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학자들이나 경제·경영학자들이 주식회사에서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설명하는 것을 들어보면, 마치 담합이라도 한 것처럼 같은 말을 반복한다. 즉, 현대의 거대 기업은 주식분산이 잘 이루어지고 주주의 수가 엄청나게 많아지고 항상 변동하기 때문에 주주들이 경영에 참여할 수 없고 전문경영인에게 맡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주식회사에서 소유와 경영이 분리될 수밖에 없는 까닭은 주식이 너무 광범위하게 분산되어 있다는 사실 때문이 아니라, 주식의 소유와 기업의 경영권 사이에 아무런 필연적 관계도 없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주식을 전혀 소유하지 않은 사람도 주식회사의 경영을 맡을 수 있고, 반대로 모든 주식을 소유한 사람도 경영을 남에게 맡길 수 있는 것이다. 어떻게 전문가들이 사실문제(quid facti)를 권리문제(quid iuris)와 구별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는가?
④ 주주의 유한책임
주식회사의 두번째 특성은 이른바 주주의 유한책임의 원칙이라고 자주 표현된다. 이 원칙의 의미를 알기 위해 이번에는 주식회사의 역사적 기원을 살펴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모든 일에 기원을 따지기 시작하면 끝이 없겠지만 일반적으로 학자들은 17세기 이후 영국과 프랑스 그리고 네덜란드에서 국왕의 특허를 얻어 설립된 동인도회사(East India Company)나 남해회사(South Sea Company)가 서양에서 주식회사의 기원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주식회사는 앞서 본 대로 법학자들이 법인 개념을 발전시키기 전에 자연적으로 생겨난 회사라고 말할 수 있다. 그것은 식민지 무역을 통해 이익을 얻는 일에 관해 당시 상인들과 국왕들의 이해관계가 일치했던 까닭에 생겨날 수 있었던 새로운 회사조직이었다.
그 이전까지는 회사란 개인회사든 아니면 동업자들이 모여서 만든 회사든, 사람이 회사의 주체요 실체였다. 이는 회사의 권리도 사람에게 속하지만 책임도 온전히 사람에게 속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테면 회사의 모든 부채는 그 회사를 소유하고 경영하는 사람들이 끝까지 짊어지고 가야 ㅎ는 것이었다. 이런 원칙을 가리켜 ‘개인적 무한책임(Diepersonliche und undeshranke Haftung)’의 원칙이라 한다. 그런데 이 원칙을 고수하는 한 동인도회사나 남해회사 같은 회사의 사업을 위한 자본을 모으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왜냐하면 사업 자체가 워낙 규모가 커 필요한 자금은 엄청나게 많은 데 반해, 사업에 너무 큰 위험이 따르는 까닭에 이런 사업을 위해 대출을 할 경우 이자율은 훨씬 높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개인이 이 모든 사업에 대해 무한 책임을 지고 회사를 운영해야 한다면 누구도 이런 일에 뛰어들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식민지 무역은 어떻든 확대되고 계속되어야 했으니 이 점에서 상인과 국가의 이해관계가 일치했다. 그 결과 국가의 특허를 얻어 일종의 특권에 기초하여 세워진 회사가 동인도회사 같은 초창기 주식회사였다. 그것은 한편에서는 투자자들의 유한책임의 원칙에 따라 자본을 모집했는데, 국가의 특허를 받았다는 것은 바로 이처럼 투자자들이 유한한 책임만 져도 되도록 특별한 허가를 받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면서 그것은 다른 한편에서는 모집자본의 단위를 소액의 주식으로 쪼개어 판매함으로써 큰돈이 없는 사람도 주식을 구매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주었다.
