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옆집남자2

왕보리2012.10.09
조회3,529

출처 : http://web.humoruniv.com/main.html
< 웃대 : 로버트아바타 님 >

 

 

** 환영 받으니 기분 좋은데요? ^^

   그럼 오늘도 출발~

 

 

2. 파라노이아 & 인썸니아 (Paranoia & Insomnia)

 


겸사겸사 요리를 마치 지영은 남편과 함께 식사를 했다.

그녀는 오늘따라 기분이 별로였던 남편에게 맛있는 음식을 내놓으려 했으나,

조금 전에 있었던 실수에다 쉽게 떨쳐버릴수 없는 불안감과 수치에 요리가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둘은 늘 그렇듯 마주보며 거실 식탁에서 밥을 먹었다.

비록 화려하지는 않았으나 깔금히 정돈 된 거실이었다.

군데군데 화분들도 놓여져 있었고,

남편이 따온 골프 트로피와 여기저기서 받은 상들도 전시 되어 있었다.


“오늘은 요리가 잘 안 되더라고요.”


지영이 한마디 내던졌다.

그의 남편은 그녀를 잠시 바라보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식사를 계속 했다.

그녀의 남편은 알아주는 외과 의사였다.

이름은 오민철 이었고, 나이는 지영과 15살이나 차이가 났었다.

머리 숱도 얼마 없었을 뿐더러, 몸매 역시 볼품없었다.


지영이 대학시절 악몽을 조금씩 벗어나며 만난 사람이었다.

물론 그 악몽에 대해서 아는 사람은 그녀 밖에 없었다.

신고도 하지 않았고, 친구들에게도 알리지 않았었다.

때문에 한동안 이상한 사람 취급 당하기도 했었다.

민철은 그 악마와 정반대였다.

무뚝뚝한 성격에 볼품없는 외모, 게다가 나이도 훨씬 많았었다.

때문에 지영이 조금 안심하고 결혼까지 서둘러 했었던 것이었다.

그들은 민철의 의견에 따라 아이가 없었고, 2세 계획 조차 전혀 없었다.


“아참, 오늘 누가 이사 옆집으로 이사왔어요.”


지영이 다시 말을 걸었다.


“응, 봤어.”


민철이 다시 짤막 하게 대답했다.

하루종일 혼자 있었을 뿐더러 조금 전에는 악몽까지 돌아온 지영은 누군가와

말을 하고 싶었고, 그녀 앞에는 민철 뿐이었다.

때문에 그녀는 화제를 돌려 대화를 유지해 나갔다.


“아참 그리고 민철씨 얘기 들었어요? 요즘 한국 여기저기 떠돌아 다니는 살인마가 있대요.

뉴스에서 봤는데 너무 무섭더라고요.”


이번 화제는 민철의 호기심을 산 듯, 민철이 먹던 밥을 잠시 멈추고 얘기를 했다.


“나도 신문에서 읽은거 같았는데. 인천 어디서 죽인게 벌써 7명 째라며.”


“네, 저도 그렇게 들었어요.”


“조심해. 우리도 매달 여행 가잖아. 그런놈들은 한눈에 알아보기 어려워. 사이코들이라

겉모습은 멀쩡하단 말이야.”


“네, 조심할께요.”


지영이 민철의 걱정을 들으니 한결 나아 지는 듯 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악몽을 완전히 떨쳐 버리기에는 어려웠다.

그리고 왠지 모르게 옆집 사내와 갑자기 떠오른 화제의 살인마가 지영의 머릿속에서 ㅤ

겹쳐진 듯 보였다.


“무슨 고민있어?”


민철이 심각한 지영의 얼굴을 보고 물었다. 그녀는 그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무것도 아니예요.”

 

 

 

지영은 한참을 뒤척이며 밤잠을 설쳤다.

거의 식은땀이 날 정도로 신경이 쓰였던 것이었다.

대학 시절 그와 옆집 사내, 그리고 아직까지 잡히지 못한 살인마.

이 셋이 그녀를 괴롭혔다.

불쾌한 두 사내 때문이었을까,

그녀를 더더욱 두려움에 빠지고 죽음 이라는 위협적인 생각을 떠오르게 만드는 요소였다.


그리고 겨우 잠이 들었을 무렵 1년 째 나타나지 않았던 대학시절 사건이

그녀의 꿈에 다시 나타났다.

그리고 늘 그랬듯, 그의 흉측한 얼굴은 그녀가 기억하는 것 보다 훨씬 더 일그러지고

악마스러웠다.

