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알려야하는 일들1

THEILA2012.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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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칭은 모두 익명으로 한다. 하지만 글에 등장하는 상황과 대화 내용은 틀림없는 사실임을 밝힌다.]

 

 

그가 어딘가에서 쫓겨날 신세가된 어느 화창한 아침이었다.

가슴속에 후회 따윈 남지 않았다.

어차피 이런 일들이 처음은 아니었다.

그의 정상적인 인생이 끝나던, 바로 그 날, 그 순간부터.

이런 모든 사람의 마음이 인간관계라는 것의 근본적 답이면,

다 끝내 버리는 것이

훨씬 아름답다 생각했다.

다신, 형과 동생 따위는 만들지도,

아니, 만들 수도 없다는걸

약속해도 절대 변하지 않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는걸

뼈가 저릴 만큼 느끼며 어디로든 가야하는 아침이었다.

그래도 그에게 모든 걸 진실 되게 말해주던

기타를 치던 동생 한명과

드럼을 치던 멋진 드럼보이가 한명 있었다.

꼭, 이 두 사람은 정말 성공해

세상 속에 큰 이름값을 떨치길 기원한다.

그가 떠나는 길에

그래도 그에게 작별을 해주던 사람들이 있었다.

항상 인정받고 세련된 사람들과 앙상블 팀을 했지만

그와 단둘이 있는 사석에선 친했던,

그곳에선 같이 팀을 한 적은 없었지만 항상 듬직하고

어른스럽게 그를 대해주던, 격투기를 했다고 말하던,

그가 힘이 약한걸 다 알면서도 그가 쎈척하면 받아주던,

베이스를 연주하던

덩치 큰 청년과 마지막 대화를 하며

작별을 하던 찰나,

드럼을 친다던 형 한명이 다가왔다.

항상 스틱으로 손짓과 신호를 하는 분이였는데

얼굴이 잘생기고 깔끔하고 차분한 인상의 사람이였다.

평상시 가끔 대화를 나눌 땐 항상 그를 소탈하게 대해 주었다.

떠나는 그에게 있는 사연을 다 알고 있는 듯한 눈빛으로

잘 지내고 건강하란 말을 해주었다.

어디까지나 그의 느낌이었지만.

사실 이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와는 남이거나 그를 외면했다.

이런 상황에 처한 사람에게 인사 한마디라도 건낸다는 건

마음이 없으면 참 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렇게 따듯한 말들을 해주며 꼭 다시 보자는 말을 했다.

그는 생각했다.

만일 다시 돌아온다면 이분과는 그 어떤 일도

절대 대립하지 않겠다.

아니, 이 순간의 감사함을 잊지 않고 꼭 보답하겠고.

잊지 않고.

그리고 떠났다.

그리고 6개월을 길거리를 떠돌았다.

연습한다고 거짓말을 했다.

차라리 처음부터 시작하는게 나을듯 해서.

이런 처지의 상황엔 아버지가 너무 두려워 집에도 갈 수 없었고,

학원 등록금의 일부를 도와주시던 큰형님의 원조도 끊어졌다.

새벽 밤의 신문배달 만으론 한계가 있었다.

친구 중에 원룸 건물을 자기 아버지 한테 받은 친구에게

부탁해서 작은 방 하나를 얻었다.

염치 없었지만 두 번 다신 냄새 나는 옥탑방도 지하실 방도

들어가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십대의 초반의 시간에 진절머리가 났으니까.

가끔 기타를 치는 동생과 전화 통화를 했다.

잘 지내고 있다고 모든게 좋다고.

일종의 넋두리일 뿐이였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그곳에 다시 돌아갔고

모든건 변해 있었다.

분위기도, 사람들의 모습도, 흐르는 기운, 전부 다.

안면이 있던 몇 명의 사람들이 그에게 인사를 해왔고

그중에는 추억거리가 좀 있는 사람들도 포함되어있었다.

매주 그곳의 월요일은 앙상블 수업이 있는 날이었다.

생각했다.

