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가 곪아터져서 결국 이혼하기로 결심했습니다.

고민끝2012.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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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27살 결혼2년차 주부입니다.

신랑은 35살이고 시부모님은 두분다 안계시고,

신랑은 3남2녀 5남매중에 장남입니다.

저는 수원에서만 살다가 신랑따라 부산으로 시집을 왔습니다.

고민글보다는 제 푸념글이 될거 같네요...

 

친부모님이 저 12살때 이혼하시고,

엄마집 아빠집 새엄마 새아빠 눈치보면서 청소년기를 거쳤고,

20대가 넘어서도 항상 집안일에 치여서

빨리 내 가정, 빨리 내삶을 갖고 싶다는 생각에 결혼 서둘렀습니다.

수원에서 살았던 모든 인생이 안좋은기억들로 점철되어

수원도 떠나고 싶었습니다.

 

일찍 이혼하고 나를 방치했다는 미움에

엄마하고 수도없이 싸우고 갈등했고,

결혼반대하는 엄마때문에 더욱 결혼을 강행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잘살 수 있다고 난 엄마하고 다르다는걸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엄마는 친아빠하고도 이혼하고 지금 새아버지하고도 잘살지 못합니다.

딸은 엄마팔자 닮는다는데 아니라는걸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생면부지 아는사람 한명도없는 부산으로 시집와서

결혼 3개월도 안됐을때부터 이혼을 생각했다면 우습겠지요.

나만 있으면 된다던, 함께 부산만 오면 뭐든다해주겠다던 남자는 변했습니다.

 

싸우면 수시로 저에게 나가라고 소리지르고,

본인화를 못이기면 직접 집밖으로 나갔습니다.

저더러 짐싸서 나가라고 너 잡는것도 자존심상하니까 헤어지자고.

시간이 지나 화가나서 막말했다고 미안하다고 사과했던 그런말들은

제 가슴에 비수로 꽂혀서 쉽게 잊혀지지 않았습니다.

 

그뒤로도 싸울때마다 나가라 내가 나간다 갈라서자 등등의 일이 있었고,

가장큰일은 명절때 시동생들이 모두 집에내려왔을때였습니다.

며칠째 저하고 사이가 냉랭하던차에 시장다녀오는길에 싸움이났고

화가난 신랑은 가족들이 모두있는 집에 저를 끌고 들어가서

제옷가지며 짐들을 집어던지고 나가라고 소리쳤지요.

신랑가족들이 보는앞에서 저는 짐가방을 들고 쫓겨나듯이..

아니 쫓겨났습니다.

그때 헤어졌어야 하는데라고 후회해봤자 지금 달라지는 건 없겠지요.

내가 울면서 수원가는 버스안에서 전화를 했을때도 그는 술에 취해 자고 있었습니다.

 

어찌저찌 풀고 넘어갔지만 제 가슴속에는 늘 불안함이 있었습니다.

언제 또 화가나면 그럴지 몰라. 저사람은 화가나면 나는 안중에도 없나봐.

하는 불안감이 저를 좀먹어 간다는걸 알고 있었습니다.

 

올초에 2월달 제 생일에도 서로다투다가

저한테 또 나가라며 소리치더군요.

매번 어찌저찌 잘풀고 넘어가면 반복되는 상황에 지쳐갔습니다.

 

항상 싸우고 속상해서 저는 울고 밥도못먹고 잠도못자도,

그는 늘 잘먹고 잘자고 게임하고 판타지소설책보고...

저사람에게 나는 아무것도 아닌거 같았습니다.

저사람은 내가 없어도 잘먹고잘자고 잘살거야.

라는 생각만 점점 머릿속에 가득찼습니다.

 

신랑이 바람피고 돌아오면 잊는게 아니라

잊을려고 노력하는거라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이제 안그러겠지 다시는 안그러겠지.

나를 사랑하니까 노력해주겠지 라고 생각했지만,

매번 실망스러운 모습에.. 매번 똑같은 상황에 지쳐갔습니다.

 

내 마음에 아픈상처를 치료해준다고 노력한다는 그는.

내가 아니라고 해도 여전히 자기는 최선을 다했다고 말합니다.

나는 상처가 치료되지않았다고 말해도 자기는 내 상처를 다 치료해줬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여전히 사이가 안좋아도 밥도잘먹고 잠도잘자고 게임도 열심히 합니다.

 

이제 더이상 그에게 나는 무엇인가. 그는 나를 사랑하는가 하는 따위의

고민은 하지않으려고 합니다.

보란듯이 잘살고 싶었습니다. 엄마가 말렸지만, 나는 잘 살 수 있다고.

나는 엄마하고 틀리다는걸 보여주고 싶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는 늘 A가 서운하다고 내게 A를 채워달라고 말하지만,

그는 늘 나는 B를 채워줬는데 왜 만족하지못하느냐는 말을 합니다.

그와 나는 너무 다르다는걸 깨달았습니다.

 

아직 애기가 없어서 다행이라고 위로해봅니다.

이제 그와의 2년반 결혼생활을 정리하고,

혼자스스로 자립하려고 합니다.

아직 내이름을 부르거나, 오빠가 더 잘할께, 오빠가 너 많이 사랑해

하는 목소리가 귀에 들리는듯 하면 눈물이나지만.

아직 그를 많이 사랑하고 이해하고 싶어하는 걸 알지만.

서로 더 상처로 힘들어지기 전에 이쯤에서 정리하려고 합니다.

 

그동안 느꼈던 행복과 상처,

모두 내려놓으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