그 결과 예전같으면 이런 일과는 무관한 농부나 성직자들까지 주식에 투자할 정도로 한동안 주식회사는 인기를 얻었다. 그리하여 유럽 각 나라에서 다양한 주식회사들이 생겨나고 17~8세기에 걸쳐 암스테르담, 런던, 파리 등지에 주식거래소가 설립되었다. 하지만 이 역사는 오래가지 못했는데 그 까닭은 유명한 미시시피회사처럼 일종의 사기에 불과한 사업들까지 주식회사의 외관을 띠고 시도되었으며, 사람들은 투자가 아니라 투기 심리에 사로잡혀 이른바 거품회사(bubble company)인 줄도 모른채 맹목적으로 투자를 하는 관행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남해회사의 파산에 뒤이어 프랑스와 영국에서 주가 폭락사태와 금융공황이 발생하면서 주식회사에 대한 열기는 급속히 식어버렸고 급기야 영국에서는 1720년에 거품법(Bubble Act)이 제정되어 특허를 받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주식회사의 설립 자체가 금지되었다. 영국에서 이 법이 철폐된 것은 1825년이었는데 이는 산업혁명의 여파로 제조업에서 더 이상 개인 소유 방식 또는 가족 경영 방식의 기업으로는 대규모 설비가 요구되는 사업을 벌일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처음엔 일종의 특권이었던 회사 구성원의 유한책임성이 주식회사 운영의 보편적 원칙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유한책임의 원칙이란 간단히 말하자면 주식회사에 투자를 하면서도 회사 경영에 대해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설령 회사가 경영에 실패하여 파산한다 하더라도 주식 투자자들이 그에 대해 책임을 지고 회사의 부채에 대해 책임을 질 의무는 없다. 그들은 다만 자기가 투자한 주식의 액수만큼 손실을 보는 것뿐이다. 물론 이것은 최악의 경우를 가정한 것이고, 회사가 성장한다면 투자자는 배당이익에 더하여 주가 역시 상승할 것이므로 그에 따른 이익을 얻게 된다. 이런 것을 생각하면 주식회사란 여유 자금을 가진 투자자의 입장에서 보자면 매력적인 투자의 대상임에 틀림없다. 마찬가지로 기업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주식회사제도는 이자에 부담 없이 막대한 자본을 조달하기 위해 가장 좋은 방식이다. 그리하여 19세기 이후 오늘날까지 주식회사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가장 지배적인 기업형태로 군림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그런 사정이 어떠하든지 간에, 우리의 입장에서 볼 때 주식회사에서 유한책임의 원칙이란 뒤집어 보면 유한한 권리의 원칙이기도 하다. 각 주주의 책임이 아무리 커도 자신이 소유한 주식의 액수를 넘지 않듯이, 주주의 권리 역시 자기가 투자한 주식이 가져다주는 과실(果實)을 넘지 않는다. 그것은 주식 자체에 대한 배당과 주가의 시세차익일 것이다. 각 주주가 요구할 수 있는 권리의 몫은 원칙적으로 이 두가지이다. 그리고 어떤 주주도 단지 주주라는 자격만으로는 회사의 소유권을 요구할 권리가 없다. 왜냐하면 소유권이란 언제나 어떤 대상에 대한 전적이고 배타적인 사용, 수익, 처분권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원칙적으로 제한된 지분을 가지고 유한한 책임만을 지는 주주로서는 결코 주식회사를 전체로서 자기 것이라고 주장할 권리가 없는 것이다.
이런 사정은 주식회사의 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더 분명해진다. 2008년 말 기준으로 파이낸셜 타임스가 선정한 이른바 500개 글로벌 기업들 가운데 시가총액 1위의 기업이었던 엑손모빌(Exxon Mobil)의 시가총액은 4천 60억 달러엿다고 한다. 그냥 편리하게 환율을 1000원이라고 가정하고 계산해도 이는 406조원이다. 이 회사의 주식 0.01%를 소유하기 위해서는 4천 60억 원이 필요하며, 1%를 소유하려면 4조 원 이상이 필요한 것이다.
숫자놀음이라면 모를까, 우리 가운데 이 많은 돈을 소유한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아니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나 정상적으로 노동하고 재산을 모은 사람들 가운데 이 많은 돈을 스스로 모을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러므로 이미 1932년 벌과 민즈(A. Berle & G. Means)가『현대 기업과 사유재산(The Moden Corporation and Private Property)』에서 실증적으로 보여주었듯이 주식회사 제도가 가장 발달한 미국에서 조사 대상이 된 2백대 기업에서 주주들의 지분은 1천만 명이 넘는 보통의 주주들에게 분산되어 결과적으로 누구도 주식회사를 소유하거나 지배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던 것이다.
▶ 김상봉 전남대학교 철학과 교수 저술『기업은 누구의 것인가』꾸리에 편찬(2012년 출판)133쪽~180쪽.