여기서 망신만 당하면 어떻게든

이곳과는 작별을 할 수 있다.

그의 초라한 바닥의 본래의 모습을 보이면 되는거다.

어차피 그가 원하던 건 음악은 아니었으니까.

처음부터 그는 아무것도 필요한게 없었다.

상관없었다.

그런 모습이 바로 그였으니까.

그의 순서가 됐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를 무시하듯 쳐다봤다.

그때 건반에 앉아 있던 한 청년은 뭐냐는 듯이 그를 쳐다봤다.

키가 크고 얼굴이 무척이나 핸섬한 청년이었다.

그가 전 기수에 있었을 때 모든 사람에게 공격적이던

모습을 기억하는 것이 이유일거다.

상관없다.

헌데 헤드부터 잘못 시작했다.

끝이 났다.

그런데 함성 소리가 들려왔다.

박수와 갈채와 함께.

도무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스스로 생각해도 형편없는 연주였다.

아니, 그건 연주도 아니었다.

그 박수와 갈채는

앞으로 벌어질 불행한 일들의 전주곡이었다.

그렇게 시간은 지나고 바쁜 나날이 다시 돌아왔다.

낯선 곳에서 안 좋은 소문은 가득한 상황에서

그는 모든 것과 맞서야 했다.

이미 어느 정도 고착화된 사회에 낯선 사람이 들어가게 되면

겪게되는 중압감이 그를 눌렀다.

하지만 오기라면 고교시절과 이십대의 초반에

그 끝을 본적이 있는 그였다.

허나 지난 기수처럼 배우는 사람이라서 못해도 좋은

상황이 아니었다. 이상하게.

왠지 남들보다 더 잘하지 못하면 무시를 당하는 분위기였다.

남들보다 자신이 아무것도 잘 할 수 없다는 걸 알았지만

하지만 상관없다.

한 두 명과의 약속으로 그는 그 자리에 있을 뿐이다.

끝내겠다는 다짐.

술잔을 서로에게 따르며 마주보며 웃던 그 약속.

아직은 따듯하게 그의 가슴에 남아있다.

그래서 시간이 전부 잊혀질 만큼 지나지 않았을 때

바로 거기로 돌아간 거니까.

하지만 시간은 지났다.

그리고 하루 하루가 갔다.

그런데 어느 날, 그와 친하게 지내는 건반을 치는 동생이

잘 알고 지낸다는 여학생 한명이 그가 연습할 때 다가왔다.

밤 열시 쯤 된 시간이었다.

그땐 학원생 대부분이 가고 없는 시간이다.

체격이 크고 눈이 큰 여학생이었다.

그는 본래 연습할 때 방해받는 걸 싫어했다.

아이러니 하게도 타인이 자기 소리를 듣는 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건반을 치는 남동생 한명과 친하다는

사실을 들은 적이 있다.

그는 그 남동생을 참 많이 믿고 의지했다.

그래서 칭찬을 해주는 그 여학생에게 고맙지만

 

[연습을 방해 받는 건 싫다]고 말했다.

 

바로 이게 그의 기억 속에 있는 분명한 첫 장면이다.

 

전 기수를 떠날 때 작별을 해주던 형과 그 여학생과,

이미 결혼을 했다던 어떤 키작은 여학생과

키가 큰 베이스를 연주하던 동료가 포함된 팀에서 함께

합주를 한번 한 일이 있었다.

그 전 날, "내일 합주 같이 하시죠?"라는 말을 한적이 있다.

대답도 거의 하지 않고 그 여학생은 그냥 사라졌다.

처음 보는 합주 인원에게 그가 언제나 했던 말이었다.

모든 사람들이 그에겐 그랬으니 뭐 그런가 보다 했다.

원래 그는 다른 연주자를 잘 칭찬 하지도 받지도 않는데

합주중에 그 형에겐 아부를 한 적이 있다.

그가 생각해도 낯이 뜨거운 아부였다.

후회하진 않는다.

