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만 여기 덩그라니 남았을까

KE2012.09.24
조회230

 분명 먼저 좋다고 한건 오빠였는데

 마음 흔들어놓은 건 오빠였는데

 

 엄청 믿음주는 사람이었는데

 

 처음에는 오빠가 작아보였는데

 오빠가 점점 커보이더니 내가 작아보이기 시작하고

 점점 떠날까 불안하고 그래서 보채기 시작했고 헤어지자 말실수에

 진짜로 오빠는 너무 차가워져버리고

 나는 오빠가 장난으로 화내도 어쩔 줄을 모르겠는데 정말로 머릿속이 하얘지고

 그날부터 마음편하게 잔날이 없었는데 그래도 이제는 조금은 살만한데

 그게 눈가리고 아웅이라서 미치겠어

 

 오빠랑 연락할 수 있으니까 가능한 거라서 미치겠어

 아직도 오빠가 여자랑 놀 거 생각하면 질투나고 화나고

 취직준비로 바쁠 거 알지만 사람이 틈틈이 다 시간나기 마련인데

 그 시간에 다른 사람 신경쓸 시간은 없어도 나한테 먼저 연락해줄 생각은 없고

 내게 미안하다고 한번 붙잡아주지 않는게 너무 미워

 

 사람마음인데 마음떠나는데 이유있겠냐만은

 내가 그동안 쌓아놓은 못된 짓들이 부메랑이 되서 내가 되돌아온거라고 하더라도

 나 혼자 여기 덩그라니 남아있는건 너무 괴롭고 잔인하다

 

 나는 오빠를 이만큼 좋아하는지도 몰랐어

 내 자신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넘치고 사람을 믿지를 못해서 내가 오빠를 이만큼이나 좋아하는지 몰랐다

 그랬으면 훨씬 잘해줬을텐데 훨씬 많이 웃고 즐거워하고 오빠 기쁘게 해주려고 노력했을텐데

 그냥 지나가는 사람 중 하나인줄로만 알았어

 

 왜 좋아하냐고 맨날 물었지

 이유를 대자면 끝도 없지

 근데 그게 내가 좋아하는 조건이 아니라 내가 제일 좋아하는 사람의 특징일 뿐이야

 사람이 사람좋아하는데 이유있어?

 나 그냥 오빠 자체가 좋아

 오빠 목소리가 좋고 오빠 말투가 좋고 귀엽게 어르는 것도 좋고

 오빠 품이 좋고 오빠 팔베개가 좋고 오빠랑 있는게 좋아

 오빠가 에스컬레이터 탈 때면 내 뒤에 서주는 것도 좋고 매번 내 옷차림 단속하고 있는 것도 좋아

 오빠가 내 뱃살만지던 것도 좋고 그토록 징징대는데 다 받아줘서 너무 고마웠어

 근데 잊으려고 하니까 너무 원망스러워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은데 오빠없이 돌아가는게 너무 힘들어서

 오빠랑 억지연락해가면서 스스로도 마음 속이면서 새로운 일상만들고 있다

 하고 싶던 일들 용기있게 해보기도 하면서

 

 원래 하던 일상, 해야만 하던 일상, 하고 싶던 일상.

 오빠가 없는 것만 빼면 너무 멋지고 즐거운 일상.

 오빠만 있으면 나 자면서도 웃을 수 있을 거 같은데 없네.

 

 가끔씩 자다가도 오빠가 없단 사실에 소스라치게 놀라서 깨서 엉엉 울고

 바보같이 오빠랑 아직 만나던 때를 꿈꾸면서 자면서도 웃고 있고

 그리고는 일어나서는 꿈인 걸 알면 가슴이 너무 아려서 또 울고 있고.

 

 만난 거 몇달 되지도 않는데 헤어져있는 시간이 더 길어져버렸는데

 헤어져서도 내가 오빠를 계속 놓지 못하고 연락하는 탓인지 혹은 연락을 받아주는 오빠탓인지

 여전히 나는 오빠가 그립고 너무 보고 싶다

 

 사실대로 말하면 진짜 너무 잊기싫어

 잊는 것조차 무서워서. 그 자연스러운 상황들이 싫어서 오빠랑 처음 만났던 거 했던 거 빼곡히 기록하고 헤어진 이후에도 우리 언제 만났는지도 기록하는 내 모습 깨달으면서 소름끼치게 싫은데도 도저히 오빠를 정리하고 싶지가 않아. 다 나보고 미련하다고 욕하는데도 나는 오빠랑 연락하고 오빠 목소리 들어야 겨우 진정돼

 

 사람은 사람으로 잊어야 된다고?

 나 도저히 못하겠다

 

 오빠랑 있을 때는 그렇게 반짝반짝 빛이 나던지 그렇게 다가오던 사람들이 이제는 이렇게 우울해하고 처져있는 사람한테 다가올 이유도 없다고 생각하고. 도저히 오빠없이 그때처럼 통통 튀게 밝아지지 못하겠고. 나를 좋다고 혼자 영화찍는 사람보고 있으면 나를 더 이상 좋아하지 않는 오빠가 생각이 나서 너무 가슴이 아프고 몸도 아파. 내가 좋아할만한 사람, 하루 즐겁게 놀 수 있는 사람 적극적으로 찾아나서봤자 결국 술에 취해서 오빠한테 전화해서 엉엉 울고만 싶다.

 

 왜 이제 좋아한다고 말하면 안되는 사이가 되었을까.

 보고 싶다고 말하면 안되지.

 

 차라리 가슴아파도 헤어진지 얼마 안되었을 때가 그리워.

 그 때는 좋아한다고 보고 싶다고 말하면 됐는데.

 그래도 오빠가 그런 말이나마 받아주겠다고 했는데.

 

 나는 내 자격지심 때문에 오빠 앞에서 늘 당당하지 못하고 짜증스럽고 부끄럽고...........

 왜 그렇게 오빠가 커다랗고 멋져보였을까.

 그렇게 재고 따질 때는 언제고, 어떻게 오빠한테 그만큼 홀려서는 매번 매번 그리워하고 있나 모르겠다.

 

 나는 오빠가 좋은 사람이라서 오빠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

 오빠를 제일 좋아하기 때문에 좋은 사람이라고 믿는거야.

 

 진짜로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서가 아니라

 아무런 이유없이 오빠가 아직도 나를 설레게 하고 웃게 하고 아프게 하고 울게 할 수 있는 사람이라서

 내가 아무리 수많은 생각을 하고 스스로를 단념시키려고 해도 제자리에 맴만 돌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오늘도 바쁜 일상에 치이면서도 오빠 생각 또 하고 있다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오빠가 얼마나 가볍게 날 좋아했고, 그랬기 때문에 그렇게 손쉽게 내가 다가와서 손쉽게 날 떠난 거든

 이유불문하고 나는 내 감정이 닳아없어질 때까지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 조용하게 남은 감정을 흘려보낼거야. 그 감정의 표출이 나를 향하든 오빠를 향하든 주위를 향하든.............

 

 어찌 되었건 이 감정이 언젠가는 다 닳아없어질 것을 믿고 있다.

 나를 그만큼이나 좋아하지 않는 사람을 나는 이토록 커다란 감정으로 좋아한다는 사실이 원망스럽지 않고 부끄럽지 않고 괜찮아질만큼 성숙해질 때쯤에는 오빠가 완전한 과거의 사람으로 남기를 바래.

 

 그렇지만 지금은 너무 아프다.

 왜 나만 여기 덩그라니 남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