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남자친구에게 시부모님 못 모시겠다고 했다가 못돼빠졌단 소리 들었습니다

2012.10.03
조회242,196

안녕하세요. 전에 판에 고민글 올렸던 사람입니다.

일단 감사하단 말 하고싶습니다.

너무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이라 어찌해야할바도 모르겠고, 내가 유별난건가 싶어 많은 속앓이를 했는데 많은 리플들을 보고 어떻게 행동해야할지 갈피를 잡았습니다.

언니동생처럼 가져주신 많은 관심 감사드립니다.

 

리플 달아주신 분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후에 일어난 일을 알려드리는게 예의라고 생각해서 이렇게 글을 씁니다.

 

 

솔직히 별 기대하지 않고 글을 썼는데 의외로 속이 다 후련한 리플들이 많이 달렸더군요.

하나하나 읽어보고 난 후에 왜 그땐 이렇게 말하지 않았을까 싶어 너무 후회스러웠습니다.

말주변과 순발력이 없는 편이라 조리있게 내 생각을 말하는데 서툰 편이라 앞으로의 일도 걱정스럽더군요.

 

결정적으로 마음을 돌리게 된건 지금은 어떻게 넘어간다고 해도 앞으로 부딪힐 일이 더 많다는 어느 분의 말씀 때문이었습니다. 여태껏 성격적으로 크게 마찰이 일어나지는 않는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제 오산이란걸 이번일 때문에 크게 알게 되었어요.

 

단지 시부모님에 대한 문제를 떠나서, 이 남자와 내가 거의 평생을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 반문했습니다.

내 부모님은 되고 니 부모님은 안된다는 그 마음가짐이 생각할수록 괘씸하더군요.

 

제 선택이 감정적으로 한순간에 이뤄진걸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이 남자와 헤어지기로 했습니다. 여태껏 나이가 차면 당연한 수순으로 결혼을 해야한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일을 계기로 혼자 사는것도 그리 나쁘지 않을것같단 생각을 했습니다.

 

다만 결혼 준비로 여태껏 일까지 뒷전이 되어가며 분주하게 움직였던 시간이 아깝더군요...

직장에서도 제가 곧 결혼한단 사실을 모두 알고 있는데 파혼했다는 말을 꺼내기가 매우 힘들듯합니다. 그래도 할까말까 할때는 하지 않는게 좋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어느분의 말씀대로 결혼은 등떠밀려 하는게 아니니까요.

 

 

판에 글을 쓴 후 그 다음날 쯤에 다시 글을 읽어보았습니다.

그리고 하루 정도 더 생각한 후에 토요일날 남자친구에게 연락했습니다.

그날 이후로 서로 연락을 끊고 지냈던지라 좀 당황스러워 하더군요. 지금 생각해보면 제가 사과하려고 불렀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남자친구는 큰집에 가있었는데 그 큰집이 저희집에서 도보로 15분 거리라 금방 오더군요.

 

길게 말하고픈 생각은 없어 집앞에서 만나기로 했습니다. 남자친구를 기다리는데 가슴이 쿵쾅거렸습니다. 저번처럼 또 할말 못하고 당하기만 하거나 남자친구의 언변에 말려들까봐 심하게 긴장되더군요.

 

위에 썼듯이 말주변이 정말 없는편이라 미리 할말을 외기까지 했습니다.

저 멀리서 남자친구가 보이는데 손에 땀까지 -,-;

 

할말이 뭐냐고 묻는 남자친구 앞에서 잠깐 뜸을 들이며 할 말을 골랐습니다.

그래도 마지막으로 확인해보고 싶어 "자기는 자기 부모님 모시고 살고 싶다고 했지?" 하고 물었습니다.

그러니까 "응... 00이 니가 생각을 바꿔줬으면 좋겠다." 라고 하는 겁니다.

그래서 "그럼 나도 부모님께 많은 신세를 졌는데 우리 부모님도 같이 모시자." 라고 하니까 표정이 당황? 짜증? 무튼 일그러지더군요. 제 기억속에서 많이 왜곡되어서 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

 

남자친구는 그렇게 되면 두 가족이 모두 불편하게 된다고 말을 돌리더군요. 기도 안차서 우리 부모님은 괜찮으실거라고, 사돈어른들 모두 좋은분이라고 생각하고 계신다고 했습니다. 그러니까 뭐라는줄 아십니까? 세상에 그렇게 사는 가족이 어딨냐고, 남들이 다 웃을 일이라고 합니다. 말이 되는 소리를 하라고.

 

그때 확실히 알았습니다. 이 남자는 제가 끝까지 거부할것같으니 최대한 입에 바른 소리만 하고있는거지, 제 말을 듣고 타협하거나 할 어떤 생각도 없단걸요. 그래서 처음 생각한대로 이 남자랑 헤어지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자기는 집안일해주고 당신 부모님한테 효도해주고 애낳아주는 여자가 필요한거지 인생의 동반자가 필요한건 아니네. 자기 빨래할 줄 알아? 밥할줄은 알고? 못하잖아. 보나마나 내가 다 하게될게 뻔하네. 미안하지만 난 그렇게는 못살겠어. 난 자기 부모님보다 내 인생이 훨씬 중요해."

 

당황해서 약간 횡설수설하긴 했지만 대충 저렇게 쏘아줬습니다.

이쯤되면 미안해하거나 깨닫는게 있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저보고 기가 차다는듯이 이기적이라고 합니다.

진심으로 정나미가 뚝 떨어지더군요. 그래서 나한테 이기적이고 못돼빠졌단 소리 하고싶으면 당신이 집에서 손빨래 설거지 하나라도 하고 지껄이라고 말했습니다. 잘한 선택이란 생각과 동시에 속이 다 후련하더군요.

 

말을 더 하고싶긴 한데 여기서 더하면 구질구질해보일까봐 그만 말을 끊었습니다. 어차피 헤어질 남자 정신상태를 고치려는것도 웃기고, 이미 전하고픈 말은 거의 다 한것같으니까.

 

그래서 예식장과 스튜디오 한복값 등등 취소 문제는 추석연휴 끝나고 하자고 못박아놓고 그대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알아보니 예식장같은 경우엔 계약금은 못받는다고 하더군요.

 

알아봐놓은 집 문제도 갑갑합니다. 인테리어도 거의 끝나가고 침실같은 경우엔 가구까지 들여놨거든요.

 

남자쪽에서 손해배상 청구를 걸 수도 있다고 하는데, 이 경우에도 해당되나요?

사전에 부모님 봉양같은 중요한 문제를 상의하지 않았기 때문에 남자친구 쪽의 과실이 더 큰것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