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또 다른 세계 (2부) ----- 1화

용용이2012.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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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버려진 사람들

 

1. 재회

 

수 많은 인파가 모인 광장.

중앙으로 유난히 키가 큰 두 사람이 손이 묶인 채로 끌려 들어온다.

 

소명과 진이다.

 

그들은 죄인 인냥 고개를 푹 숙였지만, 마치 거인 같이 우뚝 솟아있다.

광장 중앙으로 다달으자,

 

다소 높은 곳에 앉아 있는 한 남자가 알 수 없는 말로 소리친다.

 

“뭐라는 거야….?..이 난쟁이들….”

 

소명은 힘이 빠진 소리로 큰 딸 진에게 묻는다.

 

“나도 모르겠어..…”

 

그때,

 

높은 곳에 앉아있던 남자가 일어나서

소명과 진에게로 다가온다.

 

소명과 진은 겨우 고개를 들어 다가오는 남자를 바라본다.

키가 작다.

자신의 상반신보다 긴 모자를 쓰고 있다.

아장 아장 걸어오는 게 다소 우스꽝 스럽다.

남자는 품에서 작은 책자를 꺼내 뒤적거리더니,

 

“자…이 언어가 당신들 언어인가?....”

 

라고 물어본다.

갑자기 자신들의 언어로 말하는 바람에

소명과 진은 놀란 표정으로 남자를 바라본다.

 

“자…대답해라…이것이 당신들 언어인가?...”

 

소명과 진은 서로를 잠깐 바라보다가, 남자를 향해 고개를 끄덕인다.

 

“대답을 하길 바란다. 이것이 당신들 언어인가?...”

“네..그것이 우리들 언어요….”

 

순간 남자의 눈이 커지면서, 놀란다.

그리고 주의 사람들에게 다시 알 수 없는 말로 소리친다.

인파가 웅성대기 시작한다.

소명과 진을 잡고 있던 병사 같은 두 사람의 손이 미세하게 떨린다.

큰 모자를 쓴 남자가 주위를 진정 시키고 다시 소명과 진에게 묻는다.

 

“ 그렇다면 당신들이 선지자 인가?....”

 

소명과 진은 이해가 안된다는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본다..

 

“다시 한번 묻겠다. 당신들은 선지자 인가?....”

 

진과 소명은 우물쭈물 하다가,

이내 소명이 입을 연다.

 

“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가 안됩니다만 우리들은 선지자가 아닙니다…”

 

남자가 이해할 수 없다 듯이 두 손을 하늘을 향해 펼쳤다가 내리고는 주위 인파들에게 큰 소리로 말을 전한다.

그의 말을 들은 인파가 다시 한번 술렁댄다.

남자는 다시 진정 시키고는 소명과 진을 잡고 있는 병사들에게 무언가를 지시한다.

병사들은 짧게 대답하고 묶여있는 둘을 이끌고 광장 밖으로 끌고 나간다.

 

“엄마…내가 말 안한 게 있는데….”

 

진은 끌려가며 속삭이듯 소명에게 말을 건다.

 

“실은 웜홀을 통과하기 전에…경철 오빠와 영이를 봤어…”

“뭐?....”

“그래서 아주 잠깐…염원을 놓쳤어…”

 

소명의 얼굴이 심각해 진다.

진은 걱정하듯,

 

“…그것 때문일까?....내가 염원을 놓쳐서….시간대가 틀어진걸까?.....”

“모르지……어치피 신의 대전제 안에서의 일인걸…”

 

두 사람은 광장에서 벗어나 황량한 벌판으로 끌려가고,

뒤로 모자를 쓴 남자와 인파가 뒤따른다.

 

한 10여분 걸었을까.

 

“신발을 벗어라.”

 

꽤 규모가 큰 피라미드 형태의 건축물 앞에서 모자를 쓴 남자가 진과 소명에게 소리친다.