주식회사의 소유권과 경영권은 노동자들에게 있다……주식회사의 네가지 고유성에 대하여 ⑷
법학자들이나 경제·경영학자들이 주식회사에서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설명하는 것을 들어보면, 마치 담합이라도 한 것처럼 같은 말을 반복한다. 즉, 현대의 거대 기업은 주식분산이 잘 이루어지고 주주의 수가 엄청나게 많아지고 항상 변동하기 때문에 주주들이 경영에 참여할 수 없고 전문경영인에게 맡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주식회사에서 소유와 경영이 분리될 수밖에 없는 까닭은 주식이 너무 광범위하게 분산되어 있다는 사실 때문이 아니라, 주식의 소유와 기업의 경영권 사이에 아무런 필연적 관계도 없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주식을 전혀 소유하지 않은 사람도 주식회사의 경영을 맡을 수 있고, 반대로 모든 주식을 소유한 사람도 경영을 남에게 맡길 수 있는 것이다. 어떻게 전문가들이 사실문제(quid facti)를 권리문제(quid iuris)와 구별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는가?
④ 주주의 유한책임
주식회사의 두번째 특성은 이른바 주주의 유한책임의 원칙이라고 자주 표현된다. 이 원칙의 의미를 알기 위해 이번에는 주식회사의 역사적 기원을 살펴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모든 일에 기원을 따지기 시작하면 끝이 없겠지만 일반적으로 학자들은 17세기 이후 영국과 프랑스 그리고 네덜란드에서 국왕의 특허를 얻어 설립된 동인도회사(East India Company)나 남해회사(South Sea Company)가 서양에서 주식회사의 기원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주식회사는 앞서 본 대로 법학자들이 법인 개념을 발전시키기 전에 자연적으로 생겨난 회사라고 말할 수 있다. 그것은 식민지 무역을 통해 이익을 얻는 일에 관해 당시 상인들과 국왕들의 이해관계가 일치했던 까닭에 생겨날 수 있었던 새로운 회사조직이었다.
그 이전까지는 회사란 개인회사든 아니면 동업자들이 모여서 만든 회사든, 사람이 회사의 주체요 실체였다. 이는 회사의 권리도 사람에게 속하지만 책임도 온전히 사람에게 속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테면 회사의 모든 부채는 그 회사를 소유하고 경영하는 사람들이 끝까지 짊어지고 가야 ㅎ는 것이었다. 이런 원칙을 가리켜 ‘개인적 무한책임(Diepersonliche und undeshranke Haftung)’의 원칙이라 한다. 그런데 이 원칙을 고수하는 한 동인도회사나 남해회사 같은 회사의 사업을 위한 자본을 모으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왜냐하면 사업 자체가 워낙 규모가 커 필요한 자금은 엄청나게 많은 데 반해, 사업에 너무 큰 위험이 따르는 까닭에 이런 사업을 위해 대출을 할 경우 이자율은 훨씬 높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개인이 이 모든 사업에 대해 무한 책임을 지고 회사를 운영해야 한다면 누구도 이런 일에 뛰어들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식민지 무역은 어떻든 확대되고 계속되어야 했으니 이 점에서 상인과 국가의 이해관계가 일치했다. 그 결과 국가의 특허를 얻어 일종의 특권에 기초하여 세워진 회사가 동인도회사 같은 초창기 주식회사였다. 그것은 한편에서는 투자자들의 유한책임의 원칙에 따라 자본을 모집했는데, 국가의 특허를 받았다는 것은 바로 이처럼 투자자들이 유한한 책임만 져도 되도록 특별한 허가를 받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면서 그것은 다른 한편에서는 모집자본의 단위를 소액의 주식으로 쪼개어 판매함으로써 큰돈이 없는 사람도 주식을 구매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주었다.
