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승무원 입니다.

승무원2012.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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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외국 항공사에서 일하고 있는 승무원 입니다.

 

한국에서는 '승무원' 하면 굉장히 화려하고, 예쁘고, 나름 좋은 직업 이잖아요.

그러나 저는 외국에서 만나는 '승무원'들을 보면, 저를 포함하여 돈을 벌러, 일을 하러 먼 타지에 나와 외롭고 힘들게 지내겠구나 하는 마음이 듭니다.

 

저는 한국에 지내는 것이 숨 막히도록 싫었습니다. 저는 서울에서 살다가 집 형편이 좋지 않아져 지방으로 이사를 했고, 대학도 그저 그런 4년제 졸업 하였고, 얼굴도 그닥 예쁘지도 않습니다. 그러고 나니 남자만나는 것도 자신이 없고.. 잘나가는 친구들 쫓아다니느라 가랑이가 찢어질 것 같아 창피한 이야기이지만 집에서 채팅만 했어요. 혼자 영어공부도 열심히 하고.. 외톨이처럼..

 

어쨌든 그래서 대학 졸업 후 외국계열 회사라든지, 해외 인턴쉬이라든지, 등등 해외에 나갈 수 있는 길을 찾았죠. 그러다가 승무원이란 직업을 찾아 여기 까지 오게되었습니다. 비행 갓 시작했을 때는 사람들 눈치도 보고, 실수도 많이 해서 혼도 많이 나고, 그러느라 많이 힘들기도 했지만, 재밌었습니다. 가난하게 살았던 터라 호텔에 한번도 가본 적도 없었고, 호텔에서 밥먹으면 굉장한 일인 것 같고 대학시절 유럽여행 한번 못가본 제가 맨날 멋있는 곳에서 사진 찍어서 페이스북에 올리고, 호텔에서 혼자 잠도 자고, 밥도 먹고 그러는게 너무 재밌었습니다.

 

점점 시간이 지나더니, 일은 너무 쉬워지는 겁니다. 요령은 늘고, 하는 일은 항상 같으니 실수도 줄고, 이제는 제가 선배가 되어 후배들 가르치기도 하고.. 그에 반해, 머리는 하루에 100가닥씩은 빠지는 것 같아요. 무섭도록 빠지고, 몸에 여기 저기 흉터도 나고, 잠 잘 때면 몸이 너무 아파 매일 끙끙 대고, 비행 갔다오면 기절할 듯이 피곤합니다. 그래도 괜찮았습니다. 왜냐면 그만큼 돈을 받기 때문입니다. 한달에 제 용돈만 남기고 집에 모두 보내 드렸습니다. 우리 부모님은 제가 벌써 효도 한다고 너무 좋아하시고.. 솔직히 제가 보내지 않으면 생활을 하기 어려웠습니다. 엄마는 제가 휴가나왔다 돌아올 때마다 눈물을 펑펑 흘리셨습니다. 딸 먼 곳에 돈 벌러 보냈다고..

 

몸 아프고 피곤한 것은 괜찮았지만, 가장 힘든 것은.. 외로움 이였습니다.

제 또래 친구도 없고, 한국 사람들 만나기도 힘들고, 게다가 회사 동료로써 맺어진 관계는 학교에서 만나는 친구들과는 또 다른 느낌입니다. 너무 외롭습니다. 매일 좋은 곳에 여행하면서 그곳에 혼자 있다는 사실과,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잠을 잔다는 것은 너무 슬펐습니다. 가끔씩 단 한마디도 한국말을 하지 않는 날도 있었습니다. 저는 여기에 어학연수 온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한국 사람들하고 좀 어울리고 싶고, 수다도 떨고 싶지만 스케줄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쉽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말수가 적어졌습니다.

엄마한테 힘들다고 투정부리면 분명히 또 눈물을 흘리실 테고.. 한국에 있는 친구들은 너무 잘 지내는 것 같아서 나도 여기서 혼자 잘 지내야만 할 것 같아 자존심에 힘들다는 말 못하겠고.. 그러다 보니 아무에게도 제 이야기를 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면,

제 생일때, 처음으로 미역국을 혼자서 끓여서 혼자 먹었습니다. 당시 남자친구가 있었는데, 남자친구는 제게 전화 한통 해주지 않았습니다.. 크리스마스, 1월 1일에도 혼자 호텔방에서 지냈습니다.

내내 혼자 살다가 얼마 전 같은 아파트에 룸메이트가 들어왔는데, 제가 비행을 갈때면 꼭 나와서 인사를 해주는데 가족이 생긴 것 같은 마음에 가슴 한편이 뭉클 했습니다.

매주 금요일이나 토요일이면 페이스북에 업데이트 되는 회식 사진들, 불금, 불토 사진들을 보며 씁쓸해합니다.