 

“이곳은 셀레바에서 가장 신성한 곳이다. 어서 신발을 벗어라..”

 

진과 소명은 신발을 벗으며, 건축물을 올려다 본다.

마치, 고대 양식의 제단 같은 느낌.

따르던 인파가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인다.

모자를 쓴 남자도 무릎을 꿇더니 그들의 언어로 기도하듯 중얼거린다.

진과 소명은 벗은 신발을 가지런히 하고, 이해할 수 없는 그들의 행동을 조용히 지켜본다.

 

모자를 쓴 남자는 곧 일어나서,

 

“나를 따라오라….”

 

병사들이 붙들고 있던 손을 놓아준다.

모자 쓴 남자는 짧은 다리로 성큼성큼 건축물 위로 올라간다.

진과 소명은 어쩔 줄 몰라 하다, 천천히 그 뒤를 따른다.

 

“진아…이것 봐…”

 

소명은 남자를 뒤따르며, 큰 딸 진에게 속삭인다.

 

“염원 변환 수식이야….”

 

올라가는 계단 손잡이에 복잡한 수식 기호들이 정성스럽게 파여져 있다.

염원 변환 수식에 관해서는 국내 최고라 알려진 소명은 단번에 알아본다.

소명은 천천히 올라가면서, 수식을 유심히 살펴본다.

 

“대단해….”

“뭐가..엄마?....”

“순도가 매우 나쁜 무한의 불특정 염원을 차근차근 1차로 줄여가고 있어…”

 

큰 딸 진도 관심 있게 수식을 살펴본다.

건축물 최상단에 다달으자, 변환 수식도 끝이 난다.

 

“엄청난 실력이야….결국 1차로 줄였어….”

 

“이리오라…”

 

남자가 두 사람을 부른다.

진과 소명이 남자 곁으로 조용히 다가간다.

남자가 서있는 곳엔, 약 3미터 크기의 돌로 된 비가 세워져 있고, 비문이 새겨져 있다.

가까이 다가가서 비문을 바라본 진과 소명

 

“엄마….이거….우리말 이잖아….”

 

놀란다.

 

“신의 문자를 해석할 수 있겠는가?...”

 

남자가 묻는다.

 

진이 대답없이 조용히 비문을 읽는다.

 

“빛을 따라 대적을 멸하고, 우매한 탑을 부수리라…..”

“……”

 

진은 이어서 비문 밑에 새겨진 나머지 글을 조용히 읽는다.

 

“빛의 사.자.단….”

 

 

광활한 벌판. 어두운 밤

얼굴에는 복면과 몸에는 망토를 두른 두 사람이 말을 타고 내달린다.

 

멀리 마을 불빛이 보이자,

서서히 속도를 줄이고 멈춰 선다.

 

“이곳이야....”

 

목소리가 굵다. 남자 이다.

 

“이 구역은 사자단의 표식이 있는 지역인데….위험하지 않을까?.....”

 

가녀린 목소리의 여자가 대답한다.

 

“어쩔 수 없지….오늘…이 지역 인걸….가보자…”

 

두 마리의 말이 언덕 아래 마을을 향해 다시 내달린다.

 

마을 입구 근처

복면의 남자와 여자가 으슥한 곳에 말을 묶는다.

 

“셀레바….”

 

남자가 마을 입구에 표지를 조용히 읽고는 마을로 들어선다.

 

밤이라서 그런지 거리에는 인적이 드물다.

남자와 여자가 벽 뒤에 숨어 주위를 살핀다.

 

“사자단의 표식이 없는 ‘선지자’ 라서…헷갈리고 있을 거야…”

 

남자가 속삭이듯 말한다.

 

“그럼…어디로 가야되?....”

“저쪽이 수용소…그리고 그 뒤가 마을 제사장의 집….”

“그래서…?...”

“제사장한테 직접 간다….”

“직접?....어쩔려고?....”

