 출입기자가 대우 간부로 간다면, 그동안 대우(大宇)를 얼마나 대우(待遇)하는 기사를 썼다는 건가? 조선일보가 훌륭한 이유가 직원들의 숨은 재능을 발휘하게 해주고 이직을 장려해서란 말인가?
조선일보 기자들은 유독 정치판으로 많이 간다. 거의 대부분이 한나라당에서 활약했다. 먼저 최구식 국회의원. 작년 10·26 부정선거의 주역이다. 창의적이다. 여당 의원이 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를 공격하다니. 그는 20대 철없는 비서의 단독범행으로 몰고 가고 있지만 배후가 있다는 건 삼척동자도 다 안다. ‘주물○○’·‘더듬□□’ C의원. 문화부 기자 시절 신정아 씨를 엄청 띄워주는 기사를 쓰고는 성추행했다고 한다. 그러다 신정아 씨 자서전에서 창피를 당했다. 김효재 전 청와대 정무수석. 10·26 부정선거 건으로 조현오 경찰청장과 상의를 했던 당사자. 박희태 국회의장 돈봉투 사건의 주역으로 활약했다.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도 있다. 그는 SLS의 이국철 회장으로부터 법인카드를 받아 1억 3백만여원을 사용한 혐의 등으로 구속됐다. 그전에 차량 지원을 받기도 했다. 조선일보 다닐 때 SLS중공업에 우호적 기사를 써주고, 현금 3천만원을 받았다. 스케일이 크다. 대통령선거 경선 때부터 신재민 전 차관이 SLS로부터 가져간 돈은 10억원에 이른다고 이국철 회장은 전했다. 신 전 차관은 “호의로 받았다”라고 한다. 조선일보 출신 인사들은 이런 능력을 어디서 배웠을까?
괜한 두려움
조선일보의 힘은 개인의 욕망과 맞물리는 지점에서 나온다. 삼성처럼. 대부분 조선일보를 욕하면서도 잘 보이고 싶어 한다. 지식인들이 특히 그러한데 조선일보에 나오면 대우받고 출세했다고 생각한다. 원고료도 다른 신문사보다 높아서인지 평소에 뭔가 잘 보이면 도움이 될 거라 여긴다.
또 막연한 두려움이 있다. 내가 조선일보 90주년 생일선물로 기사를 하나 쓰려고 했는데 내부에서 별로 안 좋아했다. 굳이 거기하고 싸워야 하나? 저놈들이 힘이 센데 혹시 해코지하지는 않을까 하는 막연한 두려움. 사실 해코지, 없다. 할 수 있는 거, 별로 없다. 조선일보가 괴롭혀봤자 별거 아니다. 전 사원이 다 쪽박 찰 일도 없고 손해는 그냥 좀 감수하면 된다. 조선일보에 기사 안 나가고, 인터뷰 안 해도 영향 미치는 거 별로 없다. 그런데 그 조금의 손해를 사람들은 크게 생각한다. 엄청 잘먹고 잘살겠다고 이를 악물었다면 모를까, 조선일보에게 받을 것도 없고 빼앗길 것도 없다.
우리가 조선일보를 대하는 태도는 전형적인 권력에 대한 두려움이다. 삼성의 이건희 회장이 나와서 “경제가 좋아질 것이다” 그러면 뭔가 생길 것 같지만 이건희 회장이 나한테 주는 것은 없다. 오히려 내가 이건희 회장의 삼성 갤럭시를 팔아주는 것이다. 옆 동네 건달이 힘이 세면 그 동네가 잘나가는 것 같아서 괜히 주늑 들고 그런 거다. 피해도 이익도 실체가 없다.
지금까지 사람들은 조선일보 기사가 문제가 있더라도 혹시나 불편해질까 봐 웬만하면 모른 척했지만 앞으로 그럴 필요가 없다. 내가 책에 조선일보 때리는 내용을 세게 넣는데 출판사가 가려준다며 뺀다면 그건 잘하는 게 아니다. 오히려 더 세게 나가야 조선일보가 잘한다. 이걸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바로 이게 조선일보의 힘이다. 괜한 공포.
장자연 자살 사건
#1
장자연 씨의 매니저 유장호 씨를 만났다. 그 일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정작 장 씨가 유서에 분명하게 지목한 ‘조선일보 사장’은 아직 경찰 조사를 받지 않았는데. 경찰 높은 사람한테 따졌다.
“왜 수사를 안 해요? 그리고 왜 나를 조사하는 거예요?”
“음……그래도 이렇게 됐으니 해주셔야겠습니다.”
“아니, 조선일보의 방상훈 사장은 조사했나요?”
“안 했죠.”
“방 사장은 안 하고 저만 수사하는 게 말이 돼요?”
“말은 안 돼죠. 그래도……좀 도와주세요.”
#2
‘조선일보 사장’은 수사 발표 하루 전날 조사를 받았다. 그것도 딱 한 번. 35분만에. 이름과 주소만 써도 30분인데 35분에 무슨 조사를 하나? 무슨 수로 조서 11장을 끝내나? 뭘 했다는 건지 알 수 없다. 경찰이 친절하게 문답도 알라서 다 써오고 ‘조선일보 사장’은 사인만 한 거다. 미친 수사력이다.
한 젊은 여자 연예인이 죽어가며 말을 남겼는데 사람들은 못 들은 척한다. 개인적 억울함뿐 아니라 범죄행위가 있다는데 경찰은 변죽만 울리기로 작정한 듯 보였다. 당시 ‘장자연 리스트’ 수사 지휘를 한 경기경찰청장이 바로 조현오 경찰청장이다.
조선일보 90주년 생일상
나는 세상에 내보내지는 않았지만 2010년, 조선일보 탄생 90년을 맞아 19페이지짜리 생일상을 차렸었다. 제목은 ‘조선일보공화국(朝鮮日報共和國)’이었다. 목차는 대략 이랬다.
-조선일보는 과연 1등 신문인가?
매출액과 수익은 1위. 그러나 신뢰도와 기사 정확도 꼴찌 수준.
조선일보는 군사 독재 시절 어떻게 1위에 올랐나?
-조선일보 매출액, 이익 등 각종 지표와 기자들의 연봉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 인터뷰 추진(안 해줄 경우 조선일보 측에 원고 청탁 예정)
-조선일보와 정치권력의 관계(강영구 서울대학교 교수, 강준만 전북대학교 교수)
-조선일보는 정치인 양성소
-장자연이 불붙인 조선일보 지분 전쟁
-방우영 명예회장과 방상훈 사장의 지분 소송
-지분 소송 벌이는 방일영 회장의 후처 인터뷰
-조선일보의 오보·패소 퍼레이드
-법 위에 군림하는 조선일보와 사주들
-조선일보 출신 정치인은 왜 쓰레기가 많은가?
-재개발 사업의 최대 수혜주 조선일보
-조선일보 인턴기자는 왜 섹스 기사에 탐닉하나?
내게 있어 조선일보는 숙제여서 꼭 한번 쓰고 싶은데 시국이 이런지라 너무 바쁘다. 그런데 때때로 ‘가카’를 향한 사랑을 잠깐 접고 후다닥 이 숙제를 마무리하고 싶은 마음이 불쑥불쑥 올라오곤 한다.
▶ 주진우《시사IN》기자 겸 인터넷 팟캐스트 라디오 시사토크《나는 꼼수다》고정 패널 저술『정통시사활극 주기자』「이것이 팩트다」〈제4장 언론, 우리는 진실의 일부만을 알 수 있을 뿐이다〉푸른숲 편찬(2012년 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