비록 꿈이었으나 그녀는 칼에 베이는 느낌을 생생하게 느꼈다.

사각, 사각. 피부가 터지는 느낌과 피가 흘러내리는 느낌.


지영이 꿈을 싫어하는 가장 큰 원인은,

당사자는 자신이 꿈을 꾸고 있다는 것을 모른 다는 것 때문이었다.

만약 그것이 꿈이라는 것을 알았더라면 그렇게 똑같이 행동하지도 않았을 것이고,

그렇게 고통스럽지도 않았을 것이었다.

하지만 꿈에서 깨기 전 까지 그녀는 최고의 고통과 시련을 다시 겪어야 했고,

그때와 같이 아무런 조치조차 취할 수 없었다.


그녀가 꿈에서 깨어 안방에서 나왔다.

땀에 흠뻑 젖은 그녀의 잠옷이 평소보다 훨씬 무겁게 느껴졌다.

그녀는 무거운 발걸음으로 비틀거리며 1층으로 내려와 냉장고 문을 열어 제꼈다.

냉수를 한잔 벌컥 들이킨 후에야 겨우 한 숨 돌릴 수 있었다.

시계를 바라보니 새벽 2시였다.


도저히 다시 잠들 수 없었고, 그래서 그녀는 와인 셀러에서 와인을 꺼냈다.

검붉은 와인을 잔에다 따르는 동안, 다시 악몽이 떠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너무나도 닮았었다. 와인과 그녀의 피. 옆집 사내와 대학시절 악마.


그녀는 호기심에 창문을 내다 보았다.

저녁때에서야 안 사실이었으나 사내의 이삿짐은 몇가지 되지 않았었다.

지영의 집과 같은 규모의 집으로 이사를 온 사람 치고는 터무니 없이 작은 살림이었다.


그녀는 그의 정원을 둘러보았다.

전주인이 온 정성을 들여 돌보았던 탓에 꽃들이 많이 싱싱했다.

지영은 요리 외에 다른 취미를 고려해 본적이 없었던 차라, 정원은 없었고,

그녀의 앞마당에는 그저 인조잔디 뿐이었다.


그녀가 시선을 돌려 사내의 창문을 바라 보았다.

여러 창문이 있었으나 그 중 유일하게 커튼이 있는 창문이었다.

아직 어두운 터라 비록 커튼의 색은 보이지 않았으나, 별로 우아하게 보이진 않았다.


그때 커튼이 움직였다.

그녀는 놀라 와인잔을 떨어뜨릴 뻔 했다.

커튼은 아까의 움직임에 의해 아직까지 약간의 흔들림이 있었다.

분명히 지영의 상상이 아니었고, 커튼은 분명히 움직였다.

그가 거기에 서있었던 것이었을까? 그렇다면 그녀를 보고 있었다는 말인가?

언제부터? 아니, 왜?


지영은 다시 두려움에 떨었다.

손에 들고 있던 잔이 요동을 칠 정도였다.

그녀는 남은 와인을 벌컥 들이켰다.


“착각일꺼야. 벌써 취했나봐.”


그녀가 빈 와인잔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밤에 잠을 못한 덕에 지영은 하루 종일 넋을 놓고 있었다.

비록 집안일이 산더미였지만 그것들을 모두 미룬채 그녀는 시체처럼 쇼파에 누워 있었다.

아침을 안먹는 남편 덕에 그나마 아침에는 한가로운 그녀였다.

눈은 감고 있었으나 도저히 잠이 오질 않았다.

그때 민철이 언젠가 말해주었던 것이 생각났다.


“Paranoia causes insomnia.”


“네?”


“인썸니아의 원인은 파라노이아라고.”


“그게 무슨 말이예요?”


“잠을 못이루는 것은 심기가 불편하기 때문이라는 뜻이야.”


몇년 전 같은 원인으로 밤잠을 설치던 지영에게 해준 말이었다.

그런 의외의 이해심이 많은 민철이 지영은 너무나 고마웠다.


“마음을 편안하게 먹으라고.”


“네…”


그녀가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해 보았다. 마음을 편안하게…


그때 마침 초인종이 울렸고, 그녀는 무거운 몸을 일으켰다.


‘누구지?’


그녀가 소리를 높여 물었다.


“누구세요?”


그러자 문 반대쪽에서 답변이 들려왔다. 쇳소리 비슷한 듣기 싫은 목소리였다.


“저, 어제 옆집으로 이사온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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