보답하겠다고 마음을 먹었으니 말 한마디라도 더 잘 해야한다.

그리고 밤 시간에 연습을 할 때면 거의 매일을

그 여학생은 그에게 먼저 다가왔다.

그리고 수많은 칭찬을 해줬다.

사실 이해가 가지 않기 시작했다.

그에게 그렇게 먼저 다가와 일부러 칭찬을 해주는 여성은

무척이나 생소한 상대였다.

아니, 그런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그는 그런 말 신경 쓰는 사람은 아니었다.

사람의 마음은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신에게 칭찬을 해주는 사람에겐

칭찬을 해야한다고 배웠다.

그때부터 그 여학생의 소리와 모든 부분들을

아무생각 없이 그냥 칭찬했다.

자신에게 잘 해 주는 사람에겐 잘해줘야 한다.

아니면 처음부터 필요 없다고 하거나.

후자였지만,

계속되는 칭찬엔 보답을 하는게 예의였다.

철저한 외면을 배우기 전이였으니까.

그렇게 시간이 지나 아는 선생님과 동료들과 어울리며

즐거운 술자리가 이어지고

삶이 다시 원상복귀 되는 듯 했다.

5층 연습실에서 연습을 할 때면 그에게 다가와 말을 거는

그 여학생이 익숙해지게 될 쯤에

그는 생각했다.

외로움은 모두가 갖고 있는 거다.

자꾸만 내게 다가오는 사람에게 마음이 열리기 시작하지만

지금의 그는 너무나 혼란스럽다.

너무나 혼란스럽고 그는 지난날을 잊지 못했다.

지나간 시간들을 정리하지도 못했다.

 

아직도 스스로를 추스리지 못했다.

 

게다가 사랑했던 사람과 전혀 닮지도 않았다.

애시 당초 처음부터 바로 잡자.

그는 그 여학생을 불러 세웠다.

5층 피아노 실 이었을거다.

근데 왠지 그 순간에 그 여학생에게서

이전엔 느낄 수 없는 냉랭하고 쌀쌀한 느낌을 받았다.

뭔가 이상했다.

“무슨 얘기야 빨리 얘기해.”

[이 얘기는 중요한 얘기다. 확실하고 정확하게 말해야 한다.]

생각했다.

분명하게 이야기 하자.

이 얘기는 완벽한 맨 정신에 이루어졌던 대화다.

지금부터의 대화는 사실 그대로를 적는다.

 

[나에게 좋은 말을 해주고 칭찬해주고 좋은 모습으로

날 대해주는 너에게 고맙다.

젊은 사람이니까. 다가와주는 사람한테 마음이 가고 그러는건

당연하지만,

하지만, 난 아주 오래동안 사랑하던 사람이 있었다.

난 내 내면이 너무나 혼란스러워

["가능하면 난 너와 거리를 두고 싶다." 였다.]

지금 이 말은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정확한 내용임을 밝힌다.

정확하게 그의 내면 상태를 그 여학생에게 전달했다.

맨 정신에.

그 여학생의 대답은 짧았다.

“그럼 쌩까?”

바로 여기서 그의 첫 번째 실수가 있었다.

사실 마음속으론 바로 ‘그래’ 였다.

사람은 눈을 보면 서로를 알 수 있다는데

그 여학생도 그 순간엔 느꼈을거다.

기억 안나겠지만 그순간엔 말이다.

건반을 치는 남동생 한명이 마음에 걸려 주제넘는 넓은 오지랖에

그러진 말고 어느 정도 거리를 두자고 했다.

모질지 못한 그의 잘못이었다.

그러자 그 여학생이 그에게 했던 대답은

“인간관계를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마.”

였다.

어떤 콘트라 베이스를 연주하던 체격은 뚱뚱하고 사람 좋으시던 형님이 그에게

훗날에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 대학교수가 목표라고 하시던 분이다.

교수님 되시면 학생들이 앞으로 그분께 배울게 많을 것이다.

"넌 고백할 용기도 없는 놈이잖아. 그거 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