한번씩 몸이 아플 때면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내가 어떻게 되면, 누구한테 연락이 갈까? 나는 여기에 아무도 없는데.."

여기저기 비행하다 보면 며칠씩 인터넷이 안될 때도 있는데, 집에 돌아와서 카톡을 켜보면 아무것도 없을 때, "내가 없어져도 아무도 모르겠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를 더 힘들게 하는 것은..

저는 그동안 엄마를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다는 생각으로 견뎌 왔습니다.

근데 엄마는 제게 월급날은 언제냐, 이번에 월급은 얼마 받냐.. 같은 질문들을 자주 하는데 저는 그 말이 왜이렇게 듣기 싫은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이번달은 사정이 있어서 월급을 못 보낸 다고 했습니다.

엄마에게 이미 말 했던 것이고, 엄마도 동의 했습니다. 그러나 또 엄마는 돈이 없어서 힘들다고 합니다.

저는 그게 너무 속상해서 엄마랑 약간 다퉜습니다. 지금 휴가를 받아서 잠시 한국에 나와 있는데..

집에 있는게 너무 싫습니다. 너무 슬픕니다. 그곳에서는 매일 그리워 하던 밥과 맛있는 음식들과, 내 방, 가족들, 친구들이 여기에 모두 있는데.. 돌아가고 싶습니다. 제가 있어야 할 곳이 어디인지 모르겠습니다.

너무 외롭습니다.

 

저는 승무원 입니다.

저는 세계 모든 곳을 다녀도 제 옷 하나 살 줄 모릅니다. 제가 입고 다니는 모든 옷들은 엄마가 한국에 아울렛에서 사준 것 들입니다.

저는 하나에 1달러도 안하는 가짜 진주귀걸이를 하고 다닙니다.

저는 엄마가 준 고장난 시계를 하고 다닙니다.

저는 흔한 명품백 하나 없습니다. 가짜 가방 하나 들고 다녔는데, 다들 가방 새로 샀냐고 관심을 갖길래 도저히 못들고 다닙니다. 

저는 여행다니면서 밥 사먹는 돈이 아까워 하루에 한끼를 먹습니다. 혹은 집에서 간단한 과자같은 것을 챙겨 갑니다.

저는 거칠어진 제 손을 위해 록시땅 핸드크림같은 것도  한번 사본 적이 없습니다.

저는 향수 살 돈이 너무 아까워서 바디샾에서 1 + 1 하는 코롱을 사서 쓰고 있습니다.

저는 국산 저렴 화장품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제 마스카라는 옛날에 옛적에 굳어버렸지만 저는 남은 한방울까지 쓰기 위해 아직도 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저는 3천원 짜리 조리를 신고 다닙니다.

저는 언제나 돈을 쓸 때면 "이 돈이면 내가 비행을 몇시간을 해야하지?" 라는 생각을 합니다.

 

 

어릴 적엔 그래도 부족한 것없이 자랐기 때문에 저도 좋은거 비싼거 관심도 많고, 좋아하지만.. 이제는 눈감고 귀닫고 입다물고 지내고 있습니다. 이 화려한 승무원들 사이에서 찌질한 저는 너무 외로고 지내기가 힘듭니다.

저.. 찌질하죠? 그래도 잘지내는 냥.. 항상 웃고 지내죠.. 집에 갈 때마다 선물도 잔뜩 사가고..

근데 이제는 너무 지칩니다. 우리 엄마는 내가 이번에 선물 하나도 안사왔다고 서운해 하시네요..  이번 달 월급 안줘서 서운해하시고.. 우리 엄마는 제가 이렇게 사는지.. 아는지... 모르겠어요.. 

 

남자친구가 있는데, 남자친구는 제가 화려하지 않아서 좋대요.

자기는 명품 매장에서 신발도, 옷도 척척 사면서, 저는 그런거에 관심이 없는 것 같아서 좋대요.

내가 하나 사줄테니 골라봐 해도 저는 괜찮아 하고 말아요. 저는 ...뭐가 좋은건지도 모르거든요...사본적이 한번도 없으니까...  

저 그런거 몰라요.. 관심도 없어요..

아무것도 필요 없고, 사고 싶지도 않고, 맛있는 것 먹고 싶지도 않아요. 그냥 배고픔만 채우는 거지..

아무리 좋은 유럽 어디에 가도 나가서 구경하고 싶지도 않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요.

저는 티비도 안보고, 게임도 안하고, 책도 안읽고.. 취미도 없어요.

 

다들 제가 승무원이라고 부러워 하지만, 그래서 또 웃어야만 하지만..

저 가끔은 아이처럼 엉엉 소리내서 울고 싶어요. 이런 마음 누가 알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