“따라와….시간이 없어…사자단이 오기 전에 처리해야되.. ”

 

남자가 일어나서 빠른 걸음으로 제사장의 집 쪽으로 다가간다.

거리의 돌아다니는 키 작은 주민들이 그들보다 한 참 큰 남자를 알아보고, 놀라움으로 웅성댄다.

그 뒤를 따르는 남자보다 한 참 작은 여자.

 

“누구냐!! ”

 

제사장의 집 문을 지키는 병사가 그들의 언어로 막아 선다.

 

“비켜라…”

 

남자 역시 그들의 언어로 조용히 말한다.

두 명의 병사가 창 끝을 거두고 당황한다.

 

“누…누구 십니까?....”

 

복면의 남자가 조용히 소매를 걷어 팔 안쪽에 문신같이 새겨진 문양을 보여준다.

문양을 본 병사의 눈이 커지면서, 놀라움에 말을 잇지 못한다.

 

“제사장에게 전하라…”

“네네…..”

 

병사들이 창을 놓고 겁에 질린 듯 엎드린다.

 

“빛의 사자단이 선지자를 찾으러 왔다고 전하라…”

 

 

어둡고 축축한 지하.

감옥 안에 진과 소명이 허탈한 듯 앉아있다.

 

“엄마…여긴 언제쯤 일까…”

“굴쎄.....정말 먼 미래인 듯…”

“맞아…아까 변환 수식….그리고 비문도 그렇고….뭔가 우리의 문명이 고대가 되버린 어느 시점 같아…”

“그래….그건 그렇고 아빠와 율이는 잘 돌아갔을까?....”

“미안해…엄마….내가 염원을 놓쳐서….엄마까지….”

 

진이 흐느낀다.

소명은 그런 딸을 다독이며,

 

“자책하지마…그것 때문이 아닐거야…애초에…너무 위험한 웜홀을 열었어…진이 때문이 아니야…”

 

그때,

복면의 남자와 여자가

건축물로 진과 소명을 안내한 큰 모자를 쓴 작은 남자와 함께 수용소 안으로 들어온다.

 

작은 남자는 들고 있는 횃불을 걸고 ,

진과 소명이 갇혀있는 감옥문을 연다.

그리고

진과 소명 앞에 엎드리고는,

흐느끼며 알 수 없는 언어로 중얼거린다.

 

“제사장은 비키라,,,”

 

복면의 남자가 말하자,

제사장이 겁에 질린 얼굴로 수용소를 나간다.

제사장이 사라지자,

복면의 남자가 감옥 안으로 들어가 진과 소명을 일으킨다.

진과 소명은 겁에 질린 얼굴로 남자를 살펴본다.

 

“겁 먹으실 필요 없습니다.”

 

남자의 유일한 노출 부분인 눈이 활짝 웃는다.

진은 그런 남자를 유심히 보다가,

문득,

집 마당으로 걸어 들어오던 경철의 첫인상, 그 눈웃음이 겹쳐진다.

 

“설마….”

 

남자가 복면을 벗는다.

 

30대 중반의 잘생긴 남자.

 

나이는 들었지만,

영락없는 경철이다.

 

그리고

 

바로 뛰어들어 소명과 진에게 안기는 복면의 키 작은 여자.

 

“엄마….언니….”

 

막내딸 영이 이다…

 

영이가 복면을 벗는다.

 

“여..영이..? 우리…영이?...”

 

영이의 얼굴은 여전히 애띠지만, 확실히 자란 느낌이다.

얼굴이 작고 귀여운 저학년의 초등생 같은 모습.

 

“얼마나…보고 싶었다고….”

 

영이가 품에서 울음을 터트리자,

진과 소명이 살포시 안아준다.

 

“영이야…시간이 별로 없어…일단 여길 빠져나가자…”

 

경철이 주위를 살피며 경계하듯 말하자,

 

“알았어…”

 

영이가 대답하고 일어선다.