그 결과 예전같으면 이런 일과는 무관한 농부나 성직자들까지 주식에 투자할 정도로 한동안 주식회사는 인기를 얻었다. 그리하여 유럽 각 나라에서 다양한 주식회사들이 생겨나고 17~8세기에 걸쳐 암스테르담, 런던, 파리 등지에 주식거래소가 설립되었다. 하지만 이 역사는 오래가지 못했는데 그 까닭은 유명한 미시시피회사처럼 일종의 사기에 불과한 사업들까지 주식회사의 외관을 띠고 시도되었으며, 사람들은 투자가 아니라 투기 심리에 사로잡혀 이른바 거품회사(bubble company)인 줄도 모른채 맹목적으로 투자를 하는 관행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남해회사의 파산에 뒤이어 프랑스와 영국에서 주가 폭락사태와 금융공황이 발생하면서 주식회사에 대한 열기는 급속히 식어버렸고 급기야 영국에서는 1720년에 거품법(Bubble Act)이 제정되어 특허를 받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주식회사의 설립 자체가 금지되었다. 영국에서 이 법이 철폐된 것은 1825년이었는데 이는 산업혁명의 여파로 제조업에서 더 이상 개인 소유 방식 또는 가족 경영 방식의 기업으로는 대규모 설비가 요구되는 사업을 벌일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처음엔 일종의 특권이었던 회사 구성원의 유한책임성이 주식회사 운영의 보편적 원칙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유한책임의 원칙이란 간단히 말하자면 주식회사에 투자를 하면서도 회사 경영에 대해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설령 회사가 경영에 실패하여 파산한다 하더라도 주식 투자자들이 그에 대해 책임을 지고 회사의 부채에 대해 책임을 질 의무는 없다. 그들은 다만 자기가 투자한 주식의 액수만큼 손실을 보는 것뿐이다. 물론 이것은 최악의 경우를 가정한 것이고, 회사가 성장한다면 투자자는 배당이익에 더하여 주가 역시 상승할 것이므로 그에 따른 이익을 얻게 된다. 이런 것을 생각하면 주식회사란 여유 자금을 가진 투자자의 입장에서 보자면 매력적인 투자의 대상임에 틀림없다. 마찬가지로 기업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주식회사제도는 이자에 부담 없이 막대한 자본을 조달하기 위해 가장 좋은 방식이다. 그리하여 19세기 이후 오늘날까지 주식회사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가장 지배적인 기업형태로 군림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그런 사정이 어떠하든지 간에, 우리의 입장에서 볼 때 주식회사에서 유한책임의 원칙이란 뒤집어 보면 유한한 권리의 원칙이기도 하다. 각 주주의 책임이 아무리 커도 자신이 소유한 주식의 액수를 넘지 않듯이, 주주의 권리 역시 자기가 투자한 주식이 가져다주는 과실(果實)을 넘지 않는다. 그것은 주식 자체에 대한 배당과 주가의 시세차익일 것이다. 각 주주가 요구할 수 있는 권리의 몫은 원칙적으로 이 두가지이다. 그리고 어떤 주주도 단지 주주라는 자격만으로는 회사의 소유권을 요구할 권리가 없다. 왜냐하면 소유권이란 언제나 어떤 대상에 대한 전적이고 배타적인 사용, 수익, 처분권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원칙적으로 제한된 지분을 가지고 유한한 책임만을 지는 주주로서는 결코 주식회사를 전체로서 자기 것이라고 주장할 권리가 없는 것이다.
이런 사정은 주식회사의 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더 분명해진다. 2008년 말 기준으로 파이낸셜 타임스가 선정한 이른바 500개 글로벌 기업들 가운데 시가총액 1위의 기업이었던 엑손모빌(Exxon Mobil)의 시가총액은 4천 60억 달러엿다고 한다. 그냥 편리하게 환율을 1000원이라고 가정하고 계산해도 이는 406조원이다. 이 회사의 주식 0.01%를 소유하기 위해서는 4천 60억 원이 필요하며, 1%를 소유하려면 4조 원 이상이 필요한 것이다.
숫자놀음이라면 모를까, 우리 가운데 이 많은 돈을 소유한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아니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나 정상적으로 노동하고 재산을 모은 사람들 가운데 이 많은 돈을 스스로 모을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러므로 이미 1932년 벌과 민즈(A. Berle & G. Means)가『현대 기업과 사유재산(The Moden Corporation and Private Property)』에서 실증적으로 보여주었듯이 주식회사 제도가 가장 발달한 미국에서 조사 대상이 된 2백대 기업에서 주주들의 지분은 1천만 명이 넘는 보통의 주주들에게 분산되어 결과적으로 누구도 주식회사를 소유하거나 지배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던 것이다.
▶ 김상봉 전남대학교 철학과 교수 저술『기업은 누구의 것인가』꾸리에 편찬(2012년 출판)133쪽~180쪽.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