 

“경…경철군….아니 경철군이라 해도 되나….”

 

소명이 경철에게 말을 건다.

 

“상관없습니다…아주머니…”

“여기가 어디지…? 그리고 왜 둘이 여기 있는 거야….?...”

 

사실,

소명과 진은 웜홀을 타고 들어오자 마자 셀레바 마을 경비대에게 붙잡혔다. 따지고 보면 의식을 시작하고 나서 만 하루도 지나지 않은 느낌이다.

 

“ 자세한 건 여길 나가서 말씀드릴께요….일단 제가 밖에 상황 좀 보고 올 테니 잠시 계세요…”

 

경철이 빠른 걸음으로 수용소 대문 쪽으로 나아간다.

 

“영이야…언제 이렇게 큰 거야….혹시 웜홀로 뛰어든거야?...”

 

경철이 사라지자, 진이 영이에게 묻는다.

영이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소명이 하늘을 보며 한숨을 짓는다.

 

한편 경철은 다소 허술한 수용소 대문 앞에서 밖에 상황을 살핀다.

 

“젠장….”

 

경철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밖에는 마을 제사장과 경비대들이 엎드려 있고, 거대한 키의 복면과 망토를 두른 무리가 그 앞에 서있다.

 

경철은 다시 진과 소명이 있는 곳으로 달려가서,

 

“묻지 말고 듣기만 하세요…지금 밖에 진짜 사.자.단이 왔습니다…아주머니와 진이가 들어올 때, 그 웜홀을 감지하고 찾아온 거예요…”

 

진과 소명은 이해가 안된다는 표정.

 

“제가 밖으로 나가서 시간을 벌께요... 그동안 무조건 탈출하세요….영이야….말을 타고, ‘베레싯’ 으로 와…거기서 만나자…”

 

경철은 말을 빠르게 마치고 복면을 뒤집어쓴다.

그리고 서둘러 문 쪽으로 이동한다.

 

“엄마…우리도 가자…”

 

영이가 여전히 작은 키로 유난히 큰 소명과 진을 이끈다.

 

“사자단이 뭐야….아까…비문에도 적혀있던데…”

 

진은 걱정스런 얼굴로 영이를 따라가며 묻는다.

 

“빛의 사자단….이곳에선 선지자….또 한편에선 궤멸자….

“영이야…알아듣기 쉽게 설명 좀 해봐….”

 

영이는 잠깐 뜸을 들이고는,

 

“언니….확실한 건 사자단은 이 세계의 존재가 아니야….”

 

앞서 가던 경철이 문 뒤에 수그리고 앉아 손짓으로 다가오라는 표시를 한다.

나머지 세 사람이 경철 곁으로 다가와서 마찬가지로 몸을 숨기듯 앉는다.

 

“저기 보이시죠? 키가 큰 사람 세 명…..저들이 사자단 입니다.”

 

경철이 지목한 곳에는 사자단 무리가 서있고,

엎드려 있던 제사장의 안내를 받아 빠르게 수용소 쪽으로 다가오고 있다.

 

“제가 밖에서 사자단의 시선을 끄는 동안 반대쪽으로 탈출 하세요…꼭 살아서….다시 만나야 되요..…영이야…말을 타고 ’베레싯’으로 먼저 가있어…”

“알았어…조심해…오빠…”

 

경철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곧장

밖으로

나간다.

 

“저기 거짓 선지자다!”

 

문에서 경철이 나오는 것을 본 마을 제사장이 그를 지목하며 그들의 언어로 소리를 친다.

횃불을 든 키 작은 병사들과

사자단 무리가 빠르게 경철을 뒤쫓는다.

 

“생포다…생포해야 된다!...”

 

사자단과 마을 무리들이 경철을 뒤쫓아 어느 정도 시야에서 벗어나자,

 

“엄마…언니…가자…”

 

영이가 소명과 진을 이끌고 반대편으로 빠르게 이동한다.